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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62화 (162/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62화

“비스트리, 해낼 수 있겠냐. 깨비.”

도깨비들의 새로운 군주, 다크 나이트를 보고 있던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투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딕테 역시 주현의 압도적인 무력을 감상하며 약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너 같으면 가능하겠냐?’

그를 보며 곧바로 반문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할 뿐.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것은 혼자서 그녀를 처치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 때문에 걸어온 질문이었을 터.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것은 불가능.

무기고와 마탄, 네크로맨서의 힘을 전부 쏟아부어도 승리를 확신하긴 어려웠다.

더군다나 지금의 모습은 비스트리.

도깨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다른 스킬들을 사용할 수 없었다.

비스트리의 영혼을 다루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들, 그녀에 대적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라. 깨비. 너희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깨비.”

생각과는 반대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자, 주위의 도깨비들 표정이 변했다.

“여, 역시. 깨비. 비스트리, 너만 믿겠다. 깨비!”

한껏 기대하며 희망에 부푼 모습들.

자신감 있는 태도에 반하기라도 한 듯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구만.’

그럴수록 어서 빨리 지옥을 벗어나 인간 세계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으랴아아앗!! 지옥의 군주님을 위하여!!”

그때 나타난 것은 데스 나이트.

지옥의 군단에 속해 있는 데스 나이트가 유령마를 타며 다가와 랜스를 휘둘렀다.

“잇크.”

엄청난 기세로 다가온 공격이었으나, 그것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파괴력이 강한 만큼 랜스를 휘두르는 데스 나이트의 동작은 매우 커다랬던 것이다.

가볍게 몸을 틀어 랜스를 피한 후, 단숨에 뛰어올랐다.

‘어, 어어어?’

비스트리의 신체 능력이 높았던 것인지, 태생적인 도깨비의 신체 능력이 좋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너지 효과와 중첩된 신체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유령마를 훌쩍 뛰어넘어 그 위에 안착한 데스 나이트까지 가볍게 뛰어오른 것이었다.

“으랴야야얏! 이거나 받아라! 깨비!”

생각보다 높게 뛰어오른 점프에 순간 놀랐으나, 침착하게 손에 쥔 방망이를 휘둘렀다.

파바방!!!

“어림없다!! 군단을 배신한 도깨비 녀석!! 그따위 공격이 통할 듯싶더냐!”

엄청난 기세로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으나, 간단히 피하는 데스 나이트.

의기양양한 태도로 소리쳤지만, 끝이 아니었다.

히이이이이잉!!!

“으, 으아악!”

데스 나이트가 손쓸 겨를도 없이, 영혼의 방망이가 뒤를 이어 그를 타격한 것이었다.

거대한 방망이가 유령마에 올라탄 그를 뒤덮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유령마 역시 그 충격을 피할 수는 없었고, 놀란 듯 앞발을 들어 올리며 데스 나이트를 떨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목숨을 잃으며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눈앞의 거대한 적이 힘없이 죽자 고요해진 주변.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도깨비들을 향해 돌아서며 소리쳤다.

“전투를 시작해라!! 지옥의 군단 그 누구도 살려두지 마라! 깨비!!”

“깨비!! 깨비!! 깨비!! 깨비!!”

힘 있고 강단 있는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외치며 도깨비방망이를 높게 쳐올렸다.

연신 환호하며 사기가 돋은 도깨비들 역시 자신들의 도깨비방망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가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깨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지옥의 군단의 성채를 가리키며 명령하자 흥분한 도깨비들이 엄청난 기세로 나아갔다.

‘좋아, 나쁘지 않아.’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등장한 데스 나이트를 모두의 앞에서 쓰러뜨린 것은 꽤 큰 효과가 있었다.

도깨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비단 역모를 꿈꾸는 도깨비들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그저 일반적인 도깨비들 역시 흥분하며 지옥의 군단과의 전투에 열을 올렸고, 그것은 전장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응?”

“…….”

그리고 순간 눈이 마주친 다크 나이트.

선봉에 서 있던 주현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깨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눈치챌 리는 없었기에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바로 시선을 거두며 전투를 주도해갔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주친 붉은 두 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그녀와의 약속은 연구실에서 만나는 것.

우선 굳게 닫혀 있는 성채로 진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곧 있으면 밤이 다가온다. 그전에 성채로 도깨비들을 진입시켜야 해.’

밤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장비.

그렇게만 된다면 루핀의 반지를 이용해 은신으로 몸을 숨기며 연구실로 이동하는 것 또한 수월해질 것이 분명했다.

주현이야 어떻게 해서든 연구실로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가라!”

한시라도 빨리 지옥의 군단의 성채를 뚫어내기 위해 연신 목청을 높였고, 전투는 더욱 치열하게 이어졌다.

“으야야얏!!”

“크랴랴랴랴!!!”

“깨비!!!”

도깨비들과 지옥의 군단 간의 전투는 그 어느 쪽도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수는 더 적었지만, 리더가 존재하며 개개인의 무력이 높은 도깨비들과 리더가 없었지만, 개체 수가 많은 지옥의 군단이었던 것이다.

도깨비 한 마리가 두세 마리의 언데드와 하수인들을 쓰러뜨렸지만.

지옥의 군단은 숫자의 우위를 이용해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내 도깨비들은 쓰러졌고, 그렇게 전투는 끊임없이 막상막하의 대결로 흘러갔다.

“아자토스 님의 영광을 잊었느냐!”

“감히 도깨비 놈들이 이곳이 어디라고 들어온 것이냐!”

쏟아져나오는 군단의 하수들과의 비등비등한 전투였지만, 역시나 그중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주현이었다.

도깨비들의 리더이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함.

그녀의 존재는 조금씩 전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검을 휘두르는 그녀를 모두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칠흑 같은 갑옷을 뒤집어쓴 그녀가 시커먼 검을 휘두를 때마다 지옥의 군단은 휩쓸려 나갔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백 마리.

그녀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하수인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당해낼 수 없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지옥의 군단은 자신들의 눈앞의 다크 나이트를 보며 위축되며 겁을 먹었고, 도깨비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저 묵묵히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지만 그녀는 전장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좋지 않아.’

전장은 도깨비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고, 성채 역시 뚫어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주현과의 약속은 분명 연구실에서 만나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전투에서 빠져나와 몰래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됐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의도치 않게 너무나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깨비들뿐만이 아닌 지옥의 하수인들조차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이는 없었기에 곤란해진 것이었다.

시선이 모이면 모일수록 연구실에 몰래 이동하는 것에 제약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끼이이이이익.

전세가 도깨비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며 성채의 문에 다다랐을 무렵.

거대한 문이 스스로 열렸다.

“문이 열렸다! 깨비!! 안으로 들어가 지옥의 군단을 점령하자! 깨비!”

“들어가라!! 깨비!!!”

도깨비들은 흥분하며 소리치고 그곳을 향해 일제히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문이 스스로 열려? 아니야. 저건 안에서 열린 것이 분명하다.’

때마침 터져 나오는 폭발.

-콰광! 쾅! 쾅! 쾅! 파바바바밧!

그리고 문앞에 서 있는 것은 거대한 화염 덩어리였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그곳으로 향한 도깨비들이 터져 나왔고, 당당히 서 있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크크크큿, 배신자 녀석들이 제 발로 찾아왔구나! 비트레이, 비트레이는 어디에 있나? 도깨비 녀석들아”

신이라도 난 듯 전장을 둘러보며 소리치는 화염 덩어리.

‘파이크…… 저 녀석이 나섰구나.’

지옥의 군단의 제2군단장인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두두드두드두두-

또한. 전장, 아니, 지옥의 군단의 성채에 지진이라도 난 듯 울리기 시작했다.

“깨, 깨비!! 서, 석상이 움직인다! 깨비!!!”

“으아아악!! 깨비!!!”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대한 돌덩이.

건물에 비견될 만큼 거대한 그 또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죽어라! 도깨비들!”

그가 고함을 치자 돌덩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거대한 주먹으로 도깨비들을 내리쳤다.

거대한 바위 그 자체인 그의 주먹에 깔린 도깨비들은 도망칠 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아크까지…….’

너무나 거대해 그저 단순한 건물인 줄만 알았던 그의 정체는 골렘.

지옥의 군단의 4군단장인 골렘 아크가 등장한 것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지옥의 군단에 쳐들어가는 순간부터 군단장들과의 전투를 염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타난 그들이 나타난 타이밍은 좋지 않았다.

‘두 명의 군단장이라니…….’

그들의 강함에 대해 경험해 본 적은 없었으나, 결코 약하지는 않을 터.

최대한 그들을 피해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파이크와 아크.

그들은 성채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굳건히 서 있었고,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크크큿. 네놈은 누구지?”

그때 파이크가 관심을 가진 것은 다크 나이트, 그녀였다.

아직 비트레이가 사라진 것을 모르는 듯 전장을 살펴보던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멈춘 것이었다.

“…….”

주현 역시 휘두르던 검을 멈추며 파이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런 대답 없이 붉게 타오르는 눈으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지만, 전장은 긴장감을 가득 찼다.

“구, 군주님 저자가 제2군단장인 파이크입니다. 깨비.”

“군주? 비트레이가 아니라? 오호, 그런 건가.”

그 둘이 서로 대치하고 있던 그때, 도깨비가 다가와 주현에게 파이크에게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듣고 있던 그는 군주라는 말에 놀랐듯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한테 서도 군주의 증표가 느껴지는군. 도깨비들 편에 선 것인가? 재밌겠구나! 군주의 증표, 과연 효력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던 참이거늘.”

금세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듯, 파이크는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온몸에 불타오는 불은 더욱 거세가 타올랐고, 깜짝하는 사이 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깡!!

파이크의 불길이 멈춘 것은 주현의 앞이었다.

“제법이구나.”

“…….”

그녀의 온몸에서 피어나는 검은 기운 역시 더욱 커져갔고, 그대로 그와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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