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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61화 (161/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61화

“무, 무슨 말이냐……! 깨, 깨비.”

순간 그의 의심에 당황하며 소리쳤다.

어색한 말투로 말꼬리에 도깨비 특유의 깨비를 붙이자 그제야 의심을 거두는 듯 표정을 풀었다.

“하하하, 장난이다. 깨비.”

“…….”

“그나저나 이상하긴 하다. 깨비. 지옥의 군대와 전쟁에 긴장이라도 한 거냐. 깨비?”

“조, 조금 그렇다. 깨비.”

그는 내가 앞으로 있을 전쟁에 긴장했기에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괜찮다. 깨비. 걱정하지 마라. 깨비. 그나저나 어디 가는 거냐? 깨비.”

“나도 전쟁에 참여하러 간다. 깨비. 지옥의 군단으로 갈 거다. 깨비.”

모습이 도깨비여서일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도깨비들의 말투.

그의 물음에 지옥의 군단으로 갈 것이라 대답했다.

어찌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기에 당당하게 대답했지만, 그는 놀란 듯 보였다.

“호, 혼자서 말이냐? 깨비?”

“…….”

혹시나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 있을지 몰라 대답하지 않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역시, 대단하다. 깨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깨비.”

“으…… 응? 깨…… 비.”

가까이 다가와 비밀스러운 대화라도 하듯 소곤거리는 녀석.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드러나자 그가 손을 잡아끌었다.

“따라와라. 깨비.”

대답을 하기도전에 그는 거침없이 나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갔다.

* * *

“이…… 이게…… 다 뭐냐? 깨비?”

그가 나를 이끌며 데려온 곳은 도깨비의 영역이지만 도깨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진 장소.

그곳엔 많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도깨비들이 모여 있었다.

마치 군대라도 되는 듯 반듯한 자세로 줄을 맞춰 서 있는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강인해 보였다.

“이곳에 서라. 깨비.”

다짜고자 손을 이끈 그는 그들의 앞에 나를 세웠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를 쳐다보고 있자, 그가 씨익 웃으며 귓속말을 걸어왔다.

“네가 저번에 부탁했던 새로운 군주를 인정하지 못하는 도깨비들이다. 깨비.”

“……?”

“비트레이 님의 아우인 너를 군주로 원하는 도깨비들이란 말이다. 깨비!”

“뭐…… 뭐?”

그가 말을 이어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 듯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침착하게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군주를 인정하지 못해? 주현 씨를 인정하지 못하는 도깨비들을 모이게 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일도 아니었다.

새로운 군주인 주현에게 받힌 공물을 훔지려던 도깨비였으니, 충성심 따위가 있을리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도깨비들.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은 문제가 될것이 분명해 보였다.

‘주현 몰래 도깨비들을 모이게했다. 어째서? 설마…… 쿠데타?’

순간 번쩍 떠오른 생각에 옆에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급하게 모아서 많은 수는 아니지만 계획대로 되고 있다. 깨비.”

“…….”

“계획이 실패한 줄 알고 혼자 가려고 했던 거 맞지? 깨비?”

“…….”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깨비. 다 너를 믿고 모인 도깨비들이다. 깨비. 물론 비트레이 님과 너를 믿고 말이야. 깨비.”

그는 모인 도깨비들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모습을 하고 있는 도깨비, 비스트리와 그 사이에 어떤 계획이 오간 듯했다.

비스트리를 죽였기에 그 계획은 무산되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내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무시할 순 없어보였기에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음, 어떤 계획이었지? 다시 한번 복기해 보자. 깨비.”

“비스트리, 너 정말 신중해졌구나? 깨비. 좋은 자세야. 깨비.”

다시한번 계획을 완고히하자는 뜻으로 물어보자, 그는 놀란 듯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비스트리, 군주의 공물을 도둑질하려던 그 도깨비를 떠올려보니 그런 반응도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해 본 비스트리는 꽤나 멍청하고 단순하며 저돌적인 성격이라 느껴졌던 것이다.

“그나저나 어때? 다들 아는 얼굴들이지? 깨비.”

“그, 그렇네. 깨비.”

그의 말과 동시에 모인 도깨비들을 쭉 훓어보았지만, 하나같이 비슷한 외모의 도깨비들.

몸의 색깔만 다를뿐, 머리에 뿔이돋아고 울그락불그락 얼굴들은 다 비슷해 보였던 것이다.

당연히 도깨비들의 외모를 본다고 해서 그들이 누군지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저 그의 질문에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전부 제1군단장 시절 비트레이 님의 아우이자 오른팔이었던 너의 밑에 있던 도깨비들이다. 깨비.”

“음…….”

“다 너와 비트레이님을 믿고 따라와준 이들이다. 깨비. 지금의 새로운 군주가 아닌 네가 도깨비들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깨비!”

‘역시…….’

짧은 대화 중에 나온 이들의 목적.

의심했던 그것은 역시나 사실이었다.

새롭게 나타난 주현, 아무리 군주의 증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등장은 그들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주현에게 적대감을 가진 비스트리는 자신을 따르는 도깨비들을 모아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이 도깨비 왕좌에 앉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전에 어처구니없이 당해 버렸지만…….’

예상치 못하게 죽어버린 비스트리였지만, 계획이 무엇인진 몰라도 성공했다면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도깨비들의 왕이자 군주였던 비스트레이의 아우이자 오른팔이었던 도깨비.

어째서인지 찬밥신세를 지고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이렇게 그를 보고 모였 있는 도깨비들만 봐도 그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을 하는 듯 기다리자 그가 비스트리와 약속했던 계획을 술술 불기 시작했다.

“숫자는 적을지 몰라도 이들은 일당백!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정예 도깨비 전사들이니 문제가 없을 거다. 깨비.”

“…….”

“이들을 데리고 전쟁에 참여하는거다 깨비.”

“그렇지. 깨비.”

“도깨비들이 최선을 다해 지옥의 군단을 물리치고 전쟁이 끝날 무렵. 우리가 활동하는 거다. 깨비.”

“…….”

“도깨비들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때, 우리가 나서서 군단을 먹어버린다면 우리는 도깨비뿐만이 아닌, 지옥의 군단을 지배할 수 있을 거다. 깨비!”

“……음.”

“그렇게만 된다면. 비트레이 님도 이루지 못한 지옥의 지배자 자리를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거다! 깨비!”

그가 설명해준 계획, 확실히 그 계획은 완벽하거나 철저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 시기.

지옥의 군단과 도깨비들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작전이었다.

이들은 도깨비들과 지옥의 군단이 전쟁을 이루고 있을 때, 승기를 잡으며 주현을 처단하고 비스트리를 군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험해.’

사실 누가 지옥의 군주가 되든. 배신을 하든.

주현과 나는 지옥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기에 그런 것에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을 듣고 나니 걱정되는 것은 역시 주현, 그녀였다.

새로운 도깨비들의 군주의 역할을 맡은 그녀는 작전상 전투를 하다 연구소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 역시 그녀를 처단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전투 중인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았다.

만약 그녀가 당하기라도 한다면 우리의 계획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기에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며 침묵하자 그는 기다려줬고, 이내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좋다! 가자! 전쟁에서 승리해 우리의 왕좌를 되찾아오자!! 깨비!!!”

“와아아아아아아!! 깨비! 깨비!”

한 손에 들고 있던 도깨비방망이를 높게 들어 올리며 포효하자 모여 있던 모든 도깨비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나는 그들을 이끌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시너지 확인!”

[적용 중인 시너지-도깨비(55/50) 완력 50% 증가. 도깨비만 적용.]

[적용 중인 시너지-군대(55/50) 이동속도 30% 증가.]

[적용 중인 시너지-도깨비방망이(55/50) 변신한 개체의 능력 150% 증가. 도깨비방망이로 인한 변신만 적용.]

지옥의 군단의 성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들어가기 전.

모여 있던 도깨비들의 리더로 들어가며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 도깨비인 비스트리로 모습을 바꿨기에, 원래 있던 몇몇 시너지는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새롭게 도깨비 시너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모여 있는 모든 이들이 도깨비였기에 높은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었고 그 효과는 완력의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도깨비방망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

[변신한 개체의 능력 증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뜻은 변신의 효과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비스트리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는 지금.

시너지 효과가 적용됨과 동시에 그의 모습과 비슷해졌고, 목소리나 행동, 말투까지 더더욱 같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150% 증가라는 말도 안 되는 효과로 인해, 어찌 보면 비스트리보다 더욱 비스트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완력 또한 비스트리보다 더욱 강력해졌고, 도깨비 시너지 효과로 더욱 증가했다.

‘설마, 이런 것도 될까?’

“후우우욱!”

쾅……!! 콰광!!!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난 비스트리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방망이를 땅에 내리찍자, 뒤이어 영혼같이 불투명한 실루엣의 거대한 방망이가 뒤를 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비스트리의 공격과 같은 형태였던 것이다.

“비스트리, 그동안 수련을 열심히 했구나! 깨비. 강력해진 것이 보인다. 깨비!”

옆에 붙어 칭찬하는 도깨비의 이름은 딕테.

비스트리와 마찬가지로 비트레이의 충실한 수하였던 도깨비였다.

비스트리가 비트레이의 오른팔이었다면 그는 비트레이의 왼팔의 역할을 도맡았던 야망 있는 도깨비였던 것이다.

처음 써보는 기술이었지만, 시너지 효과로 인해 오히려 비스트리보다 더욱 강력한 기술을 구사해 냈고, 그는 그것이 수련의 성과라 생각하는 듯했다.

애써 웃어 보이며 자세를 다잡았고, 뒤에 굳건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도깨비들을 살펴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새로운 군주는 내 손으로 처치하겠다. 너희들은 손대지 말도록! 어느 순간 내가 사라져도 동요하지 말아라! 깨비!”

“깨비! 깨비!”

다시 한번 철저히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지옥의 군단의 성채로 발걸음을 향했다.

* * *

지옥의 군단의 성채에 들어가기 전부터 울려퍼지는 전투의 함성.

그 안에 발걸음을 옮기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데스 나이트부터 해골병사, 구울, 스켈레톤, 본버닝 무수히 많은 지옥의 군단과 도깨비들 사이의 전투가 한창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얏!!!”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칠흑의 다크 나이트.

도깨비들의 군주의 역할을 맡은 그녀가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마리의 하수인들이 휩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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