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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60화 (16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60화

‘귀신과 영혼?’

순간 도깨비가 꺼낸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신우.

귀도를 듦과 동시에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다른 사람처럼 변해 버린 신우가 생각난 것이었다.

‘비트레이의 검술은 지옥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고 했지…… 연관이 있는 건가?’

더군다나 이전에 지나가듯 들었던 밴시의 말이 떠올랐다.

검술과 귀신, 영혼을 다루는 기술까지.

무엇보다 신우의 머리에 돋아난 뿔.

그것은 눈앞에 있는 도깨비의 뿔과 매우 유사했다.

‘설마 신우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비트레이였단 말인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정황상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더욱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이 아자토스처럼 새로운 군단이라도 만든다면. 젠장.’

그렇게 된다면 안 그래도 무지막지한 녀석을 상대하기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한시라도 빨리 신우의 몸에서 녀석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저 예측일 뿐이기는 했지만, 마음속 한편의 생긴 불안감음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깨비. 그래서 형님이 내게 부탁하신 게 무엇이냐 깨비!”

“부탁?”

“비트레이 형님 명령으로 나를 찾았다 하지 않았냐. 깨비!”

“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말을 걸어온 것은 눈앞의 도깨비였다.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말했음에도 완전히 속아 넘어가 버린 녀석은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대하고 있는 듯 보였다.

‘더 이상 쓸 만한 정보는 없을 것 같은데? 이쯤 할까?’

그를 빤히 쳐다보며 속으로 마음을 굳혔다.

더 이상 속인다고 해서 나올 정보도 없어 보였음은 물론, 말이 길어질수록 들킬 염려도 높아 보였던 것이다.

도깨비의 독특한 공격에 몇 번 당하기는 했으나, 이미 그 비밀을 파헤쳤다.

물론 녀석이 스스로 불어버린 것이었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패턴을 알게 된 이상, 언제든지 녀석을 처치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데스 나이트 소환!’

이미 자신의 무기까지 내팽개친 도깨비를 바라보며 데스 나이트를 소환했다.

속으로 소환을 내림과 동시에 그의 뒤에서 두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나타났다.

“깨, 깨비? 무…… 뭐!”

탕!!

순간 나타난 데스 나이트를 느낀 도깨비가 뒤를 돌아본 순간 재빨리 총기를 들어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윽!”

마탄이 도깨비를 향해 날아간 순간, 데스 나이트들의 총검 역시 그의 등을 일제히 찔러넣었다.

손쓸 겨를도 없이 단말마와 함께 도깨비는 쓰러졌다.

“……잘했다. 이만 들어가.”

“알겠다! 주인.”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도깨비가 완전히 목숨을 다한 것을 확인하자 바로 데스 나이트 두기를 돌려보냈다.

그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다.

앞으로 남은 것은 도깨비의 영역을 빠져나가 지옥의 군단에 돌아가는 일.

무엇보다 이것을 되찾았기 때문에 데스 나이트의 존재는 필요치 않았다.

“읏차, 장비들은 다 되찾았고.”

도깨비의 시체에서 원격제어 장치를 벗기며 다시 착용했다.

더불어 루핀의 반지와 펜던트, 한쪽에 고이 놓여 있던 배낭까지.

감옥에 갇히며 도깨비들에게 빼앗겼던 모든 장비들을 되찾은 것이었다.

“이제 가볼까? 루핀의 반지는 당장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은신을 이용해 모습과 기척을 숨길 수 있는 루핀의 반지.

그것을 사용한다면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 도깨비들의 눈을 피해 간단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테지만.

제약이 존재했다.

“정보 확인!”

[루핀의 반지]

[등급-S] [귀속 아이템]

[착용 제한-플레이어]

[특수 효과-은신, 밤에만 사용 가능]

[착용자의 기척을 지우고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액세서리. 밤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은신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효과가 사라진다.]

바로 밤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

당장 도깨비의 성의 창밖을 바라보자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다.

밤까지 기다리기에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은신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 응?”

그때 저 멀리 떨어진 둔탁한 방망이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집어 든 방망이.

그것은 도깨비가 들고 있던 무기였다.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도깨비의 시체를 슬쩍 바라보며 그것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보 확인!”

[도깨비방망이]

[신비한 능력이 있는 도깨비방망이. 도깨비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쥐고 있다고 전해진다. 원하는 모습을 생각한 후 대상을 내리치면 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엇!”

설명을 읽은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수차례 확인한 적이 있는 도깨비들의 능력.

원하는 대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던 그 능력이 바로 도깨비방망이의 효과였던 것이었다.

“나도 사용할 수 있을까?”

이미 주인이 없어진 도깨비방망이를 높게 들어 올리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딱히 특별해 보일 것 없는 허름한 방망이였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도깨비들이 사용했을 경우였다.

내가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만약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저 독특한 방망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고민하기도 잠시, 바로 생각을 굳혔다.

“사용해 보면 알게 되겠지!”

이미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사용하는 장면은 몇 번이나 확인했기에 망설일 것조차 없었다.

마음속으로 원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내리쳤다.

펑!!!!

“으엇. 바, 바뀐 건가?”

순간 하얀 연기가 사방에 피어났다.

그리고 혼잣말을 되뇌자, 들리는 것은 낯선 목소리.

양손을 펼쳐 확인하자 보이는 것은 파란 손바닥이었다.

키도 더욱 커진 듯 바라보는 시선이 높아졌다.

“도, 도깨비가 됐어…….”

금속인 총기를 들어 올려 모습을 확인하자 보이는 것은 파란 도깨비.

저기 쓰러져 있는 도깨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으로 저기 죽어 있는 도깨비를 생각하며 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 모습이라면 의심을 사지 않고 도깨비 영역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놀라기도 잠시, 지금의 모습이라면 이곳에서 아무리 돌아다녀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할 터.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도깨비]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사용 불가)]

[시체 흡수 LV2 (특별) - 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사용 불가)]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 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 불가)]

[역병 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사용 불가)]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밴시 소환 Lv1-죽음의 시종 밴시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3-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7-영혼을 태우는 불꽃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이 모습으로 네크로맨서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야.’

모습의 변화뿐만이 아닌 정보창에도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펼쳐본 홀로그램.

역시나 변화가 존재했다.

모습뿐만이 아닌 직업이 군인과 네크로맨서에서 도깨비로 변화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닌 직업의 변화에 따라 내손안의 무기고는 물론, 네크로맨서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건 대단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좋지 않아.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지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스킬들.

그것은 꽤나 큰 페널티였다.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화를 입을 수 있을 정도라 생각되었던 것이다.

‘일단 저건 숨겨놓는 게 좋겠지?’

생각이 정리되자, 곧바로 도깨비의 시체를 숨기기 시작했다.

방 안 가득한 잡동사니에 도깨비를 숨기며 들고 있던 총기 역시 무기고에 집어넣었다.

다른 곳에 보관할 수 없는 원격제어 장치와 가방, 반지나 펜던트는 착용한 채 천천히 성을 빠져나왔다.

* * *

“크,크흠.”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

누가 봐도 완벽한 도깨비였지만, 마음속 한편의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웠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당당한 발걸음으로 도깨비 마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누구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아.’

도깨비 마을에 남아 있는 도깨비들.

그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어린 도깨비나 늙은 도깨비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나가는 나를 보고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같은 도깨비라 생각하는 듯 힐끔 바라볼 뿐,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렇게 마을을 빠져나갈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봐, 비스트리! 깨비!”

“……?”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마을을 빠져나갈 때쯤, 마을에서 들려온 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허억, 허억. 너 이제껏 어디 있었던 거야? 깨비.”

달려와 숨이찬 듯 숨을 고르며 말을 걸어오는 도깨비.

주의를 슬며시 둘러보았지만, 그가 말을 건네는 것은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

“응? 왜 그래? 깨비. 너 좀 이상하다. 깨비?”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깨비와 친한 사이인 듯 보였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도깨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상황을 살피고 있자 무언가 이상한 듯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너, 비스트리가 아니구나? 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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