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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54화 (15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54화

“여기부터는 도깨비들의 영역입니다.”

“응…… 너는?”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뒷일은 군주님께서 해결하셔야 합니다.”

“그래…… 그럼 이제 가는 거야?”

“예. 이곳에 있다간 언제 공격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군단으로 돌아가 군주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하수인, 그것도 몬스터였지만 그동안 의지가 되었던 밴시였기에 혹시나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안내를 맡은 밴시는 어느 순간 멈춰 서며 이곳부터는 도깨비들의 영역이라며 그곳을 가리켰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있던 밴시는 서서히 사라졌고, 성채로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 * *

‘저 녀석들이구나.’

도깨비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이동했을 뿐이지만 곧바로 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양각색의 모습이었지만 하나같이 머리에 뿔이 나 있는 녀석들은 한눈에 봐도 도깨비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기에 놀랄 것도 신기할 것도 없었다.

불타 버린 나무에 숨어 조심스럽게 도깨비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가자, 가자! 깨비.”

“이걸 좋아하실까? 깨비?”

“좋아하실 거다. 깨비.”

무엇을 하는 것인지 양손에 새까맣게 타버린 무언가를 든 도깨비들은 어디인가 신나 보였다.

서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모양인 듯 서두르며 재촉했다.

‘눈치챘나?’

그때 두 마리의 도깨비 중 온몸이 파란 도깨비가 독특한 모양의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갑작스레 꺼내 든 무기에 꽤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눈치챈 것은 아닐까 마음 졸이며 그 광경을 바라고 있던 그때 그가 바닥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펑-!

정확히는 바닥이 아닌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돌멩이를 향해 방망이를 내리친 것이었다.

하지만 들려온 소리는 둔탁한 타격음이 아닌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였고, 그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도깨비…… 방망이?’

순간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돌멩이는 바구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자신이 양손 가득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바구니에 넣은 도깨비의 행동은 더욱 기가 막혔다.

“어서 가자! 깨비.”

펑-!

이번에 방망이를 휘두른 것은 자신과 같이 있던 도깨비를 향해서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타격음이 아닌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도깨비의 모습은 거대한 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도깨비의 요술.

거대한 새의 등에 올라탄 도깨비는 바구니를 들었고, 그대로 날갯짓을 시작하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쉽지 않겠구나.’

순식간에 사라진 도깨비들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짧은 순간 파악한 그들의 능력이 생각보다 만만해 보이지 않았고, 그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도깨비들이 가득하다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먼저 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피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여기가 도깨비들의 본거지인가?’

발각되지 않도록 최대한 인기척을 숨기며 이동한 그곳엔 수십의 도깨비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등장했다.

울타리나 방벽 같은 방어시설이 없는 그들의 마을은 멀리서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천천히 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건 집인가? 독특하군. 꼭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깨비들이 수시로 넘나드는 건물들이었다.

집으로 추정되는 독특한 건물은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버섯 모양에 뿔들이 솟아난 집들은 마을 곳곳에 위치했다.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깨비들의 숫자였다.

‘생각 이상이야. 지옥의 군단보다 세력이 큰 것 같아.’

생각 이상으로 바글바글한 도깨비들의 숫자는 지옥의 군단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져 보이지 않았다.

군단장들의 말대로 도깨비들의 세력은 지옥의 군단에 위협이 되기에는 충분해 보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개개인의 힘이 강력하다면 전투를 통해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어 보였다.

군단 내에서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도 행동하지 않았던 이유.

그것은 행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행동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런 녀석들을 나 혼자 상대하라고? 미쳤군.’

모든 지옥의 군단을 이용해 전쟁을 치러도 이길까 말까 한 상대를 나 혼자 처리하고 오라고 한 군단장의 생각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아무리 지능이 높아졌다고 한들, 결국 몬스터에 불과한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반면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군주의 유무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대충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그들의 군주였던 아자토스가 있을 당시의 지옥의 군단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강해졌지만, 그가 사라진 순간 쇠퇴하고 군단의 힘이 약해진 이유까지.

단순히 리더가 사라졌다는 변화 하나뿐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무시하지 못할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어차피 정면 돌파는 어려워.’

눈앞에 확인되는 도깨비들의 숫자는 압도적이었고, 군단장들의 말대로 혼자서 이들을 상대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아무리 많은 하수인들을 소환시키고, 훈련시킨다고 해도 정면으로 이들과 맞붙는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이곳에 온 목적은 주현과 접촉하는 것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분명 이곳에 주현이 있을 거야. 그녀를 찾아야 해.’

그렇기에 도깨비의 영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하수인들을 소환하지도 않고 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띄어 전투가 벌어진다면 승산이 없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또한, 믿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오랜만이군. 아이템 확인.”

칠흑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꺼내 든 것은 조그마한 반지.

[루핀의 반지]

[등급-S] [귀속 아이템]

[착용 제한-플레이어]

[특수 효과-은신, 밤에만 사용 가능]

[착용자의 기척을 지우고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액세서리. 밤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은신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효과가 사라진다.]

기척을 숨기고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루핀의 반지를 꺼내 든 것이었다.

마침 지옥의 시간도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곧바로 반지를 손가락에 착용했다.

손가락에 넣음과 동시에 반지의 크기가 줄어들며 딱 맞게 변화되었다.

순식간에 온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하며 은신 상태을 유지했다.

‘우선 마을을 둘러보자. 분명 어딘가에 주현이 있을 거야.’

지체하지 않고 투명해진 몸을 이끌며 도깨비 마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밴시의 말에 의하면 주현은 분명 이곳에 있을 것이 확실했다.

지옥에 들어온 순간부터 주현을 찾아다녔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의 강함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옥의 몬스터들은 수준이 굉장히 높을 뿐만 아니라 식량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네크로맨서의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을 성장시키며 어찌어찌 살아남기는 하였지만, 수많은 우연들이 겹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상황들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곳에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도깨비들에게 잡혀 있는 것은 아닐지…….’

주현이 살아남았을 것이란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녀가 도깨비들에게 붙잡혔을 경우 역시 간과하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만일의 상황을 생각하며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깨비. 어서 가자. 깨비.”

“군주님께서 기다린다. 깨비.”

루핀의 반지를 통해 모습을 감추고 도깨비들 사이에 스며들었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기척 또한 감출 수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도깨비들을 살펴봤고, 그들은 어째서인지 하나같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전 보았던 도깨비들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것들을 한 아름 들고 있는 그들은 바쁘게 어딜 향해 달려갔고 모두가 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군주? 하긴, 이들도 지옥의 군단에서 떨어져 나왔다 했으니.’

가까이에서 들려온 도깨비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말하는 군주. 그것은 지옥의 군단이 칭하는 내가 아니었다.

밴시의 말에 따르면 이들 역시 지옥의 군단에서 떨어져나온 하수인들.

군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신자들이었지만, 어찌 됐든 이들은 과거 아자토스를 군주로 모시던 하수인들임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리더 역시 같은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군주라…… 지옥의 군단의 제1군단장을 맡았던 비트레이를 칭하는 것인가?’

도깨비들의 군주.

분명 지옥의 군단에서 제1군단장을 맡고 있었다면 비트레이는 아자토스가 사라짐과 동시에 군단을 배신하고 자신의 군단을 이루었다 했다.

아무래도 도깨비들이 말하는 군주는 그를 칭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을을 둘러보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지만, 한눈에 봐도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

지옥의 불꽃이 가득한 땅에는 독특한 모양의 집들이 가득할 뿐.

특별히 살펴볼 곳은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도깨비들이 향하고 있는 그곳.

다른 집들과 달리 높고 거대하게 만들어진 건물을 보며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딱 봐도 지도자가 있을 만한 장소구만.’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건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만약 주현이 도깨비들에게 잡혀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저곳에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왔고, 곧바로 도깨비들을 따라 그곳으로 이동했다.

* * *

‘공물이라도 받치는 것인가? 하지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지옥의 군단의 성채와는 달리 활짝 열린 도깨비들의 건물에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동하는 그들의 무리에 섞여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하나같이 무언가를 들고 있는 도깨비들을 보며 비트레이에게 공물을 받치는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도자 또는 대장이 주민들이나 하수인들에게 공물을 걷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행동은 인간 세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도 했기에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도깨비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아 보였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들은 즐거워 보였고 억지로 공물을 바치는 이들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저…… 저게 군주?’

어느 순간 도깨비들의 이동을 따라 건물에 올라 거대한 방으로 이어졌고, 그곳에 있는 자를 발견했다.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앞에 도깨비들은 자신이 가져온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으며 인사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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