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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53화 (15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53화

“…….”

“무엄하다! 무슨 짓이냐!”

리치 이리크의 돌발적인 행동에 분노한 듯 밴시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 역시 군단장.

물러서지 않은 그는 밴시와 대치했고 당장에라도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밴시가 뿜어내는 냉기와 리치가 뿜어내는 사악한 기운은 성안을 가득 메우며 충돌했다.

서로의 생각이 좁혀지지 않은 채 한동안의 대립이 이어지던 그때 먼저 이리크가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이리시, 네 생각은 잘 알고 있다. 아자토스 님이 사라진 후 군단은 위기에 빠졌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던 지옥의 군단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어. 많은 하수인들이 군단을 이탈했고 반기를 들기도 했지.”

“새로운 군주께서 우리를 위해 나타나셨다. 군주께서 우리의 군단을 다시 일으키실 것이야! 너에게도 느껴질 것 아니냐! 군주의 증표가!”

“……알고 있다. 군주의 증표. 아자토스 님과 같은 그것이 저자에게도 느껴지고 있어.”

“그래, 그런데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분명 저자에게 느껴지는 것은 군주의 증표이지만, 아주 미세할 뿐. 아자토스 님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

몇 차례의 언쟁을 주고받았지만, 이견을 좁히긴 힘들었다.

다시금 이어지는 싸늘한 공기와 침묵에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내뱉은 리치의 의견에 밴시 역시 동의를 하는 듯 반박하지 못한 채 침묵이 이어진 것이었다.

계속해서 회자되는 군주의 증표.

그것은 틀림없이 아자토스를 처치한 뒤 생긴 목 뒤의 문양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이들이 나를 공격해 오지 않고 자신들의 군주로 모시려고 하는 듯싶었지만, 아무래도 그 힘이 완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양이 어째서 생겼는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사용하는 방법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이들의 군주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당장 그 사실을 밝힌다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던 것이다.

“군주께서 스스로 증명하시면 문제가 없겠지.”

“……응?”

그때 밴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군단장들을 향해 있었고 말을 이어갔다.

“리치 이리크, 너의 말을 인정한다. 분명 군주의 증표가 느껴지지만 미약해. 하지만. 지금껏 같이 있는 동안 그 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나는 저분이 지옥의 군단을 이끌 새로운 군주님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얼 보고 저자를 따라야 하지?”

“그 스스로 증명하실 거다.”

“……?”

밴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군단장들의 시선이 쏠려왔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감조차 들지 않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새로운 군주께선 교활한 도깨비들을 처단하고 싶어 하신다.”

‘……내가?’

“아자토스 님에게 거둬들여진 은혜도 잊은 채 군단을 배신하고 돌아선 도깨비들. 심지어 군단을 위협하는 우애한 그들을 스스로 처단하실 것이다. 어떤가? 그 정도면 새로운 군주님을 인정하겠느냐?”

“음…… 홀로 말인가. 그렇군. 지금 도깨비들의 세력이라면 아자토스 님 홀로 상대한다 해도 당해낼 수 없으시겠지. 알겠다.”

‘……뭐? 내 의견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결정을 내렸고.

그 순간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퀘스트-도깨비 사냥]

[지옥의 군단의 제1 군단장 비트레이는 아자토스가 사라진 순간 군단을 배신했다. 그는 자신의 하수인을 앞장세워 지옥에서 무시하지 못할 세력을 키워냈다.

이제 그의 세력은 지옥의 군단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그들을 처단해 지옥의 군단의 새로운 군주로 인정받아라.

모든 도깨비와 비트레이를 처리하라.]

[난이도 : ?]

“저희는 어떠한 도움도 드리지 않겠습니다. 군주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퀘스트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 *

“전투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성채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밴시였다.

지옥의 군단 역시 아직까지 충성을 맹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에게 따로 시선이 모이지는 않았고, 출입도 자유로워져 문을 열어주는 정도였다.

군단장들과의 대화를 나눈 후 어쩔 수 없이 도깨비들과의 전투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주현을 만나기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당장 도망갈 곳도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었다.

지옥의 군단의 힘을 빌려 도깨비들을 처리하고 주현을 만나 상황을 정리해볼 심산이었지만 그들이 원한 것은 나 홀로 도깨비들을 처단하는것이었다.

자신들의 군주.

아자토스의 뒤를 이를 새로운 군주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시험과도 같았다.

지옥의 군단을 물려받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였고, 이들을 등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였다.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당장의 위기를 헤쳐나갈 힘을 기르는 중이었던 것이다.

“후, 쉽지 않아. 이곳 몬스터들은 원래 이렇게 강한 거야?”

“다른 곳보다는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잘해내고 계십니다. 군주의 징표가 희미하지만 조금씩 강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 근데 너는 진짜 안 도와줄 거야?”

“군단장들과의 약속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

홀로 도깨비들을 처치하고 배신한 제1군단장을 처치해야 하는 상황.

그것은 비단 그들과의 전투뿐만이 아니었다.

일절 도움을 주지 않기로 한 밴시는 힘을 기르기 위한 전투마저도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성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찾아다녔고.

홀로 전투를 치르며 힘을 키워 나가는 방법 외는 없었다.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네크로맨서]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 - 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 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역병 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밴시 소환 Lv1-죽음의 시종 밴시를 소환합니다.]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3-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7-영혼을 태우는 불꽃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계속되는 전투는 힘이 들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자토스에 의해 언데드의 육체를 가졌을 때는 사용할 수 없었던 총기들과 마탄.

더군다나 원격제어 장치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이 가능했다.

이미 네크로맨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하수인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또한 익숙해져 있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적응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데스 나이트 소환!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또한, 끊임없이 모이는 코인들을 전부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에 투자했다.

그럴수록 언데드를 다루는 힘은 강력해져 갔고, 이제는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하는 것 또한 무리가 없었다.

“차렷! 열주우웅셧! 차렷!”

착. 착. 착.

그리고 구호에 맞춰 칼같이 행동하며 오와 열을 맞추는 하수인들을 보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순히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것은, 단순히 이들이 강한 하수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하수인들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배신의 여지도 있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아자토스의 하수인 시절 모든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였기에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이들을 훈련시켜 놓았다.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하나 번호 끝!”

검이 아닌 총기를 들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과 각종 수류탄과 보조 무기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 위자드는 신속하게 고개를 돌려가며 번호를 말했다.

매일 하는 인원 점검에 녀석들 또한 익숙해진 것이었다.

해골 병사와 스켈레톤, 구울 등의 하급 언데드를 소환하지 않은 채 모든 마나는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하는 데 사용했다.

다양한 전력을 구성할 수도 있었지만, 훈련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고 숫자는 매우 적은 편이었지만 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지옥의 몬스터들과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검이 아닌 돌격소총을 든 데스 나이트들이 앞장섰다.

선두에서 그들이 총알을 갈기면 뒤에 있던 스켈레톤 위자드들의 마법과 함께 각종 수류탄과 보조 무기들을 쏟아냈다.

그러면 가장 후방에서 쓰러질 것 같은 몬스터들을 골라 천천히 하나씩 마탄과 은탄을 날리며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전투가 이어진 것이었다.

단순히 다수의 하급 몬스터들로 벽을 세우고 공격을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투를 진행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이는데. 이리시 이제 안내를 해줘도 될 것 같아.”

“구, 군주시여 정말입니까?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깨비들의 세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아니야. 안내해 줘.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알겠습니다.”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생각되자 밴시를 향해 말을 건넸다.

진심으로 걱정을 내비치며 주춤하는 이리시였지만 이내 도깨비들에게 안내를 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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