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48화
“어떻게 된 거예요?”
침묵으로 가득찬 공기에 눈치만 보고 있던 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은 김낙현과 강성곤.
한눈에 보기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듯 붕대로 둘둘 말은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면목 없습니다.”
귀신의 숲에 함께 갔던 그들은 자신들만 마을로 돌아온 것이 마음에 걸린 듯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신우 씨…… 아니, 그보다 주현 씨와 민혁 씨는…….”
“…….”
“…….”
상황을 모르는 현지는 답답한 듯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들은 인상을 구기며 자책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입술만 깨물던 그녀는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이내 다시 방 안에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저희 잘못입니다. 찾는다고 찾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주현 님과 민혁 군. 강신우 그자도 발견하지 못했네.”
꽤 오랜시간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입을 열지않던 그들은 조심스럽게 현지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귀신의 숲에서 늑대 몬스터를 마주한 그들은 정신없이 전투에 임했고, 그때부터 상황이 꼬여갔다.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불어나는 늑대들을 상대하다 보니 함께 있던 모두는 뿔뿔이 흩어졌던 것이다.
무기를 휘두르며 마지막 자신들의 앞에 있던 늑대를 처리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안개 속에 자리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길을 잃은 건가요?”
“맞네. 하지만 곧바로 길을 찾을 수 있었네.”
“……?”
“어느 순간 안개가 전부 사라졌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들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그때 일어난 일이었다.
주위에 가득 차 있던 안개는 일순간 사라졌고, 그저 평범한 나무들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다른 이들을 찾기 더 쉬워진거 아니에요?”
“맞네. 처음에는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지. 이자를 금방 마주치기도 했고…….”
“무슨 문제가 생긴 거죠?”
현지의 물음에 강성곤은 김낙현을 힐끔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말끝을 흐리는 대답에 그녀는 무언가 눈치챘고 지체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음…… 숲을 쥐 잡듯 뒤져봤지만 몬스터들만 가득할 뿐이었네. 그리고…….”
“……?”
“이상한 걸 발견했네.”
“이상한 거라면?”
“흠…… 전투의 흔적과…… 그것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김낙현과 강성곤 모두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못했다.
다른 의미가 아닌 자신들이 발견했던 그것이 무엇인지 차마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들이 보았던 것은 현지와 민혁, 그리고 신우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전투의 흔적과 땅에 넓게 펴져 있는 구멍이었다.
“구멍이요?”
“구멍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네. 그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끝도없는 심연만이 가득했지. 그리고 그 안에는 영혼…… 같은 게 가득했네.”
“……영혼.”
“가까히 다가갈수록 마치 우리를 끌여들이려는 듯 손짓하며 다가왔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비명과 곡소리는 아직도 잊기 힘들구만.”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 있었다고 판단하는 거죠? 전투 흔적이라면 단순히 몬스터끼리의…….”
“총알 자국과 현지 님의 레이피어 자국을 확인했네. 의심의 여지가 없어.”
“…….”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이네.”
김낙은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는 듯 허공을 주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귀신의 숲에서 발견한 것을 설명하자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신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가 부리던 그 힘.
마치 귀신 같던 그 힘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숲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네. 결국, 우리밖에 돌아올 수 없었네.”
“……그렇게 된 거군요.”
그들은 다시금 고개를 떨구며 자책하듯 말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이후로도 귀신의 숲을 샅샅히 뒤져가며 현지와 민혁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안개가 걷힌 숲이었지만, 정보가 없는 숲은 여전히 길을 찾기 어려웠고 위험한 몬스터와 생명체들로 가득했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그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기에, 현지 또한 그들을 나무랄 수 없었던 것이다.
“제가. 제가 가보겠어요.”
“……? 어디를 말인가. 숲에 가보겠다는 건가?”
“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그들을 탐지할 수 있어요. 제가 숲에 간다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흠, 확실히.”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김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어차피 귀신의 숲에 다시 갈 생각이었기도 하고, 자네의 능력이면 주현 님과 민혁 군을 찾는 것도 수월하겠지. 회복이 되는 대로 바로 출발하세.”
“네…… 왠지 모르지만,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최대한 빨리 출발하고 싶어요.”
“마을에서 같이 갈 만한 인원들을 모아보겠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다른 이라면 모를까 주현 님과 민혁 군이라면 괜찮을 걸세.”
* * *
“도깨비?”
저 멀리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뛰어가는 생명체의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든 생각이었다.
인간과 비슷한 몸이지만 빨간 몸통과 이마의 돋아난 뿔은 상상 속의 도깨비를 연상케 했다.
“독특한 몬스터네.”
하지만 그뿐, 별다른 생각은 들지않았다.
멀리 있었기에 정확히 판별할 수는 없었지만 왜소해 보이는 육체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별의별 모습의 수많은 몬스터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아무리 독특하다고 한들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저 몬스터들 중에 한 종류일 뿐, 달려들지도 않는 몬스터에 관심을 줄 여유는 없었다.
곧바로 관심을 지우자, 달려가던 그것은 저멀리 사라졌다.
* * *
이곳에 온 지 이제는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체감할 수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파악할 뿐.
계속해서 주현을 찾아다니며 전투에 매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에 의해 소환할 수 있게 된 해골 병사와 구울은 직접적인 전투에 있어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해골 병사와 구울 그 자체는 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부족한 스킬로 인해 많은 수를 소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곳 가득 타오르는 불꽃에 의해 쉽게 망가지고 부서졌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해골 병사, 구울 몸을 막아!”
철컥.
소환된 해골 병사와 구울을 향해 소리치자, 명령에 복종하며 손으로 가리킨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사이 장전하며 떠오르는 무기들.
강력한 몬스터들이 팔을 휘두를 때 마다 순식간에 해골 병사와 구울들은 바스라졌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잠깐의 움직임을 멈춘 순간 하늘에 떠 있는 총구들에선 푸른 빛이 모여졌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든 마탄이 그들을 꿰뚫었다.
탕!! 타다다다탕!!
마탄이 향한 것은 몬스터들 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는 해골 병사와 구울까지 함께 공격한 것이었다.
마탄이 스치는 순간 그들의 몸은 부서지고 녹아버렸지만, 문제는 없었다.
“해골 병사, 구울 소환!”
삐거걱. 삐거거걱.
주변의 몬스터들을 전부 사냥한뒤 코인을 획득하고, 다시 주문을 외우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한 번의 손짓으로 몬스터들의 시체에선 해골과 구울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단순한 변화였지만 그로 인해 전투는 더욱 간편하고 안전해졌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속도는 익숙해지는 만큼 빨리고 있었고, 그만큼 코인 역시 빠른 속도로 모여갔다.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네크로맨서]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 - 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역병 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3-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3-영혼을 태우는 불꽃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휴우…… 드디어 3레벨 까지는 도달했어.”
이곳에 떨어진 후 주현을 찾는 것 외에 그 무엇도 할 수 있는것이없었다.
어떤 단서나 방향만이라도 알면 좋았겠지만, 그저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에 갈피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주현의 흔적조차 찾기는 어려웠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상대해가며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코인은 빠르게 모여갔고, 다시금 그 코인들을 전부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데 사용했다.
“스켈레톤 소환! 역병 좀비 소환!”
모든 코인을 쏟아부어 성장시킨 것은 역시나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이었다.
성장 시킬수록 강력해지는 언데드의 능력은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이 레벨3에 도달한 순간, 이번에는 해골 병사와 구울이 아닌 스켈레톤과 역병 좀비를 소환하며 외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시도해도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기대를 안고 부른 외침에 스켈레톤과 역병 좀비는 응답했다.
각각 해골 병사와 구울 보다 한층 강하고 단단한 그들이 땅 위에 일어선 것이었다.
“해골 병사, 구울 소환!”
변화는 그뿐이 아니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이 성장한 만큼 소환이 가능한 해골 병사와 구울의 숫자가 늘어났다.
마나가 충분하다고 느껴짐에도 레벨2에선 5마리가 최대였던 해골 병사와 구울은 한번의 소환으로 10마리 이상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또한 정보창 역시 변화가 있었다.
단순히 플레이어, 그중에서도 군인으로 표시되어 있던 직업란이 네크로맨서가 추가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