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46화
[해당 조건을 충족하여 죽음을 거부하는자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1-영혼을 태우는 불꽃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으…… 윽. 여기는?”
메시지창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눈을 뜨자 낯선 환경이 펼쳐졌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어째서 이곳에서 정신을 차린 것인지.
무엇하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허억. 허억. 숨이 막혀. 이 불은 뭐고, 이 빛은…….”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곤 휘몰아치는 화염뿐이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 작렬하는 불꽃들은 사방에 가득했고 그 위에서 눈을 뜬 것이었다.
분명 뜨거움이 느껴졌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양 손을 펼쳐 확인하자 보이는 것은 검은 기운.
얇은 그것은 온 몸을 둘러싸 불꽃에서 지켜주고 있었다.
‘이것이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효과인가.’
그제야 눈앞에 펼쳐져 있는 홀로그램을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당장 파악이 가능한 것은 온 사방에 불타고 있는 이것들이 바로 영혼을 태우는 불꽃이고, 죽음을 거부하는 자 스킬에 의해 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렇게 받아들였다.
“마치…….”
온몸에 펼쳐진 검은 기운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이내 집어삼켰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이 기분나쁜 에너지는 아자토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해 보였던 것이었다.
아자토스 그리고 프랑켄을 처치하고 얻은 스킬이었으니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다만, 사악하고 기분 나쁜 느낌에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깐, 주현 씨는?”
그 순간 번뜩 주현의 행방이 궁금했다.
강신우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가 알 수 없는 그 힘을 사용한 순간, 그녀는 나와 함께 영혼들에 의해 빨려들어 갔다.
지금 여기에서 눈을 뜬 것은 나뿐만이 아닐 터.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주위를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았기에 문득 걱정이 들었다.
“일단 그녀를 찾는게 우선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당장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할 순 없었지만, 빠져나가야 할 장소라는 것은 명확해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은 물론, 그것이 도리였던 것이다.
곧장 주현을 찾기 위해 출발하기 전 가방을 뒤적거리며 작은 펜던트를 꺼내 들었다.
“확인!”
[불가사리 껍질 펜던트-전설의 동물, 불가사리가 태어난 알의 껍질이 들어 있는 펜던트, 잘 가공되어 그 효과가 온전히 유지된다. 주위 불꽃들을 흡수하여 착용자를 보호한다.]
그것은 개구리 마을의 건이 아저씨에게 부탁해 제작했던 펜던트였다.
효과를 온전히 유지한 채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이용해 피노가 태어났던 그 껍질을 펜던트 안에 넣은 물건이었다.
피노의 껍질은 주위의 불꽃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작했던 것이고, 사용하기에는 지금만큼 적합한 장소는 없어 보였다.
마침 피노가 태어날 때 갈라진 껍질의 양쪽을 하나씩 하여 두 개의 펜던트를 제작했기에 주현을 만나게 된다면 그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후우우욱, 쏴아아아악.
망설일 것 없이 곧장 펜던트를 목에 착용했다.
그와 동시에 피노의 껍질의 효과가 발동되며 주변의 불꽃들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주변에 있는 화염에 어떠한 효과도 받지 않았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겠어.”
그제야 숨을 크게 내쉬며 답답했던 공기를 한껏 내뱉었다.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느껴졌던 뜨거움 역시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결 수월해진 움직임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어딘가에 있을 주현을 찾아 나섰다.
* * *
“끼에에엑!!! 끼에에엑!!”
“……뭐야 저것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찾기 시작하기도 잠시, 난관은 빠르게 닥쳐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동하던 와중 들려온 큰소리에 반응하며 반사사적으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온통 불타고 있는 땅과는 상반된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그곳을 유유자적 날고 있는 것은 거대한 새였다.
‘……익룡?’
꽤 멀리 있음에도 거대해 보이는 몸집은 평범치 않은 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붉은 깃털을 가진 새의 부리는 부딪힐 때마다 둔탁한 마찰음을 울리며 그 강도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이따금씩 하늘을 날던 녀석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불을 내뿜는 장면을 보며 몬스터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익룡의 형태를 한 몬스터는 검은 하늘을 지배하듯 날아다녔고, 반사적으로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젠장.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만.”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동하면서 확인했던 몬스터들.
그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불타는 땅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몬스터들은 어디에도 있었고, 그 모습 또한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철컥.
“후…… 일단 지나가려면 부딪혀 볼 수밖에.”
그 몬스터들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까맣게 타올라, 심밖에 남지 않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자리를 비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이동해야 할 길을 가로막은 몬스터들은 역시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쥐나, 다람쥐, 비버와 같은 설치류의 모습을 한 몬스터들의 등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총 네 마리나 되는 몬스터들은 바로 앞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영역임을 과시했다.
주현을 찾기 위해서도,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길을 지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공격해 올지 모르는 몬스터들을 보며 전투를 준비한 것이었다.
‘혹시 전투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저벅. 저벅.
전투의 준비를 마췄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지며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 발짝, 한 발짝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캬아아아악!!!”
“캬야야야악!!”
“크라르르라”
“카아아악!”
“……역시.”
하지만, 역시나 짜기라도 한 듯 인기척이 들리자 동시에 바라본 녀석들은 거대한 앞니를 내밀며 공격성을 드러냈다.
달려오는 녀석들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총구를 들이밀며 전투를 시작했다.
* * *
“후우, 후우. 아슬아슬했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숨겼다.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몬스터들과는 그 수준이 달랐다.
비버를 닮은 생김새에 얕봤던 이유도 있었지만, 확실히 상대해 본 결과 체감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마탄조차 함부로 뚫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그들의 가죽은 물론, 개체 하나하나의 공격력 역시 높았다.
부딪히는 순간 느껴지는 고통은 방탄 피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현저하게 느껴질 정도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보다 더욱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는 것.
주현조차 찾지 못한 지금 이 상황은 심각했다.
“……어쩔 수 없다. 이거라도.”
고심 끝에 생각난 것은 코인.
심현섭에게 전해줘야 할 마을 간의 거래대금이었다.
50%를 가지기로 한 5만 코인과 전해줘야 할 5만 코인 총 10만 코인이 존재했다.
물론 5만 코인을 제외하고는 전해줘야 할 코인이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죽고 나면 전해주지도 못하니…… 우선 사용하고 다시 모으는 방법으로 생각해야…….’
당장 목숨이 위태로울지 몰랐으니 우선은 모든 코인을 이용해 스킬들을 성장시키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었다.
단숨에 강해지는 방법으로 스킬을 올리는것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어보였다.
[내 손 안의 무기고 Lv7-Lv8 까지 필요 코인 350,000 코인]
[방탄 피부 Lv5-Lv6 까지 필요 코인 85,000 코인]
[지치지 않는 체력 Lv8-Lv9 까지 필요 코인 100,000 코인]
[끈질긴 생명력 Lv7-Lv8 까지 필요 코인 80,000 코인]
[트롤의 생명력 Lv3-Lv4 까지 필요 코인 90,000 코인]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1-Lv2 까지 필요 코인 100,000 코인]
“……음.”
곧바로 스킬을 성장시키기 위해 홀로그램을 펼치며 확인했지만 필요 코인에 말문이 막혔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은 10만 코인이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많은 코인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래를 통해 받았던 코인 역시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그동안 성장해 오며 필요로 하는 코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10만 코인으로는 한 개의 스킬밖에 올릴 수 없는 건가…… 어떤 게 효율이 좋으려나.”
나름 꾸준하게 성장해 왔고, 스킬을 올릴수록 강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껴왔으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시급한 것은 지금 성장시킬 스킬 중 어떤 것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가 문제였기에 신중하게 고민을 이어갔다.
“스킬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어.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 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역병 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3-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1-영혼을 태우는 불꽃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엇!”
천천히 스킬들의 효과를 하나하나 읽어보던 도중,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시체흡수를 포함한 언데드 계열의 스킬들에 사용 불가 메시지가 사라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