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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44화 (14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44화

“분위기가…… 꽤 많이 변했군요.

주현과 김낙현, 강성곤 그리고 개구리 인간 종수는 준비를 마친 뒤 지체하지 않고 출발했다.

아직 회복 중인 현지와 피노를 뒤로한채 우리는 곧장 귀신의 숲에 도착했다.

“…….”

“여기가 정말 귀신의 숲이 맞는 겐가?”

“이거 참, 놀랍구만.”

“개굴. 이 안개들은 다 뭐냐. 개굴.”

그들이 말하는 귀신의 숲.

신우의 모습을 한 그것이 피신한 그 숲은 어제와는 사뭇 분위가 달라져 있었다.

일반적인 풍경은 아닌 듯 주현과 강성곤, 김낙현 역시 숲을 보며 놀랏듯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인가 보군요,”

“맞네. 위험하다 판단했기에. 이 숲은 마을에서도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장소라네. 이런 현상은 보고 받은 적이 없네.”

“아무래도 신우의 영향이 있는 듯 합니다.”

“……음. 대체…….”

귀신이 나왔다고 하여 그들이 지칭하는 귀신의 숲.

그곳에 들어가기 전 멈춰서 바라본 모습은 안개로 가득했다.

스산함을 넘어 음산함이 넘실거리는 분위기는 그 이름에 꽤나 어울렸지만, 원래 이런 장소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변해 버린 신우와 귀도.

숲으로 들어간 그의 영향으로 변해 버린 것이라 예측하며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했다.

“이래서야,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주변을 살피는 것조차 힘들어 보입니다.”

“맞네. 무언가 튀어나온다 해도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겠어.”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어서 들어가세.”

“네.”

“알겠다. 개굴.”

분명 위험이 예상되었지만, 김낙현의 말대로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 보였다.

우리는 모두 각오를 다지며 귀신의 숲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이래서야 원, 보이는 게 하나도 없구만. 모두 조심들 하게.”

“떨어지면 안 됩니다. 누구 하나 멀어지면 찾는 거조차 쉽지 않겠어요.”

예상대로 숲에 들어섬과 동시에 사방에 가득한 연기는 주변의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까이 있는 동료들외에 그 무엇도 확실히 판별할수 없는 상황.

귀신의 숲에 피어오른 연기는 마치 뭉게구름처럼 사방에 가득했던 것이다.

‘현지 씨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친 현지를 데려올 수 없었기에 기어코 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말렸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녀의 탐지스킬 덕분에 지금껏 꽤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높은 수준의 탐지는 주위의 지형지물뿐만 아니라 근처의 몬스터 심지어 사람까지 판별해 냈기에 지금 당장 절실하게 느껴진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장 그녀는 없고 사방의 연기는 자욱하게 깔려 있으니, 아쉽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모두와 밀접하게 모여 이동을 계속해 갔다.

스스슥.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보이는 것이라곤 사방에 뭉게뭉게 피어난 연기들뿐.

바짝 곤두선 긴장감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모두가 같은 상태였고, 그렇게 이동하던 그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스스스스슥.

“잠시만요. 뭔가…….”

“왜 그러는가?”

“무, 무슨 일이냐? 개굴?”

멈칫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총구를 겨눴지만, 역시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이렇다 할 위협이나 변화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인기척을 느낀 듯싶었지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잘못 느낀 것인가?’

혹시나 하여 모두를 멈춰 세웠지만, 다른 이들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분명 나 외에 그 누구도 인기척을 느끼지는 못한 것이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아닐세. 조심할수록 좋은 거지. 무언가 이상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우리도 그렇게 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었기에 섣부른 행동을 할 순 없었다.

잠시 멈춰 세운 동료들에게 사과하자 오히려 강성곤의 칭찬이 돌아왔다.

그래도 혹시나 위협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던 그들은 다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이거야, 원……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네. 이 독특한 나무 몇 번이나 본 기억이 있어.”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놓인 것 같네. 더 이상 돌아갈 길조차 찾기 어려울 것 같아.”

만약을 대비해 지금까지 오는 길을 표시하며 이동했지만,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어떠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무와 안개로 뒤덮인 숲은 이동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같은 장소를 계속해서 돌고 있는듯한 의구심.

그리고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인기척은 계속해서 느껴졌다.

“엇! 개굴.”

“뭡니까?”

“저, 저기 뭔가 있다. 개굴!”

무작정 이동하기보다는 대책을 생각하려고 했던 그때 큰 소리가 들려왔다.

개구리 인간 종수의 손가락은 안개 속을 가리키고 있었고, 일제히 그곳으로 시선이 모였다.

“저기에 뭐가……! 적입니다!!”

철컥. 두두두두두두.

그의 손가락을 따라갔지만, 그저 뿌연 연기만이 가득했다.

그가 착각했다 생각되려는 순간 연기 속에서 두 개의 붉은빛이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빛은 분명 눈으로 보였고 곧장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

* * *

“무, 무슨 일인 겐가?”

“몬스텁니다! 준비하세요!”

김낙현의 질문에도 여전히 총구는 안개 속을 쉴 새 없이 견제했다.

그 속에서 점점 늘어나는 붉은 빛은 한둘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늑대?”

조금씩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난 것은 늑대.

은색의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 무리였다.

붉은 두 눈을 가진 늑대 형태의 몬스터들은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주위를 배회했고, 우리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한둘이 아니구만. 늑대라니…… 이 숲에 늑대는 없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어서 전투 준비하게!”

당장에라도 공격해 올 것만 같은 늑대들의 숫자는 족히 열은 넘어 보였다.

은빛의 털을 가진 그들은 안개 속에 몸을 숨기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고, 우리는 원의 형태로 모여들며 그들을 견제했다.

탕!!!

“컹컹컹컹!!!”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우리의 주변을 빙빙 돌던 늑대 무리는 순식간에 덮쳐왔다.

일순간 동시에 뛰어오른 녀석들을 보며 반사적으로 총구에선 마탄이 발사됐다.

그렇게 쉴새 없이 장전을 이어가며 전투가 시작됐다.

철컥. 탕!! 탕!!

나를 노리며 달려오고 있는 늑대 중 한 마리의 이마에 마탄을 쏘며 달려갔다.

전투의 시작을 알린 마탄은 녀석의 머리에 명중했고, 주위에 있던 늑대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늑대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들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

탕! 탕! 탕! 탕!

계속해서 늑대들을 겨냥하며 방아쇠를 당겼지만,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신들의 유리한 위치를 아는지 안개 속에 몸을 숨겼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원격제어를 이용한 모든 총기를 공중에 띄운 채 마탄을 발사했지만, 푸른빛의 총탄은 늑대들을 빗나갔고 그것은 곧 공격을 허용하게 만들었다.

컹! 컹! 컹! 컹!

거대한 이빨을 들어 올린 늑대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것이었다.

몸집에 비래한 늑대들의 이빨은 크고 날카로워 마치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사방에서 정신없이 동시에 공격을 시도하는 늑대들의 이빨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으랴랴랴랴!!! 어디서 감히!”

“누굴 물려고 하는 게냐!!”

강성곤과 김낙현, 그들의 저돌적인 전투는 여전했다.

각자의 거대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다가오는 늑대들을 사정없이 내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

주현 역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자신의 전투를 이어갔고, 그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그녀의 행동이 이어질수록 주변의 늑대들은 피를 뿜어대며 도망치기 바빴다.

“개…… 개굴. 오지 마라! 개굴!”

유난히 개구리 인간 종수에게 늑대들이 모인 것은 의아했지만, 그 역시 걱정과는 달리 잘 대처했다.

자신의 검, 수도를 양손에 들어 올린 그는 다가오는 늑대들을 견제하며 자신의 몸을 톡톡히 지켜냈다.

‘문제는…….’

모두 갑자기 나타난 늑대에 당황하지 않고 순조롭게 전투를 이어갔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전투가 이어질수록 모두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연속되는 늑대들의 공격에 한곳에 모여 있을 수만은 없었고, 각자의 전투에 집중하다 보니 점점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랴랴라!!”

“이야얏!!”

어느새 벌어진 거리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각자의 소리만 들려올 뿐, 자욱한 안개로 인해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합류한 것으로 보이는 다섯 마리의 늑대가 전부였다.

“컹! 컹! 컹!”

“크르르르르.”

“컹! 컹!”

안개 속에서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기에 당장에라도 그들에게 가려 했지만,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젠장. 덤벼라!”

이 녀석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이동하긴 불가능.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흥분한 늑대들은 무작정 달려들었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댔다.

수많은 마탄이 연속적으로 늑대들을 난사했지만, 녀석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피로 물든 늑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난폭해졌고, 과감한 공격을 이어갔다.

“으윽. 젠장.”

예측할 수 없는 녀석들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거대한 이빨이 살을 파고들며 공격을 허용했다.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점점 동료들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 * *

“허억. 허억. 젠장. 모두 어디로 간 거야…….”

계속해서 긴장한 상태로 있었던 탓일까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휴식을 취했다.

체력의 소모는 극심하게 이뤄졌고 어느새 숨을 헐떡일 정도였다.

늑대에게 물린 상처는 천을 묶어 임시로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뿔뿔이 흩어진 것인지 주위에 있던 동료들 누구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소리 칠 수도 없고…… 난감하군.’

주위에 가득한 늑대의 시체를 살펴보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는 동료들이었지만, 차마 소리칠 수 없었다.

소리를 듣고 동료들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어디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곳 역시 늑대들의 다른 무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혼자서 이보다 더 많은 무리를 만난 것을 염려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안개에 가려진 시야에 최대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갔다.

그때 안개 속에 가려진 남성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성곤 씨? 낙현 씨?”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불러보았지만, 대답 없는 실루엣.

천천히 다가간 순간, 그의 모습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강신우.”

“…….”

거대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그는 분명 강신우였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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