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43화
“무슨 일입니까? 신우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겁니까?”
“모, 모르겠다. 개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개굴.”
“현지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같이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지금 신우를 막고 있다. 개굴.”
“그를 제압하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버린 겁니까? 남아 있는 힘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젠장,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다급해 보이는 개구리 인간 종수의 모습에 상황을 물었지만, 그는 당황한 듯 횡설수설했다.
당장 신우를 격리하고 있던 그 장소로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대화하고 있던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들 역시 함께 일어섰다.
“아닙니다. 굳이 같이 안 가셔도…….”
“아니요. 저희 마을 일이니 함께 가겠습니다.”
또다시 벌어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미안함을 감출 수 없어 함께 가려는 그들을 말려보았지만, 주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대처했다.
의미 없는 실랑이를 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에 곧장 앞장서는 개구리 인간 종수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여기다. 개굴.”
“네, 알고 있습니다.”
수련장을 빠져나와 곧장 신우가 머물러 있던 건물 앞에 멈춰섰다.
건물 내부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음산한 기운은 익숙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신우가 검을 집은 겁니까?”
“……마, 막을 수가 없었다. 개굴.”
온몸이 털이 쭈뼛 설 만큼 스산한 기운은 신우가 자신의 검, 귀도를 들었을 때의 느낌과 동일했다.
옆에 있는 그에게 물어보자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
생각보다 상황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쿠쿵.
그때 건물의 내부에서 거대한 소리가 퍼져 나왔다.
머뭇거릴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듯 무언가 파괴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현지 씨가 신우를 막고 있다고 했죠?”
“맞다. 개굴.”
“어서 들어갑시다.”
거칠게 건물의 문을 열어 재끼며 안으로 들어갔다.
타다다다.
뒤이어 들어오는 이들의 발소리는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한 듯.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도착하자 보인 것은 쓰러져 있는 그녀였다.
“젠장. 현지 씨!”
쓰러져 있는 현지를 살펴봄과 동시에 깨진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뛰어가는 신우의 뒷모습이었고, 그의 손에는 역시 귀도가 들려 있었다.
“현지 씨 괜찮아요?”
“으윽, 네 살짝 다친 거뿐이에요. 어서 신우 씨를…….”
“종수 씨. 일단, 현지 씨를 부탁합니다.”
“아, 알겠다. 개굴.”
쓰러진 현지에게 다가가 살펴보자 다행히 그녀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신우에게 베인 듯 피가 새어 나왔지만, 큰 부상은 아닌 듯했다.
너클을 착용한 그녀는 깨어난 신우를 막기 위해 전투를 치른 것으로 보였다.
“주현 씨 저랑 함께 가지죠. 부탁합니다.”
“예.”
개구리 인간 종수에게 그녀를 맡기며 고개를 돌린 것은 주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부탁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문으로 몸을 던진 신우를 쫓기 위해 바로 그녀와 함께 건물을 뛰쳐나갔다.
“이쪽입니다!”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신우가 뛰어간 방향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거리는 꽤나 벌어진 이후였다.
저 멀리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속도를. 분명 남아 있는 힘은 없었는데.”
주현은 달려가는 신우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들이 데려온 그는 모든 힘을 소진한 채 쓰러진 상태였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묶여 있던 쇠사슬을 풀어내는 것도 모자라 현지를 제압하고 뛰어갔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걱정하지 마세요.”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말을 꺼낸 주현은 레이피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뛰어오르자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팡- 팡- 팡-
공기를 디딤발로 삼아 쉴새 없이 달려 나간 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신우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혼자 남아버린 상황에 당황하기도 잠시, 곧바로 그들을 따라나섰다.
* * *
마을을 빠져나와 계속해서 뒤를 따라가자 멈춰선 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숲 앞에 멈춰선 신우와 주현은 서로의 무기를 들어 올리며 대치했고, 당장에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만두세요.”
“…….”
“공격을 해온다면, 저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
그녀는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는 신우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그는 그것이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말을 건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래 보이는군요.”
겨우 따라잡은 그녀의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네자, 그녀는 그에게 눈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호흡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
그때 멈춰선 그가 천천히 자세를 바꿔 잡았다.
그가 취한 자세는 독특하며 익숙한 그것의 자세는 바로 멸살.
트롤킹을 단숨에 해치웠던 그 기술의 자세를 잊기는 힘들었고, 그는 지금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무례는 허락하지 않는다. 아자토스의 하수인들이여…….”
“……!”
“……뭐?”
신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귀를 의심하며 주현을 확인해 보았지만, 그녀 또한 놀란 토끼 눈을 하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으윽.
잠시 우리가 주춤한 사이, 그는 숲속으로 들어가며 자리를 회피했다.
그를 따라 숲으로 향하려는 순간 그녀가 팔을 붙잡았다.
“……이 이상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숲은 너무 위험합니다. 저희 둘이서 들어간다고 한들, 다시 나오기는 힘듭니다.”
“…….”
“그는 많이 지쳤어요. 공격을 거두고 도망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요.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마을에서 준비를 한 뒤 다시 와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신우가 들어간 이 숲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했고.
단호하게 그곳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다.
이곳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녀 정도의 강자가 두려움을 표할 정도의 장소였던 것이다.
그렇게 신우를 쫓는 것을 포기한 채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 * *
“신우 씨는 어떻게 됐어요?”
“……놓쳤습니다.”
마을로 돌아오자, 그새 치료를 마친 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질문을 쏟아냈다.
신우에게 베인 듯 온몸 곳곳에 붕대를 칭칭 감은 그녀였지만, 그래도 그가 걱정되는 듯 물어온 것이었다.
“놓치다니…… 그럼.”
“……신우가 있는 위치는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럼 어째서 돌아온 건가요. 지금이라도 당장.”
“아, 안 된다. 개굴. 일단 쉬어라. 개굴.”
그녀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 행동하자 개구리 인간 종수가 그녀를 막으며 다시 자리에 앉혀놓았다.
뭐라 변명하지 못한 채 말을 아끼자 나선 것은 주현이었다.
“……그는 귀신의 숲으로 갔습니다.”
“귀신의…… 숲이요?”
“주, 주현 님. 그게 사실입니까? 귀신의 숲이라면…….”
“……네.”
모여 있는 모두의 시선은 주현에게 모였고, 반응은 갈라졌다.
모르겠다는 표정의 우리와는 반대로 김낙현과 강성곤은 크게 놀란 듯 당황했다.
귀신의 숲.
아무래도 신우가 들어간 그곳을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위험하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 듯 그들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곳입니까? 그 귀신의 숲이라는 곳은…….”
“저희 임의대로 붙여둔 이름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입니다. 귀신이 나오는 숲입니다.”
“귀신이라니…….”
신우가 들어갔던 그 숲에 대해 질문하자 주현이 대답했다.
진지한 그녀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농담이라 여겨지지는 않았다.
터무니없다고 느끼기에도 지금껏 겪어왔던 상황들이 있었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귀신의 숲으로 들어갔다니. 이거 곤란하게 됐네그래.”
“그렇게 위험한 곳입니까?”
“음, 우리 마을에서는 공식적으로 그곳의 출입을 금지시켜 놓았다네.”
“……이유가 뭡니까?”
“처음에야 우리도 그곳을 탐사하려 했지만, 그곳에 들어간 인원은 돌아오지 않았네. 단 한 명도 말일세.”
“…….”
“심각성을 깨닫고 마을의 최강자만을 모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갔지만, 그곳에 들어간 순간 모두가 보았네. 귀신을…….”
“……귀신이라.”
“어떤 강력한 공격도 스킬도 통하지 않는 녀석들이었네. 흠……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는구만.”
귀신의 숲에 대해 설명해 주던 김낙현은 닭살이 돋아난 듯 자신의 양팔을 어루만지며 행동했다.
어떤 공격도 스킬조차도 통하지 않는다는 무언가가 나왔다는 그 말은 확실히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시켜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신우 녀석. 저희 동료입니다. 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주현 님도 말입니까?”
“네, 확인해 볼 것이 있어요…….”
어디까지 마을로 돌아온 것은 정비를 한 후 사람들과 함께 다시 그곳으로 가기 위한 것이었다.
신우를 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가장 먼저 주현이 자신 또한 함께할 의사를 밝혔다.
김낙현과 강성곤은 선뜻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놀란 듯 물었지만,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신우가 우리에게 건넸던 그 한마디.
어째서 주현과 나에게 아자토스의 하수인이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 역시 그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 저도 가겠어요!”
“……현지 씨도요?”
“아, 안 된다. 개굴.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개굴. 내가 대신 가겠다. 개굴.”
손을 번쩍 들어 올린 현지는 자신 또한 신우를 구하러 가겠다며 나섰지만, 그녀를 막아선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내리며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한 것이었다.
상처의 치료를 받은 그녀였지만,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신우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다 보면 상처는 벌어지고 덧날 것이 분명했다.
“네, 현지 씨는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종수씨가 같이 가는 거로 하겠습니다.”
“……네.”
“개, 개굴. 알겠다…….”
아쉽지만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자 그녀는 포기한 듯 풀이죽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개구리 인간 종수 역시 자신의 의견이었지만 막상 내키지 않은 듯 기어가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주현 님이 가는데 우리도 빠질수 없지. 우리도 함께 가겠네.”
“그럼. 당연하지. 함께하세나.”
마지막으로 김낙현과 강성곤 역시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오며 그들 역시 함께하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