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41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고요? 그럼 서울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입니까?”
“……애석하게도. 맞네.”
뜸을 들이듯 돌아온 대답에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서울로 가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원활하게 풀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크나큰 착각에 불과했다.
이들이 말하는 서울은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없는 겁니까? 찾아오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을 텐데요? 그럼…… 서울 주변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들은 서울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쫓아낸다네. 심한 경우 사살조차 서슴지 않고 실행하지. 그렇기에 서울의 주변은…….”
“……?”
“죽은 도시라 불리고 있다네.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순 없을 게야. 건물도 사람도.”
“서울에서 나가려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왜 없었겠는가. 드물기는 했지만, 간혹가다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었지. 화이트에서는 그들을 개의치 않고 보내줬지만, 결국은…….”
“사살한 겁니까?”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로 추정하네.”
그에게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는 충격적이었고,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점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신들은 어떻게?”
“그렇군. 어째서 우리가 서울이 아닌 이곳에 무사히 있는지 궁금하겠구만.”
“네.”
“말했다시피 우리는 화이트에 소속되어 있었네. 세상이 바뀐 후 새롭게 생겨난 능력, 스킬을 인정받아 화이트에 스카우트된 것이었네.”
“아무런 의심 없이 승낙한 겁니까?”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넘쳐나고 사회는 붕괴됐으며 모든 이들은 혼란에 빠졌었네. 그때, 그들은 단숨에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살아갈 방법을 제시했지. 새로운 직장과 돈을 준다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네. 모든 것을 잃은 그때, 때마침 나타난 구원에 의지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구만.”
“…….”
“그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지. 장소는 달랐지만 같은 상황을 겪었으니 자네도 잘 알 거라 믿네. 자네라면 당시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이 들었네. 우리가 맡은 임무는 서울을 방어하는 벽을 지키는 것이었네.”
“몬스터로부터 말입니까?”
“……몬스터뿐만 아니라. 그 대상은 외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네.”
“서울에 들여보내 달라 애원하는 이들을 공격한 적이…….”
“어쩔 수 없었다곤 하지 않겠네. 변명의 여지가 없어. 무어라 비난해도 달게 받겠네.”
“……그래서 탈출하신 겁니까?”
“맞네. 한동안 그것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자위했지만, 그들의 방식은 너무나 공격적이고 과격했어. 우리는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네.”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요?”
“모든 것은 계획적이었지만 한편으론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네. 뜻이 맞는 우리는 탈출을 생각했을 때 방벽에 처음으로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네. 처음 보는 거대하고 강력한 몬스터에 모두가 혼비백산할 때 우리는 죽은 척 연기를 했고, 그렇게 빠져나온 것이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군요.”
“맞네.”
“사람들을 도와주는 용병 일은 당시의 죄책감 때문에 하는 것이겠군요.”
“부정하지 않겠네. 그렇게라도 죗값을 치를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을 걸세.”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이상하리만큼 강했던 이유도,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사람들을 도와주는 용병 일을 도맡아 한 것조차도.
단순한 호의나 정의감 때문이 아닌 그들이 과거 행했던 악행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비난의 여지는 없었다.
나 역시 이들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서울로 간다고 했지?”
“예.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서울을 간다고 한들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사실 자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네.”
“제안 말입니까?”
조용히 눈을 감고 듣고 있던 강성곤은 그제야 눈을 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진지한 표정의 그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입을 천천히 땠다.
“자네가 말했듯이 지금 서울로 간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걸세. 그 주변의 몬스터들은 이곳보다 더욱 강력해. 그들을 뚫고 도착한다 해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네들을 공격할 화이트뿐이네.”
“……그래 보이는군요. 뭔가 생각이 있는 겁니까?”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는가?”
“……네? 마을에 들어와 살라는 말을 하는 겁니까?”
“그런 의미가 아닐세. 사실…… 음…….”
“……?”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 말을 아끼던 그는 옆의 주현의 눈치를 보았고, 그녀가 끄덕이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계획은 따로 있네. 바로 화이트를 공격하는 거네.”
“……서울을 공격하겠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자네의 자유지. 우리는 화이트를 공격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네.”
“하지만 어째서 저희를…….”
“자네와 자네의 동료들. 그들의 힘은 지난 언데드와의 전투에서 충분히 확인했네. 그대들이 함께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해.”
그가 조심스럽게 꺼낸 주제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서울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화이트를 공격한다.
그것은 곧 서울을 공격한다는 의미였기에,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고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서울을 지켜주고 있는 것 아닙니까. 공격을 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시킬 뿐입니다.”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낸 것이었다.
다소 강압적이고 잔혹한 방식이었지만 화이트는 사람들을 몬스터에게서 지켜내고 방어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힘이 없고 좋은 능력을 얻지 못한 자들은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죽어 나갔다.
생존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이라 판단된 것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네.”
“……?”
하지만 역시 무언가 있는 듯했다.
강성곤이 말하려 하자 그를 막아선 것은 그동안 입을 막고 있는 주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설명하겠다는 듯 자세를 고쳐앉으며 입을 열었다.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 변했는지 아시나요?”
“……화이트 때문이라 말하고 싶은 겁니까?”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뭘 본 겁니까?”
“서울의 중심, 그러니까 화이트의 본거지에는 거대한 마나스톤이 있습니다.”
“마나스톤?”
“형체도 모양도 없는 거대한 푸른빛을 띤 에너지. 우리가 사용하는 마나의 원천이 된다고 하더군요.”
“마나석…… 같은 겁니까?”
“마나석, 그것은 화이트에서 마나스톤을 본떠 만든 복제품에 지나지 않아요. 그 강렬한 에너지를 보고 있자면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걸 어디서.”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나스톤을 발견했고 오랜 연구 끝에 그것을 발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게…… 설마.”
“네, 세상이 변한 그날입니다. 그들은 마나스톤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힘을 가졌다고 설명했어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럼 지금 다른 세계와 연결이 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이 변했다는 겁니까?”
“요약하자면 그렇군요. 다른 세계에 살던 생명체 그것이 바로 몬스터들인 거죠.”
“그럼 이 스킬들은 뭡니까? 그것도 화이트에서?”
“아니요. 그들 역시 스킬이 생겨났을 땐 당황하는 것을 봤습니다. 현재까지의 추측으로는, 세상이 변함에 따라 인간들 스스로 진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
“홀로그램을 열어보시겠습니까?”
“정보창 말입니까?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사용 불가)]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 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 불가)]
[역병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사용 불가)]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3-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자 Lv1-?]
그녀의 요청에 따라 정보창을 외치자 눈앞에 홀로그램창이 펼쳐졌다.
“모든 정보와 스킬들이 표시되는 그것 역시 마나스톤에 의해 생성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문제는 마나스톤을 발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연료입니다.”
“그게 뭡니까……?”
“인간의 영혼.”
“……!”
“막대한 인간의 영혼을 소비해 그것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죠. 서울 주위의 도시들을 죽은 도시라 부른다고.”
“그…… 그들을 전부 제물로 바쳐서?”
“……그들의 목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나스톤의 힘은 절반조차도 발휘되지 않았고 더 큰 희생이 필요할 겁니다. 그들은 대피소를 만들었다며 사람들을 모여들게 만들어 제물로 삼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접 전역으로 찾아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목적이 뭡니까?”
“마나스톤을 완전히 개방시켜 그들이 원하는 파라다이스. 즉, 이 지구를 다른 세계와 완전히 동화시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