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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38화 (13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38화

“신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굳은 표정의 그녀는 불안한 눈빛을 숨기며 고개를 떨구었다.

“어디에 있죠?”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신우의 행방을 묻자 따라오라는 듯 앞장섰다.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움직이려 하자 불편함이 몰려왔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걸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것은 치료가 덜 되었다거나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말해준 대로 이곳에 치료 계열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대단하군.’

내색하지 않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뼈가 으스러지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던 몸 상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눈꺼풀을 깜박이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전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던 것은 나 자신이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롤킹에게 당했던 부상과 상처들은 깨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는 하지만 완벽할 정도로 치료되어 있었다.

“네, 문제없습니다. 금방 적응 될 겁니다.”

그저 오랜 시간 근육을 움직이지 않았기에 느껴지는 약간의 증상들이었다.

단순한 현상들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회복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곧바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굳어 있던 몸을 풀어줬다.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잠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준비가 다 되었다는 의미로 쳐다보자 다시금 앞장섰다.

끼이익.

그녀가 문고리에 손을 올려두며 돌리자 오래된 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뛰따라 나서자 눈이 부시게 빛이 쏟아져 내렸다.

반사적으로 손날을 펼쳐 눈을 보호했고 점점 적응이 되며 주변의 풍경이 보여졌다.

“여기가…….”

“네, 흔히 말하는 속칭 용병 마을이에요.”

그녀는 이미 내가 누워 있던 3일동안 마을에 익숙해진 듯 거침없이 발길을 이어갔다.

다양한 건물들과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이미 지난 언데드와의 전투에서도 스친 적 있던 익숙한 얼굴들이 종종 보였다.

“음…… 생각보다…….”

“평범하다고요?”

“아, 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을을 살펴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그녀가 끼어들며 대답했다.

살며시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의 말처럼 생각보다 평범한 마을.

모두 하나같이 괴물 같았던 용병 마을 사람들은 지금 와서 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고, 주위의 건물들 역시 그저 평범할 뿐이었다.

“사람 사는 게 다를 게 없더라고요.”

주현이나 강성곤, 김낙현처럼 강한 사람들만을 보아서였을까.

마을 대부분이 다른 이들을 도와주며 보상을 받는 용병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을까.

매일 몬스터들과 전투하며 거칠고 강렬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상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해 보였다.

심현섭의 마을이나 개구리 마을 사람들과 비교해도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그 생활방식이나 환경 등 자세히 파고들진 않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전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아…… 그렇겠네요.”

“밤에는 완전히 깜깜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재혁 씨를 부른 이유가 있었어요.”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재혁 씨는 숲에서 트럭을 가져오고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마나를 이용해 전기를 이용한다는 그것 말이죠?”

“네, 마을 전체에 적용시킨다고 해요.”

지금 당장은 어떤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확실히 심현섭이 이끌던 마을과는 다른 점이 보였다.

바로 전기가 없다는 점.

세상이 변하기 전 이미 만들어졌던 건물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 어디에도 형광등이나 전구 등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없었다.

밤이 되면 불을 피우는 방법으로 생활할 수 있겠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을 터.

각종 편의 시설부터 가구 하나하나까지 단순히 전기가 없는 것만으로 엄청난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재혁의 존재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군.’

전투 능력이 전무했기에 지금까지 그가 도움이 되는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거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그가 죽기라도 한다면 곤란했기에 항상 그를 지켜주며 전투에 임해야 했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짐덩이에 불과해 보였던 그였지만,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마나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그의 능력.

이미 석유가 아닌 마나를 이용해 차를 움직이게 하는 그의 스킬을 확인한 바 있었기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그 스킬을 이용하면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이는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지의 화염 스킬이나 신우의 발도, 내 손 안의 무기고까지 대부분 스킬은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었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던 것이다.

물체나 시설에 그가 스킬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면 누구든 그것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전투 능력보다 더 대단한 것을 가졌네요.”

“그러게요. 지금 세상에선 가장 필요한 존재일지도…….”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한 건물 앞에 멈춰섰다.

슬쩍 그녀를 바라보자 굳어 있는 표정은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신우가 있는 겁니까?”

“……네.”

회색빛의 조그마한 건물을 살펴본 뒤 멈춰선 그녀에게 질문하자, 힘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가보죠.”

“네, 따라 들어오세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느껴지는 것은 평범한 가정집.

하지만 어째서인지 커튼을 이용해 모든 창문을 막아둔 건물안은 새어나오는 빛으로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동할수록 올라오는 먼지 냄새는 이곳이 오랫동안 방치된 장소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복층구조로 설계된 건물의 내부였고,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오르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어, 왔냐. 개굴.”

“종수 씨!”

“무사히 일어났구나. 개굴. 다행이다. 개굴.”

“여기서 뭐 하는겁니까?”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개굴.”

“지켜요?”

그곳에 있던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

방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가 인기척을 느낀 듯 우리를 발견하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양손에 자신의 검, 수도를 들고 있었다.

전투상황도 아닌 지금 그의 행동이 의아해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에 신우가 있는 겁니까?”

“네…… 어쩔 수 없었어요.”

“…….”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옆에 있던 그녀에게 묻자 이번에도 돌아온 것은 자신없은 대답뿐이었다.

“들어가 볼 거냐? 개굴?”

“네.”

“알겠다. 개굴. 혹시 모르니 가까이 가지는 마라. 개굴.”

“…….”

끼이이익.

들어가길 망설이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방안의 문을 열었고, 조심스레 그곳으로 들어갔다.

“……이, 이게 대체.”

“우리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개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강신우가 보였다.

좁은 방안에 놓여 있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녀석.

하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철컹. 철컹.

“크르르르르르”

철컹. 철컹.

그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마치 짐승의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지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포박해 둔겁니까?”

“보시다시피. 개굴. 몇 명이 다쳤는지 모른다. 개굴.”

“……그렇군요.”

눈앞에 있는 신우는 양팔과 다리까지 전부 쇠사슬에 묶여 침대에 포박당해 있었다.

천을 이용해 시야까지 차단해 그는 완전히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검을 놓았는데도 저 상태인 겁니까?”

“마을 사람들이 모여 어찌어찌 검을 떼어놨다만, 개굴. 그 순간 저렇게 변했다. 개굴.”

“마치…….”

“몬스터처럼 변했다. 개굴.”

살펴본 그의 손에는 귀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개구리 인간 종수의 말에 따르면 그가 기절해 있던 순간, 손에 쥐어져 있던 귀도를 억지로 빼앗았고 그와 동시에 저렇게 변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머리에 돋아난 뿔이며, 짐승 같은 울음소리, 난폭한 행동까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내뱉으려는 순간 개구리 인간 종수를 보며 말을 아끼자 그가 대신 대답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아니다. 개굴. 그보다 방법이 있겠냐. 개굴?”

“……잘 모르겠습니다.”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종수에게 미안함을 전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하며 대답했고 강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신우가 변한 것은 몇 번 있었지만 모두 귀도를 놓아버리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지금 같은 상황은 경험해 본 적도, 변해 버린 원인이나 이유조차도 확실하게 알 수 없었기에 함부로 말하기 어려웠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습니다. 기운 내세요.”

“…….”

당장 강신우를 살펴보기조차 어려워 보였기에, 방 안을 나와 현지에게 다가갔다.

그를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녀였기에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장소는?”

“개굴. 마을에서 남아 있는 곳 중에 골랐다. 개굴.”

“그렇군요. 여기는 신우 혼자 있는 겁니까?”

“맞다. 개굴. 혹시 위험할지도 몰라서 어쩔 수 없다. 개굴.”

“잘했습니다. 다쳤다는 사람들은?”

“심각한 건 아니었다. 개굴. 지금은 모두 회복하고 멀쩡하다. 개굴.”

“저번 같은 수준은 아니었나 보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리고 개구리 인간 종수에게 궁금했던 점을 하나하나 물어보기 시작했다.

먼지 쌓인 건물부터 신우를 제압하다 부상을 당했다는 사람들까지.

그들이 신우에게 당했다기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귀도를 들고 있던 그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 듯했다.

“제가 만나서 사과라도 드려야겠습니다.”

“그게 좋겠다. 개굴.”

“주현 씨나 강성곤, 김낙현 이 분들은 마을에 있습니까?”

“모르겠다. 개굴. 그래도 어디에 있는지는 아니 알려주겠다. 개굴. 나는 이곳을 지켜야 해서 데려다주지는 못한다. 개굴.”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신우는 어떻게 할거냐? 개굴?”

“신우는…… 일단 기다려 보죠. 혹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당장 정신을 못차리는 신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지켜볼 뿐.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개구리 인간 종수에게 그들의 위치를 물어봤다.

“아니요. 저도 알아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저희 동료인데 같이 사과해야죠.”

조용히 듣고 있던 현지는 자신이 알고 있으니 안내를 해주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신우를 지키고 있는 개구리 인간 종수를 뒤로한 채 그녀와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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