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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34화 (13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34화

“크로아아아아!!!”

모든 마탄이 일제히 향한 순간 트롤킹은 포효했다.

“젠장, 아직 무리인가.”

하지만 쓰러지지 않은 트롤킹은 여전히 건재했고, 오히려 화만 돋운 듯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주위에 있는 10기의 총기들이 노린 것은 녀석의 인중이었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원격제어는 의도를 벗어났고, 트롤킹의 얼굴을 맞췄을 뿐이었다.

충격이 없지는 않은 듯 잔뜩 인상 찌푸린 녀석은 거친 포효와 함께 이곳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현지 씨라도 피해요!”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순간 그에 밑에 깔린 모든 것은 파괴되었고, 녀석을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이 노리고 있는 것은 명확했고, 그녀까지 말려들게 할 수 없었다.

“안 돼요! 어떻게든 같이…….”

“시간 없어요! 어서!”

퍽.

현지는 어떻게든 힘을 합쳐 트롤킹을 막아보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실랑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거대한 몸집을 이용해 뛰기 시작한 녀석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점점 더 가까워져만 왔다.

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거칠게 밀어내며, 달려가는 순간 녀석이 멈칫했다.

“발-도!”

“으랴랴랴랴랴!!!”

트롤킹이 비명을 사정없이 질러대며 고통스러워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강신우였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빠른 속도로 뛰어든 그는 단검을 찔러넣었다.

스킬을 외침과 동시에 신우가 단검을 찔러넣은 장소는 트롤킹의 인중, 녀석의 약점이었다.

“강신우!”

긴박한 순간에 나타난 신우의 모습에 놀라 소리쳤지만, 그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약점에 정확히 공격이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쓰러지지 않은 트롤킹의 왼손이 그는 잡아챈 것이었다.

신우를 잡아챈 트롤킹의 거대한 손엔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와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으아아아악!”

있는 힘껏 힘을 주는 트롤킹에 의해 신우는 으스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다시 한번 총기를 들어 올리는 순간,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슈우우욱 콰쾅!!!

“크랴랴랴랴랴랴!!!”

굉렬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던져진 무언가가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자 트롤킹의 손은 비어 있었고, 그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인중에서 피를 흘리는 녀석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고통에 찬 포효를 질러댔고, 멈출 생각 역시 없어 보였다.

거칠게 땅바닥에 신우를 내팽개친 녀석은 단숨에 뛰어올랐다.

들고 있던 몽둥이도 내려놓은 채 신우를 곁으로 다가간 녀석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마침내 그것을 내려찍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저, 저러다 죽겠어요!”

“젠장!”

더는 이쪽에는 관심도 없는 듯 이성을 잃은 트롤킹의 주먹질이 이어진 것이었다.

거대한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울려 퍼지는 굉음과 함께, 그 안에는 신우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명조차 들리지 않고 주변은 흙먼지가 피어올라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의 상태를 유추하기에는 충분했다.

퍽! 퍽! 퍽!

이미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트롤킹의 공격은 쉴새 없이 이어졌고, 멈출 기미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초전박살.

연속해서 울려 퍼지는 굉음은 우리를 공포로 물들이기에 충분했지만 더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안 돼…… 이래선…….’

흥분한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당장 트롤킹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강신우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닥칠 상황에 대해서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내 녀석이 향할 것은 인스턴스 던전에 갇혀 있는 우리가 될 것이 분명했고,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

트롤킹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 또한 죽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인중이 약점이 아닌 건가요?”

아직 완전하지 않은 원격제어로 인해 트롤킹의 인중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실패했지만, 신우는 아니었다.

어떻게 그가 녀석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스킬을 사용한 그의 공격은 정확히 트롤킹의 인중을 향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튀어나와 뛰어오른 신우에 의해 인중을 찔렸음에도 오히려 광폭하게 날뛰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질문한 것이었다.

“아니요. 아마 위력이 부족했던 게…….”

그녀가 트롤킹의 약점을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려던 순간, 돌아온 대답에 어떠한 말도 이을 수 없었다.

강신우가 목숨을 걸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 무기는 바로 단검이었다.

원래 사용하던 흑도에 비해 그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정확히 약점을 맞췄음에도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마탄은. 마탄으로는 충분하겠죠?”

“아마도…….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잠깐 대화를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트롤킹은 여전히 이성을 잃은 채 땅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강신우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우리를 발견하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우리를 구해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며 차분한 표정으로 현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럼 저도 같이…….”

“아니요. 제가 녀석의 시선을 끄는 사이 현지 씨는 신우를 구해주세요.”

“…….”

“……시체라도 구해주세요.”

혼자서 녀석을 상대하겠다는 말에 다시 한번 급구 말리는 그녀였지만, 이어지는 대화에 침묵을 유지했다.

이미 몇 차례 당한 신우였기에 눈앞의 상황을 목격한 우리는 은연중 그가 죽었을 그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을 처음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입술만 물어뜯던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에 했다.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세운 계획이었지만, 시도해 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트롤킹을 쓰러뜨리지는 못했지만, 분명 한 번에 쏟아부은 마탄은 녀석을 자극한 적이 있었다.

당장은 이성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녀석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마탄을 이용해 트롤킹의 시선을 끈 사이, 현지가 신우를 구해오는 것이 작전이었다.

탈라리아를 이용해 날 수 있는 그녀였기에 트롤킹이 이쪽에 집중하는 사이 신우를 빼내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고 나면 남게 되는 것은.

“녀석을 처리해야 한다.”

한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해내야 했다.

‘단기간에 원격제어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힘들어.’

하지만 역시 문제는 정확도.

공중에 떠 있는 10기의 총기들을 단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한 이후 꽤 비약적으로 그 숙련치가 성장하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트롤킹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사격 실력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가서 시도해 보는 수밖에.”

그러기 위해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원격조종되는 총기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더욱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것은 당연했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위험 역시 그전과 비교해보았을 때 더욱 커져만 갔다.

당연하게도 트롤킹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경우, 녀석이 가만히 있어 주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쉴 새 없이 휘두르는 공격을 피해가며 사격을 시도해야 하는 경우였기에, 무사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하기 어려웠다.

“……녀석이 발견하지 못하게 떨어지세요!”

“네!”

생각이 정리됨과 동시에 불안한 듯 멀뚱멀뚱하게 서 있는 현지를 보며 소리쳤다.

준비가 완료됐다는 의미였으며, 작전을 시작하겠다는 소리였다.

트롤킹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게 된다면 이 계획의 의미가 없어지기에 떨어지라 이야기했고, 그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는 듯 빠르게 이동했다.

자신의 신발인 탈라리아에 마나를 주입하자 공중에 떠오른 그녀는 순식간에 모습을 숨겼고 그사이 총기를 들어 올렸다.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남은 기회는커녕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했다.

긴장감으로 인해 벌벌 떨리는 손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진정시켰고, 마른침을 삼키며 집중했다.

다시 한번 주위에 보이지 않는 그녀를 확인하며 조준경을 통해 트롤킹을 확인했다.

퍽! 퍽! 쾅! 쾅!

“그만하고 여길 봐라!!!”

탕!- 탕!-

얼마나 쉴 새 없이 공격을 이어갔는지 땅이 움푹 팰 정도로 팔을 휘두르는 트롤킹이었고, 뒤돌아 있는 녀석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와 동시에 주위의 모든 총기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발사했다.

“크로아아아아!!!”

손에 들고 있는 총기까지 총 11개의 마탄은 정확히 트롤킹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고, 포효가 들려왔다.

그리고 공격을 멈춤 채 단숨에 고개를 들어 올린 녀석을 범인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시선이 마주쳤다.

“크르르르.”

자신의 동족마저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녀석의 행색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눈빛마저 매서웠다.

죽일 듯이 노려보던 녀석은 이내 옆에 놓여 있던 몽둥이를 다시 집어 들었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랴랴랴랴악!!”

온몸이 공포감에 짓눌렸지만, 기합을 질러대며 그것을 이겨냈고 달리기 시작했다.

트롤킹의 시선을 끈 것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남은 것은 녀석을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달리는 도중 총기를 장전하자 공중에 있는 모든 총기의 장전 소리가 이어졌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트롤킹을 향해 마주 보고 달리자 순식간에 서로는 가까워졌고, 녀석은 몽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쉬이이익 쾅!!!

“어림없다!”

탕!! 탕!!

트롤킹이 달려오는 가속도를 이용해 몽둥이를 내려찍는 순간, 몸을 뒤로 던지며 피해냈다.

그리고 곧장 방아쇠를 당기며 마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엄청난 힘으로 땅을 내려찍은 탓에 피어오른 흙먼지로 인해 그제야 녀석의 모습이 보였고, 그 속에는 거대한 팔뚝을 이용해 얼굴을 막고 있는 트롤킹이 있었다.

간단하게 마탄을 막아낸 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고, 그대로 자신의 얼굴을 막으며 공격을 시작했다.

“젠장. 이렇게 나올 줄…….”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모든 공격이 자신의 약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녀석이 시야를 포기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녀석의 공격이 바로 코앞에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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