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33화
트롤킹에게 달려 나간 피노의 뒤를 이어 우리 또한 공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높이를 뛰어오른 피노는 더 이상 트롤들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고, 곧장 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으며, 순간 들려온 굉음은 마치 바위와 바위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피노보다도 곱절은 거대한 트롤킹의 육체는 흔들리며 쓰러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중심을 잡아 세웠다.
거대한 힘의 충돌에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잠시, 우리 또한 각자의 무기를 이용해 공격을 시도했다.
탕! 탕! 탕!
주위의 나무들은 이미 전부 쓰러지고 넘어지며 더 이상 숲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트롤킹이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현상으로 그의 힘을 유추하기에는 충분했다.
녀석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거나 전투의 패턴을 파악하는 듯 그럴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모든 전력을 다해 녀석을 향해 공격을 쏟아부은 것이었다.
쉬이이익.
화아아악. 퍽. 퍽.
하지만 우리의 공격에 녀석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녀석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피노가 전부였다.
있는 힘 없는 힘을 쥐어짜며 쏟아부은 공격에 녀석은 반격을 하지도, 방어를 하지도 않았다.
관심조차 없는 듯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향해 연신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크르르르”
“크랴랴랴랴랴악!!!”
부우웅. 부우웅.
피노가 공격해 온 순간 트롤킹은 반응했고, 자신의 눈앞에 으르렁거리고 있는 짐승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녀석의 정면에 서지마!”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트롤킹은 눈앞의 피노를 향해 다시 한번 팔을 높이 들어 올렸고, 빠른 속도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단순한 공격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 풍압은 보통의 그것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을 넘어 피부로 느껴지는 강력한 풍압에 그 위력을 추측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스치기만 해도 제 몸을 추릴 수 없을 것 같은 그 공격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측면으로 이동해! 어서!”
“네, 알겠습니다.”
녀석은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분명 공격 범위 안에 속해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은 이어지고 있었다.
주위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모두를 향해 외침과 동시에 녀석의 주위를 빙 돌아 측면으로 이동했고, 신우와 현지, 개구리 인간 종수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캬야야야약!!”
“퓨랴랴랴랴랴!!!!”
그 순간 트롤킹과 대치하고 있던 피노는 다시 한번 뛰어오르며 공격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녀석 또한 그런 피노를 예의 주시했다.
철조차 가뿐히 씹어먹는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녀석의 어깨를 물려는 공격이 이어졌고, 그것을 눈치챈 녀석은 짐승 같은 굉음을 쏟아냈다.
“피, 피노야! 안 돼!”
하지만 트롤킹은 몽둥이를 들지 않은 반대의 손을 이용해 공중의 떠 있는 피노를 낚아채며 움켜쥐었다.
“크랴아아악!!!”
그 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거대해진 피노조차 고통을 참지 못하며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손으로 거대한 피노를 제압한 녀석은 이내 있는 힘껏 근육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그대로 던져 버렸다.
야구공을 던지듯 가뿐하게 던져 버린 것이었다.
콰과과광- 쿵.
“우리 피노가…….”
“안 돼요. 위험합니다.”
“하, 하지만…….”
믿기 힘든 속도로 던져진 피노는 사정없이 날아갔고, 주변의 쓰러진 나무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곤두박질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현지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고, 이성을 잃은 듯 달려가려 했다.
팔을 붙잡으며 그녀를 말리자 입술을 물어뜯으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 가면 둘 다 위험해질 뿐입니다!”
나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피노가 걱정되었지만,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트롤킹의 강력함은 우리의 상상을 더욱 초월했고, 녀석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강력한 무기를 넘어 마나를 이용한 스킬이나 마탄 조차 녀석에게 흠집을 내는 것 조차 불가능 했던 것이다.
“크르르랴!!!”
그녀를 말리며 트롤킹에게 떨어지는 사이, 다시 한번 듣기 힘든 포효를 한 녀석은 높게 뛰어올랐다.
몸집에 맞지 않게 높이 뛰어오른 녀석은 마치 거대한 건물이 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표정은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모두 자세 낮춰!”
콰광!! 쾅!!!
우두두두둑. 우직끈.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은 지진이라도 난 듯 거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을 이끌며 공중에서 뛰어든 트롤킹은 쓰러져 있는 피노를 향해 몸을 날렸고, 그곳에 뛰어든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피노의 위에는 트롤킹이 있었고,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 공격하며 피노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그때마다 흔들리는 땅은 지진이 난 듯하였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현지는 경악으로 물들었다.
“피노야!! 안돼!!”
“혀, 현지 씨!”
“이거 놔요! 더 이상 못 참아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는 피노를 더 이상 보고만 있지는 못하겠다는 듯이 자신을 붙잡는 손을 뿌리치려는 듯 바둥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녀가 그곳에 지금 가게 된다면 벌어질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기에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내, 내가 피노를 구하겠다. 개굴.”
“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그때 나선 것은 다름이 아닌 개구리 인간 종수와 강신우였다.
서로 각자의 단검을 움켜쥔 그들은 쓰러져 있는 피노를 구하겠다며 다가온 것이었다.
이미 그 힘을 다했는지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던 피노의 모습은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트롤킹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런 피노를 자신들 역시 보고만 있지는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안 돼! 너희라고 해서…….”
“걱정하지 마라. 개굴.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겠다. 개굴.”
“네, 이 병장님 피노만을 구해서 빠르게 복귀하겠습니다.”
“…….”
하지만 종수와 신우라고 해서 트롤킹에게 대적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말리려는 순간, 개구리 인간 종수가 말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신속한 스피드를 이용해 조그매진 피노만을 신속하게 구출해 내겠다는 말이었다.
더 이상 말린다고 하여도 들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함구하자 그들은 제멋대로 뛰쳐나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 이봐. 너희……!”
말릴 새도 없이 개구리 인간 종수의 등에 올라탄 강신우는 쓰러져 있는 피노를 향해 가버렸다.
“젠장. 저 녀석들…….”
* * *
쿵. 쿵.
이미 자신에게 패배한 피노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듯 더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 트롤킹이었지만, 공격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멈춰선 녀석은 주변의 나무나 땅, 트롤, 쓰러진 피노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끊임없이 공격을 날릴 뿐이었다.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던 녀석의 눈길을 끌은 것은 다름 아닌 신우였다.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그때 구해오세요.”
“괜찮겠냐. 개굴.”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다. 개굴.”
개구리 인간 종수와 함께 신우가 세운 계획은 피노를 구출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트롤킹 몰래 이동해야 했고, 개구리 인간 종수의 은신 스킬이 제격이었다.
강신우가 같이 이동한다면, 은신의 의미가 없었기에 그는 트롤킹의 시선을 끄는 것을 자처한 것이었다.
“이 돼지 같은 놈아! 여길 봐라! 발도!!!”
망설일 것 없이 계획이 잡힌 그들은 곧바로 트롤킹에게 다가가 계획을 실행했다.
은신으로 몸을 숨긴 종수가 피노에게 접근하는 사이, 정면에서 다가간 신우가 도발을 시전한 것이었다.
아무리 공격을 해도 끄덕하지 않는 녀석이었기에, 온갖 말로 모욕하며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신우는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단검을 뽑아 들며 공격을 시전했다.
“끄로아아아아아아!!!!”
단검에서 발생된 조그마한 검기는 트롤킹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데미지는 크지 않는 듯싶었지만, 녀석을 도발하는 데는 성공했다.
약이 바짝 오른 듯 포효한 녀석은 신우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패기 넘치게 나섰던 신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트롤킹을 보며 그제야 반대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녀석의 속도에 당황한 채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지 씨 저 녀석 약점을 확인할 수 있나요?”
“……네. 다른 트롤들과 다를 것이 없어요. 머리가 약점이에요.”
그런 신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었다.
이미 우리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질문했다.
“아니, 그보다 더 정확히요. 더.”
“네? 음…… 잠시만요. 그렇다면 인중?”
마탄조차 통하지 않는 트롤킹이었지만, 아무리 강한 녀석일지라도 약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한 포인트의 약점을 향해 모든 공격을 한 곳에 쏟아부으려는 것이었고, 시도해 볼 가치가 있었다.
약점을 파악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녀는 녀석의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무언가 발견한 듯 외쳤다.
“탐지 스킬에 녀석의 인중이 다른 곳보다 더욱 약한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네? 어쩌시려고…….”
자신의 탐지 스킬을 이용해 트롤킹의 약점을 파악한 그녀는 의아한 듯 물었지만, 총기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리고 공중에선 장전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무리인 것을 알았지만, 공중에 9개의 총기를 원격으로 조종하기 시작했고, 모든 총기가 장전되며 소리가 난 것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총기까지 총 10기의 총을 이용하며, 트롤킹을 노려보듯 쳐다봤고, 신우를 잡기 위해 이동하는 녀석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든 감각을 이용해 녀석의 약점인 인중을 노려보며 서서히 어깨에 견착하며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두었다.
‘후우우우. 마나를 조금씩 주입해서…….’
그리고 총기에 서서히 마나를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총기 안의 마탄을 향해 마나를 주입시킨 것이었고, 순식간에 마탄 10개 분량의 마나가 쑥 빠지는 것을 느끼며 집중을 이어나갔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트롤킹의 모습, 그중에서도 인중을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격이라면 자신이 있었고, 녀석의 인중이 조준을 통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총기의 내부에서 시작된 푸른빛은 공중에 띄워진 총기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나의 주위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던 총기들로 인해 주위는 온통 푸른빛으로 넘쳐났다.
방아쇠를 당긴 순간, 일제히 한 방향으로 발사된 푸른 마탄은 트롤킹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