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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30화 (13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30화

“저건…… 식물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풀숲에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는 것은 독특한 모양의 생물이 가득했다.

분명 식물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지만, 뿌리 부분의 그 모습은 인간의 하체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그것은 양쪽으로 갈라진 두 뿌리를 이용해 지탱하며 땅에 서 있었고, 자신을 보고 놀라고 있는 우리를 보며 경계하는 듯했다.

“몬스터인가……?”

아무리 두 눈 크게 뜨고 살펴봐도 일반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독특하다 못해, 괴기스러운 녀석들의 모습이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존재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세상이 변한 뒤.

그러한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났고 웬만한 것들은 몬스터나 스킬 등의 현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가려는 찰나, 이재혁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앞으로 나왔다.

“만드라고라입니다.”

“네? 만드라…… 뭐요?”

그는 눈앞에서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그것을 가리키며 설명했고, 독특한 이름에 반문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희 마을에서는 맨드레이크 또는 만드라고라로 불리고 있는 식물입니다.”

“음, 그거 원래 있는 식물 아닌가요?”

옆에서 조용히 그것을 듣고 있던 현지는 무언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해 왔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네, 맞습니다. 뿌리에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서 섭취하면 환각이나 최면의 효과가 있는 식물이죠.”

“하지만, 어째서…… 저걸 보고.”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다시한번 되물었고, 그것은 함께 듣고 있던 우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식물이라 보기에 저기에 있는 생물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심지어 뿌리를 다리처럼 이용하며 두 발로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저 식물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저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식물인 만드라고라가 심어져 있던 그 자리에, 저 녀석들이 생겨났습니다. 몇 번씩이나요. 그래서 저 녀석들을 ‘만드라고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덤덤하게 대답했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취제나 미약, 독약등으로도 쓰이는 녀석입니다.”

“식물이요? 아니면 저 녀석이요?”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 생물을 만드라고라로 생각하고 있는 거구요.”

“……저, 저걸 먹어도 본 건가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 현지는 경악하며 되물었지만,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이렇게 많다니, 만드라고라 밭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눈에 들어온 것은 꽤나 많은 수의 만드라고라였다.

어째서인지 풀숲에 들어온 녀석 때문에 발견하긴 하였지만, 그 뒤에 펼쳐진 땅에는 만드라고라로 추정되는 꽤 많은 수의 식물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곳저곳 파여진 구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녀석들 우리를 공격하진 않겠죠?”

“공격성이 강한 녀석들은 아니니, 너무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지가 중요했고, 잘 알고 있는 듯한 이재혁을 보며 물어본 것이었다.

“이 병장님, 꽤 많이 있는데 그럼 몇 마리 가져가는 게 어떻습니까?”

“음, 이 녀석들, 만드라고라를?”

“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자, 그것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강신우가 제안해 온 것이었다.

만드라고라, 독특한 생김새에 어딘가 불쾌한 기분이 드는 생물이었지만, 이재혁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만드라고라의 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뿌리는 마취제, 미약, 독약 등으로 꽤나 다양하게 사용된다 하였고, 그것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이었다.

지금 당장 사용할 이유는 없었지만, 언젠가 꼭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들이었기에 신우의 제안에 긍정하려는 순간 이재혁이 막아섰다.

“아니요, 지금 당장은 건들이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어째서죠?”

“평소에는 온순한 녀석들이지만, 위협을 받게 되면 녀석들은 소리를…….”

“어! 피노야!”

훗날을 대비해 만드라고라를 챙기려고 하자 막아선 그가 설명을 이어가던 순간, 현지의 품에서 자고 있던 피노가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눈앞에 있던 만드라고라를 있는 힘껏 깨물어 버렸다.

“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소리를 질러서 방어를 합니다.”

잠에서 깬 피노는 만드라고라를 몬스터라고 판단했는지, 공격했고 그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피노에게 공격당한 만드라고라를 시작으로 주위에 있던 모든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돌림노래처럼 퍼져나갔고, 그 소음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고, 공격해야 합니다. 만드라고라는 죽기 전까지 비명을 멈추지 않아요!”

모두가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하던 와중, 이재혁이 소리쳤다.

미칠듯한 비명을 질러대는 만드라고라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는 죽여야 한다는 의미였고, 고통받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씌이이익.

탕! 탕! 탕!

화아아아악!!!!

“허억, 허억. 이제야 좀 살겠네.”

만드라고라로 가득했던 그곳에는 그으린 자국과 총탄 자국이 난자했고, 더 이상 살아남은 녀석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녀석들은 별다른 방어능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모든 녀석들을 처리하고 나자, 그제야 주변이 조용해지며 소음에서 벗어났다.

“피, 피노야! 괜찮아?”

“끼이익.”

주변이 정리되자 현지는 곧장 쓰러져 있는 피노를 향해 달려갔고, 만드라고라를 있는 힘껏 깨문 피노는 온몸이 마비가 된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향해 걱정하며 달려온 그녀를 보며 눈동자만을 움직이며 낑낑거릴 뿐이었다.

“재혁 씨, 어떡하죠? 저희 피노…….”

“보아하니 섭취한 것도 아니고, 약간 깨물었을 뿐이니, 금방 회복될 겁니다.”

그녀는 움직이지 못하는 피노를 살펴보며 재혁을 바라봤고, 그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피노가 깨물은 만드라고라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살펴본 그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하자, 그녀 또한 그제야 안심하며 피노를 안아 들었다.

“피노 녀석, 안 하던 짓을…….”

“피노가 뭘 알아요! 저희를 도우려고 그런 걸 거예요!”

괜찮다는 재혁의 말에 나지막히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그녀가 들었는지 날카롭게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녀의 반응에 무안해져 머쓱하게 있던 그때.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어디서 무슨 소리 안들려?”

“어? 맞아요. 왠지 점점 가까워지는듯한.”

“땅도 왠지 울리는…….”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는 나에게만 들려온 것이 아니었다.

신우와 개구리 인간 종수, 이재혁까지 모두 침묵을 유지하며 귀를 기울였고, 그 소리는 사방에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미세하게 울리는 땅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그것을 눈치챈 순간 현지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현지 씨.”

표정이 굳은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모두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가리켰고, 그 끝에는 거대한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트롤…….”

녹색의 피부에 거대한 근육으로 뒤덮인 생명체들이 하나같이 거대한 몽둥이를 집어 든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에서 달려오는 트롤들의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웠고, 우리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도망칠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상황.

만드라고라가 위협을 받은 순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질렀던 비명이 숲 전체에 퍼졌고 그것을 들은 트롤들이 이곳으로 향한 것으로 보였다.

“크로아아아아!!”

“크로아아아아!!”

“크로아아아아!!”

쿵! 쿵!

“이 병장님, 어떻하죠?”

“바로 전투 준비해!”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흥분한 상태였고, 우리를 곱게 보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선택의 여지 없이, 전투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물어오는 신우를 향해 소리치자, 모두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기고!”

철컥. 철컥. 위이이잉.

오른손을 펼치며 무기고를 열자, 홀로그램이 펼쳐졌고 이미 들고 있던 K2를 제외한 3기의 소총을 더 꺼내 들었다.

그리고 착용하고 있던 탄띠에 마나를 주입하자, 총기들은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고 내 의지대로 순조롭게 움직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원격제어였고, 준비가 완료됨과 동시에 동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라! 개굴!”

쉬이익.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였고, 그는 자신을 쳐다보자 찔렸는지 소리치며 양손의 수도를 발동시켰다.

공중의 수중기가 그의 칼자루 위로 모여들었고, 방울방울 모여든 물방울들은 칼날을 이뤘다.

동시에 그는 은신을 사용하며 자신의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

“사방에서 달려와서 저 혼자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어떻게든 해보죠.”

“……네!”

지금껏 항상 선두에 서서 우리를 보호하며 전투에 임했던 현지는 사방에서 몰려오는 트롤들을 보며 소리쳤고, 다른 방안이 없었다.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하자,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너클을 착용했다.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그녀의 양 손에는 불꽃이 퍼져 나갔고, 또한 자신의 신발에 마나를 주입시키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곧장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나아간 사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이재혁이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예, 예. 제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해서…….”

“제 뒤에만 있으면 괜찮을 겁니다.”

전투 능력이 전무한 그는 숨을 장소도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신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듯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를 내 곁으로 오게 했다.

우리 중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근접에서 공격을 하는 동료들이었기에, 그가 나에게 붙어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너…….”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 우두커니 서 있는 강신우였다.

한 손에는 짧은 단검을 들고 있었지만,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만지작거리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귀도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지만 그는 시선을 피하며 트롤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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