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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28화 (12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28화

“그러니까 이 숲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 말이지요?”

“네, 위치만 알 뿐. 아직 그 누구도 탐사해 본 적이 없는 장소입니다.”

“위험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단 말이냐. 개굴.”

“그래도 마을과는 가까워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이재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떨어진 절벽 아래의 숲, 이곳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여태 그 누구도 탐색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종종 이 지역에 서식하는 트롤들의 모습을 확인한 것뿐이었다.

그마다 다행인 소식이라면 용병 마을과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이곳을 탐색하지 않은 그들은 자체적으로 이 숲을 위험하다고 판단하였고, 지금까지 숲을 빙 돌아 이동하곤 했었다는 말을 건네왔다.

“이 트럭은 어떻게…… 버리고 가는 겁니까?”

그가 어느 정도 설명을 마치자, 다음으로 시선이 간 것은 한편에 놓여 있는 트럭이었다.

마을에서 준비한 식량이나 물품들이 가득 실린 이 트럭을 운반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기에, 이미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도 모자라 전복된 이것을 어찌해야 할지 물어온 것이었다.

“음…… 아니오. 버리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물품들도 꽤 있구요.”

잠시지만, 물품들이 실려 있던 짐칸을 살펴본 그는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건네왔다.

그의 말대로 절벽에서 떨어진 트럭의 짐칸에 있던 물품들은 손상되고 못쓰게 된 것들이 있었지만,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꼼꼼히 포장되어 있던 물품들은 비교적 손상이 적고, 멀쩡한 것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남아 있는 물품들이라 할지라도 버리고 가기에는 그 양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지만, 의문을 제기한 것은 트럭의 상태를 살펴보던 현지였다.

그 누가 보더라도 완전히 망가져 버린 트럭의 모습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부품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널브러져 있었고, 차체는 완전히 찌그러져 볼품없었다.

바퀴는 두어개 빠져 굴러다녔고, 무엇보다 전복된 트럭은 거꾸로 누워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 트럭을 사용하기에는 무리로 보였고, 남아 있는 물품들을 우리의 힘으로 이동하기에도 불가능했다.

“트럭을 고칠 겁니다.”

“예? 이걸 고친다구요……?”

“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따라온 것도 그것 때문이니까요,”

모두가 속으로 설마설마했지만, 이재혁은 자신 있게 트럭을 탕탕치며 대답했다.

거의 폐차에 가까운, 아니, 폐차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이 트럭을 자신이 고치겠다며 호언장담한 그는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하, 그래도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다보니 폭발 위험은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정말 멀쩡하게 수리를 할 수 있는겁니까?”

“그럼요. 완전히 새 차처럼은 무리더라도. 굴러갈 수 있을 정도는 문제없을 겁니다.”

“……음.”

“원래, 이보다 더 심한 상태를 고친거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왜 그러시죠?”

걱정 없다는 듯이 설명하던 그는 말끝을 흐렸고, 무슨 문제가 있는 듯 주저하던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난처하게 말을 이어갔다.

“고친다고 해도, 이 나무들 때문에 지나가는 게…….”

“그렇겠네요. 저희조차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이니.”

“트롤 역시 문제입니다. 다시 만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 고친 후 또 망가진다면 상황만 되풀이 될 뿐이니까요.”

“음…….”

그의 말대로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장소는 숲이었다.

트롤이 출몰하는 이 숲은 한눈에 보기에도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차는커녕 우리조차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일반적인 차보다도 거대한 트럭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나무들을 전부 베어내지 않는 이상 이동은 어려웠다.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트롤들과 다시 맞닥뜨렸을 경우였다.

속도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이동조차 어려운 트럭을 가지고, 트롤과 만나게 된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럼 일단, 주변을 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숲을 벗어날 장소는 있는지, 몬스터들이 주위에 있는지, 최소한 차를 굴릴 만한 장소라도 있는지 확인하게 우선인 것 같군요.”

“그런 거라면, 내가 다녀오겠다. 개굴. 몸을 숨기고 다녀오면 된다. 개굴.”

“아뇨. 다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혼자서 갔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일이 더 커집니다.”

“알겠다. 개굴.”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주변을 살피는 일.

숲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이상,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위협이 될 만한 것이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는 개구리 인간 종수는 자신이 먼저 몸을 숨겨 다녀오겠다고 자처했지만, 좋은 생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숲의 나무는 빽빽했고, 이러한 지형을 이미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숲에 들어가지 않은 지금이야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막상 숲으로 들어가고 나면 주변의 지형지물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나무들이 사방에 가득했고, 그로 인해 현재 위치한 장소 또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숲에 들어가면 길을 잃기가 매우 쉬웠고, 누군가 홀로 숲에서 위기에 처한다면 그곳을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뭉쳐서 다니기로 결정했고, 지체하지 않고 곧장 숲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들어간다?”

“예.”

“네, 준비됐어요.”

“알았다. 개굴.”

[인스턴스 던전-트롤의 서식지에 입장했습니다.]

“……트롤의 서식지 라고?”

모두의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며, 숲에 들어온 순간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예상치 못한 홀로그램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익숙한 듯 그저 눈살을 찌푸리며 그것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트롤의 서식지.

문자 그대로 이 숲은 트롤들이 서식하는 장소였고, 그 중심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갑작스레 뜬 홀로그램은 이곳을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고, 그것을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몬스터들이 다수 있다는 의미일 거야.”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인스턴스 던전이 생성되는 현상에 대해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몬스터들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였던 것이다.

그들의 우두머리가 생겨나든, 어떤 현상에 의해 몬스터들이 몰려 있으면 인스턴스 던전이 발생되고, 그 장소는 어떠한 선행 조건을 수행하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었다.

“……트럭이 보이지 않아요.”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복된 트럭이 있던 그 장소에서 불과 몇 걸음 걸었을 뿐인 우리의 뒤에는 빽빽한 나무들만 가득할 뿐.

그 어디에도 절벽이나 트럭, 무너진 잔해 따위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 거냐? 개굴.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개굴.”

“하필 던전이라니……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 어디로 말이냐? 개굴.”

개구리 인간 종수는 인스턴스 던전을 경험한 것이 처음인 듯 한눈에 보기에도 당황한 것이 파악될 정도였다.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부산을 떨던 그는 울상을 지으며 물어봤고, 신우는 그를 향해 대답해 주었다.

“주변의 트롤을 전부 제거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찾아 제거해야 할 겁니다.”

“……개굴.”

그의 말에 개구리 인간 종수의 표정은 굳어갔지만,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했을 경우, 대다수 선행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지금처럼 아무런 표시가 없는 상황은 모두 동일했던 것이다.

일대의 몬스터를 전부 제거하거나,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스 몬스터를 제거했을 경우.

그래야만, 이 인스턴스 던전을 나갈 수 있었고, 지금 역시 그와 같은 상황으로 보였다.

“크르르.”

“숨어!”

그 순간, 주변에서 트롤의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소리가 들려온 순간 목소리를 낮추며 모두에게 외치자, 고개를 숙이며 나무에 몸을 숨겼다.

최대한 인기척을 죽이며 살펴보자 보이는 것은 역시나 트롤.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지만, 무언가를 느낀 듯 주변을 킁킁거리며 두리번거렸다.

끄덕.

주변에 보이는 것은 트롤 한 마리뿐.

각자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우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개를 끄덕이자 가장 먼저 행동한 것은 신우였다.

몸을 숨기고 있던 그가 트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발견한 트롤은 흥분하며 달려들었다.

“크로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트롤을 확인하면서도 혹시나 주변의 동료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았지만,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푹- 콰직-!

그리고 그런 트롤이 신우에게 마저 다가오기도 전, 신음조차 지르지 못한 채 녹색의 피를 뿜으며 자리에 쓰러졌다.

“역시 혼자서는 별 거 아니네요.”

“윽, 내 검에 피가 다 묻었다. 개굴.”

순식간에 트롤은 처치한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와 현지였다.

신우가 모습을 드러내 시선을 끈 사이, 은신 상태였던 종수와 숨어 있던 현지가 달려들었다.

각각 단검과 너클로 급소를 내찌르자, 트롤은 회복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수고했어요. 우선 안전한 장소부터 찾아보도록 하죠.”

“네, 알겠어요.”

“알겠다. 개굴.”

눈앞의 트롤은 이미 처리했고, 주변의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트롤은 순식간에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또 다른 특성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이미 몇 번 위기를 당한 적이 있었기에, 곧장 안전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제안했다.

* * *

“나는 여기가 마음에 든다. 개굴.”

“네, 가까운 주변에 몬스터들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럼 여기서 일단 쉬도록 하죠.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예상대로 숲속은 모두 비슷비슷한 모습의 나무들로 인해 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의외로 몸을 숨길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현지의 탐색 스킬을 이용해 주변에 몬스터들이 적은 장소를 추려 나갔고, 그중에서 장소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습격해 와도 이상하지 않은 이곳에서 그녀의 스킬은 크게 도움이 되었고, 유용했다.

몸을 적실 만큼 충분한 물은 아니지만, 졸졸졸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에 자리를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인 만큼 무작정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모두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로 한 것이었다.

‘트럭도 다시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던전을 빠져나가야 해…… 던전을 빠져나가려면…… 결국, 또 전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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