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23화
트럭을 향해 달려오는 트롤들의 무리를 발견함과 동시에,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짐칸의 동료들을 향해 경고했다.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녀석들은 아직 트럭의 속도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고 어떻게든 대처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속도를 더 내겠습니다. 꽉 잡으세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재혁은 위기감을 느끼며 더욱 힘차게 액셀을 밟았고, 그의 양손 역시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
트럭의 차체가 요동치며 빠른 속도로 나아갔지만, 잠깐의 시간만 끌 수 있었을 뿐 녀석들의 속도는 굉장했다.
“더 빨리 달려야 합니다! 저 녀석들 생각보다 굉장히 빨라요!”
“지금도 최대 속도에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가까워져만 가는 트롤들을 보며 다급해져,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고,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지금의 상태로는 어떻게 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고,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다.
“젠장, 하필 지금…… 조금만 더 가면…….”
“……지금 상황을 벗어나면 방법이 있는 겁니까?”
운전을 하고 있던 이재혁은 답답한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운전대를 내리쳤고, 그의 말에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지금의 위기만 넘어간다면 된다는 듯한 그의 말을 되물은 것이었다.
“후…… 네, 임시 대피소가 있습니다. 트롤들의 구역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난 장소에요. 밤이 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해서 급하게 출발한 것이구요.”
그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을에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떠나온 이유.
그것은 모두 그가 말하는 임시 대피소에 밤이 어둑해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란 무리였지만.
요약하자면 그곳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트롤들에게 안전하게 피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우리를 쫓아오는 녀석들을 피해 그곳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어떤 소리가 나도 속도를 늦추지 말고 바로 그곳으로 이동해 주세요.”
“예?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후…… 약속해 주세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속도를 늦추지 마세요.”
“……예. 예, 알겠습니다.”
사이드미러로 살펴본 트롤들은 이미 트럭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간 습격을 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신우나 현지를 포함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배송하고 있는 이 트럭과 물건들, 그리고 운전을 하고 있는 이재혁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그에게 소리치자,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 아니, 뭐 하시는 겁니까?”
만족스러운 대답이 들려옴과 동시에 달리고 있는 트럭에서 안전띠를 풀며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댔고, 그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설명해 줄 시간 따위는 없었기에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가중되어오는 압력을 억지로 밀며 조수석의 문을 열었고, 조심스레 트럭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까딱하다간 골로 가겠구만.’
최대로 달리는 트럭의 속도를 맨몸으로 버티며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옮겨갔고 이내 짐칸의 얇은 외벽 위에 올라갔다.
흔들리는 차체와 매서운 바람은 조금만 실수해도 떨어지기 일쑤였기에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었다.
짐칸의 위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며 균형을 잡았고, 그제야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트롤들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끄로아아아악!!!”
“크아아아악!!!”
거대한 몸집에 튀어나온 턱, 그리고 물개처럼 길게 뻗은 송곳니를 가진 녀석들은 온몸이 거대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청록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몇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었으며, 소수의 녀석을 사냥해 본 경험도 위기에 처한 경험도 있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회복 속도에 있었다.
아무리 많은 데미지를 가해도 순식간에 회복시켜 버리는 녀석들의 능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신체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녀석들 습성으로 인해 상대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트럭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달려오고 있던 녀석들은 더욱 흉포한 소리를 질러대며 투지를 불태웠고, 더욱 속도를 내며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죽어라!”
타앙!
앉아 있던 그 상태 그대로 총기를 견착하며, 조준경으로 녀석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트롤의 이마를 정조준하며, 방아쇠를 당기자 푸른빛의 마탄이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크로아아아아!!”
정확히 이마에 마탄을 꽂아 넣자, 선두에 있던 트롤은 목숨을 잃었고 녀석의 시체는 뒤에 따라오던 녀석들에게 날아갔다.
속도를 내며 달려가던 트롤의 시체가 뒤에 있던 녀석들을 덮쳤고, 그로 인해 녀석들의 시야도 속도도 모두 늦출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그대로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상대해 본 적이 있는 녀석들의 특성은 그대로였다.
몇 차례 전투를 통해 파악한 녀석들의 약점은 이마였고, 일반적인 무기가 통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곧바로 마탄을 사용해 녀석의 이마를 조준했고, 그것이 통한 것이었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일지라도 그 특성이나 능력이 다를 경우를 대비해 먼저 파악해 본 것이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탕! 탕!
‘이렇게 해선 아무런 효과가 없어.’
계속해서 트럭에 가까워져 오는 트롤들을 향해 마탄을 난사했지만, 이렇게 해서 끝낼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녀석들을 몇몇을 쓰러뜨려 봐야, 녀석들의 숫자는 너무나도 많았기에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기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기고에서 꺼내 든 것은 수류탄 다발이었다.
거대한 중화기나 강력한 무기를 꺼내기엔 얇은 짐칸이 버티기 어려웠고, 달리는 트럭의 위에선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10개를 묶어놓은 수류탄 다발을 풀어헤치자, 관성에 의해 그것들이 달려오는 트롤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벙, 펑! 펑! 펑!!
순식간에 다수의 녀석에게 날아간 수류탄은 폭발을 일으켰고, 땅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충격을 가했다.
‘효과가 있어.’
물론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녀석들의 속도를 늦추는 데에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폭발로 인해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당황한 녀석들은 그 속도가 늦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 * *
“무슨 소리지?”
쾅! 쾅!
“이 병장님? 이 병장님이십니까?”
“그래, 맞어. 신우야 좀 도와줘.”
“예, 알겠습니다.”
빨라진 트럭의 속도와 난폭한 운전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혁이 한 것으로 들리는 총소리와 폭음은 지금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신우가 얇은 외벽 위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질문하자, 역시나 민혁의 대답이 돌아왔고, 그와 동시에 검을 챙기며 일어섰다.
“저, 저도 도울게요.”
“나도 돕겠다. 개굴.”
“아니에요. 이곳은 너무 좁습니다. 저한테 맡겨주세요.”
트럭의 뒤편.
즉, 짐칸의 입구를 향해 가는 신우를 보며 현지와 개구리 인간 종수 역시 도움을 주겠다며 일어났지만, 그는 그런 그들을 만류했다.
너클을 사용하는 현지와 단검을 사용하는 종수는 분명, 강력했지만 어디까지만 가까운 적에게만 그 효력을 발휘했다.
사정거리가 짧은 그들이 지금 도움을 주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신우였고, 그들을 만류하며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쾅!
짐칸의 문을 거칠게 열어 재친 신우는 곧바로 검을 뽑을 듯한 자세를 취하며 자리했다.
“발도!!”
검의 손잡이를 뒤틀며 그의 흑도를 뽑아 들자, 거대한 검기가 눈앞의 트롤들을 향해 날아갔고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녀석들은 우후죽순으로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 * *
“좋아! 이대로 간다면 문제없겠어.”
얇은 벽을 사이에 둔 채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우의 검기가 쏟아졌고, 그것들은 트롤들을 덮쳐댔다.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띄게 멀어진 트롤의 무리를 확인하며 안심할 수 있었고, 그것은 운전을 하고 있던 이재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우야, 그 정도면 됐어! 나도 그쪽으로 갈게!”
“예, 알겠습니다!”
녀석들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아닌, 그저 속도를 늦추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계획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어 갔다.
더 이상 위험천만한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기에 조수석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트럭의 조수석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그래서 택한 것은 신우가 열어놓은 짐칸의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었고, 조심스레 그 위를 기어가며 그곳으로 이동했다.
“읏차. 후, 위험천만했어.”
“녀석들이 언제 따라붙은 겁니까?”
“그러게. 어느새 따라오고 있더라고.”
짐칸의 입구로 조심해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신우였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하자, 안심한 그는 말을 건네온 것이었다.
“무기고! 모두 귀 막고 눈 돌리세요.”
“앗!”
“자, 잠시만요.”
“뭐, 뭐냐. 개굴?”
짐칸의 문을 닫기 위해 손잡이를 잡은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신우와 현지, 개구리 인간 종수를 향해 말했다.
한 손에 꺼내든 섬광탄을 확인한 신우와 현지는 그 의도를 알아차리곤 곧바로 눈을 감으며 귀를 막았고, 영문을 모르는 종수는 그런 그들을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띠-이이-
이미 거리가 벌어진 트롤 무리였지만, 충분히 닿을 만한 거리였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녀석들을 향해 있는 힘껏 섬광탄의 안전핀을 제거하며 투척함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
문틈 사이로 퍼져 나온 엄청난 섬광과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그 위력은 여전했고,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당장 힘으로 트롤들을 압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따라오는 녀석들의 시야를 멀게 하고 귀를 멀게 함으로써 균형감각을 무너뜨리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 * *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나오셔도 됩니다.”
다행히 더 이상 트롤들은 따라오지 못했고, 트럭은 점차 속도를 늦추며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도착을 한 듯, 짐칸의 문이 열리며 운전을 맡았던 이재혁의 모습이 보였고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도착을 알렸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그곳입니까?”
“네, 완전하다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지금까지는 트롤이 이곳에 다가온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트럭에서 하차하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며, 그에게 질문했다.
이미 어두워진 밖은 저녁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주변 곳곳에 세워진 텐트들은 그의 말대로 사용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아슬아슬한 절벽에 위치한 그곳은 트롤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