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122화 (122/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22화

“반려동물도 키우는 거냐. 개굴?”

트럭의 뒤편, 짐칸에 앉아 있던 사람 중 대화의 물꼬를 튼 건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얇은 벽으로 가득한 짐칸 안에서 주변에 보이는 것은 짐뿐이었고.

심심했던 그가 피노를 안고 있는 현지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네? 아, 우리 피노요?”

품 안에서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피노를 연신 쓰다듬어 주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종수의 질문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고, 이내 피노를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전설의 동물 중의 하나인 피노였지만, 약간만 모습이 다를 뿐 아무리 봐도 여타 강아지나 고양이의 종류라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어두운 그곳에서 보이는 피노의 부드럽고 복슬복슬한 털이며.

조그마한 몸집을 보고서는 그저 평범한 반려동물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음, 저희의 든든한 동료예요.”

“그러냐, 개굴?”

엄밀히 말하면 반려동물이란 표현도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피노와 정을 쌓고 애정이 생긴 그녀는 티 나지 않게 그의 말을 반박했다.

든든한 동료.

개구리 인간 종수는 그녀의 말을, 그저 같이 있으면 힘이 되는 존재쯤으로 인식했지만. 그를 제외한 민혁 무리에게는 피노의 존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챙겨주고 살펴주는 존재가 아닌, 말 그대로 든든한 동료였던 것이다.

철을 섭취하면 몸집이 거대해지며 강력해지는 피노의 능력은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 아니라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지금의 조그마한 모습에서 귀여움만 느낄 수 있을 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피노? 그게 이름이냐? 개굴?”

“네, 민혁 씨가 지은 이름이에요. 피노.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어느새 개구리 인간 종수는 피노에게 관심을 보였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피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신우와 현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는 피노를 자세히 보고 싶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고 자고 있는 녀석을 조심스레 관찰했다.

“피노라고? 개굴? 코가 길어서 피노키오냐? 개굴? 골고로골. 개굴굴.”

“…….”

자고 있는 피노의 얼굴을 살펴보던 개구리 인간 종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혼자서 낄낄대며 웃음을 터뜨렸고, 그런 그를 보며 신우와 현지는 민망한 듯 고개를 떨궜다.

실제로 민혁은 피노의 코가 약간 길어 보인다는 이유로 피노키오를 떠올리며 피노라는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끼유, 끼잉.”

“어, 피노야 일어났니?”

개구리 인간인 종수가 시끄러웠던 탓인지 새근새근 자고 있던 피노는 몸을 뒤척이며 조금씩 눈을 뜨며 칭얼거렸다.

현지는 그런 무릎 위의 피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쓰다듬어 주었고, 잠시 그녀를 바라본 녀석은 눈앞의 종수를 동그란 눈을 뜨며 바라보았다.

“나, 나도 쓰다듬어봐도 되냐? 개굴?”

자신을 바라보는 피노가 귀여웠는지, 그는 조심스레 현지를 쳐다보며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조심스레 손을 올렸고 피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개구리 인간의 손을 빤히 쳐다보던 피노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그 순간.

“으아악!! 개굴! 개굴!!”

“피, 피노야! 안 돼! 놔! 어서!!”

개구리 인간 종수의 손을 물어버렸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손을 물린 그 체로 바닥을 나뒹굴며 비명을 질러댔고, 놀란 현지는 피노를 향해 어서 놓으라며 야단쳤다.

“그르르르…….”

“……피노야 안 돼! 왜 그래.”

있는 힘껏 물어버린 피노는 그녀의 말은 알아들었는지, 그제야 턱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역시 종수가 마음에 들진 않았는지 그를 보며 조그만 몸집으로 위협했고, 처음 보는 피노의 사나운 모습에 당황한 현지는 연신 말리기 바빴다.

“하하하, 피노한테 저런 모습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웃음이 나오냐. 개굴. 손이 뜯어지는 줄 알았다. 개굴. 쪼그마한 게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개굴.”

지켜보고 있던 신우는 지금의 상황이 웃긴지 웃음을 터뜨렸고, 그제야 바닥에서 일어난 개구리 인간 종수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불평을 털어냈다.

아직도 물린 손이 얼얼한지 품 안에 간직한 그는 피노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개구리 인간 종수와 피노는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대치했고, 현지는 그런 피노를 말리기 바빴으며 신우는 웃음을 띠며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나저나 나머지 분들은 같이 가지 않는 겁니까?”

“개굴. 우리 마을 주민들 말이냐? 개굴?”

“네, 저희와 같이 왔던 분들은 보이지 않네요.”

“맞다. 개굴. 나를 제외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개굴.”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모두가 진정되자, 신우는 개구리 인간 종수를 향해 질문했다.

그동안 궁금했지만 물어볼 타이밍이 없었던 중, 마침 조용해진 참이었다.

현지 또한 그것이 궁금했는지 조용히 관심을 가졌고,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개구리 마을에서 우리를 태우며 같이 이동했던 주민들은 개구리 인간 종수를 포함해 모두 4명이었으나 지금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은 그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머지 3명의 행방이 궁금했고, 그것을 물어본 것이었다.

“마을로 돌아간 겁니까?”

“맞다. 개굴. 동맹 회의가 잘 끝났으니. 마을에도 알려줘야 하지 않겠냐. 개굴.”

“음, 그렇네요.”

개구리 인간 종수를 제외한 그들은 회의가 끝난 직후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개구리 마을의 대표로 온 그들이었고, 지금의 상황에선 별다른 연락 수단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할 것이고,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으니 먼저 보냈다는 것이다.

“그럼, 종수 씨는 어째서 용병 마을에 가는 겁니까?”

“개굴. 즉흥적이긴 하지만. 동맹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개굴.”

“동맹을요?”

“우리 마을에는 꼭 필요한 일이다 개굴. 당장 몬스터에 의해서는 안전할지 몰라도. 개굴. 주변의 마을에서 소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없다. 개굴.”

“……혼자서 결정해도 되는 겁니까?”

“걱정하지 마라. 개굴. 마을에서 떠나기 전. 내 결정에 따른다고 약속을 받았다. 개굴.”

“음, 그렇군요.”

자연스레 대화는 개구리 인간 종수가 어째서 혼자 이동을 하는 것인지로 흘러갔고, 그는 비밀로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신우와 현지를 그만큼 신뢰하는 것인지 술술 대답해 주었다.

그가 혼자서 용병 마을로 향하는 이유는 역시 동맹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한차례 동맹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그는 더욱 마을의 교류를 확장시키는 것을 선택했고, 용병 마을에게도 동맹 제안을 하기 위해 우리를 따라 나선것이었다.

다행히도 마을에서 떠나기 전, 그에게 모든 선택권을 양도한 주민들로 인해 그는 자유롭게 의사 선택을 할 수 있었고, 어찌 보면 그는 마을의 대표 인사의 자격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 실례가 될 수도 있는데…….”

“뭐냐. 개굴. 편하게 물어봐라. 개굴,”

“어떤 조건으로 동맹을 성사시켰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한차례 눈치를 살핀 신우는 개구리 인간 종수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그는 어째서 그러냐는 듯 그를 쳐다봤다.

신우가 궁금했던 것은 심현섭과 개구리 인간 종수 사이에서 벌어진 마을 간의 동맹에 대한 조건이었다.

단순한 동맹이라 하기에는 마을 간의 격차는 한눈에 봐도 꽤나 벌어진 상태였고.

비교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개구리 마을에서 어떻게 그것을 성사시켰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저도 사실 궁금하긴 했어요. 심현섭 어르신은 분명 부정적인 태도였는데…….”

“음. 개굴. 사실 회의는 금방 끝났다. 개굴.”

“네? 정말요? 마을에 숨겨둔 뭔가가 있었던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 개굴. 거래를 하기로 했다. 개굴.”

“거래요……? 암거래 같은 거요?”

“아니다. 개굴. 평범한 거래다. 개굴. 그쪽에서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해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물건들을 보내주면 우리가 돈을 지불하는 거래다. 개굴. 우선 그렇게 간단하게 교류를 시작하고 점차 넓혀갈 예정이다. 개굴.”

“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현지 또한 대화에 참여하여 질문하자.

그는 거리낌 없이 회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마을 간의 동맹.

말은 거창했지만 결국 서로 간의 거래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서로 필요한 물건이나 기술을 사고팔며 조그만 것부터 점차 늘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발전이 없는 개구리 마을에서는 어떠한 기술이나 상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발전된 그들에게 먼저 구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심현섭이 동맹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유 역시도 모두 개구리 마을에 돈이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몬스터 사냥도, 퀘스트도, 생산 활동도 어떤 것도 하지 않고 도망만 쳐온 그들에게 당연하게도 코인이 있을 리 전무했다.

하지만 개구리 인간 종수는 동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유가 궁금한 신우와 현지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의 입을 주목했다.

“보물 덕분이다. 개굴.”

“……보물이요??”

“맞다. 개굴. 까마귀 둥지에 있던 수십의 보물들. 그것들 덕분이다. 개굴.”

“……!!!”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개구리 인간 종수의 말에 둘은 깜짝 놀라며 그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까마귀 몬스터들의 둥지에 있었던 막대한 양의 보물들.

그것을 기반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었다.

유인의 역할을 했던 신우와 현지는 그곳에 가보지 않아 몰랐지만, 개구리 마을의 모든 주민과 민혁은 절벽에 위치했던 까마귀 몬스터들의 둥지에 도달했었고, 그곳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현지의 귀걸이를 낚아채 갔던 까마귀들의 습성대로, 반짝이는 것을 병적으로 사랑하는 특성을 가진 까마귀 몬스터.

그들은 거대한 몸집을 이끌며 온 세상의 반짝이는 물건들을 모았다.

값이 싸고 비싸고를 떠나 수십, 수백에 이르는 그 물건들은 거대 까마귀들의 둥지에 차곡차곡 모여 있었고,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통해 까마귀 군주를 쓰러뜨린 그 날.

그 보물들의 주인은 사라진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개구리 주민들은 둥지에 남아 있던 반짝이는 보물들과 강 속으로 떨어진 보물들을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신들의 특성을 이용해 남김없이 모았던 것이다.

“그 보물들을 대가로 거래를 시작한 거였군요.”

“맞다. 개굴. 작은 발걸음이지만, 더 이상 숨지 않고 이렇게 점차 마을을 키워나갈 거다. 개굴.”

모든 상황을 듣고 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동맹을 성사시킨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겁쟁이에 엄살쟁이로만 생각했던 개구리 인간 종수의 의외의 판단력에 그가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쾅! 쾅! 쾅!

“조심해! 녀석들이 나타났어!”

그 순간 짐칸의 외벽을 두드리며 조수석에 타고 있던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