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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20화 (12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20화

“혹시 누가 왔는가?”

“아, 저희를 찾아오신 분입니다.”

“그렇구만. 거의 다 되었다네. 혹시 손님이 오면 부탁하네.”

작업실에 있던 호섭은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들었는지 문을 벌컥 열며 나왔고, 우리 외의 누군가를 발견하며 물었다.

혹시나 손님이 온 것인지 확인한 그는 가게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아, 아직 볼일이 남으신 모양이군요.”

“네.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었네요. 급한 건 아니죠?”

“그럼요. 그럼요. 천천히 오셔도 문제없습니다.”

심현섭의 명령으로 찾아온 그 사내는 우리의 볼일이 끝나지 않은 것을 눈치채곤 말을 걸어왔다.

급하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한 그는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뒤로 돌았다.

“하하, 제가 여기 있으면 불편하실 것 같네요.”

“예? 아뇨. 괜찮…….”

“저는 먼저 돌아가 있겠습니다. 출발 준비는 모두 마쳤으니 준비가 되면 천천히 오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일인데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딸랑, 딸랑.

우리는 괜찮았으나 스스로 어색하다 느꼈는지, 그는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듯 보였다.

짧은 인사와 함께, 자신이 전할 말을 모두 전한 그는 문을 열고 다시 돌아갔다.

* * *

“오래 기다렸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실의 문이 열리며 가게의 주인인 호섭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나왔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의 주위로 다가갔고, 그는 신우의 검과 현지의 너클을 계산대에 올려두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직접 확인해 보게나. 어떤가?”

“우와!”

“어…… 이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는 신우와 현지를 보며 물건들을 건네줬고, 각각 신우와 현지는 그것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확인했다.

곧장 검집에서 뽑아 든 흑도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는 신우와, 형태와 모습이 달라진 너클을 확인하는 현지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어떤 게 바뀐 겁니까?”

“우선 자네 검부터 설명해 주겠네.”

“네!”

신우가 높게 뽑아 든 검은 조금 더 예리해진 듯싶었지만, 검에 대해 문외한이 보기에는 여전히 검은 빛을 띠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며 질문하자, 그는 신우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자네 검은 생각보다 많이 무뎌져 있었네, 날에 미세한 상처들이 많이 나 있더구만.”

“그랬군요…….”

“처음의 상태는 내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때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졌을 것 같은데, 사용하면서 느끼지 못했는가?”

“예,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전문가의 포스를 풍기며 조곤조곤 설명을 이어갔고, 신우는 공감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시급해 보이는 검의 날을 수리했다네. 예상보다 더 날카롭게 잘 나왔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불만은 없을 걸세.”

“예, 감사합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무게를 줄이는 건 자네가 원하지 않는다 했으니, 건드리지 않았고 강도는 최대로 늘려놓았다네. 상태를 보아하니 자네도 검을 이용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 같더구만.”

“네 맞습니다.”

“자네 검도 만만치 않게 무리가 같더구만. 자네들은 마을에 머물지 않으니 무기를 점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한 것이라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점검하도록 하게. 쓰다 버리는 무기라면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보통 무기는 아닌 것 같던데 못쓰게 되기 전에 말일세.”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신우의 검의 강도와 날을 갈아주었다는 설명과 함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잔소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듭되는 강조에도 집중하며 듣고 있던 신우는 꼬박꼬박 대답했고, 그는 만족한 듯 옅은 미소를 띠며 현지를 바라보았다.

“착용해 보니 어떤가?”

“음, 약간 이질감이 있네요.”

새로운 너클을 받아 든 현지는 곧바로 그것을 착용해 허공에 주먹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질문을 건넸고, 솔직한 그녀의 대답에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아, 아니요. 싫다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사용했던 너클이 그새 손에 익었는지 약간 어색해서요.”

그 모습을 본 현지는 당황하며 수습했고 그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린 듯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 너클을 내 신경을 좀 썼네.”

“완전히 새로 제작하신 건가요?”

“맞네. 자네가 사용하던 너클은 수리한다고 해도 얼마 사용하지 못할 게 뻔해 보였다네, 그럴 바에는 더 좋은 성능으로 새로 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네.”

“네, 근데 혹시 이 색깔은…….”

“맞네. 금일세.”

“네??”

그가 계속해서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현지의 눈은 너클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그 이유는 변화한 색깔 때문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졌던 은색의 너클에 비해 이번에 그가 새롭게 제작한 것은 노란빛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 입이 떡 벌어지며 두 귀를 의심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 보이는 것은 역시 그녀였다.

“그, 금이요??”

“맞네. 자네의 불을 내뿜는 스킬에 버틸 수 있도록 금을 덧씌웠다네.”

“아…….”

아무렇지 않게 너클에 도금을 했다고 밝히는 그의 표정과는 달리 현지는 부담스러운 듯 표정이 굳어졌고, 그런 그녀를 발견하며 말을 이어갔다.

“허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네. 말했다시피 도금이기도 하고. 자네들이 우리 마을에 해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네.”

“……그래도 너무.”

“마음 같아서야 완전히 금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무르게 돼서 말이지. 당장은 이질감이 있더라도 오랫동안 자네 스킬과 함께 사용하다 보면 확실히 좋다는 걸 알게 될 걸세.”

“아, 아뇨. 지금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그래, 너클의 징 부분을 더더욱 강력하게 만들어놨으니 자네에게 대항하는 적은 남아나질 못할 걸세. 허허허!”

* * *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잘 가게. 앞으로 이곳에 들리면 가게에 자주 들려주게나.”

“네, 그거야 당연한데…… 이렇게 받기만 해서 죄송하네요.”

“허허허. 오늘은 모두 공짜였지만, 다음부터는 제대로 값을 매길 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바쁠 텐데 어서 가보게나.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가 보겠네.”

가게의 앞에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받기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려고 하자, 그는 괜찮다는 듯 쿨하게 대응했다.

그는 다음에 또 오라는 말과 함께 곧장 자신의 가게로 다시 들어가 버렸고, 우리는 그제서야 발길을 옮겼다.

“이 병장님, 이제 돌아가는 겁니까?”

“응, 준비도 끝났다고 하니, 돌아가자.”

꼬르륵.

그때 신우의 배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벌써 식사 때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밥은 일단 종수 씨와 같이 먹을까? 우리끼리만 먹기도 애매하고.”

“네, 좋습니다.”

“그래요.”

때마침 들려온 소리에 배가 고파왔다.

하지만 동맹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었던 종수가 생각이 났고, 그 역시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되었기에 다시금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 잠깐만.”

“무슨 일이 십니까?”

“왜요?”

시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매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노파를 발견했고 문득 무언가 떠올라 이들을 멈춰 세웠다.

“이건…… 액세서리 아닙니까?”

“응. 현지 씨 마음에 드는 거로 골라봐요.”

“예?”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귀걸이와 팔찌 등을 파는 액세서리를 파는 상인이었다.

까마귀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빌렸던 현지의 귀걸이가 생각이 났고, 당시 반짝이는 그것의 도움을 받았지만 찾지 못한 그것을 갚으려는 것이었다.

“저는 이걸로 할게요.”

순간 멈칫했던 그녀였지만, 설명을 듣고 나자 이해했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자신에게 어울릴 법한 조그마한 귀걸이를 들어 올렸다.

곧바로 그것을 계산하며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고, 그녀는 귀걸이를 착용하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까마귀들이 모았던 반짝이는 물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음…… 그러고 보니. 반짝이는 물건들이라면 보물 같은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현지와 신우가 말하는 것은 까마귀 몬스터들이 모으던 반짝이는 물건들이었다.

당시 유인을 맡았던 둘은 까마귀 둥지에 가보지 못하였고, 그 행방이 궁금해진 것이었다.

이 중 둥지에 가본 것은 내가 유일했고, 둥지에 있던 보물들 역시 확인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보물들은 어디로 갔지?’

* * *

“어서 오게나.”

“예, 저희가 늦었습니다.”

“아닐세. 우리 회의 때문에 자네들이 기다린 거지. 어떤가 준비는 다 되었는가?”

“네. 회의는 어떻게……?”

“개굴. 잘 마무리되었다. 개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기다리고 있던 심현섭과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듯 마주 앉은 둘의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잔이 놓여 있었다.

떠나는 것 역시 중대한 사항이었지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두 마을 간의 동맹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였다, 은연중 물어본 질문에 종수는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렇군요. 잘됐습니다.”

“고맙다 개굴.”

“그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떠나기 전에 식사라도 한 끼 하시지요.”

“아니다. 개굴. 나도 너네와 함께 이동할 거다. 개굴.”

“……네??”

어떻게 동맹을 성사시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헤어짐이 아쉬워 건넨 제안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 또한 용병 마을에 같이 가겠다는 것이었고, 심현섭을 쳐다보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가는 동안 시간이 많으니 그때 설명해 주겠다. 개굴.”

“……예.”

“개굴. 출발하자 개굴. 식사도 가는 길에 하면 된다. 개굴.”

“네? 아, 예…….”

개구리 인간 종수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서두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의 뒤를 따라 곧장 빠져나왔다.

* * *

“이건……?”

“배송할 물건들입니다.”

마을을 다 같이 빠져나와 확인하자 대기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트럭이었다.

짐칸 가득 물건들을 실어놓은 그것을 확인하며 놀라자, 우리를 찾으러 왔던 그 사내가 다가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제가 운전해서 여러분들을 모실 겁니다. 몇 번 왕래한 적이 있어 길은 알고 있지만 트롤의 영역이다 보니 전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땐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트롤 무리를 피해서 갈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바로 이 트럭을 운전할 운전수였고,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망설일 것 없이 짐 사이에 올라탄 우리는 곧장 출발했다.

* * *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7-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사용 불가)]

[데스 디멘션 Lv1-일정 범위 안의 시체를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동안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 불가)]

[역병 발생 Lv3-원하는 대상에게 역병을 일으킵니다. 대상을 주변으로 역병이 퍼져 나가 피해를 입힙니다. (사용 불가)]

[해골 병사 소환 Lv5-해골 병사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구울 소환 Lv3-구울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소환 Lv2-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역병 좀비 소환 Lv2-역병 좀비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데스 나이트 소환 Lv1-데스 나이트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스켈레톤 위자드를 소환합니다. (사용 불가)]

[패시브 스킬]

[방탄 피부 LV5-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 LV8-육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끈질긴 생명력 Lv7-치명적인 상처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물과 식량을 오랜 시간 섭취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트롤의 생명력 Lv2-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됩니다. 최대 70%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회복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그 효과가 증가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 Lv1-?]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눈앞에 익숙한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나의 정보를 표시하는 홀로그램 속 정보들을 천천히 읽어나가며 앞으로 예견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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