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19화
“오래 기다렸네.”
“버, 벌써 완료된 겁니까?”
“허허허. 스킬만 사용하면 되는 거 오래 걸릴 게 뭐 있겠는가. 어서 받게나.”
탄띠의 무게를 줄여주겠다며 받아간 그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다시 그것을 들고 오며 건네줬다.
그가 없는 사이 잠깐이나마 가게를 둘러보려고 했던 찰나.
순식간에 돌아온 그였고, 그는 어서 확인해 보라며 다시 탄띠를 건네주었다.
“오, 확실히!”
“허허, 만족스러운가 보구만. 다행일세.”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건네준 탄띠의 무게는 확실히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탄띠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약 절반 정도의 무게가 줄어든 무게는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효과라니, 이곳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가볍게 무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겁니까?”
“응? 허허 그렇지도 않다네.”
눈에 띄게 무게가 줄어든 원격제어 탄띠를 다시 착용하며 질문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효과 또한 만족스러웠기에, 마을에 거주하는 자라면 누구나 탐을 낼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능력이 인기가 없다는 말입니까?”
“쩝. 그게 사실, 문제가 조금 있다네.”
“문제 말입니까?”
“가격일세.”
“아…… 많이 비싼 겁니까?”
“흠, 자네한테는 무료로 해주었지만. 아무래도 먹고살려면 모두에게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해서 말이지.”
“이렇게 빠르게 되는데 어째서…….”
“사실 속도와는 상관이 없다네. 마나가 많이 소비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걸세. 이 스킬을 한번 쓰고 나면 10개 이상의 장비들을 만들지 못한다네.”
“아…….”
이렇게 좋은 능력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말에 의아하여 물어본 것이었지만, 그의 사정을 듣고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무기나 방어구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스킬.
물론 효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비 10개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연스레 가격 또한 그만한 가치에 맞게 매겨질 수밖에 없었고, 그 가격은 너무나도 높았던 것이다.
‘장비 10개를 살 코인으로 무게를 절반 줄인다…… 나 같아도 사용하지 않겠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강하고 자신에게 꼭 맞는 장비, 더 이상 바꾸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는 무기가 있다고 한들 그것 또한 무게를 줄이려 대량의 코인을 소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이미 스킬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코인을 소모해야 했기에 그편이 더욱 빠르고 쉽게 가능한 것이었다.
이래저래 좋은 능력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확실했다.
“혹시 더 필요한 게 있는가? 다른 무기나 방어구에도 사용해 줄 수 있다네.”
“아닙니다. 이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는 원격제어 탄띠를 제외하고 다른 무기 또한 스킬을 사용해 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사정을 들은 이후였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필요하지 않았다.
무기들의 무게를 줄인다면 더욱 이동하기에도 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무기고를 통해서도 가능한 것이었다.
마나 또한 소비하지 않고 가능했고, 무엇보다 일부러 사용하지 않기도 하는 효과였던 것이다.
무기의 무게를 줄인다면 수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역시 문제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고 정밀한 사격을 필요로 하는 총기들은 내게 매우 익숙한 무게들을 가지고 있었고, 조금만 차이가 나더라도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변화에도 그 차이가 명확해지기에 탄띠를 제외한 그 어떤 것에도 무게를 줄이지 않았다.
“그렇구만. 무게가 가볍다고 해서 전부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구만. 허허허. 내 전투에는 문외한이라서 말이지.”
“그래도 이것은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아닐세. 그래 자네들은 어떤가?”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자 그는 다시 한번 껄걸 웃으며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신우와 현지를 보며 물었다.
그들의 무기 또한 강화를 시켜주겠다는 의미였고, 둘은 고민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살펴봐도 되겠나?”
“아, 예.”
“그럼요. 여기요.”
미안함 때문인지 고민이 길어지자 그는 무기를 보여 달라며 이야기했고, 신우와 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검과 너클을 건네주었다.
“쯧쯧. 이건 그동안 자주 사용했나 보구만, 미세하게 날들이 많이 망가졌어. 내 수리해 주겠네.”
신우는 우선 자신의 흑도를 그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순히 흑색의 검이라는 것 외에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을 살펴보며 혀를 찼다.
그의 말대로 오랫동안 사용했던 흑도였고, 멀쩡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신우 또한 무뎌진 칼날을 의식하고 있었던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수리를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흑도를 가져갔다.
“그것도 줘보게 점검하는 김에 한번에 해주겠네.”
“아, 이건…….”
“어서 줘보게나. 자네들은 마을에 머물지 않으니 이럴 때 점검해야 한다네.”
흑도를 카운터에 올려둔 그는 이번엔 신우의 허리에 차고 있는 다른 검을 쳐다보았고, 그것 또한 보여주라고 하였다.
망설이는 신우를 보며 그는 답답한 듯 훈수를 두었지만, 그 또한 틀린 말은 없어 보였다.
나의 경우에는 무기고를 통해 모든 무기를 수리할 수 있었기에, 항상 최적의 상태인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신우와 현지는 그렇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야.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구나.’
총기의 결함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지만, 신우와 현지의 무기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검과 너클.
고장 날 것도 망가질 것도 없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용하는 날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들은 사용할수록 미세하게 계속해서 무뎌지고 노후화되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상태를 살피며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네, 그럼…… 여깄습니다.”
“……어이쿠. 이건 어디서 난 건가?”
“괘, 괜찮으십니까?”
어딘가 내키지 않는 듯 망설이던 신우는 고민 끝에 자신의 검을 넘겨주었다.
그가 신우에게 넘겨받는 순간, 검에선 혼령들이 빠져나오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고, 놀란 그는 뒤로 넘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우리는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아직도 얼떨떨한 듯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역시. 이건 안 될 것 같습니다.”
“맞네. 내가 손댈 수 없는 물건인 것 같구만.”
신우가 건네주었던 검은 귀도.
귀신이 깃들어 있다는 검이었고, 어째서인지 호섭이 그것을 만질 수는 없어 보였다.
혹시나 다른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귀도만은 넘겨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 또한 신우의 결정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무렇지 않은 듯 현지를 바라보았다.
“흠흠, 내 추태를 보였구만. 자네는?”
“아, 네 여기 있어요.”
“……허허. 이게 정말 내가 만들어줬던 그 너클이 맞는 겐가?”
“예? 네…….”
“허허. 보기보다 과격한 성격인가 보구만.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야.”
넘어진 것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의 너클을 건네주었고,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던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만들어주었던 너클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의 전투 스타일을 자체도 꽤나 과격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새로운 스킬 때문이었다.
양 주먹에 거대한 불꽃을 피우는 그녀의 스킬이 알게 모르게 너클에 꽤나 부담을 주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부서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음, 그랬구만. 불꽃을 내뿜는 스킬이라…… 이래서야 고쳐준다고 해도 그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이상 얼마 못 가겠어.”
“어…… 그럼 어떻게 하죠?”
“허허, 걱정하지 말게. 자네 스킬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새로 제작해 주겠네.”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닐세. 그럼 가게 구경이라도 하고 있게.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예.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현지의 스킬에도 버틸 수 있을 만한 무기를 새로 제작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곧장 신우의 검과 현지의 너클을 들고는 가게의 옆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깡! 깡!
“저곳이 작업실인가?”
“그런가 봐요.”
“그럼 우리는 조금 둘러보죠.”
그가 말한 대로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 방에 들어간 그는 나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쇠를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고, 그곳에서 작업을 시작한 듯 보였다.
우리 역시 마땅히 갈 곳이 있는 것도,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를 기다리며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병장님, 이것 좀 보세요. 무쇠 갑옷입니다.”
“오. 헬멧도 있네. 중세 갑옷을 본떠서 만든 건가?”
“하지만 이걸 입고 싸우기엔 너무 무겁지 않을까요?”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던 와중 신우가 소리쳤고, 우리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신우가 살펴보고 있던 것은 거대한 무쇠 갑옷.
철로 만든듯한 그 갑옷은 어떤 몬스터의 공격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단단해 보였지만, 현지의 말대로 너무 무거워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여기 활도 있습니다.”
“활이요? 어디 봐요.”
시선을 옮긴 신우의 외침에 현지는 곧장 반응하며 달려갔고, 벽 한쪽에 전시되어 있는 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람의 키만큼 거대한 활은 보기만 해도 강력해 보였고, 그 옆에는 같이 판매하는 듯 거대한 화살이 함께 놓여 있었다.
“음, 활이 원거리에서 공격하기에 간편하긴 한데…… 하나 살까요?”
“……화, 활을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활을 살펴보던 그녀는 관심이 있는 듯 물었고, 이미 그 실력을 알고 있던 우리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녀는 웃어 보이며 다시 활을 내려놓았고, 그때 가게의 문이 열렸다.
딸랑, 딸랑.
“아, 여기 계셨군요.”
“네? 저희요?”
가게로 들어온 사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우리를 바라보았고, 반가운 듯 개운한 웃음과 함께 말을 걸어왔다.
단순히 손님인 줄 알았던 그는 우리를 알고 있는 듯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에 반문했다.
“아이고, 이런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저는 심현섭 님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의가 끝난 것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그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자신을 소개했고, 그제야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알려주겠다 했던 심현섭의 말이 떠올랐고, 그는 개구리 인간들과 마을 간의 동맹에 관한 회의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러 온 것이었다.
“근데, 저희는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뛰어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