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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18화 (11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18화

“간단한 취사도구랑 식재료는 이 정도면 되겠는데?”

“네, 요리는 제가 맞겠습니다.”

“그럼 이제 필요한 게 있나 조금 둘러보자.”

“그래요.”

시장으로 들어온 후 우리가 곧바로 찾기 시작한 것은 여정을 떠날 며칠간 먹을 식재료들이었다.

신우에게 식재료를 탐구할 수 있는 스킬이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위한 것이었다.

먹을 것이 없을 때 몬스터나, 주변의 동식물들을 먹을 수 있는지 파악하는 용도의 스킬이었고.

현재 코인도 있고, 먹을 것을 판매하는 시장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스킬에 의지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한 3,000코인 정도 사용한 건가?”

“네, 확실히 식재료들이 비싸기는 하네요.”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싸게 산 편이야.”

우리가 가지고 있던 코인은 1만 8,000코인 정도.

한 사람당 약 6,000코인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전 까마귀 몬스터와의 전투가 있기는 했으나 전투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코인 자체는 얼마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한 것은 어렵지 않게 요리할 수 있는 고깃덩어리들과 조미료, 에너지바와 초콜릿 같은 열량이 높은 식량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전 같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세상이 변한 이후 이런 간편한 식량들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고 그에 따라 가격 또한 크게 증가한 상태였다.

다른 그 무엇보다 높은 물가를 측정하고 있었기에 꽤 많은 코인을 소비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않고 있었고, 계속된 여행으로 인한 전투를 통해 코인이 넉넉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코인은 스킬의 레벨업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코인으로 그것은 불가능했기에 식량을 구입할 여유 정도는 있었던 것이다.

“저기는 뭐 하는 곳이지?”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독특한 문양의 간판이 대충 그려진 상가를 발견했고, 질문하자 곧바로 신우가 대답했다.

서툰 그림 솜씨로 그려진 문양은 자세히 살펴보니 검과 방패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쉽사리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볼까?”

“네, 좋습니다.”

“저도 좋아요.”

세상이 변하며 전투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변화가 생겨났다.

이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하는 상점 또한 그중 일부였고, 이미 이런 것들을 판매하는 상인이 있다고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호기심이 생겼고, 곧바로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딸랑, 딸랑.

“어서 오세요!”

손잡이를 돌리며 밀자 문에 달린 방울이 요란하게 울리며 우리를 반겼고, 무언가 하고 있던 남자가 우리를 발견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그는 영업용 미소인지, 진심으로 반가운지 알 수 없을 만큼 활짝 웃어 보인 그는 계산대를 빠져나오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엄청 친절하네?’

우락부락하게 생긴 그의 행동은 매우 친절했고, 오히려 과도할 정도의 행동에서 조금은 부담을 느끼려던 참이었다.

“누군가 했더니 자네들이었구만. 떠났다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온 겐가.”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얼마 있다가 바로 떠날 겁니다. 구경 좀 하러 왔어요.”

“허허허, 자네들은 여전히 바쁘구만. 그럼 이분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 그는 양팔을 벌리며 우리를 반겨주었고, 의아하게 생각하려는 찰나.

신우와 현지가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가만히 대화를 듣다 보니 그들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싶었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네, 이 병장님이세요.”

“민혁 씨에요.”

그를 보며 신우와 현지는 각각 대답했고, 이미 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듯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 안녕하…… 십니까.”

“하하하, 반갑네. 자네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어찌나 칭찬을 하던지.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지경이라네.”

“아, 하하.”

그의 손을 잡으며 악수를 주고받았고,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일단 인사를 건넸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나와는 반대로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는 이호산이라고 한다네. 보다시피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네. 편하게 무기점 아저씨라고 부르게나.”

“아, 네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저는…….”

“하하하, 아닐세. 잘 알고 있네. 이번 전쟁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네.”

“...”

“듣자 하니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홀로 언데드 군단에 잠입해 보스 몬스터들을 하나씩 격파했다지? 허허 듣기만 해도 보통 깡이 아니구만.”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서는 겸손 떨 필요 없네. 이미 마을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일세.”

“마을 사람들 모두요……?”

“당연하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네가 전쟁의 마지막 무렵 엄청난 빛과 함께 괴물을 처치하는 장면은 거의 모든 사람이 지켜봤네. 소문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지.”

“…….”

무슨 말을 꺼내기 전 느껴졌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수다쟁이의 면모가 있는 그는 홀로 떠들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전부 나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모두 얼추 맞는 내용들이기는 하였지만, 하나같이 어딘가 과장되고 부풀려진 내용들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이러한 내용이 퍼져 있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거야?”

마을에 들어온 순간부터, 경비를 서고 있던 그들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항이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꽤나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굳이 입 아프게 정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기에 신우와 현지를 보며 질문했다.

“아, 저희가 수련을 받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입니다.”

“네, 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주신 분이기도 해요.”

단순한 손님과 가게 주인 사이라기엔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은 꽤나 친밀해 보였기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신우와 현지는 그제야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고,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마정석을 얻기 위해 던전을 탐사하던 사이, 신우와 현지는 이대근에게 수련을 받고 있었고, 그때 이를 알게 된 것이었다.

“허허허, 대근이 이 자식이 어찌나 혹독한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도와준 게 다라네.”

“…….”

그는 옛날 생각을 하는 듯 팔짱을 낀 채 허공을 바라보았고, 신우와 현지 또한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으며 몸서리쳤다.

“그, 그 얘기는 그만하죠…….”

“그때 모든 무기를 제공해 주신 게 이분이세요.”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신우는 어서 빨리 대화 주제를 바꾸길 원하였다.

현지 또한 마찬가지였고 나를 보며 그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이호산 그가 이대근처럼 직접적으로 둘의 수련시키는 데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으나, 당시 수련의 모든 무기와 방어구를 제공한 것이 바로 그였다.

“허허허, 맞네. 두 시간에 한 번씩 무기들을 부셔 먹으니 나도 당시에 고생 좀 했지.”

“두 시간에…… 한 번씩이요?”

“그러게나 말이게. 멀쩡한 무기를 주는데도. 무슨 수련을 하는지 그렇게 되더구만.”

그는 이번에도 역시 당시를 생각하며 중얼거렸고, 믿을 수 없는 그의 이야기에 둘을 쳐다보았지만, 안색이 어두워질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목검부터 시작해서 활, 몽둥이, 검, 낫, 글러브 안 써본 무기가 없을 거네. 나야 만드는 입장이었지만, 이 둘도 꽤나 고생했을 거야.”

신우와 현지가 수련을 받을 당시 사용했던 무기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각각 글러브와 검을 사용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대근은 그들에게 맞는 무기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하도록 시킨 모양이었다.

검이나 활, 글러브, 장대 등등 다양한 무기들을 쥐여 준 채 무작정 계속해서 전투를 시킨 결과 그들에게 가장 맞는 최적의 무기를 찾아내려고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현지는 너클을 사용하게 되었고, 신우는 그대로 검을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현지의 너클도 직접 만드신 겁니까?”

“맞다네. 대근이 부탁으로 내 직접 제작한 것이라네. 어떤가 사용은 잘하고 있는가?”

“네, 그럼요.”

오랜 기간 떨어져 있던 현지와 만났을 때 그녀가 새롭게 착용하고 있던 쇠로 된 너클은 그가 제작한 것이었고, 현지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였다.

나에게는 낯선 무기이기도 했으며,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너클이었기에 그동안 어떻게 구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던 무기였다.

“그럼 이 무기들을 직접 만드신다는 건……?”

“맞네. 스킬 덕분이지. 내 비록 직접 전투는 하기 어렵지만, 단숨에 무기나 방어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네.”

“그렇군요.”

직접적으로 스킬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어 조심스레 돌려 물어보았지만, 그는 흔쾌히 자신의 스킬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무기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과거라면 별로 환대받지 못할 만한 스킬이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랐고 몬스터가 판치는 지금의 세상에서는 무기를 제작하는 이 능력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것이었고, 그 역시 자신의 스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 역시 총기를 제작할 수 있는 무기고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에 관심을 돌리려는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뿐만이 아니네. 무기의 강도를 높이거나 무게를 적정량으로 줄이는 것 또한 가능하니. 원하면 언제든지 부탁하게나.”

“그,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꽤나 관심이 갈 만한 이야기였고, 곧바로 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맞네. 무기나 방어구들을 완전히 부서지지 못할 정도이거나 무게 0g이 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나 꽤 효과가 있다네. 관심이 있나 보구만?”

“예,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합니까?”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신이 난 듯 연신 설명을 이어갔고, 솔깃한 내용에 입고 있던 탄띠를 벗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어우, 보기보다 꽤나 무겁구만.”

어깨에 메고 있던 탄띠를 받아든 그는 예상외로 무거운 무게에 놀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건네준 것은 형태가 변한 원격제어 상자, 탄띠의 모양이 변함에 따라 원격제어 탄띠로 이름이 변한 그것이었다.

“뭔진 몰라도 단순한 탄띠로는 보이지 않는구만. 강도보다는…… 무게를 줄여주면 되는 건가?”

“예, 가능하다면 부탁드립니다.”

그는 나의 의도를 곧바로 파악했고, 탄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원격제어 탄띠, 그것은 효과도 좋고 형태를 변화시켜 사용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지만.

딱 한 가지.

다소 무거운 무게가 조금 아쉬웠다.

들었을 때 일반적인 총기의 무게, 약 3㎏~5㎏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음, 어렵지 않게 가능하네. 바로 해주면 되겠는가?”

“네, 부탁드립니다. 가격은 얼마 정도……?”

“허허허, 됐네. 마을을 구한 영웅한테 돈을 받을 정도로 악덕은 아니라네. 구경하고 있게나 금방 해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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