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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17화 (11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17화

“관심이 있나 보군. 자세한 내용은 직접 가서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심현섭이 꺼낸 화이트라는 단체에 대해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상이 변화한 시점부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었던 보급 상자.

찾을 수는 없었지만, 대피소를 운영했던 이들.

존재의 유무조차 알 수 없던 마정석을 나눠준 이들은 전부 ‘화이트’라는 단체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던 그 단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눈에 띄고 있었고,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좋습니다.”

“저도요.”

이번 또한 뜬금없이 나온 그 단체에 대한 언급에 더욱 자세히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는 우리가 직접 가서 듣기를 원하였다.

그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신우와 현지를 보며 의견을 물어보자, 그들 역시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그들을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혹여나 시간이 지나더라도 기다려 줄 테니 조급해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게나.”

“그럼 이만 바로 출발…….”

“잠깐, 기다리게.”

모두의 의견이 모이자 망설일 것은 없었고, 우리는 바로 주현이 이끄는 용병들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심현섭은 다시 한번 텔레포트가 준비되는 시간 동안 도착을 할 필요는 없다며 안심을 시켜줬다.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문을 나서 출발하려는 순간, 그는 다시 한번 우리를 막아섰다.

“왜 그러십니까?”

“음, 부탁이 있네.”

“예?”

“별거 아닐세. 자네들이 가는 동안 약간의 수고만 해주면 되는 일이네.”

“어떤 겁니까?”

“물자 배달을 도와주었으면 하네.”

“……물자 배달이요?”

다급하게 우리를 막아서며 그가 요청한 것은 다름이 아닌 용병들에게 물자 배달을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가는 방향으로 설득하려 했던 그의 속셈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오히려 뻔뻔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지금 우리 마을에 트롤 구역을 넘어갈 수 있는 인원이 없네.”

“……네. 거의 모두 다치거나 상처를 입었으니 그렇겠지요.”

“용병단, 그들과는 동맹을 맺고 함께 언데드와의 전쟁을 치렀지만, 아직 계산할 게 남아 있어서 말이네.”

“…….”

“동맹의 대가로 합의했던 물건들이네. 식품, 방어구, 무기 등등 구성원 대부분이 전투원인 그들에게 부족한 물품들이 대부분이라네.”

“……그것을 배달해 달라는 말입니까?”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로 멀지 않은 마을들끼리 동맹을 맺고 목숨을 걸어가며 전투를 해서 승리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철저한 사전의 계약 덕분이었다.

서로의 조건을 합의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당연한 이야기였고, 전쟁이 끝난 지금 이들은 약속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트롤의 구역까지 건너갈 수 있을 만한 인재가 없었다.

그는 우리를 이용해 물자를 이동할 계획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물론 공짜로 해달라고 하지는 않는다네.”

“…….”

“물품들을 배송하면 그들이 약속했던 코인을 줄 걸세. 그것의 30%를 자네들에게 주도록 하겠네.”

“……음.”

그가 속내를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의 눈빛은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고, 그는 땀을 삐질 흘리며 대가를 약속했다.

그들이 그저 그저 물품들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 거래를 하는 것이 합의했던 내용이었고, 물품들의 판매 수익의 30%를 우리에게 준다는 내용이었다.

“어때?”

“30%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고, 물품들을 지키면서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현지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코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한데…….”

우리는 그의 제안을 듣고 뒤를 돌아 속삭이기 시작했다.

신우도 현지도 확실히 의견을 내놓기 힘든 상황.

물품이 얼마나 되는지.

그 판매액은 얼마가 되는지조차 유추할 수 없었고.

그것들을 지켜내며 전투가 벌어질 경우 위험 요소는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잠시 의견을 주고받던 신우와 현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이 병장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저도 민혁 씨 결정에 따를게요.”

“…….”

생각을 하다 막힌 그들은 모든 결정권을 나에게 맡겼고, 잠시 고민을 한 후 심현섭에게 다가갔다.

“음…… 30%는 너무 적습니다. 받은 코인의 50%를 저희가 가져가겠습니다.”

“……뭐, 뭐잇? 오, 오십 퍼센트 말인가?”

“예.”

“자네들 무슨 소리 하는 겐가. 30%도 후하게 쳐준 거라네. 50%라니 터무니없는…….”

잠시 생각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이었다.

어찌 됐든 우리가 가기로 한 마음은 변화가 없었고, 물자를 이동하는 동안 생기게 될 문제점들이나 안전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동해야 할 물품들의 양이나 받게 될 코인이 얼마 정도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마을과 마을 간의 거래였고, 그것이 작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 되었다.

그렇게 되면 얻게 되는 코인이 막대할 것으로 유추되었고, 코인을 통해 스킬의 레벨업을 할 수 있었기에 이 정도면 나쁜 거래라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뭔가?”

“물품 배송에 있어서 혹여나 실패가 있더라도 저희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을 시에만 제안을 받아드리겠습니다.”

“…….”

또한, 생각해 낸 것은 이동하는 동안 만나게 될 트롤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수많은 개채 수를 가진 그들이 공격을 해온다면 살아남는 것은 배제하고 물품을 지킬 수 있을지가 문제였던 것이다.

혹여나 막대한 물품들을 빼앗기기라도 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책임을 물어 전투 토해내라 한다면 오히려 서울은 가지 못한 채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며 코인 벌이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를지도 몰랐다.

“자네들…… 진심인가?”

“저희야 그저 다녀오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요.”

“…….”

그는 당황한 듯 떨리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 머리를 붙잡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에게 계속해서 호의를 베풀고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한 그였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신우를 납치해간 약탈자, 마정석, 그리고 지금의 상황까지.

그가 도움을 건네는 모든 상황은 우리에게뿐만 아닌 우리가 상황을 해결했을 경우 그에게 도움이 되는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건으로는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그는 자신의 이득을 모두 취하고 있었기에, 그의 부탁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받아줄 필요는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 테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그였지만, 그가 거절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며, 아무리 그들에게 불리한 조건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일 것이 분명했다.

동맹이라 할지라도 거래는 깔끔해야 했고, 앞으로도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다치고 부상을 입어 거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를 통해서라도 무리하게 물자를 이동시켜려 하고 있었고, 그것은 약속된 날짜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물자들을 이동시키지 못하면 동맹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일 테지.’

이들이라면 분명 사람들의 충분한 회복을 취한 후 물자를 이송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텔레포트 스킬로도 약 3일 정도만 기다린다면 한 번에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터.

지금 이들이 이토록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이것들을 전해줘야 할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장 우리가 아니면 그것을 해결해낼 능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기에,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좋네. 어쩔 수 없구만. 자네들 안전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 코인의 50%와 물자가 손실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예상대로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장의 이득을 포기하더라도 동맹의 결속을 택한 그의 선택이었고, 우리 또한 만족할 만한 거래를 이룬 것이었다.

“그럼 물건들은……?”

“이미 모두 준비를 시작했네. 아마 몇 시간 뒷면 완료될걸세.”

“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고맙네.”

곧바로 그에게 우리가 배송할 물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치밀한 그는 이미 우리가 수락하기도 전에 준비를 시작한 듯했다.

얼마 후면 완료된다는 말을 끝으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만. 약속했던 회의 시간이 되었네.”

“그럼, 저희는……?”

“잠시 마을이라도 둘러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겠나? 준비가 되면 바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그는 시계를 보며 개구리 인간들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약속했던 회의란 개구리 마을의 그들과 동맹에 대한 것이었고, 그는 분주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긴장한 듯 개구리 인간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고, 우리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 * *

“어느 정도 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뭘 했으면 좋겠어?”

“저, 저는 맛있는 음식들을 배 터지게 먹고 싶습니다.”

“쇼핑해요. 쇼핑!”

회의하기 위해 떠난 심현섭과 개구리 인간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건물을 빠져나왔고, 남은 시간 동안 마을에서 무엇을 할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신우와 현지는 그동안 못했던 소소한 것들을 원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 전부 하자. 어차피 앞으로 며칠 동안 먹을 식량이나 물품들도 사야 하니 우선 시장부터 가보자.”

“네, 좋습니다.”

“좋아요!!”

주현이 이끄는 용병단들을 찾아가기로 결정을 한 이상 우리가 준비할 것들은 정해져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트롤 구역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직접 상대해야 할 대상이었고 준비해야 할 것은 그동안 먹을 식재료와 물 등이었다.

시장에 가서 식재료와 물을 구비하는 김에, 각양각색의 장비나 새로운 무기, 방어구 등을 살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저쪽으로 가면 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온 것이 처음은 아니었고, 이대근에게 수련을 받는 동안 신우와 현지는 마을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길을 꽤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신우는 익숙하게 손가락으로 시장을 가리켰고, 우리는 곧장 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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