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15화
“어떤가? 개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개굴. 아닐세. 자네가 우리에게 해준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닐세. 개굴”
건네준 모든 물건을 확인하고 나자 그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그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의사를 표시했고, 그는 그제야 껄껄 웃으며 만족해했다.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제로 건이 아저씨가 복구해 준 심현섭의 마정석, 펜던트, 탄띠 모두 완벽했고 흠잡을 곳 하나 없었다.
그에게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표시한 후 인사를 하며 집을 빠져나왔다.
* * *
“이제 다시 돌아가는 겁니까?”
“응. 마정석도 완벽히 복구했으니 돌려주러 가야지.”
“생각보다 시간은 걸렸지만, 그래도 무사히 해결했네요.”
신우 그리고 현지와 대화를 나누며 마을 나가기 위해 걸어가던 그때.
누군가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라. 개굴.”
“……종수 씨?”
갑작스레 우리를 막아선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그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양팔을 벌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을 주민들 모두가 모여들었고, 종수는 그제야 말을 이어갔다.
“갑자기 멈춰 세워서 미안하다. 개굴.”
“무슨 일이시죠?”
건이 아저씨에게 찾아가기 전에 그와는 분명 작별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더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용건은 없었다.
개구리 주민들의 위기는 순조롭게 해결이 되었고, 우리 또한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했기에 그가 이렇게 길을 막아선 것이 의아했다.
“작별 인사라도 하려는 건가요?”
“어…… 어제 모두 인사를 나눈 거 아니었나요?”
현지는 종수와 함께 우리의 주변으로 몰려든 개구리 주민들을 보며 질문했다.
하지만 어제저녁 종수의 집으로 이동하기 전에 하나둘 찾아온 그들로 인해 모두 만난 기억이 있었다.
마을로 무사히 도착한 개구리 주민들이었지만, 까마귀 몬스터들에 의해 대부분 집이 부서진 상태였고, 그것을 복구하는 동안 마땅히 할 것도 없던 그들이 전부 우리에게 몰린 것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꼭 붙잡으며 감사 인사를 받고, 눈물을 쏟고, 작별 인사를 나눈 이후였다.
“우리도 너네와 함께 가겠다. 개굴.”
“네?”
의아함이 커지던 그때 종수의 곁으로 2명의 개구리 주민들이 앞으로 나왔고, 그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놀라 되묻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다시는 숨지 않기로 했다. 개굴. 하지만 이번 같은 상황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개굴. 만약,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개굴.”
“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또한 주변의 마을들과 교류를 맺으려고 한다. 개굴.”
“심현섭, 그에게 같이 가자는 말이군요?”
“맞다. 개굴.”
개구리 인간 종수가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번의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더는 몬스터를 보면 숨는 방식의 생존이 아닌 맞서 싸우기를 다짐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약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강력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지금껏 도망쳐다닐 동안 계속해서 성장한 플레이어들은 널려 있었으며, 그중에는 약탈자와 같은 악인들도 있었다.
언제 어디에서 강력한 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고 지금의 그들의 힘만으론 자신들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구리 인간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주변의 마을들과 동맹을 맺는 것.
“그렇군요. 그에게 먼저 가는 이유가 있습니까?”
“가장 가깝기도 하고. 개굴. 그는 이미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적이 있다. 개굴. 그라면 틀림없이 동맹을 수락해 줄 거라 믿는다. 개굴.”
이미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 심현섭은 이들에게 동맹을 요청한 적이 있었고, 이들은 그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시금 역으로 제안을 하려는 개구리 주민들의 조건이 무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어차피 우리 또한 가는 방향이 같았기에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같이 가는 거야 어려울 것 없지요.”
“고맙다. 개굴.”
“그럼 바로 출발하시죠.”
“알겠다. 개굴.”
그의 제안을 수락하자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고 이미 채비를 마친 듯 곧바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을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종수를 포함한 3명의 개구리 인간들이 우리의 앞에 뒤를 돌아보며 등을 내밀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타라. 개굴.”
“예?”
“등에 올라타라. 개굴. 단숨에 가겠다. 개굴.”
알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질문하자 그는 자신의 등에 올라타라 말했고, 다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반문하자 그는 답답한 듯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들의 의도는 바로 우리를 등에 업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엄청난 점프력으로 인한 빠른 속도였고, 그것은 누군가를 태워도 충분할 정도였다.
이미 까마귀 군주와의 전투에서 그것을 확인한 바 있는 그들이 우리를 업은 채 빠르게 산에 있는 마을을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미 완고해 보이는 그들이었기에 곧장 신우와 현지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내 개구리 인간들의 등에 올라탔다.
개구리 특유의 미끈거리는 피부와 차가운 느낌이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발한다. 개굴.”
“개굴. 꽉 잡아라. 개굴.”
“……으아아악!!!”
우리를 태운 개구리 인간들은 뒷다리에 힘을 주었고, 곧이어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말 그대로 엄청난 높이를 동시에 뛰어오른 그들은 산속 가득한 나무들을 발판 삼아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으윽…….”
“멀미할 것 같습니다.”
“하핫, 재미있었어요!”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신나 보이는 현지를 제외한 나와 신우는 멀미할 지경이었고, 그런 우리를 보며 웃던 개구리 인간들은 점점 그 속도를 늦추며 말하였다.
“이제 도착했다. 개굴.”
“내려도 된다. 개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이동한 그들은 단숨에 산속의 마을을 내려와 이동했고, 그들의 등에서 내려 저 앞을 바라보자 정말 거대한 성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경비가 분명해 보였고, 개구리 인간들은 그들을 보고는 우리를 내려준 것이었다.
천천히 걸으며 그들을 향해 걸어가자, 이번에는 개구리 인간들이 우리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오기 시작했다.
“엇! 민혁 님 오셨습니까?”
“현지 님, 신우 님 반갑습니다.”
각자 창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던 그들은 우리의 모습을 봄과 동시에 놀라며 아는 체를 했다.
“……예? 저를 아시나요?”
“하하하.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언데드 군단과의 전투 때 민혁 님의 활약을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직도 프랑켄을 향해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며 쓰러뜨리던 그 장면은 눈앞에 생생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들의 얼굴은 기억에 없었고, 의아함에 물어보았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언데드 군단과의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활약했던 민혁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지금 저희 마을에서 세 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말 한 번쯤 뵙고 싶었습니다.”
아이돌을 만난 팬이라도 되는 것처럼 흥분하며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자, 그들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둘 중 한 명의 경비가 이내 정신을 차렸고, 자신의 동료를 말리며 진정시켰다.
“난처하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모르게…… 바로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뒤에 분들도 동…… 앗!!”
신우와 현지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 셋만을 확인하고 있던 그들은 곧바로 문을 열어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뒤에 있는 개구리 인간들의 모습을 그제야 확인했고, 그들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다.
놀란 그들은 곧장 자신들의 창을 우리의 뒤에 있는 개구리 인간들에게 겨누었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세, 세 분 모두 조심하십시오! 뒤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몬스터들이 미행한 것 같습니다! 피하세요!”
그들은 계속해서 창을 겨누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에게 주의를 시키었고, 개구리 인간들은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고 손을 들고 있었다.
“이분들은 저희 동료입니다. 심현섭 님을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예? 하, 하지만…….”
경비를 서고 있던 그들을 말리며 설명했고, 멈칫하던 그들은 그제야 겨누고 있던 창을 내리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페널티에 의한 모습이었군요.”
그들 또한 페널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간단한 설명만으로 개구리 인간들을 설명할 수 있었고, 다행히 이해해 준 그들은 곧바로 마을의 출입을 허락해 주었다.
“……어째서 가만히 있던 겁니까?”
“오히려 우리가 말을 하면 공격을 해오는 게 대부분이었다. 개굴.”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한 후 같은 인간이었던 이들에게 몬스터로 취급받기 일쑤였고, 때로는 기습 공격을 받기도 하며 살아왔다.
그들의 행동은 익숙한 듯 자연스러웠고, 그것은 지금껏 이러한 취급을 숱하게 당해왔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개구리 인간들이 우리에게 같이 가기를 희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희와 함께 가자고 제안하신 거군요.”
“맞다. 개굴. 이런 모습을 한 우리는 협상은커녕, 마을 출입조차 불가능하다. 개굴.”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개구리 인간들을 향해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한 채 그렇게 마을의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럼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는 처음 와보는 겁니까?”
“개굴. 그렇다. 개굴.”
“아시겠지만, 세상이 조금 많이 변했습…….”
“……와!!! 이럴 수가. 개굴.”
약간은 침울했던 개구리 인간들의 표정은 마을의 안으로 들어온 순간 완전히 변하였다.
화려한 스킬들과 넘쳐나는 사람들.
북적거리는 마을을 처음 보는 그들은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던 우리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말을 끊은 그들은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개구리야…….”
“몬스터 아니야……?”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었고, 사람들은 개구리의 모습을 한 그들을 보며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멈춰 서며 지켜보았고, 그 인파는 조금씩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안 되겠습니다. 곧장 이동합시다.”
“미, 미안하다. 개굴. 우리 때문에…… 개굴.”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며 곧장 심현섭, 그의 집무실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