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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14화 (11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14화

푸와아아악- 쉬이이익-

신우의 검기에 조금이라도 닿은 모든 것들은 생명력을 잃은 채 말라비틀어져 갔고, 눈앞에 있던 나무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기에 의한 어떠한 상처를 찾아볼 순 없었지만, 완전히 메말라 버린 나무는 조금 전의 싱싱했던 그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

“으, 으아앗.”

괴이하기 짝이없는 그 모습에 현지와 나는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그때 괴성을 지른 것은 신우였다.

그 또한 스스로 검기를 발사하고도 당황한 듯했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뒤를 돌아보려던 순간 돌을 밟고 넘어진 것이었다.

“아야얏.”

“어떻게 된 거야? 너도 새로운 스킬이라도 얻은 거야?”

그대로 넘어져 엄살을 피우고 있는 신우에게로 다가갔고, 방금의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그가 사용한 스킬은 지금까지 보았던 ‘발도’가 분명했지만, 그 형태나 분위기, 효과는 완전히 다른 스킬로 보였다.

원래의 순간적으로 빛을 모은 듯한 검기를 발사해 순식간에 적들을 베어버리는 신우의 스킬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분명 평소와 같은 발도였습니다.”

“음, 무기에 따라 스킬이 바뀔 수도 있는 건가?”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네요.”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일어난 신우는 귀도를 보며 대답했다.

분명 같은 스킬을 사용했지만, 그가 원래 사용하던 흑도와 귀도와는 그 차이가 명확했다.

무기에 따라 스킬의 형태와 효과가 변화했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었고, 현지 또한 그 말에 동의하며 끄덕였다.

“넘어진 건, 재수가 없다는 그 설명 때문일까요?”

“글쎄요, 원체 덜렁대는 녀석이라.”

현지는 신우가 미처 털지 못한 남아 있는 먼지를 털어주며 물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분명 그가 새롭게 얻은 무기인 귀도에는 ‘재수가 없음’이라는 애매모호한 문구가 적혀 있었기에 혹시나 그것 때문에 신우가 넘어진 것은 아닐까 추측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알아 온 그는 덤벙대는 성격은 물론, 실수나 지금처럼 간혹 넘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었기에 아직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 * *

“끄어어억~”

지난 밤 마땅히 지낼 장소가 없는 우리는 건이 아저씨에 의해 수리가 완료된 개구리 인간 종수의 집에서 머물렀다.

종수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자신의 집에서 머물기를 제안했고 그것을 수락한 것이었다.

지난 전투에 의해 녹초가 된 우리는 이른 저녁에 곧바로 잠이 들었고,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잠을 청했다.

“일어나라! 개굴!! 벌써 점심이다 개굴!”

그 고단함을 알기에 개구리 인간 종수는 자고 있는 이들을 지켜난 보았지만, 벌써 오후 3시가 지나고 있었고 깨우지 않을 수 없었다.

끝도 없이 자고 있는 이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하나둘 자리에서 눈을 뜨며 일어났다.

“하암, 여기는 빛이 안 들어서 푹 잤네요.”

“그러게요. 저 커튼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난 현지는 입을 가리며 하품했고, 그녀의 말대로 여전히 이곳은 어두웠다.

개구리 인간 종수의 집은 모든 창문이나 빛이 들 만한 장소는 커튼을 통해 가려져 있었다.

그로 인해 오랜만에 실컷 잠을 잤고, 피로가 풀린 듯 개운했다.

“개굴. 이제 이 커튼들도 치울 거다. 개굴. 다 너희 덕분이다. 개굴.”

개구리 인간 종수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것은 역시 까마귀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온 집안을 가려 자신을 숨기려 했던 과거가 떠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밝게 웃어 보인 그는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벌써 3시가 다 되어간다. 개굴. 점심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개굴.”

“점심이요?”

“개굴. 그래, 곧 준비가 끝나니 앉아 있어라. 개굴.”

가장 늦게 잠에서 깬 신우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종수를 보며 물었고,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직접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준비가 끝난 듯 어서 앉으라며 손짓했다.

예상외의 자상한 모습에 놀랐지만,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파왔고 곧바로 그가 가리킨 식당에 자리했다.

“다 모였냐. 개굴?”

“예. 직접 준비하신 겁니까?”

“맞다. 개굴. 메뉴는 두 가지다. 개굴. 직접 고르면 된다. 개굴.”

좁은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 있자, 한쪽에서 부산스럽게 무언가 하고 있던 종수가 다가왔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점심 메뉴를 고르라는 말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파리 정식이랑, 구더기 정식 중에 골라라. 개굴. 아껴두었던 거지만 너희들이니 특별히 대접하는 거다. 개굴.”

우리 모두 기대하는 표정으로 개구리 인간 종수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파리와 구더기를 재료로 이용해 요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었고, 그제야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처음 개구리 인간인 그를 발견했을 때 배고픔에 굶주린 그가 먹고 있던 것은 거대한 까마귀 몬스터의 시체에 모인 파리였다.

인간에서 개구리로 모습이 변한 것뿐만이 아닌 각양각색의 특징들 또한 바뀌었고, 그중에는 식성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뿌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를 보는 우리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고, 이내 그는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개굴. 장난이다. 개굴.”

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우리를 보던 그가 뒤를 돌아 무언가를 가져왔고, 식탁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곳에 놓인 것은 물고기를 비롯한 게, 고동 등의 해산물 들이었다.

어디에서 배웠는지 굽고, 찌고, 삶은 그것들이 식탁 가득 푸짐하게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개굴. 나도 지금 모습은 이렇지만, 인간이다. 개굴.”

“하하, 하하하.”

식성이 변했다 한들 그 또한 인간으로 살아왔고, 그것을 잊은 것이 아니었다.

장난을 친 개구리 인간 종수를 보며 멋쩍게 웃어 보이자, 그는 만족한 웃음을 띠며 자리에 앉았다.

“이것들은 전부 잡으신 겁니까?”

“맞다. 개굴. 이 몸으로 변한 후, 물속에서 이 정도 잡아 오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개굴.”

“오, 그렇겠네요.”

“지금껏, 까마귀들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문제없다. 개굴.”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당장은 대접할 만한 게 이런 것들밖에 없다. 개굴. 맛있게 먹어주라 개굴.”

잠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가 정성껏 요리한 음식들은 신우의 말대로 굉장히 먹음직스러웠다.

개구리 인간인 그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고, 일반적으로 잡기 힘든 생물들 또한 쉽게 사냥이 가능했다.

그로 인해 한 상 가득 푸짐한 해산물을 잡아 올 수 있었지만, 그는 이런 것밖에 대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듯했다.

하지만 다른 음식들이 없더라도 우리에겐 이 정도 해산물들만으로도 충분했고,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우와! 잘 먹었습니다!”

신우가 자신의 배를 두들기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우리 또한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이제 건이 아저씨에게 갈 거냐. 개굴?”

“네, 마정석을 받아서 돌아갈 계획입니다.”

“그렇군. 개굴.”

함께 식사를 마친 종수는 우리를 보며 다음 계획을 물었고, 더 이상 이곳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건이 아저씨에게 부탁한 마정석과 물건들을 받아 돌아가는 것이었다.

종수 또한 예상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곧바로 그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똑. 똑. 똑.

“들어오게. 개굴.”

종수의 집에서 나와 어제 가본 적이 있던 건이 아저씨의 집으로 곧장 향했고, 문을 두드리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게. 개굴. 기다리고 있었네. 개굴.”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밝은 얼굴로 맞아주었고, 인사를 하며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밤을 새우신 겁니까?”

“허허, 기분 좋게 세웠다네. 개굴.”

종수의 집을 지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살펴본 마을은 완전히 복구가 되어 몰라볼 정도였고, 피곤한 듯 다크서클이 진 그의 얼굴을 보자 고단함이 느껴졌다.

“마을을 복구한 뒤, 휴식해서 자네들 요청도 전부 해결했다네. 개굴”

“네, 감사합니다.”

“직접 확인해 보게나. 개굴. 여기 있네. 개굴.”

그는 곧바로 준비해 두었던 보따리들을 건네며 이야기했고, 우리 또한 감사를 전하며 그것을 곧장 열어보았다.

“오.”

“하하하, 완벽하게 고쳐놓았다네. 개굴.”

당장 먼저 꺼내 본 것은 이곳에 온 목적이기도 했던 바로 심현섭의 마정석이었다.

여러 개로 갈라져 빛을 잃어 돌멩이에 불과했던 그것은 완전히 하나로 붙어 푸른 빛을 내뿜는 마정석으로 복구되어 있었다.

망가진 흔적 따위는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수리가 되어 있었고, 그는 자신의 솜씨가 자랑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감쪽같네요. 정말 대단한데요?”

“아직 감탄하긴 이르다네. 개굴. 다음 것도 어서 확인해 보게나. 개굴.”

복구된 마정석을 보며 감탄하고 있자, 그는 기대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재촉했다.

조심스럽게 마정석을 보관하며 그에게 부탁한 다음 물건을 꺼내 들었다.

“이건?”

“어떤가? 개굴. 자네가 맡겼던 그 껍질들이라네. 개굴.”

보따리의 안에서 다음으로 꺼내 든 것은 두 개의 펜던트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참지 못한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개굴. 그것들을 작게 압축시켜 그 펜던트 안에 집어넣었다네. 개굴.”

“압축시켜서 이 안에 말입니까?”

“맞네. 개굴. 하지만 그 효과는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을 확인했네. 개굴. 그저 목에 걸고만 있으면 되는 거라네. 개굴.”

“그렇군요!”

두 개의 펜던트는 바로 알의 껍데기를 보관해 둔 액세서리였다.

피노가 태어나며 알의 껍데기는 두 개로 갈라졌고, 그것들을 각각 그의 능력으로 압축시켜 이곳에 보관해 놓았다는 것이었다.

피노가 태어났던 이 껍질은 화염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지고 있기에는 불편함이 이었다.

이것을 그의 능력을 통해 펜던트에 넣음으로써 휴대성을 강화하고 그 효과는 일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두 개의 펜던트를 보관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을 꺼내 들었다.

그에게 맡겼던 것은 네모난 상자 모양의 원격제어 상자.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았던 것으로 무기들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 역시 휴대가 불편했던 물건이었다.

“크크크. 고민 끝에 그렇게 했다네. 개굴.”

“이것은…… 탄띠 아닙니까?”

“역시! 개굴. 한 번에 알아보는구만. 개굴. 자네에게 ‘딱’이지 않나? 개굴.”

원격제어 상자는 그곳이 어디는 몸에 부착만 되어 있으면 그 효과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형태든 몸에 착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그에게 부탁했고, 고심 끝에 그가 만든 것은 탄띠의 모양이었다.

“무게가 있다 보니, 벨트나 신발, 장갑 등은 무리였다네. 개굴.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건 너무 불편할 걸세. 개굴.”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건.”

“어깨에 메는 탄띠라네, 자네가 사용하기에 따라 탄창도 보관할 수 있을걸세. 개굴.”

그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탄띠를 어깨에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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