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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13화 (11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13화

“피노가 태어났던 알의 껍데기 말입니까? 그냥 기념적인 의미로 소장하고 계셨던 게 아니었습니까?”

옆에서 알겠다는 듯이 끄덕거리는 현지와 다르게 이것의 능력을 신우는 확인하지 못했던 신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우가 독에 중독되어 현지와 함께 그의 약을 구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이 껍질의 능력을 확인한 바 있었다.

화염에 둘러싸여 있을 때, 주위의 불꽃들을 이 껍질이 모두 흡수하였고, 그로 인해 현지와 내가 위기에서 벗어났다.

껍질을 까고 나온 피노에게 그런 능력은 없는 듯싶었으나, 껍질 자체의 능력은 여전했기에 혹시나 하여 버리지 않고 챙겨둔 것이었다.

“피노가 불을 싫어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녀의 질문대로 그동안 함께 생활해온 피노는 유난히도 불을 싫어했다.

싫어하는 것인지 무서워하는 것인지 작은 불꽃만 보더라도 경기를 일으키며 싫은 기색을 내었고, 그것이 생각난 것이었다.

“그나저나 피노가 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문제 없을거야. 생각보다 늦어지긴했지만, 거기는 안전하니까.”

피노의 중심으로 대화가 흘러가자 신우는 걱정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언데드 군단과의 전투, 그리고 성채가 무너지며 거대해진 몸으로 나를 지켜준 피노는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꽤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휴식이 필요해 보였고 계획대로라면 이곳 역시 하루 안에 다녀올 예정이었기에 심현섭 그에게 피노를 맡겨놓고 온 것이었다.

“그보다 이건 뭔가요?”

신우의 알의 껍데기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이번에 질문을 해온 것은 현지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신우와 종수, 건이 아저씨까지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듯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보상으로 받은 물건입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 보상이요??”

“네.”

“정말요? 우와! 이건 정말…… 머, 멋진 기계…… 장치네요?”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들어 있던 물건은 그녀의 말대로 기계 장치에 가까웠다.

네모난 박스 모양에 복잡한 기계들로 연결되어 있는 장치, 무언에 쓰이는 물건인지 어림짐작조차 되지 않는 그것의 모습에 난감한 현지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녀의 반응은 이것을 처음 나 역시 같았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것을 들어 올리며 보여줬다.

[원격제어 상자]

[어떤 무기든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단출하기 짝이 없는 설명이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조금이나 이것의 사용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대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무기고에서 총기 세 자루를 꺼내 내려놓았고, 다시 원격제어 상자를 들었다.

손에 들고 있는 그것에 마나를 조금씩 흘려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놓았던 총기들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 병장님! 이건?”

“민혁 씨가 한 거예요?”

“뭐…… 뭐냐! 개굴?”

난데없이 떠오른 총기들을 보며 당황한 듯 소리치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격제어 상자, 이것은 직접 들고 있지 않은 나의 무기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직접 집중하는 만큼의 조준까지는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수준의 조준과 발사, 장전 등이 가능했고, 그것은 혼자서도 일 대 다의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것이었다.

“당장은 세 자루가 맥시멈이지만, 익숙해진다면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오…… 우와…….”

입을 벌리고 넋을 놓은 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신우를 보며 원격제어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총기를 또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그것들을 무기고에 다시 넣어 놓았다.

“민혁 씨한테는 딱인데요?”

“네, 하지만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조금만 익숙해지고 연습을 한다면 꽤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무기임은 틀림없었으나,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약간의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복잡한 기계 장치들과 알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이것의 무게는 일반적인 총기와 맞먹었다.

총기의 무게야 익숙해져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것의 크기와 모양.

네모난 상자의 모양을 한 이 장치는 양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그 크기가 꽤 컸으며, 그 어디에도 손잡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비슷한 무게라 할지라도 손잡이가 없는 이것을 들고 있는 것은 총기를 들고 있는 것보다 체감상 더 불편했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취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이것을 들고 있을 경우에는 내 스스로 직접적인 무기를 다루기가 어려웠다.

“그럼 이것을 총기의 모양으로 변환시켜 주면 되는 것인가? 개굴?”

이야기를 듣던 건이 아저씨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했다.

“아닙니다. 총기보다는 벨트나 목걸이, 팔찌, 신발, 모자 무엇이든 몸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총기야 무기고를 통해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고, 다양하고 성능 좋은 무기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원격제어 상자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이 몸에 붙어 있기만 한다면 작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손에 들고 있지 않더라도 상자 모양의 이것을 발로 밟고 있거나, 엉덩이로 깔고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음, 그렇군. 개굴. 하지만 자네가 총기를 들고 이것을 사용하려면 더욱 어려울 텐데 괜찮겠나?”

“네,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총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요했고, 내가 직접 총기를 들고 원격제어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그 집중력은 흐려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내가 직접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한계는 명확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알겠네. 개굴. 내 책임지고 내일까지 마정석과 이 껍질, 그리고 기계까지 완벽히 해두겠네. 개굴.”

건이 아저씨는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집을 나서 개구리 마을을 수리하기 시작했고, 우리 또한 그곳에서 나와 한적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 * *

하루 동안의 여유가 생겼고, 그동안 특별히 우리가 할 만한 일은 없었다.

개구리 주민들을 도와 마을을 가꾸는 것을 참여하려 하였지만, 그들은 한사코 거절하며 우리를 밀어냈다.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그들의 뜻이었으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완고한 태도였기에 포기한 채 다시 우리끼리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너희가 받은 보상은 어떤 거야?”

문 듯 생각해 보니 아직 신우와 현지가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고 받은 보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궁금증에 그것을 물어보았다.

“후훗, 드디어 물어보시네요? 저는 이거예요.”

“이 병장님, 저는 이게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웃어 보인 현지와 신우는 각자의 보상을 꺼내며 보여줬다.

“오! 이건 신발하고…… 검이네?”

현지와 신우가 각각 보여준 것은 신발과 검이었다.

날개 모양의 포인트가 독특한 신발과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날카로운 검을 꺼내 든 것이었다.

“확인해 봐도 돼?”

“그럼요.”

“네.”

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이었기에 신우와 현지를 보며 물었고,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정보!”

[탈라리아]

[날개가 달린 신발. 착용자는 마나를 주입하면 하늘을 날 수 있다.]

[귀도(鬼刀)]

[귀신이 붙은 검. 가지고 있으면 재수가 없다.]

웃으며 대답하는 현지와 왠지 모르게 우울한 신우의 대답은 이것들이 정보를 확인한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날 수 있게 해주는 신발이라, 굉장한데요?”

“헤헷, 그렇죠?”

“귀신이 붙은 검도…… 여러모로 굉장하고…….”

“…….”

극과 극인 둘의 반응은 확연히 차이가 갈렸다.

신이 난 현지는 곧바로 탈라리아를 자신의 발에 넣어보았고, 그와 동시에 신발의 크기가 조정되며 그녀의 발 사이즈에 정확히 맞춰졌다.

“한번 날아볼게요!”

탈라리아를 착용한 그녀가 일어서 마나를 주입하는 듯 집중했다.

그러자 신발에 조그맣게 붙어 있던 날개 모양의 장식이 손바닥 크기만큼 커지며 생동감 있게 변화하며 그녀의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 오 우와! 정말 날았어요! 오, 아아악!”

자신이 날고 있는 것이 느껴지자 현지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지면에서 높아져 가자 균형을 잡기 힘든 듯 공중에서 비틀대던 그녀는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아아얏, 연습이 조금 필요하겠네요…….”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거린 그녀는 재빠르게 다시 자리에 와 앉았다.

“신우야 너는 어때? 새로운 검은 사용해 봤어?”

“음…… 아직 사용은 못 해봤습니다. 왠지 모르게 설명도 그렇고 분위기도 조금…….”

신우의 새로운 검은 귀도(鬼刀)를 말하는 것이었고, 그의 대답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귀신이 붙었다는 설명과 함께 가지고 있으면 재수가 없을 거라는 그 말들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고, 검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검 자체는 좋아 보이는데?”

하지만 보랏빛의 검집에서 뽑아 든 그 검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껏 신우가 사용하고 있는 흑도(黑刀)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검에 대한 무지한 내가 봐도 꽤나 좋아 보이는 검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버릴 것도 아닌데, 한번 사용해 보겠습니다!”

“그래 재수가 없어 봐야 얼마나 없겠어.”

“……맞습니다. 고작 이 정도에 겁먹을 순 없습니다.”

내심 찜찜한 듯 미간을 좁히며 고민하고 있던 신우는 결심한 듯 귀도를 집어 들었고, 자신의 허리춤에 착용했다.

흑도와 함께 그의 왼쪽 허리에는 두 개의 검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꽤나 멋스러웠다.

곧바로 신우는 귀도의 자루에 오른손을 이용해 잡았고, 공터에 자리한 나무를 향하였다.

“가, 갑니다?”

“그래, 보고 있어.”

“이 병장님, 현지 씨. 호, 혹시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면 도와주셔야 합니다?”

“어, 어 그래. 걱정하지 말고.”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은지 검을 뽑아 들 듯 자세를 낮춘 신우는 오른쪽의 우리를 힐끔 보며 물었다.

건성으로 대답하였으나 혹시 모를 상황에 곧바로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는 만족한 듯 다시 자세를 잡았다.

“발도!!!”

검집을 약간 틀어 기울인 신우는 귀도를 뽑아 들었고, 동시에 자신의 대표격 스킬을 시전했다.

신우의 검에선 거대한 반달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형태는 무언가 이상했다.

“끄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엑!!!!”

“뭐, 뭐야!!!”

투명하고 맑았던 신우의 검기는 어두운 보랏빛으로 물들여 있었고, 검기의 안에는 수십 명의 누군가가 갇혀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눈이 없고 어두운 그들은 해골의 모습에 가까웠고, 그곳에 갇혀 탈출하려는 듯 허우적거리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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