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12화
흥분한 개구리 인간 종수는 내 손을 잡고 저돌적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어서 빨리 대답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것은 지켜보고 있던 마을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들 또한 하고 있던 모든 행동을 멈춘 채 우리의 주변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몬스터들과의 전투나 사냥을 완전히 포기한 채 오로지 도망가는 것을 생존전략을 세웠던 그들의 모습은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빠르고 강한 점프와 스피드, 동체 시력 등을 이용해 더욱 몬스터들을 잘 피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생존에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항상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돌아가길 희망했고,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우연히 현지, 신우와 나누던 대화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그것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말해주길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들의 기대감에 가득한 표정을 외면할 순 없었기에 지금까지 언데드와의 전쟁에서 있었던 모든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다.
아자토스의 ‘저주’에 의해 언데드 몬스터-해골의 모습으로 변하였고, 그로 인해 몬스터의 육체로 살아갔던 이야기.
그리고 저주를 풀고 다시 인간의 육체로 돌아온 과정을 자세히 말해 준 것이었다.
“그, 그렇군. 개굴…….”
“언데드 군단의 보스를 죽여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개굴.”
희망과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그들의 얼굴은 이야기를 들은 직후 곧바로 실망으로 물들었고,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우선 메인 퀘스트로 인한 페널티를 통해 모습이 바뀐 그들과는 상황이 달랐고, 무엇보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했다.
까마귀들과의 전쟁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들이었지만, 쓰러뜨려야 할 대상도 알 수 없었고, 모습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던 것이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아니다 개굴. 우리야말로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다 개굴.”
우울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미안함에 말을 건네자, 개구리 인간 종수는 오히려 더욱 미안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개구리 주민들 모두 괜찮은 듯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들이 얼마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지는 알고 있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몬스터의 육체로 살아보았고, 그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외모를 확인할 때마다 느껴지는 자괴감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마정석을 복구하러 왔던 이곳에서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종수를 보곤 그들을 도와야겠다 결심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
“개굴…… 그래도.”
반드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때 앞에 있던 종수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방법은 달라도 우리도 언제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 아니냐. 개굴.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 개굴. 고맙다 개굴.”
“…….”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도망만 치지 않을 거다 개굴. 피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굴. 앞으로 우리는 몬스터와의 전투를 피하지 않고 더욱 강해질 거다 개굴. 그리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개굴.”
잠시 동안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고개를 들며 밝게 웃어 보였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다졌다.
* * *
“그보다 마을이…….”
까마귀 군주와의 전쟁은 승리로 마무리가 되었고 더 이상 개구리 주민들을 위협하는 위기는 없어졌지만 당장 눈앞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섰다.
이들이 생활해야 하는 마을의 모습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무렵부터 보였던 마을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거대했던 까마귀 몬스터들이 숨어 있는 개구리 인간들을 찾기 위해 얼마나 들쑤셨는지, 그 어디에도 온전한 것 하나 찾기 힘들었다.
‘우리 역시 한몫했지…….’
신우와 현지를 포함한 우리 또한 마을에서 까마귀 몬스터들과의 전투를 치른 적이 있었기에 그 원인에 포함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현지의 거대한 화염과 신우의 검기, 무엇보다 내가 사용했던 폭발물들과 총기로 인한 흔적들은 마을 곳곳에 남아 있었다.
불타버린 지붕들과 부자연스럽게 베인 자국들, 총으로 인한 구멍들을 볼 때마다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개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개굴.”
“네?”
“직접 봐라. 개굴.”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구리 인간 종수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으아아아앗. 개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거뭇거뭇한 흙색의 피부를 가진 개구리 인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무언가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있는 듯 그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
“……우와! 집이 복구되고 있어요.”
감탄사를 날리며 신기한 듯 바라보는 현지의 그 말 그대로였다.
이미 몇 번 확인한 적도 있는 비슷한 종류의 스킬, 부분적으로 망가졌던 집이나 마을의 구조물들이 그의 손에 닿으며 빠른 속도로 고쳐지고 있었다.
모여 있는 개구리 주민들은 너도나도 자신들의 집을 고쳐달라며 부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도 부탁한다! 개굴.”
“자자, 오늘 밤 안엔 모두 고쳐 줄 테니까…… 엇, 자네.”
몰려드는 주민들로 곤란한 듯 땀을 닦아내던 그는 순간적으로 이쪽을 바라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네들 나를 찾아왔다고? 개굴.”
“네?”
“이분이 개굴. 건이 아저씨예요. 개굴.”
“반갑네. 개굴. 건이라고 하네. 개굴. 우리들을 도와줘서 고맙네. 개굴.”
저돌적으로 다가온 그는 곧바로 우리를 향해 악수를 건넸고, 옆에 있던 종수는 그가 누군지 설명해 주었다.
건이 아저씨, 그가 바로 우리가 찾고 있던 마정석을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구리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하 아닙니다. 저희도 반갑습니다.”
“그래. 개굴. 마정석을 복구하기 위해 왔다지? 개굴. 따라오도록 하게. 개굴. 일단 우리 집으로 가도록 하지. 개굴.”
“아, 그럼 주민분들은…….”
“걱정 말게. 개굴. 자네들 일이라면 모두 이해해 줄 걸세. 개굴.”
그는 뒤를 돌아보며 주민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모두 웃는 얼굴을 하며 긍정을 표하였다.
* * *
“이겁니다.”
그의 집으로 유추되는 조그만 오두막으로 들어왔고, 자리에 앉은 그에게 잘 보관하고 있던 보따리를 펼쳐 보였다.
방대한 마나를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린 심현섭의 마정석이 그 안에 빛을 잃고 담겨 있었다.
“음…….”
마정석을 받아 든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을 살펴보았다.
손을 가져다 대고 떼기도 하며, 무언가를 시도했다 말기를 반복했다.
마을을 순식간에 복구하는 그 모습을 보곤 단번에 해결될 줄 알았던 마정석의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고, 불안감에 질문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닐세. 개굴. 이것을 복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네. 개굴. 다만…….”
말끝을 흐리며 한참을 뜸을 들이며 생각하던 그는 미안한 듯 시선을 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 마정석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시키려면 상당한 양의 마나가 필요할 것 같네.”
“마나가 부족하신 겁니까?”
“개굴. 내 모든 마나를 쏟아부은다면 문제없겠지만. 개굴. 그러면 주민들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올까 노심초사하던 와중, 그가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마정석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하고, 이것을 고쳐주고 나면 그의 마나가 바닥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장 오늘 밤 지낼 곳이 없는 개구리 주민들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의 마나가 바닥나면 엉망진창이 된 마을을 복구하는 것이 늦어질 것이고, 그럼 당장 오늘 밤 생활할 곳이 없는 대부분의 개구리 주민들은 갈 곳이 없었다.
“복구만 된다면 괜찮습니다.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오, 그런가. 개굴. 미안하네. 개굴. 내일 바로 가능할걸세. 개굴.”
미안한 듯 눈치를 보는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며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리에게 당장 급한 것이 아니어서 신우와 현지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마정석을 복구만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었기에 급한 이들의 사정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복구하는 스킬을 활용해서 집들을 고치시는 건가요?”
그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한 것은 강신우였다.
마정석을 복구할 수 있는 그가 마을의 무너진 집들을 복구하는 것을 보았고, 그것에 대해 질문한 것이었다.
“음, 개굴. 맞긴 한데 정확히는 복구보다는 변형을 시키는 것이라네. 개굴.”
“변형 말입니까?”
“그렇네. 개굴. 성질을 그대로 가진 채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이지. 개굴.”
“…….”
“음, 이걸 한 번 보겠나? 개굴.”
그의 대답에 신우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그는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왔다.
“이게 뭡니까?”
“한 번 보게나. 개굴.”
그가 손바닥에 올려둔 것은 매우 작은 갈색의 가루 같은 것이었고, 무언을 하려는 것인지 알 리 없는 우리는 그와 그것을 번갈아 보며 지켜봤다.
신우의 질문에 대답한 그는 스킬을 사용했고, 그의 손바닥 위의 가루는 크기가 커지며 기다란 막대 형태로 변화했다.
“엇! 담배!”
그때 현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소리쳤고,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자 민망한 듯 입을 가렸다.
“허허, 맞네. 개굴. 담배 가루를 원래의 형태로 변화시킨 거라네. 개굴.”
“음…… 그럼 복구가 된 게 아닙니까?”
“그렇지, 개굴. 그럼 이래 되면 어떤가? 개굴.”
담배 가루를 담배로 변형시킨다. 그것은 복구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질문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에 그의 손바닥에 올려져 있던 담배는 그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식물로 변하게 되었다.
“엇. 이건?”
“어떤가? 개굴. 식물이 되었다네. 개굴. 이것 또한 담배이지. 개굴.”
“그렇군요.”
그제야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은 변형을 시키는 것, 즉 사물의 성질을 유지한 채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담뱃잎이라도 그의 선택에 따라 담배 한 개비로도, 식물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허허허. 개굴. 재미있지 않나? 개굴. 혹시 마정석 외에도 이것이 필요하면 말하도록 하게. 개굴.”
호탕하게 웃는 그의 말에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주섬주섬 가방에 있던 것들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이것들도 가능합니까?”
“오, 이게 뭔가? 개굴.”
꺼내 놓은 물건들이 신기한 듯 살펴보는 그에게 보여준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피노가 태어날 때 혹시 몰라 챙겨 두었던 단단한 껍질과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은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