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11화
[모든 플레이어의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시점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뻐하는 개구리 주민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홀로그램이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종료되었다는 그 메시지는 개구리 주민들뿐만이 아닌 나에게도 펼쳐진 것이었다.
그저 까마귀 군주를 물리쳤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닌, 모든 퀘스트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개구리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퀘스트를 완료한 셈인가.’
이들과 마찬가지로 신우와 현지를 포함한 우리 역시 언데드 군단과의 전쟁.
즉, 두 번째 퀘스트를 완료하였고 그에 따른 보상은 모든 플레이어의 퀘스트가 종료되는 시점에 지급된다 하였다.
이미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통해 경험해 본 바 있었기에, 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까마귀 군주와 개구리 주민들의 전쟁이 끝난 시점에 모든 플레이어의 두 번째 퀘스트가 종료되었다는 것이었다.
“보상, 보상이 들어왔다! 개굴!!”
“우편이 깜박거린다! 개굴!!”
첫 번째 메인 퀘스트의 실패로 인해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이들은 보상 자체를 처음 받아 보는 것처럼 신기해했다.
그들의 말대로 구석진 한편에 우편 모양의 홀로그램이 깜빡이고 있었고, 그것은 두 번째 퀘스트를 완료해 낸 보상이 들어왔다는 증거였다.
“검, 검이 들어 있다! 개굴! 2성짜리 검이다 개굴!!”
“개굴. 나는 2성짜리 활이 들어 있다. 개굴!!”
기다릴 새도 없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을 클릭하는 듯 허공에 손짓한 개구리 인간들은 각자의 보상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활이나 검, 창 등의 무기를 얻은 듯 손에 들고 있었다.
“어, 종수 씨! 종수 씨는 어떤 보상을 받았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에 등을 돌리고 있던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개구리 주민들 모두 힘을 모아 까마귀 군주를 물리친 것은 사실이었으나, 어찌 됐든 이들 중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은 종수라고 생각되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까마귀 군주를 물속으로 끌어들인 것도 그였으며, 우리가 도착하는 동안 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끈 것도 그였다.
무엇보다 신우에게 빌렸던 그 단검을 이용해 마지막 일격을 날린 것 역시 종수였기에, 그가 받은 보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아, 저 저는 이겁니다. 개굴.”
그를 부르자 뒤를 돌아본 그는 수줍게 자신의 손에 있던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건?”
“하하하, 이거 참. 운이 좋았다. 개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고, 단순히 보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감정!”
[수도]
[주변의 수증기를 빨아 들어 그 무엇보다 날카로운 물의 칼날을 만들어낸다.]
“물의 칼날?”
“하, 한번 보여주겠다. 개굴.”
일반적인 칼자루에 단검보다도 짧아 보이는 그것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켜보고 있던 그가 다가왔다.
총 두 개의 칼자루를 양손에 집어 든 그가 집중하는 듯 힘을 주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슈우우익-
점차 칼자루를 향해 모여든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고, 그것들이 모여 칼날을 이룬 것이었다.
종수의 양손에는 맑고 투명한 물로 이루어진 검이 생성되어 있었다.
“신기하지 않나? 개굴?”
“오, 대단한데요?”
“개굴. 별거 아니다. 개굴. 하하하. 이런 것도 된다. 개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자 아이처럼 기뻐하던 그는 이번에는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곧이어 그가 또다시 집중하듯 힘을 주자, 물로 이루어진 칼날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마나를 주입하면 칼날의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개굴.”
개구리 인간 종수는 지금껏 뒤를 돌아 보상으로 받았던 이것을 자세하게 살펴본 모양이었다.
그동안 이것저것 시도해 본 그는 생소할 수 있는 이 무기를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이용하며 뿌듯해했다.
그가 말한 대로 주위의 수증기를 빨아들여 칼날을 만드는 수도(水刀)는 물의 검이라는 이름이 썩 어울리는 무기였다.
그 어떤 검보다도 가볍고 날카로웠으며, 물속에서 또한 사용하는 것이 자유로웠다.
종수의 은신 스킬과 개구리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것이었다.
기뻐하는 그를 뒤로하고 나 역시 조심스럽게 우편 모양의 홀로그램을 향해 손가락을 이동시켰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저번에 들어 있던 알에선 피노가 태어났으니…….’
머릿속으론 온갖 생각들로 넘쳐났고, 기대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통해 얻었던 보상은 ‘알 수 없는 알’이었고, 시간이 지나 그곳에선 피노가 태어났다.
그저 귀엽기만 하던 피노는 알고 보니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였으며, 철로 만들어진 무기를 섭취한 피노는 몸집이 거대해지고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졌다.
그동안 피노가 없었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든든하고 필수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까마귀 군주를 처리한 종수가 저 정도 무기라면…… 프랑켄을 처치한 나는…….’
첫 번째 메인 퀘스트에서 상대했던 좀비들에 비해 두 번째 메인 퀘스트에서 상대했던 언데드 군단은 그 규모나 강함에 있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고 어려웠다.
아자토스를 넘어 언데드 군단의 보스가 된 프랑켄을 실질적으로 마무리 지은 것 또한 나의 은탄이었던 것이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보상을 확인하며 꺼내 들었다.
“뭐야. 이건?”
* * *
“이 병장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민혁 씨, 수고하셨어요.”
“아니야, 두 사람이 제대로 까마귀들을 유인해 준 덕분에 살 수 있었어. 고마워.”
모든 상황은 종료가 되었고, 개구리 주민들과 함께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그곳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까마귀들의 유인을 맡았던 현지와 신우였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두 사람의 엉망진창이 된 몰골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파악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흠. 흠. 개굴.”
그때 누군가 뒤에서 헛기침을 하며 인기척을 냈고, 뒤를 돌아보자 서 있는 것은 개구리 인간이었다.
마을의 주민으로 보이는 그는 종수가 아니었고, 길게 늘어진 수염이 눈에 띄는 연륜이 있어 보이는 개구리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리를 번갈아 빤히 쳐다보던 그는 대뜸 개구리의 손을 내밀었다.
“반갑네, 자네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죽고 말았을 거네. 내 이름은 강수봉이라고 하네.”
마을에서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하는 듯 앞으로 나온 개구리 인간 강수봉은 우리와 모두 악수를 나누곤 말을 이어갔다.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아닐세. 개굴. 우리 눈으로 자네들이 싸우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네. 개굴. 종수에게 들었네. 개굴 이곳에는 마정석을 복구하기 위해 왔다고? 개굴.”
“예, 맞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개굴. 우리 주민 그 누구도 자네들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걸세. 개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겠네. 개굴.”
“감사합니다. 그럼…….”
“개굴. 그전에.”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겠다는 그들의 호의에 곧바로 마정석을 꺼내 부탁하려던 찰나.
그가 말을 끊으며 뒤로 물러섰다.
뒤로 물러선 그는 그들의 앞에 자리했고, 개구리 주민 모두가 모여 우리와 마주 보는 형태가 됐었다.
신우를 바라보자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현지는 방긋 웃을 뿐이었다.
“……?”
“정식으로 자네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네. 개굴. 정말, 정말 감사하네. 개굴.”
“개굴. 감사합니다.”
“고맙다. 개굴.”
곧이어 그들은 모두 함께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 *
“그러니까 쫓아오던 녀석들이 전부 일반 까마귀로 변했다 그 말이지?”
“예, 맞습니다.”
“네. 저도 똑같아요.”
유인보다는 도망에 가까웠던 두 사람은 도중에 갈라졌고, 그것은 동굴에 있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우리는 정보를 주고받았다.
까마귀 몬스터들을 어떻게 따돌렸냐는 질문에 그들이 대답한 내용은 의외였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우와 현지를 쫓아가던 까마귀 몬스터들이 일제히 평범한 까마귀로 변하였다.’
그 시점은 까마귀 군주를 처치하였을 때로 유추가 가능했고, 그렇다면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 까마귀 군주가 평범한 까마귀들에게 무슨 짓을 해서 조종한 거냐? 개굴.”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개구리 인간 종수가 질문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가 말한 대로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실제로 까마귀 둥지에서 그가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들을 상대로 무언가 스킬을 사용했고, 그들은 거짓말처럼 거대해졌다.
결론적으로 아직 성장하지 않은 새끼 까마귀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해 실패했지만, 평범한 까마귀들에게 그 스킬을 사용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 병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래도 해결되었으니 잘되지 않았습니까.”
“음…… 그렇긴 한데.”
“그러고 보니, 평범한 까마귀를 몬스터로 만들어서 조종한다…… 그거 아자토스의 저주와 비슷하네요. 그것 때문에 신경 쓰여서 그러세요?”
아직 무언가 찜찜한 기분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자 신우와 현지가 말을 건네왔다.
까마귀 군주의 그 스킬을 볼 때부터 왠지 모르게 불쾌했던 그 감정은 현지의 말을 듣고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어쩐지.”
“그래도 민혁 씨가 몬스터의 모습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하하,”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조용해진 분위기에 앞을 바라보자 개구리 인간 종수는 눈이 똥그랗게 굳어 이쪽을 마주하고 있었다.
연이은 파티 분위기로 떠들썩했던 개구리 주민들 역시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춘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전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개, 개굴. 민혁. 몬스터가 되었다는 게 사실이냐? 개굴?”
“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데드 몬스터인 해골의 모습을…….”
“……!”
한동안 정적이 흐른 뒤, 불쑥 튀어나오며 질문해 온 것은 개구리 인간 종수였다.
그에게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기에 사실대로 말하자 그의 표정은 더더욱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것은 개구리 주민들 또한 마찬가지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끼리 소란스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됐었대. 개굴”
“개굴. 지금은 아무리 봐도 인간이…….”
“……그럼 우리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개굴.”
이쪽을 힐끔거리며 그들끼리 하는 대화였지만, 그 소리는 여실히 들려왔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몬스터가 되었던 내가 지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그들 또한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터.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우, 우리한테도 그 방법을 알려주면 안 되겠나? 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