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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10화 (11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10화

까마귀 군주에게 달려든 개구리 인간 종수는 그와 함께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이뤄진 상황에 당황하기도 잠시, 물기둥이 솟아오르며 울려퍼진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밑을 확인했다.

풍---덩!

의심의 여지없이 종수는 물거품이 일어나는 그 강 속으로 빨려들어 갔고, 그에게 붙잡혀 있던 까마귀 군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종수가…… 개굴.”

“……개굴.”

까마귀 군주에게 붙잡혔던 그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한없이 둥지의 끝에 엎드려 아래를 바라보았고.

남아 있던 주민들 역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자신을 희생해서…….’

개구리 인간 종수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그것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까마귀 군주가 마을의 주민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은신 스킬을 활용한 그가 몸을 숨긴 채 다가가 인질을 구한 뒤, 뛰어든 것이었다.

까마득한 절벽 밑의 강은 거센 물길이 흐르고 있었고, 그 누구도 이곳에서 떨어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까마귀 군주를 습격한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가 순간적으로 동반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였다.

“종수는 살아 있을 거다. 개굴.”

“맞다. 개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종수를 생각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말을 꺼낸 것은 개구리 주민들이었다.

무언가 생각하던 그들은 확신하는 표정으로 그가 살아 있을 거라 했고, 그 의미를 되물었다.

“네?”

“저기는 물 속이지 않나. 개굴. 이런 모습으로 변했지만 좋지 않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굴.”

그들과 마찬가지로 종수 역시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껏 경험했듯 페널티의 영향을 받은 인간들은 단지 몬스터나 동물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에 따라 각양각색의 능력들을 얻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한 이들은 물속에서 숨을 쉬고,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속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물속으로 떨어진 개구리 인간인 그 라면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미 종수의 개구리 능력은 어느 정도 확인한 적이 있었으니 받아드리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다고 한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까마귀 몬스터들의 둥지에 남아 있는 개구리 주민들을 둘러보며 확인했지만 모두 떨어진 종수와 그전에 떨어진 나머지 인원들이 살아 있을 거라 안심할 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무슨 말이냐. 개굴?”

“까마귀 군주도 처리했고, 개굴. 종수와 나머지 사람들도 살아 있을 텐데 뭐가 문제냐. 개굴.”

“……까마귀 군주는 살아 있을 겁니다.”

모든 상황이 끝난 듯 안심하고 있는 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퀘스트의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싶은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중 그 누구도 자신의 눈앞의 홀로그램을 살펴보는 이 하나 없었던 것이다.

퀘스트, 그중에서도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두 번째 메인 퀘스트였다.

그들의 목표인 까마귀 군주를 처리했다면 반드시 퀘스트의 완료를 알리는 홀로그램이 눈앞에 펼쳐졌을 것이 분명했다.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펼쳐지지 않겠지만, 그들에게는 반드시 일어나야 할 현상이었고.

그들에게 아무런 홀로그램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까마귀 군주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종수와 아래로 떨어진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릅니다.”

“……개굴.”

“개굴…….”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들은 그들은 당황한 듯 주변을 서성거리며 안절부절못했고, 개굴거리기만 할 뿐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것인지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하며 물끄러미 절벽아래를 쳐다보았고, 이내 고개를 들며 자신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

생각의 정리를 마친 그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일제히 나를 쳐다봤고,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중 연장자로 느껴지는 한 마리의 개구리 인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왔다.

“우리도 종수와 함께 싸우겠다! 개굴. 더 이상 숨지 않는다! 개굴.”

그만의 의견이 아닌 모든 개구리 주민들의 의견이 모인 것이었다.

모두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의지를 다졌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우리는 이번에도 숨고 말았다. 개굴. 하지만 더 이상 숨지 않겠다! 개굴.”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개굴.”

“가장 겁쟁이라 생각했던 종수를 보며 반성했다. 개굴.”

개구리 인간인 종수가 까마귀 군주를 공격하고 그를 데리고 절벽 밑으로 뛰어든 그 행동이 그들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나 적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종수는 몸소 자신을 희생해 보여줬고, 확실히 위기에 빠진 주민을 구해냈다.

용기를 낸 그의 행동이 모두의 마을을 움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내려가려면 뛰어내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까마귀 군주와 종수, 그리고 나머지 주민들이 위치한 곳은 절벽 아래의 강이었고, 당장 우리가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동굴의 다른 출구를 찾기에는 시간이 없었고, 다른 입구는 이미 막혀 있었다.

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둥지인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수단 말고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각오했다. 개굴.”

“개굴.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다. 개굴.”

하지만 이미 결심을 마친 그들은 완고했고, 물속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곧바로 둥지의 끝에 선 그들은 뛰어들 준비를 마쳤고, 그중 한 마리의 개구리 주민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 등에 올라타라 개굴.”

“그래도 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라. 개굴. 우리 마을에서 나보다 수영을 잘하는 개구리는 없다. 개굴.”

자신의 등을 내밀며 올라타라는 그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두를 보며 그의 등에 올라탔다.

“까마귀 군주를 우리 손으로 처치합시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 인간의 등에 올라탄채 진군을 알리듯 소리치자, 주위에 있던 모든 그들이 일제히 울어댔고 힘차게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엄청난 높이를 뛰어든 모든 개구리 인간들은 빠른 속도로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풍-덩!

모든 개구리 인간들의 도착을 알리듯 물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대로 물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당연하게도 물속에 들어옴과 동시에 입에선 공기 방울이 터져 나왔다.

억지로 숨을 참으며 동시에 눈을 뜨고 그곳을 살펴보았다.

주변에 일어난 물보라와 함께 개구리 인간들이 사방에 위치했고, 모두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이어져 있었다.

‘역시! 종수 씨 살아 있었구나!’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자 보인 것은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있는 까마귀 군주였다.

물속에서 탈출하려는 듯 발버둥 치고 있는 그였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물속에 있는 까마귀 군주.

그의 주변으로 무언가 이동하듯 계속해서 물보라가 일어났고,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종수였다.

물속에 들어온 그는 은신 스킬을 다시 사용했고, 까마귀 군주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방해하고 있던 것이었다.

“으아악!! 이 건방진 개구리 놈!!”

하지만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으론 보이지 않았다.

은신을 유지하고 있는 그였지만, 이동할 때마다 물보라가 일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피로 인해 은신의 효과가 무색했다.

광범위한 까마귀 군주의 그림자 공격은 물속에서도 여전했고, 그런 그에게 당했던 것이었다.

종수는 필사적으로 대항하며 그를 간신히 막아내고 있던 것이다.

‘젠장, 물속에서는 움직임이…… 어라?’

당장 그를 향해 다가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개구리 인간인 그와 다르게 나는 인간이었고 물속에선 호흡도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수영을 해서라도 다가가려던 그 순간, 문득 물속에서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움직임 또한 자유로웠다.

물속에 들어와 본능적으로 참았던 숨을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쉬고 있던 것이었다.

“혹시…… 시너지 효과!”

[적용 중인 시너지 – 단검(1/1) 체력과 마나를 10% 증가]

[적용 중인 시너지 – 개구리 인간(21/20) 물속에서 호흡 가능, 스피드 증가 30%]

“……!!!”

눈앞에 떠오른 시너지 효과를 보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와 신우가 없었기에 군인 시너지와 근접 무기 시너지는 적용을 받을 수 없었지만, 개구리 주민들로 인해 새로운 시너지가 적용 중인 것이었다.

20명 이상의 개구리 인간이 모여 있을 경우 적용되는 이 시너지는 개구리 인간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그룹에 있는 누구든 제약 없이 효과를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개구리 인간이 아닌 나 역시 자유롭게 호흡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라라아아악!!!”

그 사이 약이 오를 때로 오른 까마귀 군주는 부리에서 거품을 뿜어대며 포효했고, 사방에 까마귀 형상의 그림자를 뿜어냈다.

탕! 탕! 탕!

하지만 그 패턴을 간파한 지는 오래였고, 더 이상 통할 리 없었다.

곧바로 마탄을 발사해 그의 공격을 저지했고, 총구에서 발사된 푸른빛은 그의 검은 그림자를 전부 사그라트렸다.

“지금입니다!! 총공격하세요!!!”

“으아아악!! 개굴!!”

“개굴!! 개굴!!”

이미 모든 승부는 기울어졌고, 곧장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것을 신호로 모든 개구리 인간들은 까마귀 군주를 향해 달려들었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가 물속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개구리 인간들은 그의 발이나 옷가지를 잡아당겼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무차별 린치를 가했다.

물속에서의 스피드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그들의 공격은 나 역시 무서울 정도였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은신을 푼 개구리 인간 종수였고, 그의 손에는 역시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 있었다.

“개굴. 개굴. 더 이상, 더 이상…… 피하지 않을 테다!!”

이미 각종 구타와 호흡을 하지 못한 까마귀 군주는 정신을 잃어 눈은 흰자위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종수는 그런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갔고, 들고 있던 단검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 * *

“으아아악!! 언제까지 쫒아오는 거야!!”

“까아아악, 까아아악!!!”

까마귀 몬스터들의 유인 역할을 맡았던 신우와 현지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뛰어간 둘은 각각 필사적으로 도망가기 바빳고 더 이상 남은 체력이 없어질 무렵 뒤에서 들려오던 거대한 날갯소리가 옅어진 것을 느꼈다.

“어……?”

각각 달리고 있던 둘은 힐끔 뒤를 돌아봤고, 점점 속도를 늦추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것은 수십, 수백 마리의 까마귀였다.

거대한 까마귀 몬스터가 아닌 일반적인 크기의 까마귀들이 날아오고 있었고, 그들은 더 이상 쫓아오는 것을 멈춘 채 뿔뿔이 흩어지며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우리가…… 우리가…… 이겼다!!! 개굴!!!”

“우리가 승리했다! 개굴!!”

까마귀 군주를 처리하자 그들의 눈앞에 생성된 홀로그램을 보며 그들은 환호했다.

물속이라 눈물을 확인할 수 없지만 눈시울이 붉어진 개구리 인간들을 보며 그들이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나의 눈앞에도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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