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107화 (10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07화

“으아아악!! 신우 씨, 그쪽으로 가면……!”

“까아아아악!!! 까아아악!!!”

“으아악!!”

수도 없이 많은 까마귀 몬스터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로지 눈앞의 신우와 현지를 잡기 위해 계속해서 밀려들었고, 그들은 쉴 새 없이 빠르게 팔다리를 흔들었다.

나무와 숲을 지나 달리고 있는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할 새도 없이 그저 앞을 보며 도망쳤다.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던 그들의 앞에는 갈림길이 나타났고, 그 순간 둘은 엇갈리게 된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신우와 왼쪽으로 달려가는 현지.

그녀는 자신과 반대로 달리는 신우를 보며 소리쳤지만.

신우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저 본능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신우의 귀에는 까마귀들의 위협적인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고, 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 * *

“후…… 마을 주민들은 무사하겠지.”

동굴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다시 한번 돌덩어리들로 가득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겹겹이 그 층을 이루며 완벽하게 봉쇄되어버린 입구.

거대한 까마귀들의 몸집은 물론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지 못할 만큼 단단히 막혀 있었다.

그곳을 지나가지 못하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당장 까마귀 몬스터들의 습격을 막긴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신우와 현지가 성공했나?”

어째서인지 입구를 막고 있는 돌무더기 밖에서는 까마귀 몬스터들의 인기척이나 그 소리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단순히 막혀 있기 때문이라기에는 희미하게나마 들리던 까마귀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신우와 현지의 유인이 효과적으로 먹혔던 모양이었다.

“저곳을 부숴 버리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이 돌무더기들을 날려 버리는 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무기고 안에는 각종 수류탄이나 폭탄, 그리고 무기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이 정도 돌무더기들을 날려 버리기에 화력은 충분했고, 밖에 까마귀 몬스터들만 없다면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동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조금 전, 위기의 상황에 몰려 본능적으로 동굴 입구의 천장을 향해 마탄을 날렸다.

그로 인해 동굴의 천장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입구를 막았고, 안전하게 까마귀 몬스터들의 출입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

동굴의 입구가 전부 막히지 않고 그저 천장만 무너졌거나, 동굴 전체가 무너져 우리 또한 돌무더기에 깔려 죽었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결과 중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이었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될 진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굴이 버텨내지 못한다면…….’

입구를 막고 있는 돌무더기를 제거하더라도, 동굴이 무너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미 마탄으로 인한 충격으로 한 번의 무너짐이 있었고, 동굴의 벽엔 미세한 금들이 갈라져 있었다.

동굴 자체가 매우 약해져 있었다는 의미였고, 한 번 더 거대한 충격을 가한다면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각종 무기를 이용한 화력으로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가고 밖에 까마귀 몬스터들조차 없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좋을 테지만, 만약 동굴이 무너져 개구리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분명했다.

동굴이 무너진다 해도 각종 패시브 스킬을 가진 내가 살아남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주민들이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또 다른 출구가 있기를 바랄 수밖에.”

당장 눈앞에 개구리 마을의 주민들은 피신하고 없었고,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었기에 곧바로 그들을 찾아 나섰다.

* * *

“종수야. 개굴. 어떻게 된 거냐? 개굴.”

“저분은. 개굴. 또 누구시고? 개굴. 어째서 우리를. 개굴. 도와주시는 거냐? 개굴.”

“개굴. 앞으로 계획은. 개굴. 어떻게 되는 거냐? 개굴.”

“네가. 개굴. 이곳에 들어오면 개굴 어떡하냐? 개굴. 최대한 몸을 숨겼어야지! 개굴.”

까마귀 몬스터들이 동굴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직후, 곧바로 개구리 인간 종수는 주민들을 데리고 안쪽을 향해 대피했다.

납치되어 있던 그들은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던 까마귀 몬스터를 단번에 처치한 민혁을 보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동굴 앞에서 보았던 수많은 까마귀와 동굴로 입장한 세 마리의 그들을 보며 두려움에 휩싸였다.

“모, 모두 진정해라. 개굴.”

모두의 마음속에 피어난 두려움은 자신을 구하러 들어온 종수를 향해 쏟아졌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난감한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정석을 복구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온 저들의 설득에도 결코 어떤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숨어 있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자신을 찾기 위해 날아온 수십 마리의 까마귀 몬스터들을 단 셋이서 압도적으로 처치한 그들을 보며, 희망이 생겨났고 용기를 얻게 된 것이었다.

민혁과 신우, 현지 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게 뭐냐. 개굴. 까마귀들이 저렇게 많을 줄이야. 개굴.’

하지만 눈앞에서 바라본 까마귀 몬스터들은 더욱 거대했고, 무서웠다.

그 수 또한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고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민혁과 신우와 현지 그녀라고 할지라도 수십, 수백에 달하는 까마귀 몬스터들에게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심지어 그들은 떨어진 상태였다.

당장 이민혁이란 남자는 세 마리의 까마귀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동굴 안에 그 소리는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울려 퍼지는 총소리와 까마귀들의 비명, 그리고 그의 외침까지.

울려 퍼지는 그 소리만으로 그와 세 마리의 까마귀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밖에는 더욱 많은 까마귀가 존재했고, 더 이상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내가 미안하다! 개굴. 무슨 일이 있어도 꼭꼭 숨었어야 했는데! 개굴.”

“…….”

그 와중에도 불평과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내는 주민들이었고, 어서 빨리 대답을 하라는 듯 모든 시선이 종수를 향하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그들을 향해 소리치자 동굴 안에 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수의 눈물 섞인 외침에 주민들은 그제야 말을 멈췄고, 침묵했다.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하는 것을 보며 그저 한숨을 내쉬고, 골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 싸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뭐가 미안합니까? 구해주러 온 건데.”

그때 들려온 발소리와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당한 듯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찢어진 팔뚝을 한 손으로 잡으며 바닥에서 구른 듯 지저분한 옷 상태의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세 마리의 까마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돌아온 이민혁이었다.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도망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기 있다니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약간의 인상을 찌푸린 그는 고개를 든 나를 정면으로 보며 질문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위치한 곳은 동굴의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최대한 빠르게 이동했다면 이보다 배는 더 멀리 갔을 수 있었겠지만.

도중에 쏟아진 이들의 질문에 중간에 멈춰 선 것이었다.

민혁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됐습니다. 덕분에 금방 찾았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개굴.”

* * *

“그보다 지금 상황은 뭡니까? 왜 종수 씨가 사과를 하고 있는 겁니까?”

입구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같이 개굴거리는 그 소리는 분명 주민들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투덜거리고 있는 그 목소리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종수였다.

‘목숨을 걸고 구하러 왔지만, 오히려 구박을 당하다니.’

물론 그들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까마귀들과 개구리의 전쟁.

분명 확실한 것은 까마귀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개구리 인간인 종수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로 인해 그가 숨어 지냈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을 미끼로 하나둘 납치한 까마귀들에게 남은 목표는 오직 종수뿐이었다.

그가 잡히지 않음으로써 미끼 역할을 하고 있던 마을 주민들은 살해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전쟁에서의 패배도, 두 번째 메인 퀘스트에서의 실패도 당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제 발로 적의 소굴로 들어온 종수에게 원망 섞인 목소리로 질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종수 씨가 오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지낼 생각이었습니까? 저 까마귀들에게 납치된 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상태로?”

“…….”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당장 나 역시도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결코, 그를 따라온 이곳에 온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텅 빈 개구리 마을에 남아 있던 것은 오직 종수뿐이었다.

그는 다른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춰왔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혼자 남은 그 고독한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고, 어찌 됐든 그는 마지막 용기를 쥐어 짜낸 것이었다.

그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동굴에 갇혀 허송세월을 보낸 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좀 오버했나?’

흥분하며 그들을 향해 소리치고는 바로 정신이 들었다.

마치 혼을 내듯 호통치며 생각하고 있던 말들을 토해냈지만, 어찌 됐든 이들의 사정과 생각이 있을 텐데 무례하게 군것은 아닌지 생각한 것이었다.

“우,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 개굴.”

“저 사람 말이 맞다. 개굴. 언제 죽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그때보다 훨씬 좋다. 개굴.”

“우리도 할 수 있다. 개굴.”

하지만 티를 내지 않은 채 침묵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개구리 인간인 종수를 향해 사과를 건네며 지금까지의 자신들의 행동을 자책하며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리도 싸워보겠다. 개굴. 자네가 우리를 이끌어 줘라. 개굴.”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그들이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몬스터를 사냥하기 두려워 피하고 도망만 치던 그들이 지금은 각자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며 전투 의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더 이상 까마귀 몬스터들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충만했고, 나에게 자신들을 이끌어주기를 희망했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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