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05화
“까아악! 까아악!”
신우 또한 현지가 탐지 스킬로 느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들린 것은 까마귀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였다.
그들이 숨어 있는 장소와 가까운 하늘에서 분노 가득한 울음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까마귀들의 둥지라고 했던 절벽의 밑에서도 크고 거대한 소리가 이어졌다.
마을로 이동했던 까마귀들이 돌아옴과 동시에 자고 있던 동료들을 깨운 것이었다.
“……어떡하죠?”
“…….”
당황한 신우가 현지를 바라보며 물었지만, 그녀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해결과 전쟁의 끝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개구리 인간, 종수를 잡기 위해 마을로 향했던 까마귀들이 벌써 그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돌아온 것이었다.
앞으로 몇 시간은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던 둘은 난감하기 이를 때 없었다.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무엇보다 절벽 밑에서 울려 퍼지는 그 울음소리는 예상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현지의 탐지 스킬이 아니더라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단둘이서 그들을 상대하기란, 그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무리였다.
“그래도. 아직. 괜찮아요.”
“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 같진 않아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현지가 하는 말에 신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분노에 찬 까마귀 몬스터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아왔지만, 절벽의 그 누구도 날아오르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
그들은 개구리 인간인 종수가 마을에 없다는 것을 눈치챈 듯싶었지만, 이곳에 쳐들어왔을 거란 생각을 하지는 못한 것이었다.
날아오는 까마귀들은 절벽 아래를 내려갔고, 당장은 괜찮은 것으로 보였다.
“……지금쯤 마을 주민들을 찾아냈겠죠?”
“그러길 바래야죠.”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하늘을 떠나가라 울어대는 까마귀들이었지만, 이내 잠잠해졌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을 동굴에서 떠나 유인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현지와 신우는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몸을 숨겼고, 잠시나마 안도했다.
하지만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고, 다시 한번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까아악!!! 까아악!!!”
그 소리의 울림이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마치 위기를 알리듯 날카롭고 매섭게 울려 퍼진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모든 까마귀 몬스터에게 전달되었다.
“저, 저기는……!”
“분명…… 이 병장님이.”
숨어서 살펴보던 신우와 현지 또한 본능적으로 소리가 울려 퍼진 방향을 쳐다봤고, 이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위기를 알리듯 울려 퍼진 그 소리는 민혁의 총구가 향했던 그곳이었다.
마을에서 돌아와 아직 둥지로 가지 않은 까마귀가 있었고, 동료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동료가 마탄에 맞아 죽어 있는 것을 본 순간, 그것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었다.
푸더덕. 푸더덕.
파다다다닥.
그 순간 절벽 밑에서 들린 소리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마치 태풍이 불 듯, 한 번에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사방에는 까마귀 몬스터들의 검은 깃털이 휘날렸다.
재앙이 온다면 이런 것일까.
거대한 까마귀 몬스터. 당장에라도 모든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까마귀 몬스터들은 끝을 모르는 듯 절벽의 밑에서 계속해서 날아올라 오고 있었다.
“…….”
“…….”
그 누구라도 그 모습을 확인한다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은 몸체의 거대한 새들이 하늘 가득했고, 빽빽이 모인 붉은 두 눈만이 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신우와 현지 모두 그 모습을 보고 온몸이 얼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야시경을 통해 그들을 관찰하지 않아도 됐다.
하늘 가득한 붉은 점들은 그 어디를 봐도 가득했고, 더 이상 관찰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저희가 유인해야 해요.”
“…….”
“지금 민혁 씨가 나온다면 너무 위험해요.”
침묵을 유지하던 현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직도 넋이 나가 입을 벌리고 있는 신우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고, 그녀의 걱정은 오직 민혁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민혁과 개구리 인간 종수는 지금 마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갔고, 아직 나오지 못했다.
그들을 구하는 데 성공을 했든 못했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러낼 것은 분명했다.
마을 주민들을 구하는 데 실패해 민혁과 종수가 은신의 상태로 동굴을 빠져나오게 된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였다.
민혁과 종수가 마을 사람들을 무사히 구해냈고, 지금 동굴을 빠져나오게 된다면.
“……학살. 대학살이 될 거예요.”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까마귀 몬스터들은 지금 분노했고, 그 분노는 동굴을 빠져나온 그들에게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애초에 그들을 모아둔 것 역시 전쟁의 승리를 위한 도구였을 뿐, 어떤 죄책감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동굴을 빠져나온 순간 모든 까마귀 몬스터들의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개구리 주민들이 그것을 이겨낼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학살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까지 모든 행동이 의미가 없어져요.”
“…….”
최대한 몸을 숨긴 채 현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신우의 시선은 저 앞에 가득한 까마귀 몬스터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마는지 입술을 물어뜯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쯤이면 이 병장님도 사람들을 구출해서 동굴 밖으로 향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네, 우리가 알려주지 않으면 대비하지 못하겠죠?”
“……한번 해보죠.”
“네!”
잠깐의 고민을 하던 신우는 그제야 입을 열었고 자신의 검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 또한 신우의 대답을 듣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더 이상 몸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다!!!”
“여기로 와라!!!”
“까마귀 놈들아! 네놈들의 동료를 죽인 건 우리다!!!”
나무와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신우와 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도발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검과 양팔을 흔들며 까마귀들을 향해 시끄럽게 소리쳤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순식간에 모든 까마귀의 붉은 시선이 그들을 향했고, 잠깐의 고민도 없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까아아악! 까아아악!”
“까아아악아아아악!”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민혁의 거대한 총소리에 익숙해진 둘의 귀에도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동료들에게 정보를 알리기 위함인지, 적을 발견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울음을 터뜨린 까마귀들은 신우와 현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욱.
푸드드드덕.
한 마리, 한 마리 까마귀들의 날갯짓이 모여 거대한 소리로 이어졌고, 그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까만 녀석들의 몸체가 모여, 마치 거대한 블랙홀이 생성되어 까마귀 몬스터들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발. 도!!”
하지만 신우는 두렵고 무서울 뿐 도망치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까마귀 몬스터들을 도발하던 신우는 곧바로 그 자리에 멈춰섰고, 자신의 검집을 비틀었다.
아래에서 위로 사선을 그리며 뽑아 든 신우의 검에는 거대한 검기가 서려 있었고, 날아오는 거대한 까마귀들의 무리를 향해 그것을 발사시켰다.
슈우욱.
“까아아악!!!!”
하지만 그 검기는 거대한 무리를 짓고 있는 녀석들에겐 어떠한 효과도 주기 어려웠다.
그저 그들의 선두에 있는 까마귀들에게만 피해를 입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 * *
“까아악! 까아악!”
“잠깐! 멈춰요!”
개구리로 변해 버린 모든 마을 주민들을 풀어줬고, 다시 동굴을 빠져나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동굴 안에 더 많은 까마귀 몬스터가 존재할 것이란 걱정은 착각이었고, 다행히 어떤 일로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마을 주민들을 안전하게 동굴에서 대피시킨 후 남아 있는 까마귀들의 둥지를 습격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동굴의 입구가 나오기 직전, 들려온 소리 급히 손을 가로막으며 모두를 멈춰 세웠다.
“까마귀…… 소리다.”
선두에서 모두를 이끌며 동굴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뒤에는 수많은 개구리 인간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손을 내밀며 그 자리에 멈춰 서자, 그들 모두 그것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닌 그들의 귀에도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한 마리 정도가 아닌, 수십, 아니, 수백은 넘어 보이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였다.
그들의 울음소리와 더불어 거대한 날갯소리 또한 같이 들려왔고, 그것은 곧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어, 어떻게 하냐. 개굴.”
“까마귀들이 깨어났다. 개굴.”
“개굴. 무슨 계획인 거냐. 개굴.”
“종수야, 다 계획이 있는 거지? 개굴?”
공포로 가득 찬 주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끼리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소란으로 이어졌고, 상황은 심각해졌다.
‘신우와 현지가 유인을 시작한 것인가.’
이 소리로 파악해 볼 때, 단순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우와 현지가 까마귀 떼를 유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고, 그 수는 예상보다 엄청났다.
당장 공포에 질린 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한들, 몰살될 것은 분명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소리는 현지와 신우를 따라가는 듯했지만, 동굴 밖에서는 여전히 까마귀들의 소리는 들려왔다.
“…….”
“이, 이봐! 개굴. 어떻게 할 겐가! 다 죽게 생겼다. 개굴.”
“조, 조용히…….”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개구리로 변한 주민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고, 그것은 동굴 전체를 울렸다.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갑자기 들려온 큰소리에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가 무섭게 까마귀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까아아악!!!”
동굴 밖에서 들려온 그 소리는 분명 이곳을 향하고 있었고, 상황은 더욱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안쪽으로 뛰어요!! 종수, 종수 씨가 데리고 가요! 당장!”
“아, 알겠다! 개굴!”
더 이상 생각만 할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본능적으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개구린 인간인 종수를 향해 그들을 동굴 안으로 다시 대피시키라는 명령과 함께 나는 동굴 밖을 향해 뛰어갔다.
철컥. 철컥.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 이상 피할 곳은 없었다.
이곳에 저 많은 수의 까마귀 떼가 밀고 들어온다면 이미 늦은 이후였다.
까마귀 몬스터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들을 막기 위해 동굴의 밖을 향해 달려간 것이었다.
타닥. 타닥.
순식간에 앞을 향해 달려가자 마주친 것은, 들어오고 있는 세 마리의 까마귀였고 다른 까마귀들 역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마리의 까마귀가 이곳으로 향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젠장!!!”
탕! 탕!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