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103화 (10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03화

“우선 저 녀석부터 처리한다.”

철컥.

오랜만에 총구에 소음기를 장착하며 희미하게 확인되는 녀석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또한 새롭게 제작한 탄약을 꺼내 장전시켰다.

[아음속 마탄(魔彈). 소모 재료-코인 150개. 탄피 30개.]

마탄의 탄두의 중량을 늘려 만든 탄환, 무거워진 탄두인 만큼 탄속과 사거리가 줄어든다.

총기에서 소닉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 소음을 감소시킨다.

마나를 이용하며 내구도가 다 할 때까지 무한정 사용이 가능하다.

내 손안의 무기고 레벨이 7이 되며 개방된 것이었다.

새롭게 제작 목록에 추가된 이것은 아음속 마탄.

일반적인 아음속탄과 마찬가지로 총기에서 탄이 발사될 때, 일어나는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특수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또한 마탄이라는 것.

한마디로 마탄의 강력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 또한 원래의 마탄에 비하면 그 데미지는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아음속탄에 비해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는 더 거대했다.

아무리 탄두가 무거워져 사거리가 줄었다고 한들, 일반적인 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까마귀 몬스터를 향해 조준했고, 호흡을 들이마시며 집중했다.

새벽의 쌀쌀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던 순간.

슉-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푸른빛을 품은 마탄이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저 바람 소리라고 밖에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요한 소리.

가까이 있는 신우와 현지 그리고 종수까지 푸른빛이 총구에서 튕겨 나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총을 발사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됐다.”

까마귀의 울음소리도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너무나도 멀리 있는 탓에 모두 숨을 죽인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경비를 서고 있던 까마귀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확인했고, 눈을 스코프에서 떼며 중얼거렸다.

“맞추신 겁니까? 역시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거리를…….”

“뭐, 뭘 한 거냐? 개굴.”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총기를 드는 순간부터, 최대한 행동을 조심스럽게 한 그들은 그제야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안심했다.

어두운 주변과 지나치게 먼 거리에도 불과하고 정확히 까마귀 몬스터를 맞추자, 신우와 현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입이 마르게 칭찬했지만, 말릴 생각은 없었다.

나 역시 정말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력이 더 늘었어.’

누군가 본다면 분명히 스킬을 활용한 것이라 확신했겠지만, 이것은 순전히 나의 실력이었다.

아무리 사격에 자신이 있다고 한들, 지금처럼 시야가 제한되고 물체의 목표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은 처음이었다.

오로지 지금까지의 수십만 번의 방아쇠를 당긴 그 감을 믿고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고, 까마귀는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상황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 * *

“우선 나와 개구…… 종수 씨가 먼저 동굴로 들어갑니다.”

“어, 어째서. 개굴…….”

경비르르 서고 있던 까마귀를 처리한 후 풀숲에 다시 모여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머리와 자세를 숙인 채 목소리를 낮춘 상태였다.

둘러앉아 머리를 모은 채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개구리 인간 종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발했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소심한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신우와 현지가 그보다 더 강하고 작전을 수행하기엔 적합했지만, 그의 스킬을 확인한 이상 그것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은신은 까마귀 몬스터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을 주민들을 빼내 오기에는 최적의 스킬이었다.

나 또한 그에 못 미치지만, 루핀의 반지를 통해 모습을 감출 수 있었기에 그와 내가 먼저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동굴 안에도 까마귀 몬스터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까마귀가 있을지도 모르구요.”

“……알겠다. 개굴.”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그를 설득하자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며 수긍했다.

“신우와 현지 씨는 우선 마을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대기해 주세요. 혹시나 그들이 눈치챈다면…….”

“낌새가 보이면 저희가 바로 유인할게요.”

남은 것은 현지와 신우였고, 그들을 보며 차마 미끼 역할을 해달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어 말끝을 흐리자, 눈치챈 현지가 곧바로 대답했다.

내 생각을 꿰뚫고 있는 듯 정확히 그 의도를 파악한 그녀의 말에 신우 또한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그럼 시간 끌 거 없이 바로 실행합시다.”

“아, 알겠다. 개굴.”

모든 계획은 설명이 끝났고 더 이상 남은 것은 없었다.

곧바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꺼낸 것은 ‘루핀의 반지’였다.

곧바로 루핀의 반지를 손가락에 착용하자 온몸이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던 신우와 현지는 더 이상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밤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걸린 루핀의 반지는 나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포함한 나에게도 동일한 것이었다.

들고 있던 총기는 물론 입고 있던 옷까지 함께 투명해졌고 그것은 나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익숙함을 넘어 내 몸과 같은 총기들이었기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저격총을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철컥. 철컥.

사용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정밀사격이 중요한 저격총이었기에 손의 감각만을 이용해 사용해야 했기에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들고 있던 저격총을 집어넣은 후 돌격소총을 꺼내 들었다.

“그럼, 개굴. 나도…… 개굴.”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다는 것을 안 개구리 인간 종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결연한 표정을 하고 있음에도 단검을 움켜쥔 그의 손은 떨고 있었다.

그가 은신을 사용하자 그 또한 온몸이 투명해지며 자취를 감췄다.

“바로 출발합시다.”

“알겠다. 개굴.”

나에게는 물론 그에게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허공에 대고 말을 하자 그의 대답이 돌아왔고, 곧바로 수풀을 헤쳐가며 동굴을 향해 나아갔다.

그 또한 이동을 시작하자 풀이 흔들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까마귀 몬스터들의 본거지인 절벽을 향해 걸어갔고, 그곳에 도착하기 직전 동굴 앞에 멈춰섰다.

멀리서 바라봤던 입구보다 훨씬 거대해 보이는 동굴.

성인 남성이 양팔을 최대한 벌려 그 폭을 잰다 해도 족히 10명은 필요할 정도였다.

인위적인 흔적이 없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동굴 안에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내부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무엇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역시 도움을 받은 것은 야시경이었다.

총기나 헬멧에 탈부착이 가능한 야시경이었지만, 당장 그럴 필요는 없어 한 손에 망원경처럼 들어 사용했다.

‘이런 곳에 정말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

잠깐의 의심도 들었지만 이내 곧 거둬버리며 동굴의 내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톡. 톡.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 그 내부 또한 생각보다 거대했다.

이곳에 마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바닥에 개구리의 발바닥으로 보이는 자국들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까마귀의 습격으로 인한 여파인 듯 피가 굳어 생긴 것으로 보이는 자국들은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동굴 내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거대하게 울려댔다.

“사람들은 안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들어가 보자. 개굴.”

누군가 있을 것을 대비하여 최대한 발걸음 소리조차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개구리 인간 종수 또한 마찬가지 인지, 그의 은신 스킬에는 발소리 또한 감출 수 있는 효과를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주위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을 하자 바로 옆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

순간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들려온 소리에 심장이 멎을 뻔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곧장 피로 물든 발자국을 따라 동굴의 안쪽으로 향해 들어갔다.

* * *

“……현지 씨.”

“네?”

“정말 저 안에 사람들이 있어요?”

“음…… 네. 동굴 안에 누군가 있는 것이 느껴져요. 저도 마을 사람들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확실히 까마귀 몬스터들은 아니에요.”

민혁과 개구리 인간 종수가 동굴을 향해 내려가고 남아 있는 것은 현지와 신우였다.

여전히 나무와 수풀 사이에 숨어 민혁이 건네준 야시경을 통해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떤 반응이나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지루함을 참지 못한 신우가 물어본 것이었다.

개구리 인간이 종수에 의해 잠시나마 가려져 있었지만, 신우 또한 표정을 잘 숨기는 편이 아니었다.

심심한 듯한 그의 표정은 온전히 드러났고, 현지는 그 의도를 알고 있음에도 순순히 대답해 준 것이었다.

“근데 이곳이 본거지라 하지 않았나요?”

“네. 그랬죠. 까마귀 둥지라고…….”

“근데 까마귀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데, 마을에 온 까마귀들이 전부였을까요?”

“…….”

“어두워서 안 보이는 거라고 하기에는 이 야시경으로도 안 보여요.”

“…….”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신우의 계속된 질문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개구리 인간 종수가 말하길, 이곳은 까마귀 둥지. 즉, 까마귀들의 본거지라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확인한 것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까마귀 한 마리뿐이었다.

민혁이 준비해둔 야시경을 통해서 이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까마귀 몬스터들로 보이는 것을 찾긴 어려웠던 것이다.

“현지 씨? 왜 그래요?”

그저 의아하게 생각해 그녀에게 질문한 것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야시경을 통해 시선은 동굴 쪽을 향해 있던 신우는 침묵을 유지하는 그녀가 의아했고, 곧장 시선을 돌려 쳐다봤다.

“절벽 밑이에요.”

“네?”

사색이 된 그녀의 목소리는 떨려왔고, 어딘가 이상했다.

자신의 탐지 스킬로 무엇을 알아낸 것인지 신우가 알 리 없었다.

“……절벽 밑에 수십, 아니, 수백의 까마귀들이 있어요.”

“아, 그래요?”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하게 말을 꺼낸 그녀였으나, 신우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주변에 까마귀들이 있을 것이란 예상은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곳에 도착하고 탐지 스킬을 통해 이미 그것들을 알고 있었을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당황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모두 깨어날 것 같아요…….”

“네? 그게…….”

“까아악! 까아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