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02화
“나, 나는…… 개굴.”
개구리 인간이 망설이듯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예상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진지한 모습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조금 전 그가 보여준 은신 스킬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이번 또한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 것이었다.
꿀꺽.
‘또 다른 스킬이 있는 것인가?’
자연스레 그의 이어질 말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더 강한 스킬이 있는것인가 그의 말이 이어진 순간.
“내, 내 이름은 종수다. 이종수. 개굴.”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는 개구리 인간이었다.
“아, 저는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우입니다.
“현지라고 해요.”
어색하게 악수를 건네며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개구리 인간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개구리 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그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악수를 받으며 기뻐했다.
‘재밌는 사람이네.’
이종수, 개구리 인간인 그는 자신의 감정이 행동이나 표정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다.
불안해하거나 겁을 먹는 것은 물론 기뻐하는 감정까지 숨길 줄 몰랐고, 그런 그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 * *
“까아악! 까아아악!!!”
어김없이 오늘도 밤하늘에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수 또한 어제에 비해 배는 많아 보이는 규모.
우리는 이미 마을에서 빠져나와 산속의 나무들에 숨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오늘도 왔습니다.”
“그래, 이제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네!”
“내가 안내하겠다. 개굴. 따라와라. 개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우리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장 개구리 인간인 종수를 따라 습격하려는 장소는 까마귀 몬스터들의 본거지였고,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들킬 가능성을 염려한 것이었다.
지능이 높은 그들이 자신들의 둥지로 가는 것을 본다면 곧바로 대응할 것은 당연했다.
또한, 그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것도 없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우리가 없는 걸 눈치채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사이에 빠르게 사람들을 구하고 까마귀들을 처치하죠.”
어제 자신들의 동료가 또다시 당한 것을 파악한 까마귀들은 더욱 많은 수를 데리고 이곳까지 왔다.
이들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당연히 둥지에 있는 그들의 수는 줄어들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우선, 마을 사람들을 먼저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꿀꺽. 그…… 그럼 까마귀들은 어떻게 하나 개굴?”
“……사람들의 안전이 확보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전투를 해야겠죠. 전부 남김없이 처치할 겁니다.”
까마귀 몬스터들의 둥지와 마을 사람들을 잡아둔 동굴은 같은 장소에 있다.
그곳을 습격해 까마귀들 처리한 후 사람들을 구해오는 게 좋을지, 사람들을 먼저 구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본 질문에 대답한 것이었다.
당장 모든 까마귀 몬스터들을 처치한 뒤,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해내면 가장 좋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들의 지능은 예상보다 더욱 뛰어났다.
막상 습격을 통해 그들에게 공격을 시작했을 때, 까마귀 녀석들이 마을 사람들을 인질로 사용하거나 해코지를 할 거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녀석들이 마을 사람들을 미끼로 더욱 많은 사람을 잡아넣은 것을 보면, 그들을 인질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사람들을 구해 안정을 확보한 뒤, 까마귀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다.
“개굴. 까마귀들은…… 꼭 다 죽여야 하나. 개굴?”
“…….”
“아, 아니다 개굴. 미안하다. 개굴.”
“그들을 완전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겁니다.”
개구리 인간 종수는 머뭇거리면서 까마귀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 질문해 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그를 쳐다보자, 황급히 변명하는 그였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온 표정이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한들 나 또한 살생을 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고 습격하고 심지어 납치했다.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무엇보다 지금 당장 까마귀 몬스터들을 피해 마을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해낸다고 한들,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야 그저 그들을 구한 뒤, 마정석을 복구해 마을을 빠져나가면 그만이겠지만.
살아남은 까마귀들은 다시 마을을 습격할 것이고 또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 * *
부스럭. 부스럭.
“거의 다 왔다. 개굴.”
자세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안내하던 그가 뒤를 돌아보곤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했다.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까마귀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몸을 숨기고 있던 우리는 곧바로 출발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이 산의 지형지물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거짓은 아닌 듯싶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산길을 이탈해 나무와 풀이 무성한 장소를 위주로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저 똑같은 나무와 풀이 가득한 그곳에서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
얼마나 이동했을까, 계속해서 이어지는 풍경에 질릴 때쯤 옆에 있던 현지가 무언가 느낀 듯 반응했다.
그녀 또한 탐지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에 까마귀 몬스터들의 둥지에 가까워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다시 한번 들고 있던 무기들을 감각적으로만 확인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군요.”
“마, 맞다. 개굴.”
여전히 나무들과 풀에 의존해 몸을 숨긴 우리는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절벽 앞에 멈춰섰다.
현지의 질문에 개구리 인간이 대답했고, 그곳에서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 어떻게 할 거냐? 개굴?”
한껏 목소리를 낮춘 신우가 내심 불만을 터뜨렸고, 그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두운 밤, 달빛에 의존해 어렴풋이 절벽이라는 것만 확인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 주변의 까마귀들도, 주변에 있다고 했던 동굴 또한 지금의 상황으론 발견하기 힘들었다.
“무기고!”
[내 손 안의 무기고를 활성화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곧바로 준비해 놓았던 장비를 꺼내 들었다.
오른손에 무언가를 올려놓듯 활짝 피며 나지막이 읊조리자 홀로그램이 생성됐다.
스킬의 레벨 업에 따라 그 외관도 조금씩 화려하게 변한 무기고의 모습이었다.
레벨1의 무기고의 컨테이너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레벨 7이 된 무기고는 그 외관뿐만 아닌 보관 가능한 무기, 제작, 개발, 수리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가 크게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기고에서 제작한 무기의 공격력, 내구력이 향상, 무기고를 통한 개발, 제조, 수리의 시간이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병장님, 그건?”
“야시경이야.”
미리 무기고를 통해 제작해 준비해 놓은 것은 바로 야시경이었다.
야간 투시경, 야시경, 야투경 등등으로 불리는 장비로 미세한 빛을 증폭시켜 지금처럼 어두운 장소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였다.
“아, 압니다. 적외선으로 감시하는 그거 아닙니까?”
“일단, 이거 받아.”
야간 투시경을 들은 신우는 알고 있는 듯 말했지만, 조금 달랐다.
신우가 말한 사물들이 방출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장비는 열상감시장비였다.
열상장비와 광증폭식으로 나뉘는 야간투시장비 중 보통 야간 투시경이라고 하면 광증폭식을 말하였고 열상감시장비와는 구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것을 설명할 상황도 시간 없었기에 그에게 야시경을 건네주며 넘어갔다.
미리 무기고를 통해 만들어놓은 야시경은 2개였다.
이곳에 익숙한 개구리 인간 종수는 지형지물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현지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야를 확보하긴 어려웠지만, 그녀에겐 탐지 스킬이 있었다.
적의 위치나 그 수를 파악하는 것은 야시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녀가 더 뛰어났다.
문제는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우와 나였다.
앞선 마을에서의 전투를 통해 미리 느낀 것이 있어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낯선 장소와 더불어 어두운 시야로 아무것도 못 한 채 말 그대로 눈뜬장님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기도 했다.
야간 투시경을 받아든 신우는 곧바로 그것을 한쪽 눈에 가져다 대며 전방을 향해 바라봤다.
“와, 보입니다.”
신기한 듯 감탄사를 내뱉는 그를 보며 나 또한 야시경을 통해 그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에 가져다 대자 보이는 녹색빛의 스크린. 녹빛의 형광색 스크린을 통해 그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있으면 어두운 곳 어디서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는 않아.”
흥분한 듯 사방을 확인하던 신우가 해온 질문에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와 함께 반문했다.
이곳은 야외였고 희미한 별빛과 달빛이 사물에 부딪혀서 반사되고 있었다.
이 야간 투시경을 통해 그 반사된 빛을 수천, 수만 배 증폭시킴으로써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물체의 감지가 가능하게 만든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완전히 빛이 차단된 실내에서는 이것을 사용한다 한들 효과가 없었다.
“저곳이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동굴인가요?”
“맞다. 개굴.”
주변을 살펴보던 신우는 개구리 인간 종수에게 야시경을 넘겨줬고, 그것을 통해 확인한 그가 대답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입구가 훤히 뚫려 있는 동굴이었다.
까마귀들의 본거지인 절벽으로 가기 바로 직전에 위치한 그 동굴에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납치당해 있다는 것이었다.
신우와 종수가 그 주변을 살펴봤지만, 그 어디에도 까마귀들은 보이지 않았고, 동굴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갔던 건가.’
하지만 나의 눈에는 확실히 까마귀 몬스터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신우나 현지 그리고 개구리 인간 종수까지, 아무래도 그들보다는 시야석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나는 더 멀리, 더 넓게 그곳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장 가까이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동굴이었지만, 분명 그곳을 감시하고 있는 까마귀는 저 멀리 존재하고 있었다.
시야석 반지를 장비한 나에게도 그 거대한 몬스터가 작게 보일 정도로 멀어 보이는 거리였다.
그것은 까마귀 녀석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들에게 문제는 없었다.
‘녀석들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없겠지.’
녀석의 임무는 아마도 동굴에 침입하는 인간을 포착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인간이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녀석이 알 필요는 없었고, 그저 동굴에 움직이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무언가 동굴 앞에 움직인다면 녀석이 울음소리로 동료들을 불러낼 것이고, 그럼 둥지에 있던 녀석들이 인간을 잡았을 것이다.
이 또한 지능이 높은 까마귀 몬스터들이 아니면 생각해 내기 어려운 방법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