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01화
“무슨 소리야?”
“왜 그러냐. 개굴?”
“어, 개굴 씨 이것 좀 봐요. 이거 뭐로 보여요?”
“개굴. 문신 아니냐? 개굴?”
신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자 유유히 물 위에 몸을 맡기고 있던 개구리 인간 또한 다가왔다.
궁금한 듯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신우는 내 목덜미를 가리키며 물어봤고, 또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내 목에 문신이 있다고?”
신우와 개구리 인간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그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몸에 그림을 그린 기억은 단연코 없었다.
누군가 몰래 내 목덜미에 그림을 그렸을 리도 없었고, 그 비슷한 상처를 입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무기고!”
그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당장 거울도 없는 마당에 내 목 뒤를 직접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기로 비춰보는 것이었다.
최대한 가볍고 반들반들한 권총 두 자루를 꺼내 들었다.
한 손의 권총은 앞에 나머지 손은 뒷목을 비추며 기어코 그를 비춰보았다.
“내 목에 문신 따위가…… 있네?”
그들이 당연히 착각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비춰본 그곳엔 내가 알지 못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동그란 원과 그 안을 메운 알 수 없는 문양들.
검은 선으로 이루어진 그것은 분명 문신으로 보였다.
“뭐지……? 이 문양 어디서…….”
권총으로 어떻게 어떻게 비추긴 했으나 그것은 거울이 아니었고, 그저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도 같은 문양은 기억이 날 듯 말 듯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문신하시고 까먹으신 거 아닙니까?”
“아니야. 인마.”
하지만 결국 기억나지 않았고 의문만이 가득한 채 계곡에서 나왔다.
* * *
“현지 씨 이제 괜찮아요?”
“네! 완전 쌩쌩합니다!”
마을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하늘 또한 어둑해 지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질문한 것이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알아차린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오른팔을 들어 알통을 만드는 시늉을 하며 대답했다.
잠깐의 휴식으로 컨디션까지 완벽하게 회복한 그녀를 보며 분주하게 출발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주, 준비됐다. 개굴.”
신우와 마찬가지로 평소에 철저히 점검해 온 현지였다.
스킬을 성장시키거나 장비를 점검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준비는 빠르게 완료됐다.
가장 긴장되어 보이는 것은 떨림이 멈추지 않는 듯 벌벌거리고 있는 개구리 인간이었지만.
질문에 대답조차 해주지 않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된 것이었다.
스스로 무언가 결심한 듯 눈빛만은 결연했고, 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럼 출발 전에 잠깐, 시너지 효과!”
[적용 중인 시너지-군인(2/2) 이동속도 증가 15% (군인 직업군에만 적용)]
[적용 중인 시너지-단검(1/1) 체력과 마나를 10% 증가]
[적용 중인 시너지-근접 무기(2/2) 물리 데미지 증가 10% (근접 무기를 착용한 자에게만 적용)]
당장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것은 현재 적용 중인 시너지 효과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시너지 효과를 외치자, 눈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목록이 펼쳐졌다.
좀 전에 확인했을 때와 다르게 군인 시너지와 근접 무기 시너지 외에 단검 시너지가 확실하게 추가되어 있었다.
개구리 인간이 가지고 있던 전시용 단검이 아닌, 진짜 날이 날카로운 무기.
신우가 그에게 빌려준 단검으로 덕분이었다.
“잘할 수 있죠?”
“최, 최선을 다하겠다. 개굴!”
신우가 그를 보며 질문하자, 개구리 인간이 단검을 꽉 쥐어 보이며 대답했다.
지금껏 쉬는 동안 신우는 그에게 단검의 사용법과 전투 팁 등을 알려주었다.
쉴 법도 했건만 몸이 근질거린 것인지 행동 하나하나가 서툰 그를 보며 친절하게 다가갔다.
단검을 쥐는 방법부터, 어떻게 까마귀들을 상대하면 좋을지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아낌없이 설명하고 행동해가며 일종의 훈련을 시켜준 것이었다.
“개구리 씨는 혹시 스킬은 없나요?”
그때 질문한 것은 현지였다.
듣고 보니 나와 신우 또한 대답이 궁금한 질문이었다.
아무리 지금껏 몬스터를 피해 다녔고 전투를 하지 않았다지만, 분명 스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지금껏 만나온 그 누구도 자신만의 고유한 스킬이 없는 이는 없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플레이어가 된 순간,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홀로그램과 함께 생겨나는 것이 바로 스킬이었다.
나의 경우엔 ‘내 손안의 무기고’가 그것이었고 신우는 ‘검객’ 현지의 경우에는 ‘탐지’였다.
그전까지 살아온 환경이나 특징, 특기 같은 것이 영향을 주는 듯싶었지만, 꼭 그러한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스킬이 생겨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맞네요. 개구리 님도 메인 퀘스트를 받았다 했으니 플레이어가 됐다는 건데. 스킬이 없을 리 없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것은 스킬을 얻었다는 말과도 같았다.
모습이 바뀌었어도, 스킬이 없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수인도 그랬고 언데드 몬스터가 된 나 역시 그러했다.
아자토스의 저주로 인해 변해 버린 것은 몸뿐만이 아닌, 스킬에도 영향을 미쳤었다.
인간이었을 때 대부분의 스킬들이 사라지고 초기화되었지만, 그럼에도 ‘내 손안의 무기고’만은 남아 있었다.
지금은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스킬 있다. 개굴.”
계속된 질문 공세에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수련이나 퍼스트 킬 보상 등으로 얻은 새로운 스킬이 없을 것은 분명했지만, 그에게 기본적인 고유 스킬조차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이거다. 개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라는 의미인 듯 그가 제자리에서 멈춰 섰다.
우리 모두 궁금증에 그에게 집중했고, 그 순간 개구리의 몸은 점점 투명해졌다.
그리고 조금씩 사라지던 그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어! 사라졌다.”
“…….”
분명 개구리 인간이 서 있던 그 자리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신우는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며 찾는 시늉을 했고, 현지 또한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우의 옆이었다.
“악!!”
“미, 미안하다. 개굴. 놀라지 마라. 개굴.”
순간 자신의 옆에서 나타나자 까무러치게 놀란 신우가 소리쳤고, 오히려 그 또한 더 놀란 듯 당황하며 자신임을 어필했다.
“아! 그럼 우리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도 이 스킬로 지켜보고 있었던 거 맞죠?”
“……잘못했다. 개굴.”
현지 또한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언성이 높아졌다.
손가락질하며 그에게 질문하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개구리 인간.
그녀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계속해서 인기척이 느껴진다고 했던 당시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지는 계속해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계속해서 탐지 스킬을 사용했지만, 그 무엇도 찾아낼 수 없었다.
“음, 그럼 개구리 씨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마, 맞다. 개굴.”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고유 스킬은 바로 은신.
그제야 그가 까마귀 몬스터들에게 모든 마을 사람이 잡혀갔는데도 혼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루핀의 반지’를 통해 은신을 경험해 본 바 있었기에 개구리 인간의 스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신 스킬, 그것은 마치 투명 인간이 되는 것처럼 몸을 숨기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루핀의 반지 상위 호환 스킬로 보면 되는 건가.’
[착용자의 기척을 지우고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액세서리. 밤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은신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효과가 사라진다.]
루핀의 반지 설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생각했다.
아직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S등급의 표식이 붙은 반지였고 그 설명을 봐도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 효과는 루핀의 반지가 가지고 있는 그것보다 더욱 뛰어났다.
개구리 인간, 그가 보여준 은신은 어떠한 제약도 보이지 않았다.
밤에만 사용할 수 있는 루핀의 반지에 비해 그의 은신은 낮에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현지의 탐지 스킬로도 감지할 수 없었다.
인기척을 느끼지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녀는 은신 상태의 개구리 인간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아, 그럼 그때 풀숲에 숨어 있던 것도 개구리 씨 당신입니까?”
“……맞다. 개굴.”
“그때는 왜 은신을 사용하지 않고?”
“개굴. 그때는 마나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었다. 개굴.”
순간 떠오른 기억에 질문하자 그것 역시 이자가 범인이었다.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던 그때, 풀숲에서 누군가 숨어 있었고 우리는 도움을 요청하며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속도로 도망갔고, 우리는 붙잡지 못했다.
“역시!”
그 말을 듣고 있던 현지는 이번에도 궁금증이 풀린 듯 손뼉을 마주쳤다.
유일하게 무언가 봤다던 그녀는 매끈한 등을 보았다고 우리에게 말해줬었고, 그 등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개구리 인간의 것이었던 것이다.
현지는 모든 궁금증이 풀리자 개운한 듯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야! 개구리 씨, 대단한데요? 엄청 강력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네요?”
“개굴? 내, 내가. 개굴. 강하다구?”
“네,”
“아니다. 개굴. 당신들에 비하면…… 나는…… 개굴.”
“아니에요! 충분히 강력한 스킬이에요. 자신감을 가져요!”
한껏 흥분한 신우가 개구리 인간을 띄워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듯 부정하는 그였지만 신우의 오버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신우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킬의 강함을 가지고 자웅을 겨루는 자체가 어폐가 있었지만, 어찌 됐든 그의 은신은 충분히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만났던 사람 중 단순한 체력 증가나 완력 증가 정도의 스킬만을 가지고 있던 이들도 있다.
이들을 떠올릴수록 개구리 인간의 은신이라는 스킬은 축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타깝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은신이라는 최상급 스킬을 가지고 있음에도 겨우 거대 까마귀 따위의 몬스터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데 무리가 없었을 것은 분명했다.
만약 그가 몬스터를 쓰러뜨리면서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냈다면, 거대 까마귀들에게 대항하는 데 이처럼 고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 한 가지 더 있다. 개굴.”
그때 말을 아끼고 있던 개구리 인간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