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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97화 (9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97화

“까아악. 까아악!”

하늘을 올려다보자, 날개를 퍼덕이는 까마귀들이 가득했다.

그 숫자는 대략 30마리.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그 숫자는 더욱 많아 보였고, 위협적이었다.

순식간에 날아온 녀석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죽은 것을 확인하곤, 흥분한 듯 깍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죽은 까마귀 동료를 둘러싸며 마치 장례식이라도 치르듯, 목청 높여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분 나쁜 그 울음소리는 사방에 울려댔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철컥.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동료를 추모한 것은 예상 밖이었으나, 기다려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찌 됐든 녀석들은 몬스터였고, 지금은 분명한 적이었다.

녀석들을 향해 다시 한번 마탄을 장전시켰고, 그들을 향해 발사시켰다.

푸더덕. 푸더더덕.

날아간 마탄은 또다시 까마귀의 머리를 관통했고, 몰려 있던 녀석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날갯짓을 시작하며 날아들었다.

이제는 동료의 장례식을 치러줄 여유 따위는 없다는 것을 학습한 까마귀들은 공격을 시작했다.

“조심해!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아!”

신우와 현지를 향해 소리쳤지만 역시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일반적인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였다.

이제는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탄을 사용해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몬스터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역시 현지였다.

총알이 통하지 않았던 만큼, 신우와 현지의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신우는 마나를 이용해 스킬을 다룰 줄 알았고, 강력했다.

그에 반해 현지의 스킬은 내가 알고 있기에 탐지 스킬이 전부였다.

주변의 사람이나 몬스터를 감지하고, 길을 찾고, 적의 약점을 찾아내는 듯 굉장히 유용하고 실용적인 스킬임에는 분명했지만, 문제는 공격 스킬이 아니었다.

평소에 전투에서는 적들의 약점을 알아내, 빠른 스피드와 연계 공격으로 그들을 제압시켰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적이 나타나자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었다.

“발…… 도!”

순식간에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을 아래쪽으로 틀은 신우는 동시에 날아오는 까마귀들이 근처에 다가오자 그것을 뽑아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의 흑도에 서린 검기는 한 번에 까마귀들을 갈라 버렸다.

검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이었고, 신우는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다.

이미 신우의 성장은, 언데드와의 전투를 통해 확인한 적이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그 성장은 두드러져 있었다.

이대근에게 받은 그 수련의 성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까악! 까악!!”

탕! 탕!

나 또한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는 까마귀들을 상대로, 연신 마탄을 발사했다.

녀석들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우리를 확인하고는 마치 조를 편성하듯 소수의 무리를 만들어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날아오는 까마귀들의 부리와 발톱을 피해가며 쉴새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역시 신우와 내가 아닌 현지에게도 거대 까마귀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녀를 도와줄 여유는 없었기에 눈앞의 적을 상대하며 힐끔 보는 것이 전부였다.

“흥, 이 녀석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거대 까마귀들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언제봐도 살벌한 징이 박힌 너클을 착용한 현지는 자신의 얼굴까지 양손을 들어 올려 가드 자세를 기본적으로 취했다.

그리고 앞, 뒤, 좌, 우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까마귀들을 견제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들을 살피고 있었다.

툭. 툭.

그 또한 탐지 스킬의 덕분인지, 불규칙하게 공격해 오는 까마귀들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그저 제자리에서 통통 뛰는 것 같은 그녀였지만, 실제로는 사선 방향으로 앞, 뒤로 스텝을 밟고 있었다.

자신의 사정거리에 까마귀가 침범한 순간, 그녀의 왼 주먹은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그것은 공격의 의도가 아니었다.

견제를 하기 위함이었고, 지능이 높은 까마귀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쉽사리 그녀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들이었지만, 현지 또한 함부로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방을 신경 쓰며, 스텝을 밟고 그들의 큰 동작만을 부드럽게 피하고 견제를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큰 동작을 통해 먼저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빈틈이 노출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수적 불리함을 그런 식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슈우우우욱-

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될 리 없었고, 순간 정면의 그녀를 향해 까마귀 한 마리가 돌진했다.

녀석을 회피하거나 견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계속해서 아껴왔던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몸을 비틀며 모든 체중을 오른 주먹에 실었고, 강력한 스트레이트로 녀석의 머리를 받아냈다.

쾅!!!!

“으앗.”

서로의 충격이 맞부딪치며 강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낸 것은 현지였다.

그녀의 강철 너클이 까마귀의 이마에 정확히 박혔고, 녀석의 두개골을 박살 낸 듯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었다.

충격으로 인해 손목에 무리가 간 듯 그녀는 손목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현지 씨. 괜찮아요?”

“네. 살짝 삔 것뿐이에요.”

눈앞의 까마귀가 쓰러지고 위협을 느낀 녀석들이 날아올랐다.

잠깐의 순간에 그녀를 보곤 질문하자 그녀는 괜찮다는 듯 손목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나에게 몰려든 까마귀들을 해결하고 그녀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직, 미완성이긴 한데…….”

무엇을 망설이는지 뒷머리를 긁적인 그녀는 이내 다짐한 듯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자신의 너클을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에도 까마귀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현지 씨! 앞을 봐요!”

스텝을 멈춘 뒤, 자리에 멈춰선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까마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양손에 장착한 강철 너클을 부딪히며 마찰시켰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고,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에 신우를 바라보자 그녀를 확인한 녀석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깡-! 화르르륵!!

“부, 불?”

그 순간, 그녀의 양손에 피어난 것은 화염이었다.

정확히는 너클을 끼고 있는 그녀의 양 주먹에 거대한 붉은 불꽃이 일어난 것이다.

뜨겁지도 않은 듯 그저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이야야앗!!”

그리고 기합을 넣으며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가장 먼저 날아온 까마귀를 향해 다시 한번 스트레이트를 날렸고, 그것은 좀 전과는 달랐다.

까마귀의 두개골이 완전히 박살 나버린 것은 물론, 그녀의 주먹에서 옮겨간 화염으로 인해 완전히 불타버린 것이었다.

“까아아악!!!”

까마귀들의 공격은 더욱 빠르고 날카롭게 이어졌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체를 기울이며 오른 주먹을 내뻗은 그 상태에서 왼쪽에서 공격해 오는 까마귀를 본 그녀는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낮추며 몸을 숙였고.

동시에 허리를 회전시켜 U자 형태를 그리며 체중을 이동시켜 그것을 회피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복싱의 위빙 동작을 통해 까마귀의 공격을 회피한 그녀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또다시 주먹을 내질렀고, 이 또한 정확히 들어간 것이었다.

“…….”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지의 회피나 공격은 완벽했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까마귀들 또한 빠른 속도로 처리해 나갔다.

* * *

“후…….”

인간의 육체를 되찾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전투에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새도록 이어진 전투로 인해 벌써 새벽이 다가왔고 쌀쌀한 공기가 감돌았다.

발밑에 수두룩한 것은 거대한 까마귀 몬스터들의 시체였다.

아무리 녀석들이 지능이 높다고 한들, 그래 봐야 동물 수준에 불과했고 강력한 스킬과 오랜 전투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 당해 낼 순 없었다.

“수고하셨어요!”

“저도 마무리했습니다!”

공격해 온 모든 까마귀를 완벽하게 처치한 신우와 현지 또한 이곳으로 다가오며 웃어 보였다.

반갑게 그들을 맞아주며, 자연스럽게 현지의 주먹에 시선이 옮겨졌다.

이글이글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활활 타고 있는 불꽃.

그녀의 양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그것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이거요?”

그녀 또한 시선을 느꼈는지 쑥스럽게 웃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신우를 살짝 보자 알고 있는 눈치였다.

“스킬이죠?”

양손에 활활 타고 있는 불꽃, 자신에겐 뜨겁지도 않은 듯했지만, 까마귀들에게는 엄청난 데미지를 주는 것을 확인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녀를 통해 확인차 물어본 것이었다.

“네, 아직 미완성 스킬이긴 한데…… 어쩔 수 없겠더라구요.”

“미완성이요?”

“……네. 이게. 한번 발동하고 나면 마나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안 꺼지거든요…….”

그녀는 마치 불을 끄려는 듯 손을 털어보았지만 어림없었다.

미완성 스킬, 그 의미는 아직 스킬을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녀 스스로 불꽃을 끌 수 없었다.

다행히 마나는 한정적이었기에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비되면 자연스럽게 불꽃 또한 잠잠해진다는 것이었다.

“아시겠죠? 제가 왜 지금까지 안 쓰고 있던 건지.”

그녀가 하는 말에 의미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마나가 완전히 소비된다는 것.

그것은 전투에 있어서 다음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데미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마나를 소비하며 이끌어갔던 전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느 것은 마나를 완전히 소비되었을 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 오고 기분이 다운되며 우울해지는 그 기분, 정신적인 데미지가 심각했기에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죠, 그 기분…… 스킬은 수련을 통해 얻게 된 건가요?”

“네, 드문 경우긴 하지만 수련을 통해 이렇게 스킬이 생기기도 한다더라구요. 운이 좋았죠.”

“음, 그렇군요. 축하해요.”

이대근에게 받았던 수련의 결과가 생각보다 더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었다.

지금껏 스킬에 대한 사실을 어느 정도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단지 세상이 변한 순간 생겨났던 스킬 외에도 퍼스트 킬을 통해서도 스킬을 획득할 수 있었고, 특별한 경우였지만 마정석에 각인되어 있던 스킬과 시체 흡수를 통한 것까지.

그리고 그녀처럼 수련을 통해서도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나열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아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전부 극악의 확률임은 분명했다.

“너는?”

“……저, 저 말입니까?”

현지가 수련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확실해졌고, 곧바로 시선은 신우에게 옮겨갔다.

신우 또한 그녀와 같이 수련을 받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스킬이 생겨난 것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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