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94화 (9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94화

“크어어어엉!”

“새액. 새액.”

방 안에는 세상이 떠나갈 듯 코를 고는 신우의 코골이와 색색거리며 잠을 청하는 현지의 소리가 가득했다.

내일 정말로 마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까악, 까악!”

“까아악. 까아악!”

밖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무슨 소리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거대한 울음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곳이 산이었기에 그저 단순한 동물들의 소리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동물이든 몬스터든 한 마리의 소리는 아닌 듯 그 소리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으으음.”

“쉿!”

그때 눈을 뜬 것은 현지였다.

그녀 또한 소리를 듣곤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아직 새벽에 잠이 덜 깬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눈을 번쩍 뜬 그녀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크러러렁~”

“야, 야, 인마. 신우야.”

이 거대한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는 신우의 몸을 흔들어 깨우자 그제야 졸린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까아악. 까아악.”

잠에서 덜 깬 신우는 그제야 그 소리를 들었는지, 본능적으로 자신의 검을 집어 들었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질문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모르겠어.”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사방에 무언가 있어요.”

그새 스킬을 사용한 현지는 가까이 다가오며 알려줬고, 예상이 맞았다.

“잠시만 기다려 봐.”

신우와 현지에게 기다리라는 제스처와 함께 창문 쪽으로 몸을 이동했다.

최대한 그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밖을 확인했다.

하지만 밖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밖이 아닌 위쪽을 바라보자 그제야 그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신우와 현지 또한 가까이 다가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새벽 달빛에 의지해 바라본 그것의 정체는 거대한 새였다.

일반적인 새의 크기가 아닌, 성인 남성보다도 3배는 거대해 보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끄아아악! 까아악!”

마치 몸집에 비례하듯 그것들의 울음소리는 고막을 울렸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먹이를 찾는 듯 사방을 돌아다니는 그 새들은 유난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초가집 위에 몰려 있었다.

“혹시 모르니 무기 챙겨.”

“예.”

“저도 챙겼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 있는 건 눈치챈 것 같죠?”

“네, 유난히 이곳에 모여 있어요. 아마 알고 있다는 거겠죠.”

당장 이곳에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았지만, 무기를 곧바로 챙기도록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많은 소리가 우리의 위에서만 들려왔다.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몬스터의 종류로 보이는 저것들이 언제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었다.

“거대한 새 몬스터라니…….”

“종류는 까마귀 같습니다.”

“…….”

거대한 몸집의 새 형태를 한 몬스터, 그것의 종류는 신우가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불길할 정도로 검은 깃털과 검은 깃털, 무엇보다 특유의 신경을 건드리는 울음소리는 까마귀의 그것과 같았다.

철컥. 철컥.

“저격총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음. 일단은?”

밖의 까마귀 같은 몬스터들을 확인함과 동시에 바로 무기고를 통해 저격총을 꺼낸 후 정비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거대한 덩치를 확인하고는 바주카포를 사용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움직임이 둔해지고 무엇보다 그 소리가 너무 컸기에 결국 저격총을 선택했다.

“현지 씨는 너클로 괜찮겠어요? 총이라도 하나…….”

“아뇨, 괜찮아요. 제가 총을 쏘며 오히려 방해만 될 거예요.”

양손에 끼고 있는 너클이 걱정되어 총을 빌려주려 한 것이었다.

그녀의 강함은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됐든 너클의 사정거리는 총에 비해 현저하게 짧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녀석들이었기에 걱정이 된 것이었다.

“까아악! 까아악!”

그 순간 바로 근처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로 입에 손을 가져다 대자 신우와 현지가 입을 틀어막았다.

하늘을 날고 있던 거대까마귀 한 마리가 땅으로 내려와 우리가 있는 집 옆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꿀꺽.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 까마귀는 가까이 있자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날개를 접곤 뒤뚱거리며 주변을 배회하는 녀석을 보고는, 우리의 위치가 들키지 않게 벽에 바짝 붙어 몸을 숨겼다.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녀석에게 들킬까 긴장했고, 녀석의 거대한 움직임 하나하나 느끼며 숨을 죽였다.

푸더더더덕.

“다시 날아갔어.”

“휴, 저도 들었습니다.”

거대한 날갯소리가 들리고 펄럭이는 그 소리가 조금씩 희미해지자 그제야 참아왔던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미 경험해 본 몬스터였다면 바로 전투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그 강함은 얼마만큼인지.

섣불리 나섰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 목적은 우리인 것 같지?”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저 까마귀들이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은 걸까요?”

“글쎄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이네요.”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잠깐의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전투가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저 녀석들 또한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언제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었고 그것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현지 씨 혹시 귀금속 있어요? 귀걸이나 반지 아무거나요.”

“네? 귀걸이가 있기는 한데…… 마을에서 코인으로 산 거예요. 싸구려라…….”

“상관없어요. 빌려주실 수 있죠? 제가 더 좋은 거로 다시 사줄게요?”

“네? 아니, 그러실 필요는…….”

어째서인지 볼을 붉히는 그녀였지만, 귀에서 착용하고 있던 귀걸이를 빼서 건네주었다.

“이 병장님, 그건?”

“지켜 봐봐”

철컥.

신우는 내가 어째서 이것을 무기고에서 꺼내 들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직접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백 번 말로 하는 것보단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끼이익-

조심스럽게 창문을 살짝 열자 녹이 슨 창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하여 위를 살짝 살펴보았지만,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설마 그 순간 달려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 것이었다.

신우와 현지는 뒤에서 지켜보며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말릴 법도 했지만, 그동안의 함께한 시간 덕분에 믿어주며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툭.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수류탄을 있는 힘껏 투척했다.

단순한 수류탄이 아닌 현지의 귀걸이와 결합시켜 놓은 수류탄이었다.

푸더더덕.

‘역시!’

있는 힘껏 던진 수류탄은 사정없이 날아갔고, 그것이 땅에 닿기도 전에 거대한 까마귀는 그것을 물어갔다.

예상대로의 행동이었다.

보석이나 반짝이는 물건을 이상하리만큼 좋아하는 까마귀의 특성이 있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 싸구려든 값비싼 물건이든 상관없이 그저 반짝이는 것이라면 환장하고 달려들었고, 반짝이는 귀걸이와 결합한 수류탄 역시 집어간 것이었다.

펑!!!

“까아악! 까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에선 까마귀의 듣기 거북한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려왔다.

까마귀가 물어간 수류탄이 공중에서 터진 것이었다.

“까아악! 까아악!”

흥분한 듯 소리치는 까마귀 소리가 가까워지자 들고 있던 저격총이 아닌 돌격소총으로 바꿔 들며 창문을 뛰쳐나갔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흥분한 듯 더욱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기 시작하는 까마귀.

지켜보고 있던 신우와 현지는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박차고 나오려고 하였다.

“오지 마! 괜찮아.”

하지만 그런 그들을 제지하며 소총을 들어 올려 날아오고 있는 까마귀를 조준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까마귀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며 신중하게 숨을 골랐다.

“까아아악!”

그리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날아간 총알은 까마귀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시 주춤할 뿐 계속해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탕! 탕! 탕!

연속된 총알에도 끄떡없는 듯 계속해서 날아오는 녀석이었다.

맷집 또한 보통이 아닌 듯 총알로 녀석을 뚫을 수 없었다.

녀석의 날갯짓은 더욱 빨라졌고, 가까이 온 순간 달려가던 나 역시 몸을 돌렸다.

탕!!!

푸른빛이 총구를 통해 발산됐고, 그 순간 거대한 까마귀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까마귀 사냥을 완료하였습니다.]

[37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녀석이 확실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몬스터의 정체를 알려주는 홀로그램과 코인이 획득되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한 마리의 까마귀를 죽였을 뿐, 공중에 수많은 까마귀 떼들이 나를 향해 다려오고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 또한 예상했던 일이었다.

곧바로 날아오는 녀석들을 향해 던져 든 것은 섬광탄이었다.

한 번에 이목을 집중시킨 뒤, 사용하는 섬광탄.

그것을 던짐과 동시에 몸을 숙이며 눈을 보호했다.

“까아아악! 까아아악!”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은 고통스러운 듯 포효했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날갯짓조차 하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빛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자, 완전히 뻗어버린 까마귀 떼들이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이때를 틈타 다시 신우와 현지가 있는 초가집을 향해 달려갔다.

“민혁 씨, 괜찮으세요?”

“이 병장님…… 너무 무모했습니다!”

걱정의 말을 건네는 현지와 신우는 결국 잔소리로 이어졌다.

어째서 혼자 그렇게 행동한 것인지,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든지.

전부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리하면서까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녀석들의 정보였다.

거대한 까마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뿐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른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없었다.

“저 녀석들 일반적인 총알은 통하지 않아, 하지만 까마귀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현지와 신우에게 짧은 순간 알게 된 그들에 정보를 하나하나 알려주며 설명해 줬다.

거대한 까마귀들에게 마탄 말고는 소용이 없었으며, 일반적인 까마귀와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해, 따로 수집까지 한다는 것이다.

“까마귀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더 똑똑할 수 있어.”

“음. 그렇겠네요.”

“어떤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각보다 지능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까마귀 또한 지능이 높은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든 생각이었다.

어떤 돌발적인 행동으로 복수를 해올지도 몰랐기에 밤새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며 밤을 보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