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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93화 (9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93화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저…….”

“뭔가 남은 게 있습니까?”

대화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그가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 말끝을 흐렸다.

“자네한테 사과는 해야겠네.”

“네?”

“마정석에 대한 정보는 거짓 없이 알려준 것이었다네. 그로 인해 자네가 그런 일을 당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네. 미안하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고개 드세요.”

심현섭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지만, 순간 고개를 숙이는 그를 보며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백발의 노인이었고, 갑작스러운 사과에 당황한 것이었다.

또한 진심으로 그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언데드 몬스터가 되고 예상치 못한 고통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 또한 없었다면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렸으니 응어리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하하.”

“저번 자네 모습을 보니 마정석을 얻은 것은 확실해 보이던데. 어떤가?”

“…….”

말에 멋쩍게 웃어 보이자 다시 한번 그가 질문했다.

마정석을 얻었냐는 질문에 무어라 대답하기 곤란했던 것이다.

분명 붉은빛의 마정석을 손에 넣었고, 마나 또한 확실하게 늘어났지만 내 손에 마정석은 없었다.

언데드 몬스터의 육체를 가진 순간부터 몸속에 보관되어 있던 마정석은 인간의 육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몸속에 흡수된 것인지,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불편한 곳도 이상한 점도 없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음, 그렇게 된 거구만. 스킬의 각인이 새겨져 있는 붉은 마정석이라…… 내 한번 조사해 보겠네.”

“예, 감사합니다.”

또한, 이상한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푸른빛의 마정석들과 달리 붉은빛을 내뿜는 나의 마정석은 ‘시체 흡수’라는 스킬이 각인되어 있었다.

당장 인간의 육체, 직업을 가진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심현섭은 그것에 대해 듣고 나자 흥미로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조사를 해보겠다 약속했다.

“아 참, 완전히 떠나기 전에 주현을 만나보는 건 어떤가? 그들의 마을에서 자네들을 정식으로 초청했다네. 텔레포트 스킬이 준비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리니 언제든 시간 될 때 들려보도록 하게나.”

“예,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 가보겠습니다.”

그와 모든 대화를 나눈 뒤, 이제는 가기 위해 일어섰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그는 무언가 또 기억난 듯 말한 것이다.

용병 마을에서 우리를 초청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방문을 나섰다.

* * *

“민혁 씨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네? 어떤 거요?”

“주현 씨가 초청했다는 거 말이에요. 안 가볼 건가요?”

거리에 나오자 현지가 궁금한 듯 넌지시 질문했다.

용병들의 초청, 그것에 응할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가보긴 해야죠. 저희 목숨을 구해준 분들이기도 하고.”

“그렇죠?”

“하지만 당장은 아닙니다.”

주현과 강성곤, 그리고 김낙현까지 그들에게 목숨을 빛진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지만, 정신을 잃은 동안 보호해 준 그들의 호의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한 번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먼저 초청을 해주었으니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심현섭의 마정석을 복구하는 것.

그것이 먼저였다.

우리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의 텔레포트가 필요했다.

“우선 일주일의 시간이 있으니, 마정석 복구부터 해결하고 남은 시간에 가보도록 하죠.”

“네!”

* * *

마을을 빠져나와 심현섭이 말했던 그 산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가본 적이 있기도 한 약탈자들의 거주지였던 폐공장과 마을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산이었다.

무엇보다 현지의 탐지 스킬이 있었으니, 그것이 어디 있든 찾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산의 초입을 지나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의 말대로 조그마한 마을이 존재하고 있었다.

“현지 씨, 여기가…… 맞나요?”

“음…… 이곳 말고 마을로 보일 만한 곳은 느껴지지 않아요.”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마을.

그 어디에도 사람은 물론 몬스터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한적한 곳이었다.

약탈자조차 위험하다고 판단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곳은 절대 노인이 말한 그곳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

요즘 세상에는 보기 힘든 조그마한 초가집들이 모인 이곳은 그저 산골짜기에 평화로운 마을 정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

그 순간 무언가 느낀 현지가 소리쳤다.

본능적으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에 산들거리는 풀잎들과 나뭇가지 말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 그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찾을 수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요, 무언가. 음…… 아니에요.”

무언가 찜찜함을 느낀 현지였으나, 그저 느낌일 뿐.

그녀의 탐지 스킬에는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예민했던 것이라 넘기며 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똑! 똑! 똑!

“계시나요?”

“아랫마을에서 왔습니다. 누구 계신가요?”

마을에 들어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마정석을 복구할 수 있다는 그자를 찾아가 도움을 받은 뒤, 빠르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를 찾지 못한다 한들 조그마한 마을이었기에 모두가 서로 잘 알 것이라 생각됐다.

누구든 보이기만 한다면 물어볼 수 있었기에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현지만이 이따금 느껴지는 인기척을 계속해서 느낄 뿐, 그 즉시 확인했지만, 그 어디에도 주민은 없었다.

누군가 거주할 것이라 생각된 초가집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없었다.

“이 병장님, 이곳도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어, 민혁 씨! 저기…….”

그 순간 현지의 외침에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현지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풀숲이었다.

마을 주변에 길게 자란 그 풀숲에 무언가 그림자가 비친 것이었다.

순간 자신을 발견하자 놀란 듯 소스라치게 몸짓한 그는 재빠르게 풀숲으로 자신의 몸을 숨겨놓았다.

하지만 그가 숨는다고 한들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 사람인지, 그를 놓칠 수는 없었다.

“저, 저기요! 저희 나쁜 사람들 아닙니다!”

“여쭤볼 게 있습니다. 이곳 마을 사람인가요?”

최대한 사람 좋은 인상을 하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를 향해 다가갔다.

이곳에 온 후 처음 만난 사람이었고, 그를 놓친다면 왠지 모르게 더 이상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라면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도움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마정석, 마정석을 복구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샤삭! 샤삭! 샤삭!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최대한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다가간 순간.

그는 풀숲을 엄청난 속도로 헤쳐나가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샤삭! 샤삭! 샤삭!

“저, 저기. 잠시만…….”

도망가는 그를 억지로라도 붙잡으려 하였으나, 도저히 그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어찌나 빨리 달려간 것인지 순식간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사라진 이후였다.

“……왜 도망을 가는 거지?”

“이 병장님 그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그래. 쉴 만한 곳을 찾아보자.”

* * *

“혹시 누구 계시나요……?”

“여기요? 아무도 없나요?”

신우 그리고 현지와 함께 밤에 쉴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마을에 도착 후 마정석을 복구만 하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날은 저물어 있었고, 이곳에서 쉴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당장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 곳에서나 야영하기에는 위험한 세상이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노인에게 이곳이 위험하단 말을 들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던 것이다.

끼이익-

“이 병장님, 여기 문이 열립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던 신우는 문고리를 열어봤고, 그곳은 잠겨 있지 않았다.

살짝 문을 열고 다시 질문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곳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오래된 곰팡냄새였다.

“윽, 이 병장님. 이곳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지 씨, 혹시…….”

“네, 신우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희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현지의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더욱 적극적으로 그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샅샅이 살펴본 결과 오래된 매캐한 매트릭스와 각종 골동품이 모여 있는 이곳은 폐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이곳에서 쉬자. 무작정 밖에 있는 것보다는 이곳이 더 안전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요.”

더 이상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마을 주민들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몬스터나 적과 전투를 치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정신적인 피로도가 쌓인 것이었다.

조그만 방에 현지 그리고 우리의 공간을 나눈 뒤 자리에 누웠다.

방 안 가득 매캐한 곰팡냄새가 가득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더한 상황도 부지기수였고, 이렇게 누울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그때, 잠이 들지 않은 신우가 조용하게 질문했다.

“어째서 도망간 걸까요?”

“글쎄, 외부인을 꺼린다거나…… 뭐, 그런 거 아닐까?”

아까 우리를 보며 도망갔던 그림자가 떠올라서 한 거로 보이는 질문에 나 또한 명쾌한 대답을 줄 수 없었다.

우리를 보고 도망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는 하는 걸까요?”

“…….”

“내일은 제발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계속되는 신우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느꼈던 것이었고 사실 반쯤 확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심현섭 그가 언제 이곳을 와봤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지금은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내일까지 이곳을 살펴본 뒤, 찾지 못한다면 포기하고 내려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저기…… 아까 저는 봤어요.”

그때 아무 말도 없었기에 자는 것이라 생각했던 현지가 입을 열었다.

“그 도망가는 사람…….”

“그래요? 어땠는데요?”

“그 사람…… 등이 매끈했어요.”

“네?”

“……마치.”

“몬스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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