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91화
“더러운 언데드 놈들!”
아자토스의 지팡이를 집어 든 프랑켄은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자신 또한 언데드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은 대사를 내뱉은 그는 주변의 하수인들을 보며 말한 것이었다.
슈우우욱.
마치 아자토스가 자신의 권능을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나눠준 것과 비슷한 형상이 벌어졌다.
프랑켄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오오라가 주변의 모든 하수인을 향해 뻗어 나간 것이었다.
“끄아아아악!!!”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언데드 하수인들에게 뻗어 나간 검은 오오라는 그들을 강력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영혼을 빨아들였고 그것들은 전부 프랑켄을 향해 다시 빨려들어 왔다.
“피, 피노야! 안 돼!!”
모두의 시선이 프랑켄에게 집중된 그때 피노는 결국 현지의 품을 탈출했고, 성채 안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현지나 신우가 다시 붙잡을 새도 없이 재빠르게 튀어나간 피노는 빠른 속도로 민혁을 향해 양발을 교차하며 뛰었다.
조그마한 몸집으로 날렵하게 언데드들을 피해가며 이동했고 결국 그의 곁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 * *
“이게 무슨…….”
눈앞의 프랑켄의 모습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수백의 언데드 군단을 전부 흡수한 그의 몸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녹색이었던 그의 피부는 보랏빛을 넘어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트롤의 생명력을 통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지만, 앞날이 깜깜한 상황.
그때, 손에서 느껴진 부러운 촉감에 놀라며 밑을 바라보았다.
“끼유욱.”
“피노야!”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피노가 자신의 머리를 손에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었다.
녀석 또한 오랜만에 재회한 것이 반가운 듯 주체할 수 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는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신우와 현지가 데려온 것으로 보이는 피노를 보며 반가운 마음에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무언가를 재촉하듯 소매 끝을 잡아끌었다.
“응? 왜 그래? 무기? 무기를 달라는 거야?”
“끼유유.”
아무래도 그 의도를 맞추었는지 기쁜 듯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며 기뻐했고, 곧바로 무기고에서 권총을 꺼내 건네주었다.
누군가 본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임에는 분명했지만, 민혁은 한 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절그덕. 절그덕.
피노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권총을 무를 씹어먹듯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전쟁에서 피노가 보이지 않았던 거로 보아 신우와 현지에게 피노를 데려다준 이들이 피노의 정체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듯싶었지만, 주인인 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철을 주식으로 먹을 만큼 강력한 이빨을 자랑하는 전설의 동물.
무엇보다 철을 먹으면 그 몸집과 힘이 거대해지는 피노의 정체는 불가사리였다.
“끄라라라라라악!!!!”
배가 고팠던 것인지 순식간에 하나의 권총을 먹어버린 피노의 몸은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조그맣던 녀석의 몸집은 5배, 10배를 넘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고, 그것은 언데드 하수인들을 흡수한 프랑켄과 맞먹을 정도였다.
피노는 나의 뒷덜미의 옷깃을 물어 던졌고, 자신의 등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프랑켄을 향해 거대한 울음소리로 포효했다.
[……또 네놈이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생명체에 상황을 파악하던 프랑켄은 피노의 등에 올라탄 나를 발견했다.
[아직도 나를 막을 수 있을…… 컥!]
사사건건 방해하려 드는 나를 보며 말을 이어나가려던 프랑켄을 향해 공격을 날린 것은 피노였다.
근엄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프랑켄을 향해 피노는 바로 박치기를 가했다.
몸이 거대해지고 힘이 강해진 것뿐만이 아닌 호전성 또한 증가한 피노는 기다리지 않았다.
여전히 재빠른 몸놀림을 유지하며 프랑켄을 물어뜯고 거대한 앞발을 날려가며 전투를 시작한 것이었다.
[크아아악, 감히, 감히!]
프랑켄 또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몸집이 커지며 더 이상 손에 맞지 않을 만큼 작아진 지팡이를 던져 버린 그는 우리를 향해 주먹을 날려댔다.
쿵! 콰광!! 쿠쿵!!
그 누가 우세하다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전투였다.
이 정도로 강력할 줄 몰랐던 피노는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프랑켄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거대한 두 생명체는 성채 곳곳에 날리고 날아가며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고, 성채 밖의 인간들 그 누구도 감히 그 전투에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것 같은 그들의 전투는 그만큼 격렬했다.
쩌저적. 쿠궁. 쿵!!
“크아아아악!!!!”
[죽어라! 이 똥개 놈아!!]
계속되는 전투에 둘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피노의 위에 올라탄 나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긴장감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했다.
금이 가고 무너지는 소리.
이상하리만큼 요즘 들어 많이 듣게 되는 그 소리는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차리기엔 어렵지 않았다.
“피, 피노! 곧 건물이 무너질 거야! 밖으로 나가야 해!”
“크라라라아아악!!!!”
피노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한 대 얻어맞은 녀석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껏 흥분한 녀석은 포효했고, 자신의 거대한 이빨을 자랑하며 프랑켄을 향해 달려들었다.
“피노, 피노!!”
쩌저적. 쩌저적. 콰광! 쾅쾅!
그 순간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금이 가기 시작했던 성채의 외각은 빠른 속도로 그 틈이 벌어졌고, 곳곳에 심현섭의 메테오로 인한 데미지 그리고 프랑켄에 의해 뚫려 버린 천장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성채는 그 가속도가 더욱 가팔랐고, 걷잡을 수 없이 한 번에 일어났다.
* * *
쾅!
“이, 이 병장님!! 피노!”
“피노야, 민혁 씨…….”
건물 하부부터 시작된 무너짐은 눈 깜짝할 새 끝이 났다.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 성채에는 피노와 민혁, 그리고 프랑켄까지 모두 깔려 버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남자는 누구지? 그…… 괴물은 또 뭐고?”
“우리 편인 건 확실한데…….”
지켜보고 있던 이들 모두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탓이었다.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는 탓에 거대한 피노를 보며 그저 응원만 하고 있던 이들은 성채가 무너짐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에서 무너진 건물의 크기는 너무나도 거대했고, 그 잔해들 밑에 깔린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어! 저기, 저기를 봐!”
하지만 이내 모두의 눈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금씩 들썩거리던 거대한 잔해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프랑켄과 싸울 때보다도 더욱 거대해진 몸집의 생명체였다.
“피노야!!”
현지가 큰소리로 외치자, 거대한 몸집의 피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 이 병장님은……?”
거대해진 피노가 어색한 듯 주춤한 신우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리고 신우와 현지의 앞에 입을 커다랗게 열어 재꼈다.
“이 병장님!!”
“민혁 씨!!”
피노의 입속에서 나온 것은 바로 민혁이었다.
온몸에 침으로 인해 범벅이 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보다 수십 배는 거대한 피노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피노 덕분이죠.”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이미 그곳을 피하기에는 불가능했다.
그 순간 내린 판단은 피노에게 또다시 무기를 먹이는 것이었다.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갈피를 못 잡으며 당황하는 피노에게 들고 있던 3성 저격 라이플을 건네줬고, 그것을 섭취한 순간 피노의 몸집은 더욱 거대해졌다.
어떤 명령을 내리기도 전 피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속으로 나를 넣어 보호한 것이었다.
“잘했어!”
“끄르르르”
연신 칭찬하며 쓰다듬어주자 피노는 기쁜 듯 포효했다.
하지만 커진 덩치만큼 그 위압감은 거대했다.
주위에 있던 모두 피노가 우리 편이라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놀라며 다가온 것은 바로 신우와 현지였다.
“피노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니…….”
“정말, 정말 피노 맞죠?”
거대해진 피노를 보며 궁금한 것이 많은 듯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사이 힘을 다한 듯 피노의 몸집은 다시 작아졌고, 그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응, 다음에 전부 설명해 줄게.”
피곤한 듯 작은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한 피노는 현지의 품으로 뛰어들어 잠을 청했다.
피노를 안아 든 현지와 신우에게 답을 하지 못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털썩.
무너진 잔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죽지 않은 프랑켄이었다.
그 또한 많이 지친 듯 거대해진 몸집은 쪼그라져 있었고, 강렬하게 내뿜던 오오라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누더기가 되기 일보 직전의 그의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철컥. 철컥. 탕!!
터덜터덜 걸어오는 프랑켄은 어린아이가 건드려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기다려 줄 필요는 없었다.
무기고에서 새로운 저격총을 꺼내 들어 곧바로 조준했다.
푸른빛을 품은 마탄이 총구를 통해 발사되었고, 그의 머리를 꿰뚫었다.
터덜. 터덜.
약해진 것은 모습뿐만이 아닌 듯, 그의 피부를 뚫을 수 없던 마탄은 그의 피부를 완전히 뚫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시 멈칫할 뿐,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어왔다.
“신성력이 아니면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당황한 사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역시나 현지였다.
언데드 몬스터인 프랑켄을 완전히 쓰러뜨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신성력인 것이었다.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고, 수긍했다.
“그럼 어렵지 않네. 아무나 마무리해 줘.”
“……저, 그게.”
손가락만 톡 가져다 데도 쓰러질 것 같은 프랑켄이었기에 바로 총구를 거뒀다.
누구든 당장 신성력을 이용해 마무리하라며 둘러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 왜, 왜 그래?”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뭐?”
곤란한 듯 난처한 표정으로 나서는 그의 대답에 모두의 무기를 살펴봤다.
은은하게 피어나오던 신성력은 이미 꺼져 버린 지 오래, 신성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심현섭과 그 주변의 동료들 역시 완전히 마나를 소비해 쓰러진 상태였다.
단 한 번, 마지막 한 번. 가장 신성력이 필요한 순간에 그 누구도 없었다.
“호, 혹시 이 병장님 스킬은 없습니까?”
“뭐? 나한테 그런 스킬이 있을 리가…… 무기고!”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자, 신우가 질문한 것이었다.
뜬금없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없냐는 말에 황당함이 몰려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바로 무기고를 열어 확인하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있을 리가 없…… 어?!”
[신성탄 필요 재료–신성력이 깃든 은]
설마 하는 마음에 살펴본 무기고 목록에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확인하고는 난감하기 이를 때 없었다.
신성력이 깃든 물건을 지금 당장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무엇보다 그것이 은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눈앞의 프랑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고, 시간이 없었기에 허탈함이 몰려왔다.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쉬움이라도 느끼지 않았을 것을.
“어?”
그 순간 머릿속에 스쳐 간 기억에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꺼낸 것은 바로 은 십자가 목걸이였다.
은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신성력이 깃든 물건.
완벽하게 조건에 부합하는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강 상병.”
부대의 무기고를 털던 그 날, 싸늘하게 주검이 된 강 상병이 차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챙겨둔 것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어줄지는 알지 못했다.
“신성탄 제작!”
신성탄이 제작됨과 동시에 탄약을 장전했고 정신을 잃은 채 다가오는 프랑켄을 조준했다.
“목덜미! 목덜미가 약점이에요!”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현지의 외침에 머리를 조준하던 총구를 그의 목덜미로 조정했다.
약점을 파악하는 현지의 말은 그만큼 신뢰감을 주는 것이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지막이다!!!”
철컥. 탕!!!
마탄과는 다른 따스한 기운의 빛이 총기의 안쪽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장전을 하는 순간부터 총구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빛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빛이 났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프랑켄의 목덜미를 향해 빨려들어 갔다.
[보스 몬스터 언데드 군단의 보스 프랑켄을 사냥하였습니다.]
[프랑켄을 사냥하여 2,5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퍼스트킬 보상으로 스킬-죽음을 거부하는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을 완전히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은 모든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완료한 시점에 차등 지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