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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90화 (9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90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한참 전투를 치르던 프랑켄은 천천히 베슬을 향해 다가갔고, 그것을 완전히 박살 냈다.

“…….”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고, 그것을 말릴 이유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그가 부순 베슬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꺼내 든 것은 보기만 해도 위험해 보이는 덩어리였다.

검은 그 덩어리는 기체인 듯 고체인 듯 그 형체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괴기스러웠고, 악한 기운이 퍼져 나오는 듯 보였다.

“이게 뭔지 아나?”

그리고 한 손으로 그것을 쥔 프랑켄은 뒤로 돌며 나를 향해 질문했다.

“이것이 아자토스의 영혼이네.”

“…….”

질문에 입을 뗄 겨를도 없이 그가 자문자답했고, 곧이어 이어진 행동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그것, 아자토스의 영혼이라 밝힌 그것을 자신의 입속에 넣어버린 것이었다.

꿀꺽.

그리고 거대한 알약을 삼키듯 힘겹게 목구멍 안으로 넘겨 버렸다.

“무, 무슨 짓을……?!”

아자토스의 영혼을 삼켜 버린 프랑켄의 행동에 당혹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또다시 시간을 체크하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가 눈을 떴고, 무언가 확인하듯 자신의 양손을 펼쳐보았다.

“……아자토스 녀석. 고작 그 정도 일도 해내지 못한 건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 의미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불쾌해 보이는 그의 표정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아자토스의 ‘저주’가 해제됐습니다.]

[플레이어로 직업이 변경되었습니다.]

[시체 흡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병 발생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데스 디멘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구울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스켈레톤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병 좀비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데스 나이트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

[모든 플레이어는 동시에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퀘스트는 3일 후에 진행되며 그 안에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룹의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아! 으아아악!!!!”

무슨 말을 하기도 전 목덜미에서 시작된 고통은 온몸을 휘감았다.

온몸이 타들어 가듯 세포 하나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자라나는 것이 느껴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지금껏 느껴본 그 무엇보다 거대했고 괴로웠다.

“허억, 허억, 허억.”

온몸에 흐르던 고통이 줄어들고 잠잠해지자 숨이 가빠왔다.

머리는 지끈거리며 아파져 왔고, 심장은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손끝과 발끝 구석구석 어디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주가 풀렸어.’

양손을 펼쳐 확인하자, 그제야 이 모든 것이 실감이 났다.

앙상한 뼈만이 가득한 손가락이 아닌 살구색의 피부, 손금과 지문이 가득한 손은 분명 나의 것이 분명했다.

“축하하네. 모습을 되찾았군.”

몸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사로잡힌 그때 말을 걸어온 것은 프랑켄이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가만히 서 축하를 보냈다.

박수를 치는 듯한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무언가 이상했다.

‘어째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이지?’

그의 모습은 어딘가 달라지기는 했으나 분명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나의 모습이 돌아왔다는 것은 아자토스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으나, 프랑켄 그가 베슬을 파괴했고 그것은 정말로 아자토스를 무(無)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켄의 모습은 어딜 봐도 언데드 몬스터가 분명했다.

여전한 녹색의 피부에 거대한 몸집, 엉성한 바느질로 꿰맨 듯한 머리 뚜껑과 박혀 있는 거대한 나사까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의 몸에서 검은 오오라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뿐.

아자토스의 저주를 통해 언데드 몬스터로 변했던 그였기에 인간의 모습이 아닌 그의 모습이 의아하게 느껴진 것이었다.

“훗, 내가 인간이 되지 않은 것이 궁금한 모양이군.”

“어째서지?”

내 표정을 읽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듯 한껏 웃어 보인 그가 질문했다.

숨길 의도가 없었고, 그 이유 또한 궁금했던 것이 맞았기에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잘못된 게 아니네. 모두 내 계획대로…….”

“계획?”

“그래, 기억이 돌아온 순간부터 준비해 왔던 계획이지…….”

“…….”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아자토스…… 나 또한 녀석의 모든 것을 빼앗을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대화를 하던 그는 흥분한 듯 양팔을 벌리며 큰소리로 외쳐댔다.

기쁜 듯 소리치는 그였지만,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말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자토스에 의해 인간의 몸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자신의 딸과 부인까지 목숨을 잃었다.

기억이 돌아온 그가 아자토스에게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 것이지?”

“궁금한가? 그래…… 알려주도록 하지.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네. 그 또한 고서에 나와 있던 내용이었지.”

“고서?”

“그래, 아자토스가 내게 건넸던 바로 그 고서. 그 책에는 베슬을 만드는 방법만이 나와 있던 게 아니었네.”

“그것을 실행했단 말인가?”

“그렇지. 아자토스 녀석이 마법진을 통해 인간들의 영혼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그 말은!?”

“그래, 아자토스 그 멍청한 녀석. 고작 그것조차 해내지 못했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안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당장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누구도 희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납득되지 않은 상황은 너무나도 많았고, 그의 대답은 충분한 해결이 되지 않았다.

“베슬을 파괴하려 한 자네를 막은 이유가 궁금한가?”

“…….”

“베슬이 완성되기 위한 조건. 마법진을 통한 인간들의 영혼을 모으기 위해서네. 자네가 그전에 베슬을 부순다면 마법진은 발동하지 않았을 거네.”

“……어째서?”

“그렇군,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구만.”

“?”

“내가 한 행동은 단순히 아자토스를 죽인 것만이 아니네. 그의 영혼을 흡수하고, 나 자체가 베슬의 역할을 하는 그 자체로 만든 것이지.”

“네가 베슬 그 자체가 됐다는 말이냐?”

“그래, 인간들의 영혼을 흡수하고 베슬, 그러니까 나 자체를 완성시킬 계획이었지.”

“그것을 아자토스가 실패했고?”

“……그래. 하지만 괜찮네. 계획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인간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프랑켄 그가 하는 말은 믿기 힘들었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몸에서 흐르고 있는 검은 오라는 아자토스의 그것과 흡사했고, 또한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본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아자토스의 모든 힘을 흡수하고 자신 자체가 베슬이 되었다.

그것은 분명 그가 인간들의 영혼을 흡수해 불사의 힘을 얻으려고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

“흠. 인간이었던 내가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는 것인가?”

“…….”

“그렇군. 자네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군.”

“…….”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네. 자네도 언젠가 받아들일 날이 있겠지.”

“…….”

“그저 언데드 군단에 새로운 군주가 생겨난 것이라 생각하면 되네!”

대화를 진행할수록 확실해지는 한 가지.

그는 분명한 적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아자토스 보다도 더한 녀석임이 분명했다.

엄청난 완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능을 가진 존재, 그가 아자토스의 힘까지 고스란히 흡수했다면 그 정도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들을 학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똑같은 놈이라는 뜻이군.’

아자토스가 불사의 육체를 얻기 위해 인간들을 학살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

프랑켄 또한 아자토스의 영혼을 흡수했을 뿐, 하려고 하는 짓은 똑같았다.

‘여기서 죽여야 한다!’

결심이 선 순간, 총기를 움켜쥐었다.

지금 여기서 녀석을 죽이지 않는다면, 더 큰 화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 전에 막아야 했고, 녀석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철컥. 척.

순식간에 장전하며 녀석의 머리를 조준했다.

해골의 육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였고, 조준 또한 완벽했다.

결합했던 마탄이 푸른빛을 내 뿜기 시작하자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구를 통해 발사된 푸른 마탄은 정확히 프랑켄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조준경을 통해 녀석의 움직임을 놓히지 않았고,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탄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프랑켄은 보이지 않았고, 눈치챈 순간 그의 공격이 날아왔다.

쿠쿵쿵쿵쿵!!!

순식간에 머리 위에서 날아온 그는 거대한 손으로 나의 머리를 잡았고 그대로 아래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성채의 바닥을 뚫어버리는 그의 강대한 힘은 끝도 없이 내려갔고 순식간에 성채의 1층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크헉.”

피를 토하며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은 희미한 홀로그램뿐이었다.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져 트롤의 생명력이 발동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목숨을 살려준 것은 언데드 몬스터일 때 얻은 스킬이었던 트롤의 생명력 덕분이었다.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거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시체 흡수를 통해 얻은 패시브 스킬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트롤의 생명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상처를 입게 되면 스스로 그것을 회복시켜 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 * *

“끼잉. 끼잉.”

“피노야, 마음은 알겠는데…… 안 돼.”

현지가 바둥거리며 계속해서 무언가 불편한 듯 낑낑거리는 피노를 달래며 잡아들었다.

그녀 또한 피노가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성채 안으로 달려가려는 피노를 붙잡은 것은 그녀였다.

피노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성채의 천장이 뚫리고 무언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친 이후였다.

‘민혁 씨…….’

탐지 스킬을 가진 현지 또한 무언가가 민혁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고, 피노 또한 그것을 알고는 달려가려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주인을 향해 달려가려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민혁을 한쪽 발로 밟고 있는 그것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메인 퀘스트의 변경으로 볼 때, 프랑켄으로 추측되는 그 언데드 몬스터는 아자토스의 지팡이와 로브를 둘러쓰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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