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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89화 (89/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89화

“모두 텔레포트 스킬을 준비하게!!”

“혀, 현섭 님 지금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하면…….”

“시간이 없네! 어서!”

발밑의 마법진이 빛을 내뿜기 시작하자 현섭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발동한 것을 느끼며 주위에 있던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그동안 그들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대규모 턴 언데드 스킬.

전장의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비밀병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했으며, 그들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

그 위력만큼 엄청난 마나가 필요했고, 심현섭과 그의 주변의 동료들이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광역 스킬이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네, 나를 믿고 어서!”

“예, 알겠습니다!”

심현섭이 자신의 지팡이를 높게 치켜들자, 그의 주변에 있던 동료들 또한 그곳에 지팡이를 모았다.

곧이어 푸른빛의 흐름이 각자의 몸을 타고 지팡이로 향했고, 그 빛들은 한곳으로 모였다.

이들이 사용하려고 하는 스킬은 텔레포드, 이 또한 대규모 광역 마법이었다.

현섭의 명령을 따르긴 하였으나, 이들이 주저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을 텔레포트 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나의 소비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효과 또한 미미했다.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킬임에는 분명했으나, 이곳에 있는 이들을 텔레포트 시킨다 한들, 고작 성채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하게 된다면 턴 언데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다시 오랜 시간 동안 마나를 회복시키며 준비 과정을 걸쳐야 했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전장에서 더 이상 그 기회가 돌아올지 알 수 없었기에 주저했던 것이다.

“으아아악, 텔레포트!”

한곳에 모인 지팡이들에 마나들이 모여들었고, 그것은 모든 이들의 눈이 멀어버릴 듯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자신의 모든 마나가 바닥나는 것을 느낀 이들은 괴로운 듯, 소리쳤고 그 순간 전장의 가운데에선 강렬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쩌저저적. 콰쾅!!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내 그대들에게 끝없는 지옥을 보여주겠노라!]

전장의 가운데 즉, 마법진의 중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자토스였다.

그를 보호하고 있던 검은 구체의 사방에 금이 생겨났고, 순식간에 그것이 깨지며 속에 있던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아자토스는 승리를 확신한 듯 거만한 목소리로 사방을 향해 소리쳤고,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하하하!]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을 알려주듯 마법진의 강렬한 빛은 성채 안을 가득 메웠고, 그는 주변의 인간들을 살펴보며 호탕한 웃음을 내질렀다.

뿅!

[너희들의 영혼은 내가…….]

자신감에 가득 찬 아자토스가 이어가던 말을 멈췄다.

[…….]

그의 손은 어찌할 줄 모르며 허공을 맴돌았고, 마법진에서 발산되던 빛은 사그라들었다.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아자토스는 사방을 둘러보았고, 그의 주변에는 수십, 수백의 언데드 몬스터만이 가득했다.

그들과 함께 성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인간들의 모습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프…… 프랑켄! 프랑켄! 어디 있느냐!! 베슬의 완성이…… 베…… 으아악!!]

라이프 포스 베슬의 완성이 실패했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모든 준비를 도맡은 프랑켄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프랑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육체에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 * *

“이야아앗!! 어, 어?”

“더러운 언데드 죽어라!! 아?”

자신의 앞에 있던 언데드 몬스터를 공격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던 순간, 푸른 빛이 온몸을 감싸았고 검은 허공을 갈랐다.

순간 무게 중심을 잃은 이들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넘어졌고, 의아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황폐한 땅과 거대한 성채,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황으로 보이는 동료들이었다.

“혀, 현섭 님! 현섭 님이 하신 겁니까?”

“허억, 허억, 맞네.”

“괘, 괜찮으십니까?”

“마나를 전부 소비해서 그렇다네, 걱정하지 말게나.”

그때 무리에 있던 누군가 소리쳤고, 일순간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곳에 보이는 인물은 백발의 노인, 거친 숨을 헐떡이는 심현섭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황으로 보아하니 이번 또한 그가 모두의 목숨을 구해준 모양이었다.

모두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빛을 발산하자 아자토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찰나의 순간 심현섭의 텔레포트 마법으로 인해 모두가 이곳으로 이동된 것이었다.

“아자토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어, 어서……!”

이곳에 있는 모두 대충이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 아자토스를 향해 누군가 소리친 순간, 성채 안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끄로아아아!!! 끄아아아악!!! 프랑켄!!! 용서치 않겠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였고, 소리의 정체는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자토스의 울부짖음이었다.

아자토스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 오오라는 조금씩 희미해져 가며 사라졌고, 그는 몸을 가누기 힘든 듯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통스러운 듯 소리치는 와중에도 분노를 터뜨리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고.

하나둘, 그의 몸은 분리되며 땅으로 떨어졌다.

“……아자토스가 죽었다?”

성채 밖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 나지막이 내뱉은 혼잣말은 모두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진 뼈다귀 무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자토스가 죽은 것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이들은 심현섭을 쳐다보았지만, 그 또한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나 그가 다시 무슨 강력한 스킬을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하여 쳐다본 것이었다.

하지만 심현섭 또한 어째서 아자토스가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무리였다.

“서, 설마.”

“우리가, 우리가!!”

“전쟁에서 우리가 승…….”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아자토스는 죽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맴돌던 그 생각은 곧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표정은 환하게 웃음 짓기 시작했고, 웅성거리던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려던 그 순간.

콰광! 쾅쾅쾅!!!!

성채를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위에서부터 강하게 들려왔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진동을 동반한 소리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져 왔고, 이내 성채의 천장이 뚫리며 무언가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 * *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주현 님은…… 주현 님은 더 이상…….”

“…….”

“저기 심현섭 님을 보게. 그분 또한 모든 힘을 소진했네,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선 안 되네!”

“……알겠네.”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되었지만, 여전히 주현의 해골을 감싸 안은 채 슬픔에 빠져 있는 김낙현이었다.

근처에 있던 강성곤 또한 같은 장소로 이동되었고, 그는 김낙현을 설득시켰다.

그가 바라본 심현섭은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한 듯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용병단의 중축이자 지주 역할을 했던 그녀가 죽음을 맞이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녀가 없다면 자신과 김낙현이 그 역할을 해내야 했고, 더 이상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그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괴로운 듯 듣고만 있는 김낙현의 눈은 해골이 되어버린 주현의 시체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또한 전부 알고 있었고,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미안하네, 내 너무 어린아이같이 행동했어. 주현 님은 이제 그만…….”

김낙현은 강성곤을 향해 바라보며 사과했다.

더 이상 슬픔에 빠져 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죽어버린 주현을 이제 그만 보내주겠노라 다짐하고 일어나려던 순간.

“이, 이게 무슨……!”

그와 강성곤의 눈이 두 배는 거대해지며 놀라 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그녀의 해골에 검은빛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 그녀의 해골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해골의 목덜미에서 시작된 세포가 자라나고, 장기들이 생겨났다.

조금씩 커진 장기들과 자라난 세포를 피부가 덮었고, 손톱과 털이 자라났다.

“주, 주현 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언데드 몬스터나 시체의 모습이 아닌, 살아생전 그녀의 온전한 모습이 된 것이었다.

괴기스럽고 공포에 떨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여기는?”

그 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눈 밑이 미세하게 떨리던 눈이 이내 떠졌고, 주변을 둘러본 그녀가 질문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

주변에 있던 그 누구도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는 듯, 눈을 껌벅거릴 뿐이었다.

자신의 눈을 비비고 뺨을 때리며 꿈이 아닌지 확인했다.

“……?”

머리가 아픈 듯 한쪽 눈을 찡그리며 머리를 짓누른 주현은 그제야 앞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는 김낙현과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강성곤, 그리고 주변의 인물들 전부 자신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모르는 그녀는 그저 동그란 눈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 * *

“뭐, 뭐야?”

성채의 위에서부터 떨어진 무언가는 바닥에 떨어진 순간 엄청난 양의 흙먼지를 일으켰다.

뿌옇게 흩어진 먼지는 시야를 가렸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은 거대하게 뚫린 성채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 잔해들뿐이었다.

“사람, 저거 사람 아니야?”

시간이 지나고 흙먼지가 걷히며, 조금씩 그것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자토스의 시체 위에 자리를 잡은 그것의 형체는 분명 인간의 그것이었다.

멀리 떨어진 이들의 눈에는 조금씩 그 형체가 뚜렷하게 보였고, 이내 모두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녹색의 피부에 거대한 몸집, 아자토스에게 보였던 검은 오오라를 두른 그가 아자토스의 지팡이를 집어 든 것이다.

“저, 저 사람은?”

그리고 누군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향한 것은 녹색의 그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기에, 모두의 시선이 모인 것은 그의 발밑이었다.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손에는 총기를 들고 있는 인간.

해골이나 언데드 몬스터 따위가 아닌 살구색 피부를 가지고, 국방색의 군복을 입고 있는 그는 분명한 인간, 바로 이민혁이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완료 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아자토스 처지 -> 프랑켄 처지]

그리고 그 순간 모두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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