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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88화 (8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88화

“지금 이곳에서 비켜 줄 생각은 없네, 자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별수 없구만.”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인 프랑켄은 마침내 자신을 향해 총구가 겨눠지자 베슬을 막아섰다.

주먹을 움켜쥔 그의 모습은 의심의 여지 없이 나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나 역시 순순히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데스 나이트! 역병 좀비! 들어와라!!”

다다다다.

여전히 총구는 전방의 프랑켄을 향한 뒤, 뒤쪽을 힐끔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빠른 발걸음으로 데스 나이트와 역병 좀비가 달려와 앞에 자리했다.

그전부터 느껴졌던 인기척으로 인해, 이들이 문밖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베슬을 부수기 위해 각종 무기를 사용하며 소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고, 그와 대화하는 동안 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성채를 수색하도록 명령해놓은 언데드 하수인들은 성실히 그 행위를 수행해 냈고, 마침내 이곳 한곳을 살펴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스켈레톤 위자드가 당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역시나 들어오기 전 부서진 뼈의 주인은 스켈레톤 위자드였다.

성채의 3층까지 데리고 온 언데드 하수인은 데스 나이트 2기와 스켈레톤 위자드 그리고 역병 좀비 1기가 전부였기에 이 자리에 없는 스켈레톤 위자드는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 분명했다.

“저 녀석을 공격하면 된다!”

발 빠르게 들어온 데스 나이트는 명령이 떨어지자 그제야 자신들의 총기를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제1군단장인 프랑켄 또한 그들의 상관이었기에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린 듯하였다.

문밖에 기다린 이유도 그것이라 생각되었다.

군단 역시 인간들의 군대와 환경이나 문화가 흡사했기에 이들의 입장에서는 제1군단장과 제2군단장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던 모양이다.

“예, 알겠습니다!”

“예!”

하지만 나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데스 나이트들은 총기를 장전하며 프랑켄을 향해 견제했다.

그동안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었는지,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반역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행한 행위들이었다.

“하하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웃기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세상이 떠나갈 듯 웃어 보이는 프랑켄의 모습에 언짢음이 몰려왔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이따위 행위들을 하는 것인가?”

“……명령을 수행할 뿐입니다.”

“제1군단장님, 저희를 용서하시길.”

프랑켄은 자신을 견제하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을 또렷이 쳐다보며 질문했고.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관인 그의 질문을 무시할 순 없는 듯 성실히 대답하는 녀석들이었지만, 역시나 총구는 정확히 그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따위 장난감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군. 언데드 군단의 기사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니, 솔직히 놀랐네. 아주 대단해!”

그는 이번에는 나를 향해 바라보며 칭찬을 하듯 거대한 손으로 박수를 보냈다.

“가라! 역병 좀비!”

하지만 나에게 노닥거릴 시간 따윈 없었다.

역병 좀비에게 다량의 폭탄을 먹인 후, 소리쳤고 녀석은 빠른 속도로 프랑켄을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역병 좀비였지만, 그 속에 든 것은 다량의 가스와 방금 먹은 폭탄이 전부였다.

일직선으로 달려간 역병 좀비는 프랑켄을 향해 뛰어들었고, 그 순간 폭발했다.

콰광!

쾅! 쾅! 쾅!!

프랑켄, 그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무엇을 할지 예측했다 한들,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이 방 어디에도 도망칠 곳은 없었고, 폭발은 방 안 전부에 효과를 입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거대한 폭발은 성채 3층의 창문을 전부 깨버린 듯 사방에서 커다란 파열음이 들려왔다.

역병 좀비에서 폭발한 가스와 폭탄으로 인해 화염과 가스가 방 안 가득 일어났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피해를 주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지금의 몸이 언데드 몬스터, 그중에서도 해골의 몸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실행할 수 있었던 작전이었다.

애초에 같은 언데드였지만, 프랑켄과 달리 데스 나이트와 나는 해골.

피부와 장기가 없었기에 그에 비하면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혹시……?’

무엇보다 노렸던 것은 프랑켄의 뒤에 있던 라이프 포스 베슬이었다.

어느 정도 금이 갔던 베슬은 파괴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보였고, 폭발을 통해 그것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었다.

폭발의 연기와 화염이 걷히기 시작하자 본능적으로 베슬을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마탄 말고는 답이 없나?’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마탄을 장전하려고 하던 그때.

아직 채 걷히지 않은 연기 속에서 프랑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 으악!”

어느 순간 달려 나온 것인지,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의 거대한 주먹이 안면을 강타했고 벽을 향해 날아갔다.

뼈가 부서질 듯 강렬한 그의 완력에 놀랄 새도 없이, 그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벽을 향해 달려온 그는 이번에는 반대 주먹을 날리기 위해 어깨를 들어 올렸고, 이번에도 역시 빠른 그의 주먹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투다다다다!

투다다다다!

순간 눈을 찔끔 감은 그때, 주먹을 들어 올린 그가 멈칫했다.

그리고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은 돌격 소총을 난사하는 타격음이었다.

‘폭발이 효과가 있었어!’

데스 나이트들의 돌격 소총, 그들의 공격이 프랑켄에게 통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마탄 또한 그에게 미미한 상처를 주었을 뿐이었기에, 일반적이 총알을 통해 그에게 피해를 입힐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 안이 떠나갈 듯 거대하게 울리는 총격 소리와 함께, 그의 눈은 움찔거리고 있었다.

공격을 위해 다가온 프랑켄의 얼굴은 매우 가까이에 있었고, 녀석의 표정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켄의 코앞에서 폭발한 역병 좀비 덕분에 그의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날아든 총알들로 인해, 따끔거리듯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이었다.

“데스 나이트! 피해!”

순간 일그러진 그의 표정만 봐도 다음 행동을 유추할 수 있었다.

고개는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신의 등 뒤인 데스 나이트들을 향했던 것이다.

날리려던 주먹을 멈춘 그는 발끝을 돌려 오른쪽 뒤에 있던 데스 나이트를 향했고, 마치 꿀밤을 때리듯 그의 해골을 내리쳤다.

“주…….”

우두두둑.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인지, 단말마의 신음만을 내뱉은 데스 나이트는 프랑켄의 주먹이 머리에 닿음과 동시에 바스러졌다.

철컥. 철컥.

그의 엄청난 파괴력에 놀라기도 잠시, 다급하게 총기를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아 있던 데스 나이트는 한 방에 나가떨어진 자신의 동료를 보고도 두렵지 않은 듯, 장전했고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퍽!!!

하지만 역시 프랑켄을 당해낼 순 없었다.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는 듯 데스 나이트를 향해 달려간 그는 갈비뼈를 향해 주먹을 날렸고, 그 역시 단 한 방에 목숨을 잃었다.

“이제 남은 건 자네뿐이군. 남아 있는 시간은…… 2분 정도인가?”

그의 말대로 이방엔 더 이상 나의 하수인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와 나 단둘뿐.

프랑켄을 지금 당장 처치한다 해도 베슬을 파괴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

“포기하게. 자네에게 희망은 없어.”

승리를 확신한 듯,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떨어져 있던 안경을 집어 들었다.

폭발로 인해 금이 간 동그란 안경을 살펴보고는 그것을 다시 착용한 뒤, 손을 털었다.

너무나도 강력한 상대였다.

도저히 나 혼자서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신우, 현지 씨와 같이 왔다면…….’

‘베슬이 아닌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택했다면…….’

실패를 했다는 생각에 선택의 순간 놓쳐 버린 상황들을 떠올렸고, 패배감에 휩싸였다.

후회를 하기에는 늦어버린 당시의 판단들이 아쉬웠고,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그때 그가 다시 말을 건네왔다.

“너는 저주를 푸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인간들이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가?”

“……둘 다.”

“음, 그렇군.”

그는 이미 나의 속셈마저도 전부 파악하고 있었던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째서 아자토스의 편에 서는 거지?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돌아온 것이 아니었나?”

더 이상 내몰릴 상황은 없었고, 나 또한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프랑켄은 질문을 받자 놀란 듯 동공이 커졌고, 허공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지? 마치 네가 인간이었던 나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

“아니, 그보다 내가 인간이었던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지? 군단의 언데드들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닐 텐데…….”

“…….”

그는 나의 질문에 오히려 질문으로 대답을 쏟아냈다.

따지는 듯한 태도가 아닌 순전한 호기심으로 보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대답을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기억의 조각을 통해 바라본 과거의 모습들.

그것을 설명할 방도가 없었고, 주저리주저리 떠들 만한 의욕조차 나지 않았다.

“뭐 좋아. 하지만 그 말은 틀렸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는 포기한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는 언짢은 듯 표정을 구긴 그가 말을 이어갔다.

“……?”

“나는 아자토스의 편이 아니네.”

“뭐? 그럼 어째서 베슬을 지켜주는 것이지?”

“……내가 말인가?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겠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자토스의 편이 아니라는 그의 말.

하지만 분명 그의 행동은 아자토스의 하수인, 제1군단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베슬을 파괴하려는 나를 막아섰고, 실제로 그 목적 또한 달성하기 직전이었다.

“베슬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래. 어떻게 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자네는 나의 인간이었을 때의 과거를 알고 있다고 했지. 그럼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아자토스, 그가 나에게 했던 것들을 말이야…….”

“……그럼 어째서.”

“나는 아자토스의 베슬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 아니네. 그저 때를 기다렸을 뿐.”

“……뭐? 무슨…….”

“시간이 됐네. 아자토스의 베슬이 완성되기까지 1분. 앞으로 1분 남았어.”

여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만을 늘여놓은 그는 시간을 체크하듯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이 멈춘 곳은 베슬.

아자토스의 영혼이 갇혀 있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앞이었다.

쾅! 쾅! 쾅!

쨍그랑~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프랑켄, 그는 베슬을 향해 자신의 거대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고, 아자토스의 베슬을 완전히 깨부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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