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82화
슈우우우욱-
쏴아아아악!!
아자토스의 매서운 공격은 순식간에 전방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수를 가늠할 수조차 없을 만큼 공중을 가득 메운 칼날들은 일제히 날아들었고, 그 피해는 오로지 주현만 입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인간들, 심지어 자신의 하수인인 언데드 몬스터들까지도 그 칼날에 휩싸이고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악!!”
“피해!! 저 칼날을 피해라!!”
완전한 아수라장.
전장의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할 만큼 광범위한 그의 공격은 비처럼 쏟아졌고, 그 누구도 완벽하게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바람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주현이라고는 하지만,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향해 한순간 폭우처럼 쏟아지는 칼날의 비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쉴 틈 없이 날아오는 칼날을 쳐내고 피했지만,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자토스의 칼날을 허용했고, 그로 인해 온몸에 생채기가 늘어나고 있었다.
“아자토스 님의 영광을 받아들여라!!!”
“저 공격을 막아야 해!!”
완전한 힘의 차이.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언데드 군단과 인간의 전투였지만.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붓는 아자토스의 공격이 이어진다면 더 이상 가망은 없어 보였다.
그야말로 무차별 학살이었다.
[내 너희를 영원한 죽음으로 인도하겠다!]
양손을 하늘 높게 뻗은 채 외치는 아자토스의 공격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 스켈레톤 위자드, 해골 병사, 구울,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 또한 쏟아지는 칼날에 몸을 맡길 뿐, 계속되는 공격에 하나둘 쓰러져갔다.
그것은 인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 안 돼!!”
“일어나! 쓰러지면…… 으악!!”
그저, 방어력과 체력에 따라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 있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희망도 의지도 꺾여 들어갔다.
마치, 아자토스는 그 누구도 살려둘 생각이 없는 것처럼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쉴 새 없는 공격이 이어지던 그때.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성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희망을 잃지 마라!! 성스러운 빛이여! 홀리 실드!!”
그 순간.
하나둘 쓰러지던 인간들의 눈앞에 투명한 빛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신성력과 동일한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그 빛은 막을 형성했고, 모든 것을 꿰뚫을 듯 쏟아지던 칼날의 비는 막에 의해서 차단되었고 인간들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게 됐다.
“모두 일어나 맞서 싸워라!”
쾅!
다시 한번 그 중후한 목소리는 성채가 떠나가라 외쳤고, 무언가로 땅을 찍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희망을 잃어가던 이들 모두에게 그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익숙한 그의 목소리에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을 수 있었다.
“어! 상처가, 상처가 낫고 있어!”
“나도! 이건 대체…… 회복, 회복 스킬이다!”
동시에 사람들의 주변에 푸른빛의 기운이 감돌았고, 하나둘 쓰러졌던 이들이 정신을 차렸다.
칼날에 찢기고 베인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치유되는 자신들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그것은 모든 이들에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광범위한 방어 스킬과 회복 스킬.
이런 대규모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현섭 님!! 현섭 님이 오셨어!”
“어떻게…… 어떻게 이곳에?”
성채의 정문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심현섭이었다.
흰색의 머리가 인상적인 노인은 나무로 만든 듯한 기다란 지팡이를 든 채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로 몇 명의 인원들이 완벽히 무장을 한 채 자리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마을에서도 중역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그들의 실력은 이곳에 그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째서 마을의 방어 임무를 맡았던 그들이 지금 이 성채에 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상황이 다시 한번 뒤집혔다는 것이었다.
심현섭의 광범위 회복 스킬로 모든 사람의 상처가 완벽히 치료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언데드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가 목숨을 잃었고, 또한 그들은 계속해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심현섭의 등장으로 꺼져가고 있던 사람들의 희망의 불씨가 켜져 가고 있었다.
단지 몇 명 되지 않은 그들의 등장으로 전쟁의 승패가 기울어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등장과 동시에 행했던 모든 일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네놈은 또 무엇이냐.]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쏟아내던 아자토스가 주먹을 쥐자 모든 칼날이 사라졌다.
심현섭이 만들어낸 빛의 장막이 그의 공격을 모두 차단하자 공격을 멈춘 것이었다.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칼날 마법은, 그저 자신의 언데드 부하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었고 더 이상의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으로 보였다.
아자토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정문에 서 있는 심현섭을 향해 질문했다.
“보아하니 네놈이 아자토스인가 보구나. 메테오!”
쾅!
하지만 아자토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는 해골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한번 땅에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어째서인지 자신만만하게 외친 그의 행동 뒤에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머릿속에 ‘실패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땅이 울리듯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두두두두두두두.
콰광! 쾅쾅!
모두의 의심이 경악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채의 창문이 깨지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성채의 외관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듯 타격음이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진 외벽과 창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화염의 구체였다.
쿠와아아앙!!!
운석을 축소해 놓은 듯한 그 커다란 화염 덩어리는 걷잡을 수 없는 빠른 속도를 유지한 채 아자토스를 명중했다.
그에게 화염의 구가 명중한 순간, 건물의 외관을 타격하는 그 소리는 멈추었다.
심현섭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창문과 함께 외벽을 박살 내며 아자토스에게 향한 그 스킬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엄청난 흙먼지를 뿜어냈다.
메테오가 떨어진 아자토스의 일대에는 거대한 화염 또한 일어났고, 심현섭은 이 또한 대비하고 있었다.
그가 펼친 방어막은 인간들을 그 화염 속에서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가 가라앉았고 그 속에서 아자토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가 입고 있던, 휘황찬란했던 그 로브는 군데군데 불에 타 누더기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고, 그 사이로 앙상한 뼈가 보였다.
불에 그을린 뼈들은 그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고, 어떠한 표정도 없는 그의 얼굴에선 그 무엇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유지한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슉.
“주, 주현 님……!”
모두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멍하니 있을 때, 행동을 계시한 것은 또다시 주현이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디딤발로 이용하듯 공기를 발로 차며 순식간에 레이피어를 움켜쥔 그녀가 노린 것은 아자토스의 두개골이었다.
그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그녀의 레이피어에 바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윈드 블레이드!”
쩌저적…… 쩌적…….
피할 생각조차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아자토스의 두개골에 그녀의 레이피어가 관통했다.
공격이 통했다는 것을 알려주듯 그의 두개골에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돼…… 됐다!”
그녀 또한 자신의 손끝을 통해 녀석의 두개골이 뚫리는 느낌을 알아챘고, 승리를 확신하며 레이피어를 빼내려는 순간.
해골의 손뼈가 그녀의 목을 감쌌다.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
두개골에 검이 꽂힌 채 그의 눈에는 붉은빛이 발광했고, 그 순간 주현의 목을 한 손으로 조르며 그녀를 들어 올린 것이었다.
“……으윽…… 읏…….”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그녀였지만, 그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분노한 그의 이어지는 행동은 자신의 하수인들을 찾는 것이었다.
한 손으론 주현의 목을 조른 채로 나머지 손으로 자신의 하수인들을 불러왔다.
“주현 님!!!”
“그 손 놓아라!!”
인간들 또한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목이 졸린 채 기절해 버린 주현을 보며 가장 먼저 행동한 것은 강성곤과 김낙현이었다.
흥분한 그들이 달려들었지만, 아자토스는 그런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언데드 하수인들이 길을 가로막으며 제지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아자토스 주위로 벽을 세우며 둘러쌓았다.
공격하며 달려오는 것을 멈춘 채, 최소한의 공격을 통한 방어진을 형성한 언데드 몬스터들은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누구도 그의 곁으로 다가갈 수 없었고, 그 안에서 자신의 하수인들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아자토스 님에게 영광을”
해골 병사, 구울, 스켈레톤, 데스 나이트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에게 다가온 언데드 몬스터들은 하나씩 사라져 갔다.
아자토스의 손이 그들의 두개골을 잡은 순간, 그들은 바스러지며 생을 달리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인간들 그 누구도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 한 사람 민혁만은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시체 흡수……?’
신우와 현지를 상대하며 급변하던 상황에 밀리고 있던 민혁은 아자토스의 상태를 보며 확신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시체 흡수. 자세한 능력이나 그 효과는 달랐지만, 매우 유사한 스킬이었다.
아자토스가 자신의 하수인들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두면, 그들이 목숨을 잃었고 아자토스의 육체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하수인들로 방어진을 세운 뒤 그 안에서 회복을 한다.
‘하지만…… 어째서?’
물론 아자토스가 시체 흡수와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기는 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베슬을 통해 불사의 몸을 가진 것이…… 아니었나?’
분명 지금까지 알아온 정보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영혼을 베슬에 넣어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하수인과 인간 모두를 무리하게 공격을 하는 칼날 공격이라든지, 심현섭의 스킬에 당한 점, 무엇보다 공격을 멈춘 채 지금 회복을 하고 있는 것까지.
모든 상황이 불사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 것이다.
[건방진 인간이여 네게 영원한 ‘저주’를 내리노라.]
민혁의 어떤 의문도 해결되지 않은 그때, 목소리를 낸 것은 아자토스였다.
어느새 회복을 마친 그는 자신의 손에 기절한 주현을 높이 들어 올렸고, 검은 기운이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