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78화 (7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78화

“원군이 도착했다!!”

신우의 검이 둠 나이트를 꿰뚫은 순간, 누군가 외친 말이었다.

곧바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저 멀리서 먼지바람을 일으킨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주현이 대표로 이끌고 있는 용병들이었다.

하나같이 강함을 넘어 무서워 보일듯한 인상을 가진 그들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해 왔다.

“바로 성채를 뚫어라!!!”

그들의 존재를 확인함과 동시에 이대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골렘의 시체에 한쪽 발을 올려둔 그가 가리킨 장소는 언데드 군단의 정문이었다.

언데드 군단의 제3군단장과 제4군단장이 쓰러지고 도착한 원군은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순식간에 두 군단장을 잃은 언데드 몬스터들은 시너지 효과가 풀림과 동시에 결집력이 분해됐다.

인간들의 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하자 길은 더욱 빠른 속도로 열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성채의 입구에 인간들의 출입이 이루어졌다.

“아자토스란 놈을 찾아야 한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전쟁에서 승리 조건은 분명했다.

아자토스를 처치하는 것.

언데드 군단의 보스인 아자토스를 사냥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조금씩 길이 열리고 하나둘 인간들의 발길이 성채로 향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든 인간들은 빠른 속도로 그곳을 수색해 나갔다.

* * *

“이 소리는……! 성채가 뚫린 것인가?”

프랑켄의 실험실에 도착하기 일보 직전.

성 아래에서부터 성 전체에 비명이 떠들썩하게 들려왔다.

건물이 흔들리고 검끼리 부딪치는 마찰음까지.

그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그 소리는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했다.

성채가 뚫린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살짝 확인해 본 바로는 분명 비등비등했던 전투의 상황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완전히 변한 것으로 보였다.

조금이나마 시간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인간이 승리한다면 좋을 테지만, 당장 그 아자토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인간들이 그를 당해내기 위해서는 베슬을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젠장, 서두른다! 달려!”

직접 보기는 했으나, 나 또한 아자토스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판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판도가 또다시 바뀔 것이 분명했다.

녀석의 강함을 예측할 수조차 없었기에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곧장 프랑켄의 실험실을 향해 달렸다.

선두에 있던 나의 발걸음이 빨라지자, 뒤에 있던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 등의 부하들 역시 속도를 높였고, 뼈밖에 없는 이들이 달그락거리며 달리는 소리가 복도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끼이이익.

한걸음에 달려와 프랑켄의 방 손잡이를 돌렸다.

프랑켄이 있을지 몰랐기에 최대한 숨을 죽이며 문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몇 번 와본 적이 있었기에 나름 익숙한 풍경이었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과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각종 서적이 가득한 책장, 그리고 휴식을 위해 놓인 소파까지.

누군가 이곳에 처음 온다면 언데드 몬스터가 생활하는 곳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장소였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 아자토스의 베슬은 위치하지 않았다.

기억의 조각을 통해 베슬의 크기나 형태, 모양 등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둥근 기계의 형태를 하고 있는 베슬의 독특한 모습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고, 무엇보다 그 크기가 생각보다 거대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허리 정도의 높이에 그 둘레 또한 양팔로 감싸 안아도 남을 정도였기에 이곳에 그것을 숨길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저쪽이 실험실이었지…….’

한눈에 보기에도 무엇이 위치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가능했기에 곧장 실험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프랑켄의 방구석에 불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곧장 그곳으로 걸어가 그 앞에 섰다.

“……?”

당장 실험실로 이동하려 하였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문의 손잡이.

주병을 살펴보자 문의 옆에 조그마한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ID 카드를 찍어야 하는 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이었다.

그전에야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문이었지만, 이곳에 이런 것이 있으란 것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프랑켄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출입 카드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누군가 몰래라도 자신의 실험실을 살펴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놓은 모습에 감탄과 동시에 기대감이 몰려왔다.

정말로 이곳에 아자토스의 베슬이 위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출입 카드가…….”

프랑켄의 방 어딘가에 출입 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와중, 무언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멍청하게 K2를 양손에 들고 있는 데스 나이트였다.

어째서 자신을 쳐다보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녀석을 보며 명령했다.

“갈겨.”

타당! 탕! 탕! 탕!!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데스 나이트들은 들고 있던 총기를 유리문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출입 카드를 찾으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부수고 가면 되는 것.

한시가 급한 전쟁의 상황에 굳이 모든 시스템에 맞출 필요는 없었다.

타당탕! 타당탕! 타당탕!!

“멈춰!!”

기다렸다는 듯이 속 시원하게 총알을 쏟아내던 녀석들은 명령과 동시에 모든 공격을 멈췄다.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각자의 탄창 하나를 전부 비워낼 정도로 문을 향해 총알을 쏟아부었지만, 그럼에도 문은 깨지지 않고 있었다.

열기를 뿜어낸 총구가 무색할 정도로 흠집 하나 없는 문을 보며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방탄유리인가? 스켈레톤 위자드!”

도대체 이안의 무엇을 그리도 숨기고 싶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고작 문 따위를 열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뒤이어 부른 것은 스켈레톤 위자드들이었다.

이런 좁은 곳에서 광범위한 스킬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위자드가 나선다면 큰 소란은 물론, 같이 있는 우리 또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프랑켄을 마주할 것을 대비해 최대한 마나를 아껴놓고 싶었지만 다른 선택이 보이지 않았다.

스켈레톤 위자드의 스킬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모든 역병 좀비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문을 열어야 했다.

“스켈레톤 위자드 모든 마나를 소비해서 가장 강력한 스킬을 쏟…….”

부름과 동시에 앞으로 나온 스켈레톤 위자드를 향해 명령하기 위에 뒤를 돌아본 찰나, 프랑켄의 의자가 눈에 띄었다.

흰색의 가운이 걸려 있는 의자였다.

“자, 잠깐만 대기해.”

“…….”

여전히 대답이 없는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지나쳐 의자에 걸려 있던 흰색의 가운을 들어 올렸다,

틀림없는 프랑켄의 가운이었다.

골렘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안경과 함께 착용하고 있던 바로 그 가운이 분명했다.

자신이 육체적인 능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두뇌 회전이 빠른 지능적인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것이지,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박사에 미련이 남아 계속해서 이런 가운을 착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를 마주칠 때마다 그가 항상 착용하고 있었다.

툭!

“……이건!”

무언가 있을까 하여 그의 가운을 살펴보려던 그때, 무언가 떨어졌다.

가운의 안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물체는 바로 카드였다.

지금껏 계속해서 필요했던 바로 그 카드, 실험실의 문을 열 수 있는 출입 카드가 분명했다.

일반적인 출입 카드와는 다르게 프랑켄의 사진이 있다거나 이름이 써져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카드의 중앙에는 분명하게 ‘실험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

지이이잉-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카드를 가져다 대자 꿈쩍도 하지 않던 출입문이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잠시, 문이 다시 닫히기 전 실험실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

조용함을 넘어 고요할 정도로 정적이 흐르는 실험실.

각종 실험 도구들과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한 그곳에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혹시나 프랑켄이 이곳에 있을 것을 대비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곳에 있지 않았다.

‘그럼 프랑켄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는 분명 아자토스 군단의 제1군단장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이루어지는 밖에서도 성채 안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전쟁이 시작함과 동시에 모습을 감춰 버린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번에도 독특하게 생긴 둥근 기계를 찾아봐!”

“예! 알겠습니다.”

프랑켄이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하긴 하였지만, 지금 당장 다행인 것은 분명했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이곳을 수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억을 통해 베슬의 생김새를 알고 있었지만, 언데드 부하들에게까지 그것을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나 역시 어렴풋이 본 것이 전부였고, 그것을 설명한다고 한들 언데드들이 이해할 리 없었다.

이들이 무언가를 찾는다면 내가 확인해 보면 그만이었기에 큰 기대 없이 두루뭉술하게 설명해 준 뒤 나 또한 실험실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 * *

“저희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수가 없는 주현을 대신 하여 옆에 있던 강성곤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한창 전투를 하고 있던 이대근이였다.

거대한 검으로 뼈밖에 없는 몬스터들을 쉴 새 없이 처리하면서도 여유로운 듯 웃어 보인 그가 대답했다.

“허허, 아닐세. 딱 맞게 도착했어.”

“저희 마을의 모든 인원을 데려오느라 늦었습니다.”

“그 소문이 무성한 용병 마을 사람들 말인가? 기대가 되는구만!”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대근이 말하고 있는 용병 마을의 사람들.

주변의 마을들이 이들을 부르는 별칭이었다.

주현이 이끌고 있는 이곳의 인원들은 모두 강력한 전투원들이었다.

자신의 힘을 올바르고 정의롭게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모인 그룹으로 주변의 누군가 의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발 빠르게 도와주었다.

그것을 대가로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코인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용병이라는 별칭이 생겨난 것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보이는 그대로네. 다만 아직 그 아자토스라는 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투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저 짤막한 대화만을 주고받은 이들은 다시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