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77화
“신성력이 약해진 것 같아.”
“아니야, 저 녀석들이 강해진 거야…….”
지속적인 전투에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던 모두가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언데드가 강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부활하는 언데드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제3군단장과 제4군단장의 등장으로 그들의 휘하에 언데드들이 집결했고, 그 숫자는 각 500마리가 넘는 숫자였다.
그로 인한 시너지 또한 신성력 내성 60%에 육박했다.
처음에는 그저 소규모의 그룹 또는 각자의 언데드들이 통솔자를 매개로 뭉치게 되자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녀석들을 먼저 처치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가장 선봉에서 거대한 검을 휘두르고 있던 이대근은 각자 전투를 하고 있던 신우와 현지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그가 손가락질 하고 있는 것은 둠 나이트와 골렘이었고, 전투 경험이 많은 이대근은 어떻게 전투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원군이 도착할 거다. 그전에 저 낡아빠진 건물 안까진 진입해야 한다!”
“네!”
“먼저 내가 저 괴물 같은 녀석을 맡겠다. 둘이서 저 갑옷을 입은 놈을 처리해라!”
“네, 스승님!”
“예, 스승님!”
급박한 전투 중이었지만 단숨에 몬스터들을 베어가며 길을 만든 이대근은 현지와 신우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두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가리키며 명령했다.
신우와 현지 또한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이대근은 그들의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골렘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으랴랴랴!! 잔챙이들은 비켜라!!!”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대검을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식해 보이는 그 공격에 언데드 몬스터들은 스치기만 해도 바스러졌고, 빠른 속도로 골렘의 눈앞에 도착했다.
“현지 씨 괜찮겠어요? 힘드시면 제가 혼자…….”
“네? 저를 무시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시시해지려던 참이거든요? 제가 먼저 갑니다!”
신우가 골렘과 전투를 시작한 이대근을 보며 눈길을 돌렸다.
홀로 적진의 깊숙이 들어가 무리한 전투를 벌이는 듯 보였지만, 그라면 문제가 없었다.
도저히 당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이대근이였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눈길을 돌려 쳐다본 것은 해골마 위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둠 나이트였다.
얼핏 봐도 강해 보이는 녀석이었기에 배려 차원에서 현지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콧방귀뿐이었다.
양손에 강철 너클을 착용한 현지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선수 치며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자, 잠깐 현지 씨……!”
“늦게 오면 제가 먼저 처치합니다?”
스켈레톤의 검을 막고 있던 사이 갑작스럽게 달려 나간 현지는, 마치 권투를 하듯 양손을 눈높이에 올린 뒤 오른손을 뺨에 붙인 가드 자세를 취한 채로 언데드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피해…… 요!”
그녀가 뒤에 있는 신우를 잠깐 돌아보기 위해 한눈을 판 사이, 옆에 있던 데스 나이트가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먼저 발견한 신우가 소리쳤으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의 움직임이 U자를 그리며 위빙을 하며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연계되는 레프트 훅!
현지의 왼쪽 너클이 데스 나이트의 얼굴 뼈를 완전히 박살 내버림과 동시에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살짝 윙크했다.
“…….”
무어라 토를 달 수 없는 강력한 그녀였다.
이전부터 적의 급소를 파악하는 스킬을 바탕으로 글러브를 낀 채 전투를 치르던 그녀는 이대근의 수련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권투에 대한 지식이 있던 그녀였지만 그동안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근의 수련을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그녀에게 맞는 무기 또한 너클로 교체했다.
그녀 또한 재능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지, 수련에서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의 수련이었지만, 이대근 또한 그녀의 습득력을 바라보며 내심 놀라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현지를 바라보며 자극을 받은 신우 또한 앞에 있던 스켈레톤의 검을 튕겨내며 단숨에 베어버렸다.
“저도 갑니다!”
신우는 곧장 현지를 따라 둠 나이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젠장, 보물밖에 없잖아?!”
앙상한 뼈다귀의 모습을 한 민혁이 언덕처럼 쌓인 금은보화 위에서 소리쳤다.
누가 본다면 복에 겨운 녀석이라 욕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불평이었지만, 민혁은 답답함을 넘어 울화가 치밀 지경이었다.
자신의 언데드 부하들을 동원해 창고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아자토스의 베슬은 보이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보물 창고로 출근 도장을 찍어대는 아자토스를 지켜보며 이곳을 베슬이 있는 장소로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보물이 좋아서 온 거였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었다.
몬스터 주제에 자신의 보물을 매일 확인하기 위해 보물 창고를 들락날락하는 리치.
녀석을 마주하면 느꼈던 위압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여기서 이러고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바깥의 전투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한 여파는 고스란히 지하에도 느껴지고 있었다.
전쟁이 났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땅속 사방에서 전투로 인한 진동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2층으로 이동한다!”
“예! 알겠습니다!”
“네!!”
지하 보물 창고에 베슬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의심되는 곳으로 남은 장소는 두 곳이었다.
“프랑켄의 연구실로 바로 출발한다.”
그중 먼저 이동하는 장소는 바로 프랑켄의 연구실.
군단의 2인자로 통하며 제1 군단장이기도 한 프랑켄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였다.
정보 대부분을 언데드들에게 얻었던 만큼, 프랑켄이 무엇을 연구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곳 또한 유력한 장소임은 틀림없었다.
‘베슬을 만든 장본인.’
그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우연히 기억의 조각을 통해 훔쳐본 그의 과거는 몬스터를 연구하던 박사였고, 아자토스에게 협박을 당해 베슬을 만들어냈다.
아자토스에게 고서를 건네받아 제작할 수 있었던 베슬이긴 하였으나, 그가 얼마나 유능한 인물이었는지는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실험을 위해 사용하는 실험실은 아자토스와 그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다.
나 또한 보고를 위해 그의 방에 출입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실험실은 그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이 아니면…….’
만약 베슬이 있는 위치가 프랑켄의 실험실이 아니라면 그 또한 골치가 아팠다.
실험실이 아닐 경우 마지막 남은 그곳은 가장 유력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저 실험실에 베슬이 있기만을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단을 통해 성채의 1층으로 나오자 대문을 통해 밖의 전투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성채 바로 가까이 접근한 인간들과 치열하게 막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
보기만 해도 살벌한 전투가 이어졌지만, 지금의 나는 그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몸이었다.
언데드 몬스터의 몸을 가졌지만, 그 안에는 뼛속까지 인간의 영혼이 들어 있었다.
말 그대로 저주 같은 몸을 이끌고 애써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눈길을 돌렸다.
“단단히 준비해라. 이번에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예! 알겠습니다.”
시선은 그대로 앞을 바라보며 뒤에 있는 하수인들을 향해 나지막이 명령했다.
지금 가려고 하는 곳은 프랑켄의 실험실.
단순한 실험실이라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군단의 2인자가 머무는 장소였다.
더군다나 프랑켄, 그는 지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였고, 당장 실험실에 위치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농후했다.
군단에서 주로 실험과 연구를 담당하는 그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군단의 2인자라는 칭호는 그저 명예나 성과를 통해 얻은 것만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아자토스를 통해 골렘의 육체를 얻은 그의 육체적 강함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전투에서 계속되는 승리를 이끈 것 또한 그였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마주하게 된다면 싸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하 창고에서 만난 데스 나이트들이야 권력을 통해 짓누를 수 있었지만, 그에게 통할 만한 작전이 아니었다.
군단 내에서 지위가 높은 것은 물론이였고, 각종 무기들로 무장한 나의 하수인들을 본 그가 나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할 리도 없었다.
그와 만나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전투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자!”
마음을 다잡으며 프랑켄의 실험실이 있는 2층으로 계단을 통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히이이이잉!!!
“건방진 인간이여!”
“이야얏!!!”
둠 나이트가 타고 있던 해골마가 양쪽의 앞발을 높게 들어 올리며 울어댔다.
해골마 또한 언데드 중의 하나로 모든 육체가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였다.
순식간에 나타나 너클을 휘두르는 현지와 묘기를 부리듯 검은 검을 휘두를 신우를 발견하며 위협을 한 것이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해골마의 울음소리에 일대의 모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로 인해 해골마에 올라타고 있던 둠 나이트 또한 그들을 발견하고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말에 올라탄 채로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른 것은 신우를 향한 것이었다.
현지와 신우 중 기사인 둠 나이트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고 전투를 하고 있는 신우를 선택해 공격을 시도했다.
챙!
“어림없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위에서 아래도 크게 휘두른 둠 나이트의 검은 엄청난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신우는 단숨에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냈다.
곧바로 둠 나이트의 검을 흘려 보낸 신우는 반격을 시도했다.
“훗. 그 정도냐, 인간.”
둠 나이트는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신우의 공격을 피해냈고, 마치 그의 공격을 비웃듯 조롱했다.
하지만 신우의 검은 공격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이얏!!!!”
어느새 파고든 현지가 징이 박힌 너클을 장착한 주먹을 내질렀고, 그것은 해골마를 향하고 있었다.
신우가 둠 나이트의 공격을 막아낸 찰나의 순간 그와 현지는 눈빛을 주고받았고, 그와 동시에 작전을 수행했다.
신우가 둠 나이트의 눈길을 끌어낸 사이, 해골마의 급소를 파악한 현지가 곧바로 해골마를 향해 주먹을 뻗은 것이었다.
투-당! 탕! 탕!
푹!!
현지의 주먹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급소에 정확히 꽂히자 해골마는 완전히 가루가 되듯 부서졌다.
그것을 타고 있던 둠 나이트는 순식간에 낙마해 바닥을 나뒹굴었고, 신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성력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던 검은 검을 곧장 그를 향해 찔러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