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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75화 (75/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75화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를 중심으로 한 부하들을 소집하자 누군가 거대한 검을 끌고 나오며 마주했다.

내가 있기 전부터 이들을 이끌던 제2군단장인 둠 나이트의 부하였던 바로 그 데스 나이트였다.

부하를 많이 거닐고 있을수록 아자토스를 마주했을 경우 독이 될 수 있었기에 이들을 내버려 둔 채 작전을 수행하려 하였다.

자신의 검을 땅에 꽂으며 공손한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어나가는 데스 나이트.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갑작스럽게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여는 데스 나이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째서 저희를 방치하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전 군단장님이 배신을 했기에 저희 또한 차별 대우를 하시는 겁니까?”

“……뭐?”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그의 말에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데스 나이트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참고 참아왔다 터져 버린 것이었다.

몬스터이기는 했지만, 정당한 전투를 통해 자신의 긍지를 확인하고 명예를 더럽히는 것을 꺼리는 데스 나이트.

그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의 상관이었던 둠 나이트는 배신으로 명예를 더럽혔고, 그로 인해 자신들 역시 군단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또한, 새로운 군단장이 취임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가 최선을 다하려 하였지만, 어찌 된 것인지 자신들을 뒤로한 채 신경 쓰지 않는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것인가.’

데스 나이트는 그렇게 판단한 것이었다.

원래의 자신의 부하들을 제외하고는 그보다 더욱 강하고 조직적인 언데드들이 있었음에도 새로운 상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떠한 전략도 작전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그저 방치할 뿐.

더욱이 당장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명령과 함께,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는 상관을 보며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낸 것이었다.

“작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황하기도 잠시, 어찌 됐든 이 데스 나이트는 기사이기 이전에 군단의 일원이었다.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기에 호통을 쳤으나,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어떤 명령이라도 상관의 지시라면 수행하는 데스 나이트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반란이라도 일으킬 작정이냐?”

“…….”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명령에 따르도록.”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다행히도 자신의 뜻을 굽히며 자리에서 일어나 되돌아가는 데스 나이트.

여기서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보다 강경하게 대처한 것이 통한 것이었다.

자신의 상관이었던 둠 나이트가 반란을 일으키려 하였기에, 그것을 돌려 말하며 들먹인 것이다.

기사인 그에게는 치욕적인 상황이었음에는 분명했기에 혹시나 나의 말대로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된 것도 사실이었지만, 순순히 물러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녀석이다.’

지금 당장은 물러났지만, 언제 불만이 터질지 모르는 녀석.

더 이상 시간은 없었다.

마침 사람들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온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어 보였다.

시간을 끌수록 의심은 깊어갈 것이며 그 아무리 충성심이 높은 데스 나이트라 할지라도 나에게 반기를 들 수 있었다.

“명심해라!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해라!”

“……예! 알겠습니다.”

“우리는 아자토스 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잠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너에게 지휘권을 넘긴다. 성채를 최대한으로 방어하도록!”

“예!”

언데드들을 향해 다시 한번 주의를 준 후.

데스 나이트를 향해 명령했다.

당장 불만을 표출한 부하에게 지휘권을 넘긴다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자토스의 명령을 수행한다는 말을 물론 거짓이었지만, 성채에 들어가 아자토스의 베슬을 찾아야 했다.

그동안 직접적인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은 물론이었으며, 그렇게 된다면 내가 없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데드들이 인간을 공격을 하게 될 것은 필연적이었다.

나 대신 데스 나이트에게 지휘권을 넘겨줌으로써 이 녀석에게 성채를 방어하도록 명령하게 하는 것.

데스 나이트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면서 언데드들이 방어에만 집중하도록 할 수 있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 * *

“끄어억~~!!”

“이얏!!”

삐걱거리며 다가오는 해골 병사들과 스켈레톤을 신우의 검이 한 번에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베어지며 무너지는 언데드 몬스터들.

이대근의 돌격 신호와 함께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신우는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동안의 수많은 몬스터들과 적을 상대하며 얻은 경험들은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은 물론, 이제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대근의 수련을 통해 더욱 성장한 신우에게는 두려울 것은 없었다.

베어도 베어도 끊임없이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상대하며 끊임없이 성채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신우 씨, 고개 숙여요!”

“예? 이크.”

어느새 성채에 가까워질수록 보기만 해도 음침해 보이는 몬스터들은 더더욱 강력하고 그 수 또한 많아지고 있었다.

신우가 앞의 스켈레톤에 정신이 팔린 사이 구울의 손이 옆에서 다가왔고, 바로 뒤에 있던 현지가 너클을 장착한 주먹으로 녀석의 머리통을 짓이겨버린 것이었다.

퍽. 퍽. 퍽.

“위험했네요?”

“하, 하하. 감사합니다.”

크게 성장한 것은 신우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수련을 받은 현지 역시 몬스터의 급소를 파악할 수 있는 ‘탐색’스킬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신성력이 은은하게 피어나는 현지의 너클은 엄청난 속도로 언데드들의 머리통만을 노려 연계되었고, 그들이 당해낼 순 없었다.

신우와 현지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모든 이들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신성력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언데드들을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저 건물 안에 아자토스가 있을 거다! 모두 전진!!”

“우오오!! 언데드 녀석들 별거 아니야!! 가자!!!”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하던 이대근이 다시 한번 거대한 검을 성채를 향해 치켜들며 소리쳤고, 한껏 사기가 오른 모든 이들이 힘차게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전진하길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와 죽어도 되살아나는 언데드들의 특성은 철저한 준비를 끝마친 이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모두의 무기에 신성력을 깃들게 한 것만으로 언데드들은 더 이상 부활하기 어려웠고,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인간들에게 유리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 * *

[적용 중인 시너지-소총(3/2) 적중률 10% 증가.]

[적용 중인 시너지-군인(27/15) 이동속도 25% 증가. 군인 직업에만 적용.]

[적용 중인 시너지-언데드(27/20) 신성 내성 10%. 언데드에게만 적용.]

“몬스터 군단도 군인으로 포함을 시키는 것인가?”

성채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든 생각에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적용되고 있었던 효과들이었다.

처음 소총을 사용하는 데스 나이트들의 적중률이 생각보다 좋다고 생각되어 확인해 본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총’ 시너지가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 10%의 적중률을 올려줄 뿐이었지만, 처음 돌격소총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어디에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사방에 있었기에 정밀사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맞출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또한, 신우와 함께 그 효과를 받은 적이 있었던 군인 시너지가 적용 중이었다.

나와 신우 두 명이었을 때는 이동속도 15% 증가였지만, 15명의 시너지가 적용 중인 지금에는 이동속도가 25% 증가되어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조금 의아한 것은 군단의 일원이 군인으로 적용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인간의 군대가 몬스터들에게는 군단으로 취급되는 것과 비슷해 보였기에 문제는 없었다.

‘신성력 내성이라…….’

문제는 언데드 시너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신성력에 있어서의 내성.

달리 말하면 신성력에 효과를 덜 받는다는 의미였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당장 기습해 온 인간들을 멀리서 살펴보자 모두가 들고 있는 무기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신성력을 깃들게 해서 방어를 했다는 의미였다.

그로 인한 것과 기습으로 인해 당장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언데드의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데스 나이트에게 부하들 대부분을 맡긴 후에 내가 이끌고 있는 언데드들의 숫자는 26마리.

나까지 포함에 총 27의 언데드 몬스터가 모여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자토스의 군단의 그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아자토스 또는 그의 부하 군단장 중 누군가 나서 언데드를 소환하고 밀집시키기 시작한다면 시너지 효과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했다.

신성력 내성의 효과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간에게는 불리한 전투가 될 것이 확실했던 것이다.

‘빨리 아자토스의 베슬을 찾아야 해!’

“이랴랴랴앗!!! 죽어라!! 더러운 언데드 놈들!!!”

‘응? 저건……?’

갑작스러운 인간들의 기습으로 인해 성채 밖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성채 안으로 들어갈 기회만을 엿보고 있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저 앞에서 들려왔다.

그곳을 쳐다보자 보이는 것은 인간들의 선봉에서 거대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이대근이였다.

그가 맹렬한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밝고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오랜만에 만난 익숙한 얼굴에 순간 반가움을 표현하려던 찰나, 멈칫하며 들려고 했던 뼈밖에 없는 손을 내려놓았다.

지금의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고 하여도 그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뻔한 결과였다.

그저 몬스터.

끔찍한 모습을 한 언데드 몬스터로 인식해 공격을 해올 것이 당연했다.

굳이 그가 아니더라도 당장 내 손만 보더라도 가느다란 열 개의 뼈 손가락은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신우와 현지 씨도 왔을까……?’

이대근을 확인하자 이후 떠오른 것은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신우와 현지였다.

신우와 현지에게 마정석을 나눠주고 수련을 시켜주겠다고 했던 이대근이었기에, 그곳에 있던 신우와 현지 또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 것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보고 싶은 동료들이기도 하였다.

항상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덜렁거리는 신우였지만 정이 넘치고 밝고 유퀘한 기운을 퍼뜨리는 녀석이었다.

현지 또한 가끔 허당인 부분이 있었지만 매사 침착하고 남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기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떨리는 손을 움켜잡았다.

뼈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는 아무리 힘을 준다고 한들 무엇도 느낄 수 없었기에 더욱 씁쓸해졌다.

이런 모습으로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적으로 인식한 그들이 공격해 온다면…….

“모두 따라오도록! 우리는 성채로 들어간다.”

쓸데없는 생각을 덜어낸 후 부하들을 이끌고 성채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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