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74화 (74/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74화

[두 번째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을 시작합니다.]

[모든 몬스터는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퀘스트 조건-심현섭 사냥]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몬스터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룹의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데스 나이트들의 훈련이 끝나가고 있을 무렵, 자정이 됨과 동시에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인간이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홀로그램.

즉,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된 것이었다.

‘심현섭이라면…….’

메인 퀘스트를 살펴보던 도중 눈에 들어온 것은 퀘스트의 조건이었다.

인간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의 이름이 등장할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심현섭. 분명 그는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기도 했으면서도 마정석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

무엇보다 마을의 실질적인 대표를 맡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가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것인가…….’

“크로로로!! 전쟁이다!!!”

“딱…… 딱…… 딱……!!!”

메인 퀘스트의 시작과 동시에 흥분한 듯 날뛰기 시작하는 언데드 몬스터들.

그들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였다.

전투 이외에는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기에 어서 빨리 인간 사냥을 시작하고 싶은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언데드들이었지만, 아자토스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시작됐구나.’

나 역시 긴장감에 고조되어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모든 언데드가 아자토스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아무리 전투밖에 모르는 언데드 몬스터였지만, 군단의 중심인 그의 명령 없이는 그 누구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어떠한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준비가 덜 되었다는 거겠지.’

그와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얼마나 대단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그것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주, 주인 우리도 어서……!!”

“대기해라.”

훈련을 받고 있던 데스 나이트들 역시 무언가 근질거린 듯 자신들의 어깨뼈에 능숙하게 소총을 견착한 채로 말을 걸어왔다.

훈련 또한 마무리 단계였고 이 정도면 전투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 판단되자, 녀석들을 진정시키며 대기를 명령했다.

* * *

“저 앞이 언데드 군단의 성채입니다.”

“모두 계획대로…… 이뤄지길…….”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단숨에 해치웁시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퀘스트 알림과 동시에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거대한 성채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넓게 포진되어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과, 으스스함을 넘어 어두침침한 거대한 성채.

세상이 변하기 전에는 대형 교회로 쓰였을 법한 그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언데드들의 터가 되어 있었다.

“후, 저곳에 이 병장님이 있다는 거죠?”

“……네. 가까이 갈수록 민혁 씨가 강하게 느껴져요.”

언데드들을 기습하기 위해 편성된 토벌대에 참가한 신우와 현지 또한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기습을 하기도 전에 들켜서는 안 되었기에 자세를 낮춰 몸을 숨기고, 목소리를 낮춘 채 대화를 주고받았다.

신우와 현지 또한 토벌대와 마찬가지로 언데드를 소탕하고 전쟁에서의 승리.

즉,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이 공통적인 목표였지만, 주된 목표는 자신들의 동료였던 이민혁을 구하는 것이었다.

“분명. 분명 저곳에 있어요.”

찬미와 한석, 민혁과 같이 그룹을 이뤘던 그들이 분명 눈앞에서 뼈와 살이 분리되고 온몸이 썩어들어 죽어버린 민혁을 보았다고 일러주었지만, 현지와 신우는 그렇게 믿지 않았다.

주점을 통해 들었던 민혁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던 언데드 몬스터.

그리고 그 이후 민혁의 시신을 찾기 위해 다시 찾아가 보았던 던전에는 민혁의 시신으로 보이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현지의 탐지 스킬.

스킬을 통해 느껴지는 민혁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두 지금 당장 완벽하게 준비하도록 해라. 준비가 완료되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저곳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토벌대의 선봉에 있던 이대근은 근엄한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읊조렸다.

단호하면서도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는 모두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토벌대에 참가하기 전 모든 사람은 그만한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으로 다가오자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신우와 현지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손톱과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모두가 하나같이 은은한 신성력이 깃든 무기들을 살펴보며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대근은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거대한 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돌격!”

* * *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언데드 군단의 성채 3층.

눈앞의 아자토스가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명령이 떨어지기를 하릴없이 기다리기도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자토스의 소집이 떨어져 이곳에 온 것이었다.

아자토스와 마주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군단장들이었다.

제1군단장인 프랑켄과 제2군단장인 나.

그리고 제3, 제4군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각 둠 나이트와 골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

그들 또한 평범한 언데드 몬스터들과는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나 느낌이 달랐다.

여전히 그 표정을 읽기 힘든 프랑켄의 얼굴을 티 나지 않게 살펴보고 있을 그때 아자토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인간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전쟁의 선포가 된 것이었다.

언데드 군단은 4명의 군단장을 중심으로 전투가 편성되었다.

제3군단장인 둠 나이트와 제4군단장인 골렘은 선봉에 프랑켄과 나는 후방에 배치되어 전쟁을 치르게 된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내심 성채의 방어를 맡게 되는 것을 원했지만, 후방에 배치된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전투에 강한 둠 나이트와 골렘을 선봉에 세우고 전략을 구사하는 프랑켄을 후방에 배치한다.

또한, 군단장에 배치된 지 얼마되지 않아 평가가 부족한 나를 전방보다는 후방에 배치하는 것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계획대로 된다면…….’

물론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장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들 언데드 몬스터로서 인간을 학살할 생각은 없었다.

성채에 언데드만 가득할 경우 혼란이 이뤄지지 않을 것은 물론이었기에 베슬을 찾을 만한 핑곗거리가 없었다.

‘전투에서 일부러 피해를 받아 성채로 유인해야 한다.’

얼마 있지 않아 전투가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였기에 내린 계획이었다.

성채나 마을, 그 중간지점 일지라도 그 어디에서 전투가 시작되더라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성채에서 전투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었다.

최선의 계획은 성채의 방어 임무를 맡게 되어 전쟁의 혼란을 틈타 성채 안으로 들어가 아자토스의 베슬을 찾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들과의 전투가 마을이 아닌 성채에서 이뤄져야 했다.

성채에서 전투가 치러졌을 경우, 물론 언데드들에게 유리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도 승리를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없을 것이다.

아자토스의 베슬.

그 정보를 인간들의 편에서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죽어도 죽지 않은 아자토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인간들 역시 내가 베슬을 파괴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즉, 몸을 되찾기 위해서도. 인간들이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내가 아자토스의 베슬을 찾아 부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전투를 성채까지 끌고 와야 할까…… 그래도 혹시…….’

모든 계획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성채에서의 인간과 언데드의 전투.

어떻게 그것을 이뤄낼 수 있을지 생각하던 와중 밖에서 다급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딱…… 딱. 인…… 간……인…… 간.”

“기습이다!!”

“인간이 제 발로 기어들어 왔다!!”

성 밖에 있던 언데드들의 다급한 외침은 더욱 커졌고, 그 내용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최선의 루트.

인간이 먼저 기습 공격을 펼쳐온 것이었다.

‘역시!’

물론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이었지만, 분명 얼마 전 인간과 전투를 치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군단장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나간 전투였다.

그들 역시 소수의 병력이었지만 분명 언데드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제 발로 쳐들어왔고, 이곳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언데드에 대한 정보조차 없는 이들이었기에 그저 오합지졸.

간단히 쓰러뜨렸던 인간들이었지만, 그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주었다.

그들이 마을에 정보와 소문을 퍼뜨렸을 터.

언데드 군단의 위치도, 그에 대한 대비 또한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먼저 언데드 몬스터들을 공격할지, 방어를 선택할지는 그들의 선택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건방진 인간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어라!!]

모든 상황을 보고받은 아자토스는 분노했다.

인간이 쳐들어왔다는 그 말에 흥분한 그가 소리치자 온몸에서 검은 오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그리고 그의 명령에 앞에 있던 군단장들 모들 전투를 위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상황.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행운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야 했다.

성채의 밖으로 나오자마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수 또한 많았으며, 각자가 들고 있는 은은한 빛은 신성력을 받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모두 소집해라!”

성채의 밖에 대기하고 있던 언데드 부하들은 인간들을 확인하자마자 그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내린 명령이었다.

당장 언데드들이 인간들에게 대항할 것은 분명했지만, 조금이라도 인간들의 편에서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

“어, 어서 빨리 명령을!!”

“인간을 죽이지 마라. 최대한 방어만 하면서 시간을 끌도록!”

“주, 주인! 그게 무슨…….”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간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에 당황한 듯 상위 언데드 몬스터인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가 불만을 드러냈다.

“작전이 있으니 명령에 따르도록 해라. 내가 무기를 나눠주었던 이들은 이쪽으로 나와라.”

하지만 군단에서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그런 녀석들을 뒤로한 채 소총과 수류탄 등을 나눠주었던 나의 소규모 부대를 따로 소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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