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73화
‘하지만 선택지가 없다.’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 혼자서 총기 하나만을 든 채 아자토스를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부하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무기를 나눠준 것 또한 그러한 이유였고, 이들의 전력이 없이 나 혼자서는 어떤 결과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아자토스 님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자유롭게 대기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야! 아까 무기 나눠준 놈들만 이쪽으로 모여!”
“…….”
눈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데스 나이트를 향해 명령한 후.
아까 무기를 나눠 주었던 녀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데스 나이트를 지나쳐, 소총과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는 스켈레톤 위자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녀석들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믿을 만하겠지.’
물론, 아자토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언데드 몬스터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나마 믿을 만한 부하들이라고는 이 녀석들이 전부였다.
아자토스에 의해 하사받은 녀석들이 있기도 하였으나, 어찌 됐든 나와 함께 여러 전투를 통해 죽고 살아나길 반복하였으며, 그간의 함께한 시간이 있는 부하들.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내 스킬에 의해 살아난 녀석들이었으니, 다른 언데드 몬스터에 비해 조금이나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우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말고는 없다.’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다가오는 언데드 몬스터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내가 아자토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 녀석들을 믿고, 이 녀석들의 전력을 상승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장 내 휘하에 있는 모든 언데드를 완전 군대화시킬 수도 있었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현재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 * *
“지금부터 각자 나눠준 무기의 사용법을 알려주겠다.”
총기를 나눠준 데스 나이트와, 수류탄을 나눠준 스켈레톤 위자드를 중심으로 따로 모이게 해 훈련을 시작했다.
당장 메인 퀘스트가 시작하는 시간까지 시간이 얼마 없기는 한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수류탄을 던지는 방법이야 아무리 언데드 몬스터라 할지라도 주의 사항만 제대로 각인시켜 준다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고.
또한, K2를 사용해야 하는 데스 나이트 역시 3마리 정도가 전부였으니 준비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역병 좀비는 따로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수류탄을 삼키게 하여 위력을 상승시킨 역병 좀비들에게 따로 훈련을 시킬 필요는 없었다.
훈련을 시킨다고 한들 그것을 알아먹을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훈련을 시킬 필요도 없이 역병을 터뜨리기 위해 자폭할 때 몸 안에 심어두었던 수류탄도 같이 폭발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역병 좀비 체내에 있는 독성물질로 인한 수류탄의 폭발이었다.
적의 근처로 다가가 폭발함으로써 공격을 하는 역병 좀비들은 그 폭발력이 주된 공격이 아니었다.
폭발보다는 녀석들의 몸속에 들어 있던 독성물질이 사방으로 퍼지며 근처에 있던 적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더욱 강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고 미리 수류탄을 먹여둔 역병 좀비들이 느닷없이 여기저기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까이에 있던 언데드 부하들에게 돌아왔다.
‘바로 다시 소환을 했으니 문제는 없었지만.’
또, 다행이라면 피해를 입은 것은 하위 언데드 몬스터들뿐이었던 것이다.
훈련을 위해 상위 몬스터들을 무리에서 잠시 빼논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만약, 상위 몬스터가 피해를 입거나 다시 소환해야 했다면 많은 마나의 소비가 있었겠지만, 운이 좋게도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네.’
예상치 못한 피해가 있기는 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고 역병 좀비의 몸속에 폭발물을 넣어두는 것은 역시 효과 하나는 굉장했다.
어떻게든 전투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이 또한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몸속에 강한 독성으로 인해 철로 제작된 폭발물들이 폭발한 것으로 보였기에 생각해 낸 것은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 폭발물을 삼키게 하는것이었다.
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먼저 역병 좀비에게 폭발물을 삼키게 한 다음 보낸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이었다.
물론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일일이 역병 좀비에게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역병 좀비들의 몸속에 있는 독성물질에 폭발물들이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도록 폭발물들이 버틸 수 있는 보호막 같은 것을 제작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폭발의 위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엇보다 일회성으로 사용되는 자폭병들이었기에 일일이 그런 것을 만들어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우선 수류탄부터.’
그다음 시선을 옮긴 것은 스켈레톤 위자드들.
총기를 다루는 것에 비하면 수류탄이 간단했기에 우선적으로 수류탄 사용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스켈레톤 위자드들에게 다가갔다.
가늘고 하얀 뼈밖에 없는 육체에 한 손에는 기다란 지팡이를 든 채 기다리고 있는 스켈레톤 위자드들.
녀석들의 뼈에는 실로 연결된 수류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언데드 몬스터들이었기에 다른 방법이 없어 임의적으로 그렇게 해둔 것이었지만 그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 하나 없는 녀석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수류탄을 어떻게 배웠더라…….’
수류탄의 사용 방법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 훈련을 받았었는지 떠올렸다.
수류탄 투척 훈련.
생각해 보니 치가 떨릴 정도로 가장 위험했던 훈련 중의 하나였다.
훈련 자체야 그저 말 그대로 수류탄을 던지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위험성 때문이었다.
잘못해서 사고라도 난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한 결과로 초래될 수 있었기에 교관들의 심기가 날카로움과 동시에 다른 때와 다른 친절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었다.
또한, 수류탄 내부 작약이 폭발하며 파편을 비산시켜 인간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이니만큼, 혹시 있을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해 인공적으로 형성된 호수에다 투척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 역시 인간이었을 경우였다.
‘이곳에서 해도 상관없겠지?’
주위를 둘러보아도 성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언데드들뿐이었다.
언데드들의 특징이라면 많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위의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상위 언데드 몬스터들이라면 몰랐지만,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하위 언데드 몬스터들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고 그저 멍청하게 이동할 뿐이었다.
명령에 따라 복종하는 녀석들이었기에 명령이 있지 않은 그때는 그 무엇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위 몬스터로 진화할수록 지능이 생기는 녀석들이니만큼 누군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당장 이곳에서 나보다 높은 계급의 언데드 몬스터는 없었다.
물론, 성채 안에는 나보다 계급이 높은 프랑켄과 아자토스가 있었지만,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물론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 큰 폭발이 일어나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지팡이 내려놓고 수류탄 들어봐!”
명령하자 곧바로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뒤 자신들의 뼈에 실로 연결되었던 수류탄을 끊어 한 손에 들었다.
‘호수가 없기는 하지만…….’
훈련용 인공 호수가 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무 곳에나 던져도 문제가 없었지만, 어찌 됐든 당장 성채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게 할 수는 없었다.
또한, 아자토스의 부하들을 향해 던지게 한다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에 어느 곳이 좋을지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래 찾아볼 필요도 없이 그저 성채의 반대편, 언데드 몬스터들이 없는 반대편을 향해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저곳을 향해 던지면 된다.”
만약 덜렁거리는 신우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방법을 가르치라 한다면.
안전상의 유의점이나 해서는 안 되는 일, 만약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
하루 종일 설명하고 또 설명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 없었다.
당연하게도 지능은 신우가 훨씬 뛰어나겠지만, 일단 이 녀석들은 몬스터, 무엇보다 언데드들이었기에 안전상의 유의할 점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사용 방법을 설명해 준 뒤 지켜볼 뿐이었다.
“수류탄 투척!”
스켈레톤 위자드들에게 신호하자 녀석들은 알려준 대로 시선은 수류탄을 향한 상태에서 뼈밖에 남지 않은 엄지손가락으로 안전 클립 제거했다.
안전 클립 제거 후 오른손으로 단단히 잡고, 반대편 왼손으로 안전핀을 뽑아 들었다.
그 후 투척했다.
콰광쾅!!
안전핀이 뽑힌 뒤 안전고리가 제거되고 대략 4~5초 후에 일어나는 폭발 소리.
안전핀은 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형태라 매우 뻑뻑하기에 스켈레톤 위자드들이 뽑지 못할 것을 걱정하였는데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녀석들 또한 엄연히 상위 언데드 몬스터.
일반적인 해골 병사나 스켈레톤들과 비교하면 완력 또한 휼륭한 수준이었다.
별다른 부수적인 설명이나 지시 없이도 한 번에 알려준 대로 수행하는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보며 내심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언데드들에 비해 지능이 높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됐든 언데드였기에 이렇게 훌륭하게 해낼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스켈레톤 위자드는 몇 번만 더해보면 완벽하겠는데.’
단 한 마리의 스켈레톤 위자드도 자신의 발밑이나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흘리는 상황 없이 완벽하게 던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투척했다.
내가 설명하는 방법이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기색 또한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안전핀을 뽑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완력의 부족으로 인해 투척 거리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그 또한 괜한 걱정이었다.
지금 연습 중인 세열 수류탄의 살상 범위가 10~15m였기에 그 이상으로 던지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
어차피 계속해서 부활하는 언데드들이었기에 피해를 입더라도 사용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꽤 멀리 수류탄을 투척한 것이었다.
완벽하게 훈련을 수행한 뒤 다시금 아무런 표정 없이 지팡이를 주워든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
소총을 소지한 채 뼈밖에 없는 해골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후…….”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나오는 한숨.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지나 데스 나이트들을 향해 걸어갔다.
충성심이 높고 전투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예측하지 못할 만한 상황을 보여주는 녀석들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지능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녀석들을 보며 골머리가 아파져 왔다.
당장 눈앞의 데스 나이트들은 그새 자기들끼리 총기의 사용법에 관해 의논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총기의 총구를 검처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