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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71화 (71/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71화

데스 나이트는 언데드 몬스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자토스.

즉, 언데드 군단의 최상급 몬스터이자 가장 강력한 존재인 그가 나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올 것이 왔구나.’

기억의 조각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한 적이 있었으나, 실제로 본다고 하니 긴장이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 와 있는 것 그리고 지금의 이런 끔찍한 모습으로 변한 것 역시도 그의 부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일에 원흉이었으며, 본래의 육체를 얻기 위해서는 그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어젠가는 마주해야 할 존재였고, 프랑켄을 통해 그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기다려라.”

부하들을 향해 명령한 후 아자토스가 보낸 데스 나이트를 따라 걸어갔다.

성채의 안으로 들어가 1층, 2층에 올라서자 그가 멈춰섰다.

“이곳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성채의 3층.

그가 올라가라며 비켜준 것은 바로 3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였다.

아무리 군단에서의 계급이 올라가도 그 누구도 함부로 발길을 옮길 수 없는 지역이었다.

군단의 성채 3층은 아자토스 그에게만 허락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뚜벅. 뚜벅.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다리를 이용하여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층의 공간이 드러났다.

한눈에 담기지도 않을 만큼 엄청나게 거대한 공간.

그동안 보았던 그 어떤 물건들보다 귀하고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마치 중세시대 귀족의 집에서나 볼법한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경매에 올린다면 그 값어치를 예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그림들.

그런 것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 주제에 이런 사치스러운 물건들을…….’

탐낼 만한 사치품들이 천지에 널려 있었지만, 그것들을 뒤로한 채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서 와라.]

얼마나 걸었을까, 낮고 음침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듯 퍼졌고.

넓고 긴 복도의 끝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한 키에 고풍스러운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한눈에 봐도 강력하고 귀해 보이는 기다란 지팡이를 뼈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짚고 있었다.

그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해골밖에 남지 않은 그의 몸에는 눈알은 없었지만, 시선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자가 아자토스…….’

한눈에 봐도 그가 아자토스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몸에서는 강력한 오오라가 피어나고 있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포스 또한 평범한 그것과는 달랐기에 곧장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다른 언데드 몬스터들이 상위 몬스터들에게 하는 것을 따라 한 것이었다.

[그래. 데스 위자드여. 이번에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다.]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아자토스가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둠 나이트의 반락을 진압한 것을 말하는 듯하였다.

[아니다. 큰일을 앞두고 아주 큰 공을 세웠어. 둠 나이트가 그런 일을 벌이고 있었을 줄이야.]

“…….”

그는 대화를 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의 공을 높이 사 내 직접 보상을 내리기 위해 불렀다. 가까이 다가와라.]

다시금 몸을 돌린 아자토스는 다가오라며 뼈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을 까닥였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위압감은 거대했고 풍기는 분위기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침내 눈앞에 마주하자 안 그래도 커 보였던 그의 풍채는 더욱 거대해 보였다.

[고개를 들어라.]

그의 음침한 소리에 고개를 들어 마주하자 오른쪽의 손을 나의 이마에 가져다 두었다.

뼈밖에 남지 않은 그의 거대한 손은 역시 해골인 나의 머리를 감쌌다.

[내 너에게 권능을 내리노라.]

그 순간 아자토스의 손에서 검은빛이 사방에서 빨려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방출했다.

그의 손과 맞대고 있던 이마를 통해 모든 빛은 나의 몸속으로 빨려들어 왔고, 기분 나쁜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스킬 : 아자토스의 권능-저주를 배웠습니다.]

[저주-모든 마나를 소비해 대상에 상관없이 그 누구도 언데드 몬스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인간이든 몬스터든 상관없이 언데드 몬스터로 바꿀 수 있는 스킬.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이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저…… 주.”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되뇌었다.

저주, 그것은 내가 지금의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버린 모든 일의 시작이었으며 당했던 스킬이었다.

완전히 죽었다고 착각한 네크로맨서에게 기습적으로 당한 바로 그 스킬이었던 것이다.

[나의 권능이다. 그 어떤 누구라도 나의 발밑에 둘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저, 저주를 푸는 방법도 있는 겁니까?”

[…….]

아자토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발적으로 질문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말에 아차 싶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자토스의 권능에 대해 다른 곳에서 알 수 있을 리 만무하였고, 당장 눈앞에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가 있었다.

이 저주를 푸는 방법만 알 수 있다면 다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며 눈앞에 보이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쓰러뜨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이런 강력한 녀석을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간절함을 넘어 절실하게 마음속으로 외치기를 잠시.

나의 무례함에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 * *

“신우 씨 정말 갈 거죠?”

“네! 저는 이 병장님을 꼭 찾을 겁니다!”

현지의 질문에 신우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각오를 보여주었다.

자정이 되기 약 한 시간 전.

사방에서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는 인파들 속에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꾸우유.”

“피노, 조금만 참아 곧 민혁 씨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현지의 품속에 자리하고 있던 피노가 답답한 듯 고개를 내밀었다.

민혁이 죽었다고 생각한 한석과 채영, 찬미는 주인을 잃은 피노를 동료인 현지와 신우에게 데려다준 것이었다.

“전투에 승리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설마 먼저 기습을 해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겁니다.”

현지와 신우가 모여 있는 그곳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로 인해 상황의 심각성을 몸소 느낀 사람들이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을 주변으로 계속해서 모여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메인 퀘스트가 발생할 것이라는 낌새를 가장 느낀 것은 심현섭.

찬미와 신우 민혁이 머물렀던 마을의 대표가 바로 그였다.

그는 빠르게 인접 마을을 돌아가며 협력을 요청했고, 그 덕분에 모두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두 주목!”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선두에 있던 근육질의 남성이 큰소리로 모두를 주목시켰다.

한쪽에 선명한 상처와 거대하고 예리한 대도(大刀)를 들고 있는 그는 이대근이었다.

“사, 사부님…….”

“…….”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신우와 현지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어댔다.

순식간에 얼굴 전체에 피어난 공포는 그들이 받은 수련이 얼마나 혹독하고 공포스러웠는지 떠오르게 했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와 더불어 넘쳐나는 카리스마는 일대를 한 번에 침묵시켰고, 그제야 만족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제1 토벌대를 이끌게 된 이대근이라고 한다.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오늘 상대할 몬스터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이다…….”

단숨에 사람들을 압도하며 휘어잡은 대근은 사람들을 향해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심현섭의 선견지명으로 모인 세 사람은 마을 사람들의 역할을 구분했다.

몬스터들과의 전쟁에서 마을을 방어하기 위한 인원들과 먼저 선수 쳐서 녀석들을 토벌하는 토벌대가 그것이었다.

이미 언데드 몬스터들의 위치는 파악이 된 이후였고, 신우와 현지 또한 그 토벌대에 참가한 것이다.

남쪽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마을 방어에 힘을 쓰기로 하였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대근이 이끄는 제1 토벌대와 옆으로 돌아 침투하는 제2 토벌대는 용병들과 함께 주현이 맞고 있었다.

“우리 제1 토벌대는 자정이 돼서 퀘스트가 뜨는 바로 그 순간 출정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은 신성력이 깃든 무기가 아니고는 아무리 처치해도 되살아나니 유의하도록!”

출정을 앞둔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이 들고 있던 무기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무기들의 종류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미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예고한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빠르게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모은 정보를 빠르게 퍼뜨렸다.

언데드들이 신성력 의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예외는 아니었고,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도 순조로웠다.

대부분 절실한 종교인이었던 이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앞다투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신성력을 주입시켜 준 것이었다.

“신우 씨도 빼먹지 않고 확인했죠?”

“네, 그럼요!”

덜렁거리는 신우가 걱정된 현지는 다시 한번 확인했고, 신우는 자랑하듯 자신의 검집에 꽂혀 있던 흑도를 꺼내 보이며 자랑했다.

신우의 흑도 역시 은은한 신성력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현지 씨는…….?”

“저도 당연히. 문제없어요.”

신우에 질문에 현지가 무언가를 꺼내 양손에 착용하였다.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그것은 현지가 사용하던 글러브가 아니었다.

공격하는 부분에 돌기가 박혀 있어 모습만 봐도 살기가 가득해 보이는 그 무기는 너클이었다.

다른 사람의 흔적이나 장소를 찾는 것 이외에도 현지의 가장 큰 특징은 몬스터의 약점을 찾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급소를 파악해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내뻗어 상대를 처리하는 것이 현지의 전투 스타일.

지금까지 복싱용 글러브를 사용하던 현지는 대근에게 수련을 받는 도중 장갑처럼 손에 착용하며 금속으로 이루어진 너클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글러브에 비해 더욱 강력하고 파괴력 있는 무기였고,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에 들어 완전히 무기를 교체한 것이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을 시작합니다.]

[모든 플레이어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퀘스트 조건-언데드 몬스터 아자토스 사냥]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룹의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현지가 신우에게 새로운 장비를 소개하는 사이 자정이 다가왔고, 그 순간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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