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70화
검을 들고 전투에 임하는 데스 나이트와 마법 스킬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위자드, 그리고 좋지 않은 검이나 활 등을 들고 전투하는 나머지 부하들.
그들에게 총기를 나눠주고 싸운다면 전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앞에서 솜씨 좋게 검을 사용하는 데스 나이트와 화려한 스킬을 이용한 스켈레톤 위자드는 총기를 들기에는 충분한 체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각각 스킬을 사용한다고 한들 마나량이 많지 않은 일개 몬스터였기에 든 생각이었다.
‘음 그럼 저녀석들은…….’
이외에 남은 구울이나 스켈레톤, 녀석들은 총기를 들 만한 힘이 없다.
잠깐이야 들고 싸울 수야 있겠지만, 장시간 총을 들고 있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지금처럼 검이나 활을 들고 일명 몸빵이나 시킬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기고!”
무기고를 열어 소유 중인 무기 중 부하들이 사용할 만한 무기가 있을지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선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가 사용할 만한 무기가 뭐가 있을까…….’
체격이 좋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데스 나이트는 조금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함은 둘째 치더라도 나보다도 튼튼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데스 나이트였다.
“데스 나이트 이리 와봐.”
“네, 주인님.”
“네!”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곧장 대답과 함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고민하며 무기고에서 꺼내 든 것은 돌격용 소총 3기.
내가 사용하는 것과 같지만, 일반 K2 3개를 모아서 만든 별 두 개짜리의 K2를 각각 나눠주었다.
검이나 도, 창 등의 근접 전투에 특화된 녀석들이었기에 그나마 가까이서 전투할 수 있는 어울리는 총기를 나눠준 것이었다.
“주, 주인님 이것은?”
“이 철덩어리는 무엇입니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
총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는 각각 K2를 받아들며 대답하였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총기의 사용방법, 아니 총기 자체를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하긴. 몬스터이니 처음 보는 물건일 테지.”
본래 인간이었든 처음부터 몬스터였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 내가 소환한 데스 나이트들에게는 총기는 분명히 생소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일단 들고 있어 봐. 어때? 무게는?”
“아무렇지 않다!”
“주인님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약간 무겁긴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각자들 반응은 제각각이었으나 어찌 됐든 결론은 들고 있기에는 문제없었다.
“그게 이제부터 네놈들이 사용할 무기다.”
“이…… 이걸 들고 싸우란 말인가?”
“주, 주인! 날카롭지도 않은 이것으로 어떻게 싸우란 말입니까?”
“이렇게 휘두르면 되는 것입니까?”
총기를 무기로 사용하라는 말에 데스 나이트들은 약간의 불만을 표출했다.
충성심이 높은 편인 데스 나이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전투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무기를 건드리려 하니 약간의 반발심이 생긴 듯하였다.
“……일단 들고만 있어. 다음은 스켈레톤 위자드 나와봐.”
K2의 총구를 잡고 검처럼 휘두르는 데스 나이트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느껴 우선 데스 나이트들을 물러 보낸 뒤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불렀다.
“…….”
“…….”
“…….”
아직 풀어지지 않은 듯 불만 가득해 보이는 데스 나이트들이 들어가고 나온 것은 스켈레톤 위자드들이었다.
어떠한 대답도 없이 앞으로 나온 녀석들은 부동자세를 유지하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 같은 무거운 무기를 들고 싸우지는 않지만 주로 후방에서 강력한 스킬을 이용한 전투를 하는 녀석들.
굳이 이 녀석들에게까지 무기를 나눠줄 필요가 있을까 하였지만, 역시 단점을 보완할 필요성은 있어 보였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녀석들이지만…….’
스켈레톤 위자드들이 사용하는 스킬들은 다양하고 변칙적이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과시했지만, 역시 문제는 마나였다.
그들이 사용하는 스킬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빈도는 줄어들었고, 마나가 떨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급박한 전투 중에 강력한 스킬은 큰 도움이 되어주지만, 마나가 떨어진 스켈레톤 위자드들은 그저 단순한 해골 병사 수준밖에 되지 않은 것이었다.
제대로 된 무기라도 들고 있었다면 마나가 전부 소진된 이후에도 무언가라도 했을 테지만, 하나같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녀석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어차피 총기를 줘봤자 사용하는 것은 무리일 테고…… 보조 무기를 줘볼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스켈레톤 위자드들에게 보조 무기, 즉 스킬을 전부 사용한 후 마나가 전투 소진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무기들을 쥐여주는 것이었다.
어차피 총기를 들 수 있다고 한들, 이 녀석들에게는 마법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데스 나이트들과는 다르게 지능 또한 높은 편이니 조금만 사용법을 설명해 주면 보조 무기로 잘 사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다.
“무엇을 줘야 하나…… 가벼우면서도 이동이 편리하고 확실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그래!”
스켈레톤 위자드, 녀석들이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기 위해서는 가볍고 이동에 편리해야 했다.
이동에 있어서 불편감을 주거나 무게가 무거워 전투에 지장이 있다면 오히려 방해만 될 뿐, 주지 않는 것보다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강력한 스킬을 쏟아부은 후 마나가 없는 상태에서도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작고 가벼우며 소지에도 용의한 무기.
마침 무기고에도 잔뜩 쌓아두고 있었으며 가장 자주 활용되는 그것을 떠올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폭탄! 그래 수류탄을 주면 되겠다!”
손으로 던지는 유탄, 즉 수류탄을 스켈레톤 위자드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었다.
수류탄의 총 무게는 600g가량, 평소에 몇 개를 들고 다녀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가벼움과 휴대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제격이었다.
또한, 다소 지능이 낮고 무식한 데스 나이트들이라면 오히려 우리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어서 나눠주지 않았을 테지만, 스켈레톤 위자드들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체격에 비해 지능이 높아서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스스로의 판단도 좋아 확실히 사용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 주기만 한다면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열수류탄이 적당하겠다. 종류가 많아 봐야 헷갈리기만 할 테고…….”
지능이 높다고는 한들 결국 상대적인 것이었다.
워낙 멍청한 짓을 많이 하는 데스 나이트들이었기에 그렇게 느낀 것도 있었으며, 상위 몬스터로 진화할수록 더욱 지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는 듯하였다.
스켈레톤보다는 지능이 높지만 둠 나이트보다는 지능이 낮은 스켈레톤 위자드였다.
단적인 예로 똑똑한 어린아이의 지능 정도로 보였기에 상황과 종류에 맞게 다양한 수류탄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이 세열수류탄.
폭발할 때에 금속의 파편이 퍼지면서 살상 범위를 확대하는 수류탄으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수류탄이었다.
“음, 각각 3개? 4개 정도면 적당할까?”
어디까지나 비상용으로 사용할 수류탄이었으며, 스켈레톤 위자드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 역시 같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기고가 있는 이상 전투가 길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내가 곧바로 수류탄을 나눠줄 수 있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 마나가 회복되면 스킬을 사용하는 편이 더욱 도움이되었다.
마나가 부족해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그 시간, 즉 마나가 회복될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보조 무기였기에 굳이 다량의 수류탄을 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 4개씩으로 하고…… 아!”
결정을 마친 뒤 수류탄을 나눠주려고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무심코 바라본 순간.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수류탄을 넣고 다닐 곳이 없구나…….”
애초에 몬스터에 불과했기에 입고 있는 옷이 없었다.
그저 뼈다귀, 해골의 모습을 하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녀석들이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을 만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음. 아! 그러면 되겠다!”
잠시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은 수류탄을 묶어두는 것이었다.
스켈레톤들의 뼈에 수류탄을 묶어서 소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어디 넣어둘 곳도 없었고 손에 들고 다니게 할 수도 없었으니, 뼈밖에 없는 녀석들에게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한 명씩 나와!”
명령에 따라 차례대로 나오는 스켈레톤 위자드들.
녀석들의 아귀힘으로도 충분히 끊어낼수 있지만 끊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실로 고정해 세열수류탄을 묶어주기 시작했다.
“사용 방법은 조금 있다가 알려줄 테니 아직 건드리지는 마.”
얌전히 자신들의 뼈에 수류탄을 매달고 있는 스켈레톤 위자드들을 향해 경고했다.
호기심에 괜히 만져보기라도 했다가 수류탄이 폭발하는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전부 언데드에 불과했기에 언제든 다시 스킬을 이용해 살려낼 수 있었지만, 어찌 됐든 마나를 소모해야 했고 시간이 지체될 수 있었기에 그것만은 사양이었던 것이다.
“남은 것은…….”
돌격소총을 나눠준 데스 나이트와 세열수류탄을 나눠준 스켈레톤 위자드.
당장 내가 스킬을 통해 소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상위 언데드 몬스터들이었지만, 그 수는 합해 봐야 각각 3마리씩, 전부 6마리가 전부였다.
남아 있는 것은 스켈레톤들과 역병 좀비 20마리와 약 40마리 정도 되는 일반 언데드들이 그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 녀석들은 지능이 없거나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총기를 나눠준다고 해도 들 수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사용 자체가 불가.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까지는 어떻게 가르쳐 준다 해도 탄창을 바꾸는 방법까지 가르쳐 줄 자신이 없었다.
수류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안전핀을 뽑을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아군의 지역에서 터뜨린다면 대량 자폭 행위가 날 수 있었기에…….
“자폭?”
무언가 없을까 생각을 하던 와중 역병 좀비에 시선이 고정됐다.
기본적으로 역병 좀비들은 적의 근처에 다가가 자신의 몸을 터뜨리며 폭발과 함께 역병을 퍼뜨리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들 몸속에 폭탄을 넣어두면……?’
그렇기에 든 생각이었다.
기본적으로 자폭이 주공격인 녀석들 몸속에 폭탄이 들어 있다면?
그 화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 분명했다.
어떤 폭탄을 넣어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활용도 가능할 것이며 그 효과 역시 크게 바뀔 것이다.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스스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강력한 자폭병.
휴대할 장소 또한 필요 없이 녀석들이 폭발물을 뱃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되므로 문제가 없었다.
역병 좀비들에게는 폭발물을 삼키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아 보였다.
“역병 좀비도 완벽하고. 이 녀석들이 문제인데…… 응?”
마지막으로 남은 스켈레톤과 해골 병사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던 그때 성채에서 보았던 데스 나이트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자토스 님께서 부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