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69화
프랑켄이 둠 나이트가 된 도혁에게 말을 건넨 그 순간 영상이 끝이 났다.
‘기억이 돌아왔다라…… 역시 프랑켄은…….’
프랑켄 그가 꺼낸 말은 그 의미를 유추하기에는 충분했다.
자세한 영문을 알 수는 없지만, 아자토스에 의해 언데드 몬스터가 된 자들은 생전의 기억을 잃는 듯하였다.
기억의 조각을 통해 확인한 프랑켄 역시 어떠한 이성도 없는 듯 그저 아자토스의 꼭두각시에 불과해 보였으며, 도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떤 연유인지 그들은 기억을 되찾았다.
프랑켄은 확실할 수는 없었지만 둠 나이트인 도혁 그는 분명했다.
그의 분노는 전부 아자토스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반란을 저지한 셈인가.’
아자토스의 두 번째 성채가 전멸한 것은 둠 나이트가 한 것은 분명했기에 든 생각이었다.
군단의 2군단장이었던 그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분명 반란을 시도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역시 프랑켄이 걸렸다.
‘나를 이곳에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그 또한 기억을 되찾았다고 한다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아자토스에 의해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헤칠 만큼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다면 적어도 그의 밑에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이미 반란을 꾀하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앞뒤 상황이 이어졌다.
프랑켄이 둠 나이트와 손을 잡고 그의 반란을 뒤에서 조종했다.
그리고 군단에서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나를 이곳으로 보내 미리 싹을 자르려 했다…….
단순한 추측이었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였다.
‘일단 돌아가서 조사를 해봐야겠어.’
이곳에서 생각만 한다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을 터.
일단 돌아가 프랑켄에 대한 뒷조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만약 그가 반락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나에겐 좋은 수단이 될지도 몰라…….’
* * *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대지.
곳곳이 무너져 있고, 사방에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아자토스의 성채로 돌아왔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적응해 왔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해골의 몸.
이런 내 뒤로는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가 따르고 있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나 또한 언데드 몬스터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스 나이트, 스켈레톤 위자드, 스켈레톤 병사들과 역병 좀비까지.
오와 열을 맞추는 것까지는 무리였지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복귀하는 그 모습은 마치 재입대를 해 전쟁을 치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여기서 기다려라”
“예!”
굳이 부하들과 같이 성채에 들어갈 이유는 없었고, 무엇보다 철저히 계급으로 이루어진 군단의 체제상 그들이 1층 이상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내린 명령이었다.
아자토스의 언데드 군단.
이름은 거창했지만 결국 군대에서 계급이 나눠진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계급이 나뉘어 있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즉,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인간이 아닌 몬스터로 이뤄져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우선 반응을 살펴보실까.’
곧장 성체 안으로 들어가 군단의 2인자 프랑켄이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 똑. 똑.
“들어와라”
노크를 함과 동시에 방 안에서 프랑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문고리를 열어 그를 마주했다.
여전히 읽을 수 없는 능글맞은 표정과 안경을 쓰고 있음에도 날카로운 그 눈빛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조사를 완료했습니다.”
상관인 그에게 보고하자 그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본 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어서 말하라는 듯 안경을 추켜 올렸다.
“두 번째 성채는 둠 나이트의 반란이 있었습니다. 그를 제거하고 반란을 제압했습니다.”
“…….”
프랑켄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보고를 하면서도 그의 표정을 세세하게 관찰하였지만,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쓰고 있는 안경을 벗어놓으며 되물었다.
“반란이라고?”
“예!”
그는 무언가 생각하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머리를 감싸 안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제2군단장인 둠 나이트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인가?”
“예. 맞습니다.”
“자네가 그를 제압했고?”
“예.”
끼익.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고, 그는 질문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걸어왔다.
뚜벅. 뚜벅.
녹색의 피부에 거대한 덩치,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가운을 걸친 그를 마주하자 고개가 아플 정도로 올려보아야 했다.
그늘진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고,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내 머리보다도 거대한 손을 나를 향해 올렸다.
꿀꺽.
해골밖에 없는 육체에 나오지도 않는 침을 삼키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여기서 나를 제거하려 들지는 않겠지……? 공격을 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부하들은 밖에 있고 무기고에 쓸 만한 무기가…….’
턱.
찰나의 순간 혹여나 그의 계획을 방해한 나를 제거하려 들지는 않을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던 그때 어깨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잘했네. 큰일을 했구만.”
그의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나의 어깨를 거대한 바위 같은 손으로 토닥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 예 감사합니다.”
“아닐세. 반란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구만. 흠 피해가 없진 않지만 자네 덕분에 막을 수 있었어.”
“…….”
“잘했네. 둠 나이트의 배신이라니…… 아자토스 님에게는 내가 직접 보고 하도록 하겠네. 큰 보상이 있을 게 분명하네.”
“예, 예. 알겠습니다!”
예상했던 반응과는 다르게 크게 기뻐하는 듯한 그의 행동은 거짓이 없어 보였다.
자신이 혼자 처리할 일은 아니라 판단한 그는 아자토스에게 직접 보고 하겠다는 말과 함께 큰 보상을 약속했다.
“고생했네. 내일을 위해 전력을 대비하도록 하게.”
“……내일 말씀이십니까?”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인간과의 전쟁은 내일부터 시작이네.”
“예. 알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모르겠다는 듯 반문하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일을 대비하라는 그의 말은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인간과의 전쟁.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이기도 한 그 전쟁이 내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언데드 몬스터의 육체로 인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었기에 밤낮없이 행동했고 어떻게 시간이 지나는지도 잊고 있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상황에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나가보도록 하게. 오늘 중으로 어떠한 조치가 있을 걸세.”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끝으로 그의 방에서 나왔다.
* * *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다가오는 전쟁]
[모든 몬스터는 동시에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퀘스트는 1일 후에 진행되며 그 안에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룹의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퀘스트를 확인하며 생각에 잠겼다.
저주를 받은 탓에 몬스터의 편에 서게 된 전쟁.
‘후…….’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골머리가 아파져 왔다.
당장 저주를 풀려는 목적도, 육체를 되찾으려는 것도 전부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페널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을 해칠 수도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에 인간을 해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데스 위자드-네크로맨서][저주]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2-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3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아자토스의 언데드 오라 LV15 적용 중]
[해골 병사 소환 LV4 (역병 발생 LV1)]
[데스 디멘션 LV2]
[구울 소환 LV3 ]
[스켈레톤 소환 LV3]
[역병 좀비 소환 LV3]
[데스 나이트 소환 LV1]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LV1]
[패시브 스킬 : 트롤의 생명력]
[패시브 스킬 : 검술 ]
양자택일의 문제에서 당장 선택할 수는 없어 보였기에 우선 정보창을 띄웠다.
홀로그램과 함께 몰라보게 길어진 정보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네크로맨서의 몸을 흡수한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스킬들이 길게도 늘어져 있다.
대부분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들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들로 이 역시 아자토스의 권능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였다.
“……이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마정석 덕분인가.”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숨겨진 던전에서 얻었던 마정석.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한정된 마나로 인해 사용하기 힘든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아이템이었다.
붉은색의 마정석을 얻기 위해 이렇게 모습이 변해 버린 만큼 그 효과는 강대했다.
마탄조차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미약했던 나의 마나는 네크로맨서의 다양한 스킬을 사용함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마정석은 몸속에…….’
당장 입고 있는 군복을 벗어 해골밖에 없는 몸속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끔찍하게 변해 버린 모습을 세세하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쏟아진 상황들로 인해 그저 숨겨진 해골 던전에서 본 로브를 두르고 있던 그 해골처럼 몸속에 마정석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 것이었다.
“무기고!”
뼈밖에 남지 않은 손바닥을 펼치자 무기고 모양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그동안 가장 유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생존하기에 도움을 주었던 스킬.
마나 소비 또한 없었을뿐더러 부대의 무기고를 이용해 수십 정의 군사무기들이 쌓여 있는 무기고였다.
“지금까지는 너무 활용하지 않았지…….”
스켈레톤으로 변한 후 육체에 비해 너무나도 무거운 무게들로 인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총에 검을 부착시켜 총검술을 사용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그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철컥.
익숙한 K2를 꺼내 들어 장전을 하며 살펴보았다.
이제는 그다지 무겁지 않은 총기의 무게.
시체 흡수와 군단에서의 성장으로 인한 능력의 향상으로 뼈다귀이기는 하지만 그 능력치가 향상되었다.
충분히 총기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고 만족스러울 정도였다.
‘잠깐. 이걸 저 녀석들에게 나눠주면…….’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
명령을 기다리듯 서 있는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 그리고 스켈레톤과 구울들이 눈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