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66화 (66/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66화

성 앞에 도착한 민혁은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는 부하들을 살펴보았다.

말을 탄 기사 데스 나이트 3기, 강렬한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위자드 3기 그리고 스켈레톤 병사와 역병 좀비 각 20마리와 나머지 언데드 부하들.

보기만 해도 든든한 민혁의 병사들은 이제 소규모 군대라 칭해도 좋을 만큼의 규모를 자랑하였다.

“여기도 거대하구만, 언제 다 살펴보지.”

리치 아자토스가 머물고 있는 성채에 비하면 적은 규모였으나, 일반적인 건물에 비교한다면 결코 적은 규모로 분류될 성채가 아니었다.

언데드 군단의 두 번째 기지로 사용하려고 하였던 성인만큼, 으스스한 분위기는 풍겨 나왔지만. 그 어디에도 언데드가 보이지는 않았다.

성의 주변까지도 전부 언데드로 득실득실한 성채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프랑켄의 말대로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을 확실해 보였다.

“들어가자!”

민혁이 앞장서서 성을 향해 들어가자 뒤에 있던 언데드들 역시 줄을 맞춰 따라갔다.

훈련을 잘 받은 병사처럼 모든 동작이 칼같이 맞는 것은 아니었으나 줄을 맞추며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민혁이었다.

과거 오합지졸 같았던 해골 병사들이 언제 이렇게 늠름해진 것인지 놀라웠다.

“멈춰! 역병 좀비 들어가서 확인해.”

명령에 따라 즉각적으로 이동하는 부하들.

혹여나 적의 기습을 염두에 두어 먼저 역병 좀비를 보낸 것이었다.

이상이 없는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자, 곧이어 모두가 성의 내부로 이동하였다.

높고 거대한 외관과는 다르게 단층으로 구성된 성.

성직자를 위한 건물로 만들어진 건물인지 곳곳에 종교적 예술품들과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데드가 발을 들여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의 내부.

우려와는 달리 적은커녕 언데드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두 흩어져서 특별한 게 있나 찾아봐.”

단층 건물이었으나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건물이었다.

부하들이 모두 흩어져서 특별한 것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쾅!

쾅!

크어어억!

캬아아악!

그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괴기스러운 소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에 맞은 언데드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무심코 고개를 올려본 민혁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높이의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생명체들.

쾅!

징그럽고 괴기스러운 언데드.

수십 마리의 키메라가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 * *

“데스 나이트! 각각 지휘권을 양도한다! 모두 죽여!”

“우라아아아아!!”

“나를 따르라!!!”

“예!”

천장에서 떨어지는 키메라들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전투.

언데드 부하들의 전열에 무분별하게 떨어져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키메라들.

거대한 몸집에 여러 종류의 생물을 억지로 합친 듯한 인위적인 모습.

실험에 의한 결과로 조금씩 각기 다른 그들의 모습은 불쾌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빨에 물리지 마라!”

연구소에서 만났던 키메라와 동일한 공격 패턴.

미약하게나마 신성력이 흘러나오는 이빨에 물린 언데드들은 부활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매우 고전했던 민혁의 언데드 부대였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으라차차차찻!”

민혁이 양도해 준 언데드 부하들을 지휘하며 전투를 치르는 데스 나이트!

해골마를 타고 달리며 거대한 칼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반항도 못 하고 사라져 버리는 키메라.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데스 나이트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상위 언데드로 불리는 데스 나이트의 전투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살아생전 기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은 높은 충성심뿐만이 아닌, 뛰어난 검술과 지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높은 천장에서 떨어지며 이미 많은 생명력을 깎아 먹은 키메라들은 데스 나이트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으며 해골마를 타고 달리는 기동력으로 인해 물릴 위험도 존재하지 않았다.

민혁의 부대에 데스 나이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대의 전투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이었다.

“스켈레톤 위자드 광범위 마법 준비해! 아군 상관하지 말고 전부 날려 버려!”

더군다나 추가된 병력은 데스 나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켈레톤 위자드 역시 상위 언데드.

기동력과 지휘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데스 나이트였다면, 스켈레톤 위자드는 강력한 위력의 마법을 사용하였다.

마나 부족의 문제로 단 한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광범위 마법.

화염을 응축시켜 발사하는 마법으로 웬만한 부대는 거뜬히 날려 버릴 스킬이었다.

아군 역시 휘말릴 정도의 강력한 위력이었으나 민혁은 상관하지 않았다.

“데스 디멘션! 스켈레톤 위자드 발사!”

민혁이 지팡이를 내려찍자 검은빛의 오라가 모든 부하에게 뻗어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켈레톤 위자드의 화염 폭격!

콰광쾅쾅!

스켈레톤 위자드의 지팡이에 점점 응축되기 시작한 불꽃들이 발사되었다.

키메라가 최대한 모여 있는 방향을 향해 날아간 조그마한 화염덩어리.

그 일대를 집어삼키듯 팽창하며 키메라와 아군 모두가 폭발에 휘말렸다.

완전히 연소되어 그을린 자국과 함께 재로 변해 버린 그것들을 보며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빨리 일어나! 쓸모없는 녀석들 같으니”

재촉하듯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자 땅 위에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곤 하나둘 일어나는 언데드.

민혁의 데스 오라에 효과를 받고 있는 해골 병사와 구울들이 죽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지, 리치 아자토스의 힘을 더욱 많이 적용받고 강력한 상위 언데드 몇 마리가 추가된 것만으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민혁의 부대였다.

퀄른성의 키메라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시간문제.

전장을 압도하고 있는 언데드 부대로 인해 승리는 이미 기울어져 보였다.

“거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성 전체에 울려 퍼지는 근엄한 목소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소리 나는 방향을 돌아본 민혁은 당혹스러웠다.

투박한 갑옷을 입은 채 터벅터벅 걸어오는 거대한 전사.

기사 계열의 언데드 중 최상위 몬스터 중 하나인 둠 나이트가 나온 것이었다.

이성을 잃은 듯 난폭하게 공격하다 둠 나이트의 외침을 듣고 주춤거리기 시작하는 키메라들.

이내 곧 완전히 공격을 멈추고 벽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모든 키메라는 재빠르게 벽을 타며 천장에 올라가 매달린 후 내려오지 않았다.

정황상 키메라를 부리는 것을 보면 그는 적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그는 둠 나이트. 언데드 중에서도 가장 강한 편에 속했으며, 만약 그가 리치 아자토스의 군단에 속해 있다면 민혁보다도 훨씬 높은 계급일 것은 확실했다.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

공격을 명령해야 할지, 철수해야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네놈은! 강해 보이는구나! 대결을 신청한다!”

그 순간 지휘권을 맡겼던 민혁의 부하.

데스 나이트가 해골마를 탄 채로 돌진하였다.

매우 유능하고 강한 데스 나이트였으나,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

살아생전 강한 프라이드를 가진 데스 나이트일수록 강해 보이는 적을 보면 참지 못했다.

검을 든 상대일수록 그 정도가 강했으며, 본능적인 것인지 자제를 하지 못하였다.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이는 둠 나이트를 보자,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한 데스 나이트가 뛰쳐나간 것이었다.

해골마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데스 나이트.

거대한 언월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죽일 기세로 나아갔다.

무식해 보일지도 모르는 공격이었으나, 결코 민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말을 타고 완벽하게 균형을 유지한 채로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거대하고 무거운 언월도를 말 위에서 휘두른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강한 장수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에 반에 해골마를 타고 달려오는 데스 나이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둠 나이트는 어떠한 공격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허리춤에 걸려 있는 검집만을 매만지고 있던 그는 차분히 기다렸다.

“죽음의 기사여…… 내 그대를 해방시켜 주겠네.”

바로 앞까지 달려온 데스 나이트가 언월도를 휘두르는 순간.

혼자 말을 중얼거리던 둠 나이트가 공격을 피하며 엄청난 높이로 뛰어올랐다.

어느 순간 발도(拔刀)를 한 것인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장검.

언데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빛이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빠른 속도로 언월도를 맞받아친 그의 검이 순식간에 데스 나이트의 가슴에 꽂혔다.

쿵!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 데스 나이트.

말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데스 나이트의 가슴에 꽂힌 검을 놓지 않고 있는 둠 나이트.

쓰러지는 데스 나이트를 쿠션 삼아 안착한 둠 나이트는 그제야 데스 나이트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빛을 잃은 데스 나이트의 눈.

데스오라에 의해 살아나야 할 데스 나이트가 그대로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신성력이 깃든 검인가…….’

키메라의 이빨과 마찬가지로 신성력이 흘러나오는 검에 의해 언데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데드인 내가 신성력을 사용해서 놀랐는가?”

자리에서 일어난 둠 나이트가 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였다.

예전의 민혁이었다면 놀랐을 테지만, 현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언데드인 키메라의 이빨에 신성력이 나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연구소에서 얻은 신성력이 깃든 언데드가 사용할 수 있는 검까지 가지고 있는 민혁이었다.

‘적은 확실해 보이네.’

둠 나이트가 어떤 경로로 저 검을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적이라는 것.

표면적으로 리치 아자토스의 군단에 속해 있는 민혁이었기에, 같은 언데드이기는 하나 둠 나이트는 적이 확실해 보였다.

“아자토스의 종이여, 그대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해 주겠네.”

“너는 누구지?”

“흠, 죽은 마당에 이름이 중요하지 않겠지. 나 역시 그대와 마찬가지로 리치 아자토스에 의해 죽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몸.”

“뭐? 너도 리치 아자토스의 부하냐?”

“네 이놈! 어찌 언데드 따위를 모신다 말이냐!”

경솔한 질문에 화가 난 듯 호통을 치는 둠 나이트.

성 전체에 울려 퍼지는 그의 커다란 소리에 언데드들이 모두 경직되었다.

상위 몬스터의 고유 기술인 포효.

아군의 사기를 높이고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그야말로 대군을 거느리는 장군에게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흠. 흠. 조금 흥분한 것 같군. 자네도 나와 같이 아자토스에 의해 평온한 죽음에 들지 못한 채 장기말로 쓰이는 신세. 걱정하지 말게. 내 그대의 족쇄를 풀어주겠네.”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끝마친 그는 칼을 들었다.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는 분명 나를 죽이려 하였다.

리치 아자토스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보니, 둠 나이트인 그가 언데드들을 모두 사살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민혁역시 도망갈 생각은 없었기에, 군단의 지팡이를 높게 들었다.

“데스 디멘션! 데스 나이트, 스켈레톤 위자드 소환!”

지팡이로 모여든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일어나는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자드.

신성력에 당한 시체에는 효과가 없었으나 그렇지 않은 자들은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었다.

아무리 데스 나이트를 단 한 번의 검으로 쓸어버릴 정도의 둠 나이트였지만.

수백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민혁이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숱한 전투 경험을 가진 민혁은 얼마든지 헤쳐 나갈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데스 나이트! 역병 좀비! 구울! 스켈레톤 전사! 전부 달라붙어! 나머지는 전부 원거리 공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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