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62화
“이, 이 병장님~~! 딸꾹! 정말 이 병장님이 죽었다는 거야? 우리가 수련을 받고 있던 사이에? 같이 있던 당신들은 뭘 한 거야? 딸국. 이 병장님 당할 동안 뭘 한 거냐고!!”
“그게…… 갑작스러운 상황이여서…… 우리도 사정이…….”
“뭐? 딸꾹! 이 병장님이 죽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다는 거야? 딸꾹! ”
“신우 씨…… 취했네요. 우선 여기 좀 앉아요.”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가 미처 어찌해 볼 겨를도 없이…….”
고주망태가 되어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신우를 현지가 자리로 데리고 돌아왔다.
수련을 진행하던 도중 마을의 주점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들은 한석과 채영 그리고 찬미였다.
그들은 수소문 끝에 민혁의 동료였던 신우와 현지를 찾아 부고 소식을 알린 것이었다.
“어휴, 신우 씨 추태 그만 부리고 진정 좀 해요.”
“딸꾹, 뭐? 이 병장님이 없는데. 딸꾹!”
상실감이 큰지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는 신우의 모습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였다.
그에 반에 매우 차분해 보이는 현지의 모습.
“그러니까 민혁 씨가 마정석을 얻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그 순간 몬스터가 살아나 무언가 했다는 말이지요?”
“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상황을 물어본 현지의 질문에 한석이 대답하였다.
의외로 슬퍼 보이는 기색조차 없는 그녀는 무언가 생각하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우 씨, 아무래도…….”
슬퍼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신우에게 현지가 무언가 말을 하려던 그때 주점 한구석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두 사내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군단? 두 번째 메인 퀘스트의 정보를 알아냈단 말인가?”
“글쎄. 그렇다는구만. 벌써 토벌대를 보냈다고 하더구만. 처참히 깨져서 돌아오기는 했다마는.”
“음, 그거 아쉽게 됐구만. 그래서 어떤 몬스터들이라던가?”
“해골이나 좀비 등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들이라고 하더군.”
“그래? 우리 마을 근처에도 해골 던전이 있었지.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해 본적이 있으니 우리가 좀 더 유리하지 않겠나?”
“그게 말일세. 독특한 몬스터가 있다는 소문이 있네.”
“독특한 몬스터? 얼마나 강한 몬스터가 있기에 그런가? 불이라도 내뿜는 건가? 아니면 독?”
“그런 게 아닐세. 스스로 전략을 짜서 실행한다더구만.”
“전략을? 예끼 이 사람아, 몬스터의 지능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닐세.”
“또 뭐가 있는가?”
“해골바가지를 한 몬스터가 총을 사용한다더구만.”
“총? 총알을 넣어서 발사하는 그 총 말인가?”
“허허! 그렇다니까”
“지금은 인간도 구하기 어려운 총을 몬스터가 사용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해골이 군복까지 입고 있다고 하더구만.”
“군복 말인가?”
“그렇다니까. 명찰에 뭐라 쓰여 있다더라…… 이…… 이…….”
그 순간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강신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민혁?!”
“그래. 맞네. 이민혁! 응? 자네 누군가?”
“죄송합니다. 일행이 취해서요.”
순간 당황한 주점의 사내가 신우를 보며 질문했다.
곧바로 옆에 있던 현지가 신우를 말리며 그들에게 사과를 했고 다시 자리에 앉혀 놓았다.
“……현지 씨. 이 병장님이 살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
“…….”
“……혹시 알고 있으셨습니까?”
“‘네. 희미하긴 하지만 제 탐색 스킬에 민혁 씨가 감지되고 있어요.”
“그…… 그런 것도 가능한 겁니까?”
“스킬 레벨이 오르니 어느 샌가부터 가능하더라구요.”
“어째서 미리 말씀해 주지 않은 겁니까?”
“말할 기회를 안 주셨잖아요! 겨우 맥주 두 잔에 취해 가지고!”
“…….”
“…….”
“……가실 거죠?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병장님을 구하러!”
“당연하죠!”
* * *
“전…… 투에…… 승리한…… 것을 축…… 하한다…….”
성채로 돌아오자 언데드들에게 큰 환대를 받았다.
이번 전투로 인해 간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군단의 간부로 보이는 해골이 다가와 머리에 손을 올렸다.
[스켈레톤 위자드로 종족이 변경되었습니다.]
[아자토스의 언데드 오라의 효과가 강해집니다.]
[스켈레톤 병사 소환을 배웠습니다.]
[역병 좀비 소환을 배웠습니다.]
[군단의 로브를 얻었습니다.]
[군단의 지팡이를 얻었습니다.]
연속적인 메시지가 울리며 퀘스트의 보상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전투의 활약으로 계급이 오른 나에게 더욱 많은 언데드 지휘권이 내려졌다.
스켈레톤 병사 5마리와 역병 좀비 5마리가 추가적으로 나의 지휘 아래 내려진 것이었다.
너무 적은 병력을 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스켈레톤 병사와 역병 좀비는 각각 해골 병사와 구울 10마리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아이템 정보”
[군단의 로브]
[아자토스의 군단을 상징하는 로브. 군단의 인정을 받은 언데드만이 착용할 수 있다.]
[착용 제한-아자토스의 군단.]
[군단의 지팡이]
[아자토스의 군단을 상징하는 지팡이. 군단의 인정을 받은 언데드만이 착용할 수 있다.]
[착용 제한-아자토스의 군단.]
퀘스트 보상에 만족한 민혁은 군단의 로브와 지팡이를 착용하였다.
검은색의 로브를 둘러쓰고 붉은빛의 지팡이를 착용한 스켈레톤의 모습.
이제는 상위 몬스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민혁이었다.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스켈레톤-네크로맨서][저주]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1-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아자토스의 언데드 오라 LV15 적용 중]
[해골 병사 소환 LV3 (역병 발생 LV1)]
[데스 디멘션 LV1]
[구울 소환 LV3 ]
[스켈레톤 소환 LV1]
[역병 좀비 소환 LV1]
[패시브 스킬 : 트롤의 생명력]
군단의 퀘스트를 진행해 나가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지치지 않는 몸과 계속되는 대규모 전투.
모든 코인을 독식하는 네크로맨서의 사냥은 인간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가졌다.
혼자서 총기를 싸울때에 비해 당장은 불가능했지만 부하들에게 총기를 나눠주고 싸우게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전투에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하들을 통솔하며 싸워야 하는 만큼 전투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적절한 지시를 내려 자신을 보호하면서 적까지 공격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가진 계속해서 전투를 해왔기에 전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적에게 자신이 노출되었을 경우였다.
당장 인간이었을때와 비교하면 공격에 매우 취약했기에 만약 내가 당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지않은 상황도 없을것이 분명했다.
성채의 2층의 출입이 허가되자 곧바로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보았지만, 경비를 선 데스 나이트들은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아자토스의 성채 2층에 펼쳐진 완전히 다른 공간.
장소나 공간이 아닌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2층을 구성하는 언데드들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아자토스, 리치인 그의 이름에 걸맞게 사치스러운 장식들과 소품들 역시 곳곳에 배치되어 눈에 띄었다.
그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벽과 장식품들을 통과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나같이 상위 언데드들도 이루어진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민혁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녹색의 피부에 2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키. 머리와 목에 박혀 있는 볼트와 얼굴의 꿰매어진 자국은 그가 누군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프랑켄. 부군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였다.
“자네가 이번에 인간들을 해치웠다지?”
어울리지 않은 흰색의 가운을 입은 그가 눈을 얇게 뜨며 질문해 왔다.
그는 모를 테지만 프랑켄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성체 내에서 몬스터들 사이에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편이었기에 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군단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맨손으로 3개의 건물을 부숴 버릴 만한 강함을 가졌지만 의외로 두뇌 회전이 빠른 전략가.
상황 판단과 눈치가 빠른 그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네크로맨서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네. 우리 군단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되겠어!”
“예. 아자토스 님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는, 있지도 않은 민혁의 해골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마 전 군단 소속의 네크로맨서가 사라졌네. 중요한 인재였는데 말이지. 그래도 자네가 나타나서 다행이야.”
“예! 감사합니다.”
“아닐세. 내가 더 감사하지. 그것보다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퀘스트-프랑켄의 실험]
[군단의 전력 강화를 위해 프랑켄은 실험을 하고 있다. 점령한 지역의 모든 시체를 머미와 강시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들은 군단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모든 머미와 강시를 처리하라.]
[난이도-C]
“어렵겠지만 부탁 좀 하도록 하지. 아자토스 님께서 탐탁지 않아 해서 나도 영 곤란하게 됐어.”
[상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 *
죽음의 대지 동쪽의 접경 지역.
이미 휩쓸고 간 언데드로 인해 제대로 된 건물을 하나 찾아보기도 힘든 마을에 도착하였다.
생명체라고는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었다.
흙먼지만 날리고 있는 마을의 모습은 언데드의 무자비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마을이 이렇게 변한 것인가.”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던 것으로 유추되는 땅들은 말라 비틀어졌고 멀쩡해 보이는 건물조차 찾는 것이 어려웠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곤 하지만 인간을 만나게 된다면…….’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다름이 아닌 인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였다.
누군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틀림없이 공격을 시도해 올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상황이 왔을 때의 나의 대처.
‘어쩔 수 없이 퀘스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가 공격을 해 온다면 어찌해야 할지…….’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생면부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해치는 것은 꺼려졌다.
치직. 치직.
앞장서서 마을을 거닐고 있던 그때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땅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손이었다.
“뭐…… 뭐야!”
당황할 새도 없이 온몸을 붕대로 휘감은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한 몬스터들이 땅속을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